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에서도 한국인을 쉽게 만나는 곳이 ‘모마(MoMA)’라는 애칭을 가진 뉴욕 현대미술관이죠. 특히 좌우 등 뒤에서 한국말을 듣게 되는 곳이 ‘모마디자인스토어’인데요, 예쁜 것 앞에서 쓰러진 쇼퍼홀릭이 잔뜩 쌓여 있죠.
‘모마’에선 늘 세련되고, 익숙한 주제를 다룬 기획전이 열립니다. 미술관 설립의 아이디어가 디자인에 있기 때문이죠. ‘조르지오 아르마니’라든지 ‘할리 데이비슨’ 같은 전시가 열리면, 상업 디자인에 빛나는 아우라가 생겨나고, 대중은 미술과 디자인에 큰 관심을 갖게 됩니다. 모마는 그래서 상업적인 미국 디자인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받습니다.
1939년 모마 미술관 로비의 ‘매점’에서 시작한 모마디자인스토어는 오늘날 뉴욕과 도쿄에 별도의 매장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간혹 뉴욕 소호 ‘모마디자인스토어’만 다녀와서 미술관 관람했다고 우기는 사람도 있어요. 모마디자인스토어에 가면 ‘역시 세계 최고의 디자인은 달라’라는 감탄과 ‘21세기는 디자인의 시대라고 부르짖는 한국 디자이너들-매년 신규 배출자만 3만5000명-은 잠이 오나’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올해 2월 모마디자인스토어에 35개 코리안 디자이너(혹은 디자인회사)의 75개 작품이 진출했다는 소식입니다. 확인해보세요. 서울 광화문과 명동, 양재동에 있는 현대카드 파이낸스숍에서 ‘실물’을 전시하고 있고요, 모마 온라인을 통해서 쇼핑할 수 있어요. 모마디자인스토어는 2005년부터 ‘데스티네이션 : 디자인(Destination : Design)’이란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주요 도시의 신예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있는데, 핀란드 일본 등에 이어 대한민국 서울이 ‘데스티네이션’이 된 거죠. 디자인에 좀 관심 있다는 사람들은 일찍이 진가를 알아본 ‘세컨드호텔’의 제품이 여럿 있어요. 숟가락과 오프너를 결합한 ‘스푸너(spooner)’, 업그레이드된 ‘花to’, 쓰레기봉투를 금빛 소재로 바꾼 ‘골드백’ 등. 제가 곧바로 쇼핑백에 쓸어 담았을 제품들이죠. 뉴욕에 다녀온 세컨드호텔의 국종훈 대표 겸 디렉터는 “한국 사람들은 그냥 씩 미소짓는 것, 외국 사람들은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가질 만한 것들”이라더군요.
소주도 숟가락으로 ‘까야’ 더 맛있다고 생각하는 우리 한국 사람들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디자인을 생각해내겠어요? 멸종 위기에 처한 고릴라를 재활용 천으로 만든 ‘릴라씨’(위)는 세계의 보편적 감성에 호소하고요. 모마의 ‘데스티네이션’ 프로젝트를 실현한 현대카드란 회사는 최고경영자가 디자인에 올인하면 많은 것을 이뤄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