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을 차야지, 킥(kick)! 킥! 손은 뭐 하는 건가요, 얼른 패들링을 하셔야죠!”
바위가 눈앞에 나타날 때마다 강사의 긴박감 넘치는 목소리는 두 배로 커진다. 여기는 강원도 인제군 내린천. 수려한 미산계곡을 유유히 흐르는 물에서 팔과 발을 첨벙거린다. 뭐 하는 것이냐고? 새로운 레포츠로 떠오른 리버버깅(Riverbugging)을 하는 중이다. 얼마 전만 해도 내린천이라고 하면 래프팅이 자동으로 떠올랐지만, 요즘은 리버버깅 이야기가 더 자주 나온다. 기획사가 공들여 키운 아이돌처럼 내린천이 새로 만들어 선보인 스타라고나 할까. 한번 그 맛을 알게 되면, 직장이고 뭐고 상관없이 빠져든다.
혼자 급류를 즐기는 리버버깅
리버버깅은 한마디로 급류를 즐기는 스포츠다. 1990년대 말 레포츠의 천국 뉴질랜드에서 처음 만들어진 스포츠로, 래프팅과는 형제간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점은 래프팅이 여럿이 함께 급류를 헤쳐나간다면 리버버깅은 혼자 급류를 탄다는 것이다. 래프팅을 생각하다 리버버깅을 해보려 하니, 묻어가던 인생에서 홀로 남은 인생이 된 듯한 기분이다.
리버버깅과 비교되는 또 다른 레포츠는 카약이다. 카약도 혼자 급류를 타는 레포츠다. 리버버깅이 카약과 다른 점은 물 접촉면이 넓어서 배가 잘 뒤집히지 않고, 노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꽤 오랜 시간 배워야 하는 카약과 달리 30분 정도만 배우면 초보자도 바로 급류에 뛰어들 수 있다.
그런데 초보자가 혼자 급류를 타면 위험하지 않을까? 이런 의문을 해소해주는 것이 리버버깅 장비다. 모두 7가지인데 반 이상이 안전을 지켜주기 위한 것이다. 먼저 스쿠버다이빙을 할 때와 비슷하게 두께 5mm의 스윔슈트를 입고 아쿠아슈즈를 신어야 한다. 여기에 머리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용 헬멧과 어떤 물에서도 뜰 수 있는 구명조끼를 착용한다.
그리고 물갈퀴가 달린 장갑과 리버버깅용 짧은 오리발, 앞이 파인 U자형 1인용 고무보트인 리버버그가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장비인 버그는 무게 7kg, 길이 160cm의 공기주입식 급류 보트. 분해가 가능해서 가방에 넣고 다니다 급류를 만나면 어디에서든 즐길 수 있다. 리버버깅에서는 손과 발이 카약에서의 패들 구실을 한다. 급류를 타거나 방향을 전환할 때는 손을 힘차게 젓고 발을 자주 키킹해야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리버버깅을 할 때 주의할 점은 허리를 꼿꼿이 세워야 한다는 점. 허리가 자꾸 뒤로 넘어가려 하는데, 그러면 물속에 빠질 확률이 높아진다.
하얀 포말 사이로 포르르 올라오는 아찔함
내린천 미산계곡 5km 구간은 국내에서 리버버깅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미산계곡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4시쯤. 도착하자마자 장비를 받아들고 버그에 바람을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각자 자기의 버그를 들고 강으로 내려갔다. 뒤에서 바라보니 왜 리버버깅이라 이름 붙였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장비를 등에 메고 이동하는 모습이 벌레처럼 보였던 것이다.
버그를 가지고 물속으로 풍덩. 찜통 같은 더위에서 일단 해방이다. 가장 먼저 배운 것은 버그가 뒤집어졌을 때 탈출하는 법. 강사는 탈출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버그를 탈 수 없다고 겁을 줬다. 버그가 뒤집어졌을 때 겁을 먹고 탈출하지 못하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7kg이나 되는 버그에 올라탔다 뒤집어졌다를 몇 번 반복하니, 출발하기도 전에 힘이 빠졌다.
