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검찰은 박 회장과 노 전 대통령 가족 및 친인척, 측근들 사이에 오간 괴자금의 흐름을 밝혀낸 터라 자신감이 넘칩니다. 박 회장의 돈이 노 전 대통령의 몫이라는 데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지만, 누가 그 속을 모를까요.
대검찰청의 한 관계자가 빙빙 돌려서 말하더군요. “이번 수사는 한국과 베네수엘라의 WBC 4강전을 보는 것 같다”고요. 그들이 보기엔 ‘게임’은 일찌감치 끝났다는 거죠. 검찰은 이처럼 ‘대승’을 낙관하는 분위기지만, 다른 한쪽에서 보면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습니다.
노 전 대통령 소환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도 여병말마(兵?馬·병장기를 갈고 말을 먹여 전쟁 준비를 완벽하게 마침)의 비장한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중앙수사부 수사팀 관계자에게선 노 전 대통령 수사에 관한 어떠한 정보도 유출하지 않는다는 각서까지 받아놨다고 합니다.
뿐만 아닙니다. 범죄정보 수집을 담당하는 수사관들에겐 ‘다른 사건 정보는 필요 없고 권양숙 여사가 받은 100만 달러와 관련한 정보만 수집해 보고하라’는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수사관들은 중앙수사부의 수사 정보에 접근이 일절 불허되는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盧 수사’에 대한 자신감 뒤에 숨은 ‘盧심초사’라고나 할까요. 4월23일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회갑을 맞아 대통령 부부에게 1억원짜리 시계를 한 개씩 건넸다는 기사를 보고 정보 유출자에게 대노했다고 합니다. 분명 검찰 관계자일 텐데 ‘형편없는 빨대’로까지 격하시켰습니다. 이번 수사로 노 전 대통령이 크게 다쳤지만, 검찰도 상당한 후유증을 겪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