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260쪽/ 1만 3000원
신자유주의는 앞으로 과거와 같은 위세를 회복하기 어려울 듯하다. 지금도 지난 2월 그리스에서 벌어진 국가 부도위기와 같은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신자유주의의 근본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시장만능 신화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으면서 대자본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지금 한국인은 시장과 국가의 협공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시장만능주의의 최대 폐해는 양극화다. 소득, 소비, 교육 등 사회 전반의 양극화는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불러오고 있다.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소득격차가 갈수록 벌어져 많은 젊은이가 일자리 자체를 포기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권력을 잡고자 할 때는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던 사람들이 권력을 잡은 뒤에는 모든 것을 개인의 능력 탓으로 돌려 수많은 사람이 심리적 갈등을 겪는다.
2008년 ‘자기 치유’에 급급하던 개인은 2009년에는 다방면의 ‘소통’을 기대하면서 시장근본주의와 한없이 추락하기만 하는 개인의 삶에 대한 대안을 동시에 추구했다. 하지만 늘 소통을 입에 달고 있기는 하나 사실상 독주를 일삼는 정치권력에 대한 기대를 접은 개인은 스스로의 변화에 마지막 기대를 걸기 시작했다.
그들은 21세기 들어서면서 자신을 변화시키기만 하면 성장의 에스컬레이터를 탈 수 있다고 속삭이는 서양의 자기계발서를 열심히 읽었다. 하지만 그런 책의 대부분은 마약이나 진정제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판명 났다. 서양의 리더십 자체가 한계에 부닥쳤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제 개인은 스스로의 변화를 통해 세상을 이겨낼 지혜를 찾아야 한다.
그런 그들이 동양의 사고방식과 정신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동양의 고전은 개인과 가정, 국가와 세계를 연결하는 사고를 강조하면서 특히 개인이 갖출 덕목을 강조해왔다. 사마천(司馬遷)이 남긴 위대한 역사서이자 영원한 고전인 ‘사기(史記)’는 그런 지혜를 가장 많이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스스로 세상을 구하겠다는 아이디어가 난무하던 ‘백화제방(百花齊放)’의 시대에 식객은 괜찮은 ‘꽃(아이디어)’ 하나만 갖고도 제왕의 마음을 얻은 재상이 돼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다.
1년에 8만 명 이상 배출되는 석·박사가 사실상 준(準)실업자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지금의 사회 분위기는 춘추전국시대와 닮아 있다. 지금도 개인은 인터넷 등에 어떤 방식으로라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내놓기만 하면 하루아침에 글로벌 스타에 등극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이런 기회가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무용지물과 마찬가지지만 양극화의 구조가 고착화되는 현실에서는 학력, 자본, 인맥 등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자신을 세상에 포지셔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라고 볼 수 있다.
‘성찰’은 바로 그런 사람이 갖춰야 할 최우선 덕목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사기’를 20년 동안이나 연구하면서 ‘사기’ 관련 저작물을 가장 많이 써낸 저자는 그 덕목을 ‘성찰’로 꼽았다. 스스로 살펴서 사람과 조직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만이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수천 년의 역사를 거치면서도 변하지 않는 지혜라 할 수 있다. 아니, 휴대전화로 모든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가능해진 지금 시대에는 그 가치가 더욱 발현되고 있다.
책은 리더, 말, 인간과 사물, 소통, 실패, 가치, 관계 등 7개의 관점에서 다룬 32꼭지 글을 통해 성찰의 방법론을 알려주고 있다. 글마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우화(寓話)가 등장한다. 촌철살인의 비유와 은유가 넘치는 우화에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개인이 세상을 이겨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지혜가 담겨 있다. 이들 우화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고사, 격언과도 연결돼 있어 성찰의 진정한 의미와 방법론을 확인해볼 수 있다.
글의 마지막에는 저자의 명쾌한 해석을 붙여 독자의 사유를 돕고 있어 오늘날 리더가 갖춰야 할 지혜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깨치게 했다. 올해 최대의 출판 키워드로 떠오르는 ‘성찰’을 다룬 이 책은 인문경영을 꿈꾸는 개인이나 조직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