이어 배운 것은 방향 바꾸는 방법. 장갑 낀 손을 물속에 넣고 휘휘 저어 방향을 전환한다. 빨리 이동하고 싶을 때는 버그의 머리를 이동하려는 방향으로 돌려놓고 오리발을 키킹한다. 여기에 손까지 뒤로 저어주면 가속도가 붙는다. 몇 번씩 방향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며 연습해보았지만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실전으로 들어가니 숨이 가빠지면서 정신이 아득해졌다. 방향 전환을 위해 팔을 돌렸지만 반대쪽으로만 돌고 킥은 하지 말아야 할 때 하는 바람에 대열에서 자꾸 멀어졌다.
어쩜 이렇게 몸과 생각이 따로 움직일 수 있을까. 사진으로 볼 때는 급류에 몸을 실으면 마치 바람에 실려가는 나비처럼 쉽게 내려갈 것 같더니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특히 바닥 곳곳에 숨어 있는 바위라는 복병들 때문에 제대로 급류타기가 이어지지 않았다. 운동량이 부족한 탓에 허벅지는 터질 것만 같았고 팔뚝도 쑤셨다.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그렇게 겨우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2km를 흘러내려와 초·중급 코스 마지막 지점에 도착했다. 강사가 힘든 사람은 빠져도 좋다고 했다. 이쯤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은근 오기가 생겼다. 그리고 이제 살짝 급류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드는데 여기에서 포기할 수는 없다 싶었다. 다시 출발!
초급 코스보다 중급 코스로 넘어오면서 오히려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버그가 뒤집어지면 일어나면 되고, 물도 깨끗한데 좀 먹으면 어떠랴 생각하니 급류가 그다지 두렵지 않았다. 패들링과 키킹 때문에 힘들었던 팔과 다리도 잠깐 하늘을 바라보며 쉬고 나니 괜찮아진 듯했다. 하얀 포말이 눈앞에서 생동감 넘치는 무대를 펼쳤다가 사라지기를 여러 번. 이제야 급류타기가 뭔지 감이 오면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아름다운 장면들이 오버랩되기 시작했다.
균형감각과 끝까지 하는 것, 인생의 진리
미산계곡의 리버버깅 코스는 총 5.5km. 잠시 포기할까 고민했던 2km 지점부터 경사가 심하고 급류가 흐르는 3.5km 구간이 이어진다. 이 구간의 급류 지점은 모두 13곳으로, 그중에서도 마지막 3곳의 급류에서 가장 짜릿한 리버버깅을 즐길 수 있다. 그만큼 위험하기도 해서, 강사와 리버버깅을 즐기는 사람 모두 신경을 곤두세우는 곳이기도 하다. 빨리 방향을 바꾸지 못하면 버그가 바로 뒤집힐 뿐 아니라 물소리도 거칠어 자신도 모르게 겁을 먹게 된다.
마지막 급류를 앞에 두고 숨을 크게 한번 내쉬었다. ‘한번 잘 해보자’ 마음을 먹고 급류를 헤치며 내려갔다. 소용돌이 속에서 360도 회전도 하고 아슬아슬하게 바위를 피해 충돌을 면하기도 했다. 버그가 뒤집어질 지경까지 가기도 하고 물이 얼굴을 뒤덮기도 했다. 그렇게 격한 급류를 혼자 힘으로 헤치고 종점에 도착한 순간, 다시 한 번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혼자 힘으로 저 급류를 헤쳐나왔다는 뿌듯함이 머릿속을 꽉 채웠다. 여기에 하나 더하자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했다는 자부심. 역시 스포츠도 인생도 여행도 모든 진리는 연결돼 있는 법이다. 중간에 빠지고 싶은 마음이 수도 없이 들었는데도 끝까지 달려온 것처럼, 2009년의 남은 시간도 포기하지 않고 달려보리라 마음을 다잡는다.
