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유명 맛집의 절정기 때 설렁탕.
성실과 근면으로 성공을 일구며 변치 않는 맛과 겸손함으로 든든한 단골을 다수 확보한 선대와 달리 후대는 고생을 덜해서인지, 애착이 덜하기 때문인지 ‘합리화’라는 명목으로 조리법을 바꾸고 값싼 재료를 쓰기도 한다. 겉치장에 신경을 쓰면서 메뉴를 늘리고 프랜차이즈 사업에 몰두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단골이 떨어지고 예전의 인기와 명성은 퇴색할 수밖에 없다. 2세의 욕심이 선대의 업적을 망가뜨리는 것이라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그 대표적인 업소 가운데 하나가 필자도 즐겨 찾던 을지로의 유명 설렁탕집이다. 푸짐한 고기와 진한 국물로 큰 만족감을 줘 주위에도 적극 추천했는데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더니 값이 오르고 맛도 확연히 예전만 못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TV의 식당 위생 고발프로그램에 주방의 극악한 불결함으로 등장하는 바람에 아예 발을 끊고 말았다. 위생 문제는 고치면 되는 것 아니냐 할 수도 있지만 이전까지 먹었던 더러운 음식에 대한 억울함을 보상받을 길이 없기에 청결해진다 해도 다시 갈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런데 1년 후 TV의 소비자 불만 고발프로그램에 이 집이 다시 등장했다. 이번에는 한우라며 써온 고기가 가짜라는 내용이었다. 방송 인터뷰에 나온 업주는 주인아주머니가 아닌 그의 아들이었는데 이런 변명을 하는 게 아닌가.
“한우를 쓰려고는 했지만 도저히 구할 수 없었어요.” 이 설렁탕집은 부모가 이룬 피땀 어린 성과를 아들의 욕심이 날려버린 대표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을 알면서도 계속 들락거리는 이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것인지 여간 궁금한 게 아니다. 먹을 수만 있다면 뭐든 먹는 건 짐승이다. 사람이라면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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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ndown은 높은 조회 수와 신뢰도로 유명한 ‘건다운의 식유기’를 운영하는 ‘깐깐한’ 음식 전문 블로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