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나라’의 송일국.
약속한 듯 손을 잡고 빅매치를 선언한 이들은 하반기 방송 예정인 드라마의 주인공들. 이들이 출연할 드라마는 적게는 75억원에서 많게는 250억원에 이르는 제작비가 투입되는 대작이다.
이중 가장 제작비가 큰 작품은 송승헌 주연의 MBC 월화극 ‘에덴의 동쪽’(극본 나연숙·연출 김진만). 8월에 50부작으로 방송을 시작하는 이 드라마는 회당 제작비만 3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세트 제작 등 미술비 90억원을 더해 총제작비 25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9월 KBS 2TV를 통해 방송될 송일국 주연작 ‘바람의 나라’(극본 최완규·연출 강일수)도 200억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된다. 역시 9월 방송하는 박신양 주연의 SBS ‘바람의 화원’(극본 이은영·연출 장태유)은 미술비와 오픈세트 건립비를 포함해 총 75억원이 투입되는 20부작 미니시리즈. 편수가 비교적 적어 전체 제작비는 적지만 회당 평균 제작비는 4억원에 육박한다.
그런가 하면 6월17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김래원 주연의 SBS 월화극 ‘식객’(극본 최완규·연출 최종수)은 총 140억원을 쏟아부은 기대작이다. 음식을 소재로 택했고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는 촬영 일정 탓에 제작비가 수직 상승했다.
한류스타들의 맞대결과 대작의 홍수는 안방극장의 볼거리를 풍요롭게 만들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더불어 네 명의 스타는 자신의 주연작을 통해 한류의 흐름을 변화시킬 조짐까지 보여 방송가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즉, 지금까지 스타에 의존했던 한류가 이들 드라마를 계기로 ‘스타 중심’에서 ‘소재 중심’으로 변화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방송가에서는 ‘스타의 시대를 뛰어넘어 소재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송승헌·박신양·김래원 등 출연 … 방영 전 벌써 해외 판매
이들 드라마는 방영 혹은 제작이 되기 전에 해외에서 먼저 판매됐다는 점에서도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덕분에 소강 상태를 보이던 한류의 ‘재점화’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영만 화백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여 한국요리에 얽힌 이야기를 그리는 ‘식객’은 방영도 되기 전 아시아 7개국에 판매됐다. 일본 싱가포르 필리핀 홍콩 말레이시아 등 지역 판매가만 50억원에 이른다. DVD 판매와 케이블채널 방영권, 미주 지역과 요르단, 터키 등에 대한 판매 계약이 진척돼 50억원 안팎의 추가 수입도 예상된다. ‘식객’ 총제작비 140억원 중 초기투자 금액은 20억원일 뿐이고 나머지는 해외 선판매로 충당했을 정도다.
‘에덴의 동쪽’도 비슷한 상황이다. 촬영을 시작하기 전 일본 후지TV에 50억원에 판매됐다. 편당 1억원에 팔리며 가치를 인정받은 이유는 송승헌의 스타성에 더해 1960년대부터 90년대에 이르는 시대극이란 장르적 특징이 일본 드라마 관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에덴의 동쪽’ 제작 관계자는 “최근 여러 편의 한국 드라마를 수입했지만 재미를 보지 못한 일본 바이어들이 ‘겨울연가’에 담긴 한국적인 정서를 시대극에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몽’ ‘태왕사신기’ 등 한국 사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구매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과 김홍도의 이야기를 다룬 ‘바람의 화원’ 역시 한국적 소재 덕분에 일본과 대만의 5개 방송사에서 일찌감치 러브콜을 받았다.
스타 중심에서 스타와 한국적 소재가 함께 담긴 드라마의 등장은 한류의 새 방향을 터줄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