바위가 눈앞에 나타날 때마다 강사의 긴박감 넘치는 목소리는 두 배로 커진다. 여기는 강원도 인제군 내린천. 수려한 미산계곡을 유유히 흐르는 물에서 팔과 발을 첨벙거린다. 뭐 하는 것이냐고? 새로운 레포츠로 떠오른 리버버깅(Riverbugging)을 하는 중이다. 얼마 전만 해도 내린천이라고 하면 래프팅이 자동으로 떠올랐지만, 요즘은 리버버깅 이야기가 더 자주 나온다. 기획사가 공들여 키운 아이돌처럼 내린천이 새로 만들어 선보인 스타라고나 할까. 한번 그 맛을 알게 되면, 직장이고 뭐고 상관없이 빠져든다.
혼자 급류를 즐기는 리버버깅
리버버깅은 한마디로 급류를 즐기는 스포츠다. 1990년대 말 레포츠의 천국 뉴질랜드에서 처음 만들어진 스포츠로, 래프팅과는 형제간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점은 래프팅이 여럿이 함께 급류를 헤쳐나간다면 리버버깅은 혼자 급류를 탄다는 것이다. 래프팅을 생각하다 리버버깅을 해보려 하니, 묻어가던 인생에서 홀로 남은 인생이 된 듯한 기분이다.
리버버깅과 비교되는 또 다른 레포츠는 카약이다. 카약도 혼자 급류를 타는 레포츠다. 리버버깅이 카약과 다른 점은 물 접촉면이 넓어서 배가 잘 뒤집히지 않고, 노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꽤 오랜 시간 배워야 하는 카약과 달리 30분 정도만 배우면 초보자도 바로 급류에 뛰어들 수 있다.
그런데 초보자가 혼자 급류를 타면 위험하지 않을까? 이런 의문을 해소해주는 것이 리버버깅 장비다. 모두 7가지인데 반 이상이 안전을 지켜주기 위한 것이다. 먼저 스쿠버다이빙을 할 때와 비슷하게 두께 5mm의 스윔슈트를 입고 아쿠아슈즈를 신어야 한다. 여기에 머리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용 헬멧과 어떤 물에서도 뜰 수 있는 구명조끼를 착용한다.
그리고 물갈퀴가 달린 장갑과 리버버깅용 짧은 오리발, 앞이 파인 U자형 1인용 고무보트인 리버버그가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장비인 버그는 무게 7kg, 길이 160cm의 공기주입식 급류 보트. 분해가 가능해서 가방에 넣고 다니다 급류를 만나면 어디에서든 즐길 수 있다. 리버버깅에서는 손과 발이 카약에서의 패들 구실을 한다. 급류를 타거나 방향을 전환할 때는 손을 힘차게 젓고 발을 자주 키킹해야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리버버깅을 할 때 주의할 점은 허리를 꼿꼿이 세워야 한다는 점. 허리가 자꾸 뒤로 넘어가려 하는데, 그러면 물속에 빠질 확률이 높아진다.
하얀 포말 사이로 포르르 올라오는 아찔함
<B>1</B> 내린천 상류까지 이동하기 위해 타는 빨간 버스. <B>2</B> 리버버깅에 사용하는 장갑. <B>3</B> 리버버깅을 하러 하천으로 내려가고 있다. <B>4</B> 리버버깅에 나서기 전 몸풀기.
버그를 가지고 물속으로 풍덩. 찜통 같은 더위에서 일단 해방이다. 가장 먼저 배운 것은 버그가 뒤집어졌을 때 탈출하는 법. 강사는 탈출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버그를 탈 수 없다고 겁을 줬다. 버그가 뒤집어졌을 때 겁을 먹고 탈출하지 못하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7kg이나 되는 버그에 올라탔다 뒤집어졌다를 몇 번 반복하니, 출발하기도 전에 힘이 빠졌다.
