잔혹한 성범죄로 또 한 명의 소중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유리(13) 양은 부산 사상구 덕포1동에서 성폭행당한 뒤 목 졸려 살해됐다. 용의자 김길태(33) 씨는 1997년 9세 어린이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쳐 징역 3년, 2001년 30대 여성을 열흘간 감금하고 성폭행해 징역 8년을 선고받아 총 11년간 복역했다. 출소 뒤에도 또 한 차례 성폭행을 저질러 수배를 받아왔다.
이양의 죽음으로 재범률 높은 성범죄자를 제대로 관리 못했다는 비난이 거세다. 전과 2범인 김씨는 우범자 관리 매뉴얼에 들어 있지 않은 데다, 1997년에 저지른 어린이 성폭행 미수는 아동성범죄자 신상정보 열람에도 빠져 있다. 전자발찌 착용도 법이 시행된 2008년 9월 이전에 범죄를 저질러 해당하지 않았다. 안전망이 충분하다고 방심한 빈틈에서 이양은 억울하게 숨진 것이다.
교묘히 장기간 성폭력 행사할 가능성
성범죄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기는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교직이지만, 오히려 교직사회는 대표적인 성범죄 사각지대로 꼽힌다. 교사가 극단적인 살해 행각을 벌일 확률은 낮겠지만, 교묘히 장기간 성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높다. 광주·전남 해바라기센터 임수진 부소장도 “성폭력은 권력관계에서 나온다. 선생님과 학생의 권력관계는 일방적이다. 교사가 학생에게 ‘예뻐서 이런다’며 다가가면 학생은 적극적으로 저항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영희(가명)야, 없니?”
선캡을 쓴 50대 남성이 대문을 밀고 들어왔다. 그는 마루에서 혼자 놀던 일곱 살 여자아이가 ‘아’ 소리도 지르기 전에 반팔 티셔츠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머리를 때려 반항을 못하게 한 다음 여자아이의 팬티에 손을 넣어 추행했다. 그의 행각은 이것뿐이 아니다. 집에 어른 없이 아이 혼자 있는 것을 확인하면 즉시 범행을 저질렀다. 선캡을 쓴 채 집에 들어가 여덟 살 남자아이에게 누가 있느냐고 묻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남자아이가 “누나랑 있는데 누나는 화장실에 있다”고 대답하자 남자아이에게 이불 속에 들어가 있으라고 칼로 협박한 다음, 열한 살인 여자아이의 머리채를 잡아 안방으로 끌고 가서 성기를 여자아이의 입에 문지르고 팬티를 벗긴 다음 성추행했다.
일명 ‘바바리맨’으로 불린 그는 차를 이용해 한적한 곳으로 열입곱 살 여학생을 데려가 목 졸라 실신시킨 뒤 추행하거나, 인적 드문 골목길이나 굴다리 아래에 숨어 있다가 여학생들이 나타나면 성기를 꺼내 자위행위를 하기도 했다. 심지어 자기 아내가 교사로 근무하는 초등학교의 한 학생 집에 찾아가 학부모를 성추행하려다 실패하자, 다음에 다시 찾아가 여자아이를 추행하기도 했다.
충격적인 사실은 그 ‘바바리맨’이 초등학교 교사이고, 이전에도 강간미수혐의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는 것. 그는 고등학교 재직 시절 칼을 들고 여성 혼자 있는 집에 침입해 강간하려다 실패한 게 들통나 사표를 냈다가, 초등학교 임용시험을 봐 다시 교직으로 돌아왔다.
위 사례에서 보듯 교직사회는 온정주의 경향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이 만연해 있다. 교사의 성범죄에 관대한 탓에 주의, 경고가 대부분이고 해임이나 파면 같은 중징계는 미미하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실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09년 5월까지 교직원의 성범죄 124건 중 21건을 제외하고, 성범죄를 저지른 교직원이 현재도 모두 재직 중이다. 예를 들어 A학교 B교사는 수영장에서 10개월간 6명의 아동에게 총 10회에 걸쳐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위를 했다. 그는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불구속공판 처분을 받았지만, 교육청으로부터 정직 3개월을 받았을 뿐 여전히 재직하고 있다.
