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상처한 남편이 노인이 될 때까지 아내의 무덤에 찾아와 하소연을 늘어놓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연극 ‘민들레 바람 되어’.
내용을 보면, 마치 셸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 아이가 노인이 될 때까지 드문드문 찾아와 나무에게 일방적인 도움을 받듯, 일찍 상처한 남편이 조금씩 나이 든 모습으로 죽은 아내의 무덤에 와서 여러 가지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극의 말미에 남편은 늙고 지친 모습으로 아내의 무덤에 찾아오는데, 그는 재혼한 아내가 떠나고 딸마저 결혼해버리자 외로움을 호소한다. 그러고는 어머니 품에 안긴 듯 아내의 무덤에 몸을 누이고 위안을 얻는다.
안타까운 것은 이 작품이 긴장감의 묘미를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의 대화가 설득력 없이 엇갈린다. 그리고 주인공 부부의 가장 큰 갈등이라는 것이 아내가 남기고 간 딸이 자신의 아이가 아님이 밝혀지는 것인데, 여기서는 진부한 ‘막장 드라마’의 포스를 느끼게 한다.
연기파 배우인 조재현 안내상 정웅인(왼쪽부터)이 주인공 역을 번갈아 맡으며 색깔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그러나 전 인생을 아우르는 이야기임에도 깊이가 부족하고 피상적이어서 큰 감동으로 이어지기는 힘겨워 보인다. 사운드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는데, ‘꽃밭에서’가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올 때는 노래방 반주를 듣는 듯했다. 조재현과 더불어 할머니 역으로 출연한 이지하의 감초 연기가 돋보인 반면 아내 역의 이승민은 꽃처럼 예쁜 외모에 비해 연기, 대사, 발성이 무르익지 않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02-766-6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