이어 배운 것은 방향 바꾸는 방법. 장갑 낀 손을 물속에 넣고 휘휘 저어 방향을 전환한다. 빨리 이동하고 싶을 때는 버그의 머리를 이동하려는 방향으로 돌려놓고 오리발을 키킹한다. 여기에 손까지 뒤로 저어주면 가속도가 붙는다. 몇 번씩 방향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며 연습해보았지만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실전으로 들어가니 숨이 가빠지면서 정신이 아득해졌다. 방향 전환을 위해 팔을 돌렸지만 반대쪽으로만 돌고 킥은 하지 말아야 할 때 하는 바람에 대열에서 자꾸 멀어졌다.
어쩜 이렇게 몸과 생각이 따로 움직일 수 있을까. 사진으로 볼 때는 급류에 몸을 실으면 마치 바람에 실려가는 나비처럼 쉽게 내려갈 것 같더니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특히 바닥 곳곳에 숨어 있는 바위라는 복병들 때문에 제대로 급류타기가 이어지지 않았다. 운동량이 부족한 탓에 허벅지는 터질 것만 같았고 팔뚝도 쑤셨다.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그렇게 겨우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2km를 흘러내려와 초·중급 코스 마지막 지점에 도착했다. 강사가 힘든 사람은 빠져도 좋다고 했다. 이쯤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은근 오기가 생겼다. 그리고 이제 살짝 급류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드는데 여기에서 포기할 수는 없다 싶었다. 다시 출발!
초급 코스보다 중급 코스로 넘어오면서 오히려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버그가 뒤집어지면 일어나면 되고, 물도 깨끗한데 좀 먹으면 어떠랴 생각하니 급류가 그다지 두렵지 않았다. 패들링과 키킹 때문에 힘들었던 팔과 다리도 잠깐 하늘을 바라보며 쉬고 나니 괜찮아진 듯했다. 하얀 포말이 눈앞에서 생동감 넘치는 무대를 펼쳤다가 사라지기를 여러 번. 이제야 급류타기가 뭔지 감이 오면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아름다운 장면들이 오버랩되기 시작했다.
균형감각과 끝까지 하는 것, 인생의 진리
미산계곡의 리버버깅 코스는 총 5.5km. 잠시 포기할까 고민했던 2km 지점부터 경사가 심하고 급류가 흐르는 3.5km 구간이 이어진다. 이 구간의 급류 지점은 모두 13곳으로, 그중에서도 마지막 3곳의 급류에서 가장 짜릿한 리버버깅을 즐길 수 있다. 그만큼 위험하기도 해서, 강사와 리버버깅을 즐기는 사람 모두 신경을 곤두세우는 곳이기도 하다. 빨리 방향을 바꾸지 못하면 버그가 바로 뒤집힐 뿐 아니라 물소리도 거칠어 자신도 모르게 겁을 먹게 된다.
마지막 급류를 앞에 두고 숨을 크게 한번 내쉬었다. ‘한번 잘 해보자’ 마음을 먹고 급류를 헤치며 내려갔다. 소용돌이 속에서 360도 회전도 하고 아슬아슬하게 바위를 피해 충돌을 면하기도 했다. 버그가 뒤집어질 지경까지 가기도 하고 물이 얼굴을 뒤덮기도 했다. 그렇게 격한 급류를 혼자 힘으로 헤치고 종점에 도착한 순간, 다시 한 번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혼자 힘으로 저 급류를 헤쳐나왔다는 뿌듯함이 머릿속을 꽉 채웠다. 여기에 하나 더하자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했다는 자부심. 역시 스포츠도 인생도 여행도 모든 진리는 연결돼 있는 법이다. 중간에 빠지고 싶은 마음이 수도 없이 들었는데도 끝까지 달려온 것처럼, 2009년의 남은 시간도 포기하지 않고 달려보리라 마음을 다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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