교장의 복무관리로 재발 막을 수 있나
성범죄를 저질렀음에도 피해자와 합의해 ‘공소권 없음’이라는 결론이 나와 교단으로 돌아온 경우도 전체 124건 중 29건에 달한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관계자는 “‘공소권 없음’을 이유로 징계하기는 어렵다. 정황상 혐의가 상당해도 이를 근거로 처리할 경우 이후의 법적 분쟁이 더 커질 뿐”이라고 말했다. C학교 D교사는 자기 집에 살고 있는 조카의 방에 들어가 강제로 침대에 눕히고 가슴을 만지는 등 강제추행을 했다. 하지만 합의를 한 D교사는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고 교육청으로부터 경고만 받은 뒤 다시 교편을 잡고 있다. 강제추행을 했다는 ‘정황적 혐의가 상당’하고 학생들을 상대로 재범의 우려가 있다고 해도 합의만 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성범죄 교사들이 철저한 재발방지교육도 받지 않은 채 바로 교단에 복귀한다는 점이다. 교과부 정종철 교직발전기획과장은 “성범죄 재발방지교육을 시도교육청에서 따로 하지 않고 해당 학교 교장에게 맡긴다. 그 대신 직장 내 성범죄 예방교육은 꾸준히 하고 있다. 성범죄 비위교사는 교장을 통해 복무관리를 한다”고 밝혔다. 다른 교사와 구분 없이 일상적인 교장의 복무관리만 받고 있다는 것. 한국성폭력상담소 최두나 활동가는 “전문적으로 가해자 상담교육을 받지 않은 교장이 가해자 교육을 맡기는 어렵다. 재범을 막으려면 가해자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 전문 상담기관에 맡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법원도 일침을 가했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은 3명의 여학생을 장기간에 걸쳐 12회나 성추행한 초등학교 김모 교사 사건에서 교사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교육청에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다음은 판결문의 일부다.
“전문가에 의한 정기적인 심층 인성검사나 면담 등을 통한 교원적격검사를 실시해 학생에 대한 성희롱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교사가 없는지 사전에 확인하고, 전문가가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교원에 대해서는 최소한 40시간 이상의 개인상담을 포함한 특별연수를 시행한 뒤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등의 방식으로 학생에 대한 성추행을 사전 방지할 효과적인 제도나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할 의무가 있다. 연간 2회에 걸쳐 1~2시간 강사를 초빙해 형식적으로 강연회를 개최했다는 사정만으로 상당한 주의를 다했다고 볼 수는 없다.”
이양의 사례에서 보듯 재범률이 높은 성범죄는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경우 제2, 제3의 범죄를 부른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성범죄의 경우 재범률이 70%에 이르고 성범죄자 중 30%는 동일 전과 5범 이상이다. 가벼운 처벌에 더해 재발방지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않은 교사의 성범죄 재범률도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2009년 11월 교과부는 ‘교원 책무성 제고를 위한 징계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교과부는 교사들의 미성년 성폭력은 비위, 과실 정도와 무관하게 중징계해 영구히 교단에서 추방하고, 교원 임용 시 성범죄 조회 대상 기간 제한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시행령을 법제 심사 중이다.
하지만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여전히 교편을 잡고 있는 교사에 대한 대책은 빠져 있다. 성범죄 교사를 교단에서 퇴출하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재발방지교육을 철저히 실시하거나 해당 교사를 따로 관리하는 등 재범 가능성을 미리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여기서 나온다.
이양의 죽음으로 재범률 높은 성범죄자를 제대로 관리 못했다는 비난이 거세다. 전과 2범인 김씨는 우범자 관리 매뉴얼에 들어 있지 않은 데다, 1997년에 저지른 어린이 성폭행 미수는 아동성범죄자 신상정보 열람에도 빠져 있다. 전자발찌 착용도 법이 시행된 2008년 9월 이전에 범죄를 저질러 해당하지 않았다. 안전망이 충분하다고 방심한 빈틈에서 이양은 억울하게 숨진 것이다.
교묘히 장기간 성폭력 행사할 가능성
성범죄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기는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교직이지만, 오히려 교직사회는 대표적인 성범죄 사각지대로 꼽힌다. 교사가 극단적인 살해 행각을 벌일 확률은 낮겠지만, 교묘히 장기간 성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높다. 광주·전남 해바라기센터 임수진 부소장도 “성폭력은 권력관계에서 나온다. 선생님과 학생의 권력관계는 일방적이다. 교사가 학생에게 ‘예뻐서 이런다’며 다가가면 학생은 적극적으로 저항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영희(가명)야, 없니?”
선캡을 쓴 50대 남성이 대문을 밀고 들어왔다. 그는 마루에서 혼자 놀던 일곱 살 여자아이가 ‘아’ 소리도 지르기 전에 반팔 티셔츠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머리를 때려 반항을 못하게 한 다음 여자아이의 팬티에 손을 넣어 추행했다. 그의 행각은 이것뿐이 아니다. 집에 어른 없이 아이 혼자 있는 것을 확인하면 즉시 범행을 저질렀다. 선캡을 쓴 채 집에 들어가 여덟 살 남자아이에게 누가 있느냐고 묻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남자아이가 “누나랑 있는데 누나는 화장실에 있다”고 대답하자 남자아이에게 이불 속에 들어가 있으라고 칼로 협박한 다음, 열한 살인 여자아이의 머리채를 잡아 안방으로 끌고 가서 성기를 여자아이의 입에 문지르고 팬티를 벗긴 다음 성추행했다.
일명 ‘바바리맨’으로 불린 그는 차를 이용해 한적한 곳으로 열입곱 살 여학생을 데려가 목 졸라 실신시킨 뒤 추행하거나, 인적 드문 골목길이나 굴다리 아래에 숨어 있다가 여학생들이 나타나면 성기를 꺼내 자위행위를 하기도 했다. 심지어 자기 아내가 교사로 근무하는 초등학교의 한 학생 집에 찾아가 학부모를 성추행하려다 실패하자, 다음에 다시 찾아가 여자아이를 추행하기도 했다.
충격적인 사실은 그 ‘바바리맨’이 초등학교 교사이고, 이전에도 강간미수혐의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는 것. 그는 고등학교 재직 시절 칼을 들고 여성 혼자 있는 집에 침입해 강간하려다 실패한 게 들통나 사표를 냈다가, 초등학교 임용시험을 봐 다시 교직으로 돌아왔다.
위 사례에서 보듯 교직사회는 온정주의 경향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이 만연해 있다. 교사의 성범죄에 관대한 탓에 주의, 경고가 대부분이고 해임이나 파면 같은 중징계는 미미하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실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09년 5월까지 교직원의 성범죄 124건 중 21건을 제외하고, 성범죄를 저지른 교직원이 현재도 모두 재직 중이다. 예를 들어 A학교 B교사는 수영장에서 10개월간 6명의 아동에게 총 10회에 걸쳐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위를 했다. 그는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불구속공판 처분을 받았지만, 교육청으로부터 정직 3개월을 받았을 뿐 여전히 재직하고 있다.
교장의 복무관리로 재발 막을 수 있나
성범죄를 저질렀음에도 피해자와 합의해 ‘공소권 없음’이라는 결론이 나와 교단으로 돌아온 경우도 전체 124건 중 29건에 달한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관계자는 “‘공소권 없음’을 이유로 징계하기는 어렵다. 정황상 혐의가 상당해도 이를 근거로 처리할 경우 이후의 법적 분쟁이 더 커질 뿐”이라고 말했다. C학교 D교사는 자기 집에 살고 있는 조카의 방에 들어가 강제로 침대에 눕히고 가슴을 만지는 등 강제추행을 했다. 하지만 합의를 한 D교사는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고 교육청으로부터 경고만 받은 뒤 다시 교편을 잡고 있다. 강제추행을 했다는 ‘정황적 혐의가 상당’하고 학생들을 상대로 재범의 우려가 있다고 해도 합의만 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성범죄 교사들이 철저한 재발방지교육도 받지 않은 채 바로 교단에 복귀한다는 점이다. 교과부 정종철 교직발전기획과장은 “성범죄 재발방지교육을 시도교육청에서 따로 하지 않고 해당 학교 교장에게 맡긴다. 그 대신 직장 내 성범죄 예방교육은 꾸준히 하고 있다. 성범죄 비위교사는 교장을 통해 복무관리를 한다”고 밝혔다. 다른 교사와 구분 없이 일상적인 교장의 복무관리만 받고 있다는 것. 한국성폭력상담소 최두나 활동가는 “전문적으로 가해자 상담교육을 받지 않은 교장이 가해자 교육을 맡기는 어렵다. 재범을 막으려면 가해자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 전문 상담기관에 맡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법원도 일침을 가했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은 3명의 여학생을 장기간에 걸쳐 12회나 성추행한 초등학교 김모 교사 사건에서 교사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교육청에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다음은 판결문의 일부다.
“전문가에 의한 정기적인 심층 인성검사나 면담 등을 통한 교원적격검사를 실시해 학생에 대한 성희롱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교사가 없는지 사전에 확인하고, 전문가가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교원에 대해서는 최소한 40시간 이상의 개인상담을 포함한 특별연수를 시행한 뒤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등의 방식으로 학생에 대한 성추행을 사전 방지할 효과적인 제도나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할 의무가 있다. 연간 2회에 걸쳐 1~2시간 강사를 초빙해 형식적으로 강연회를 개최했다는 사정만으로 상당한 주의를 다했다고 볼 수는 없다.”
이양의 사례에서 보듯 재범률이 높은 성범죄는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경우 제2, 제3의 범죄를 부른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성범죄의 경우 재범률이 70%에 이르고 성범죄자 중 30%는 동일 전과 5범 이상이다. 가벼운 처벌에 더해 재발방지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않은 교사의 성범죄 재범률도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2009년 11월 교과부는 ‘교원 책무성 제고를 위한 징계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교과부는 교사들의 미성년 성폭력은 비위, 과실 정도와 무관하게 중징계해 영구히 교단에서 추방하고, 교원 임용 시 성범죄 조회 대상 기간 제한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시행령을 법제 심사 중이다.
하지만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여전히 교편을 잡고 있는 교사에 대한 대책은 빠져 있다. 성범죄 교사를 교단에서 퇴출하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재발방지교육을 철저히 실시하거나 해당 교사를 따로 관리하는 등 재범 가능성을 미리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여기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