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용 과장의 결심
“로스쿨? 나도 가능할까?”
직장생활 10년차에 세 살 된 딸을 두고 있는 세별물산 자재부 용만호(37) 과장은 어느 주간지의 로스쿨 관련 기사를 읽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회사생활을 해왔고 어느 정도 인정도 받고 있었지만, 전문직에 종사하는 친구들을 만나면 왠지 모를 부러움에 사로잡히던 그였다.
기사를 접한 이후 용 과장의 머릿속은 온통 로스쿨 도전에 대한 고민으로 꽉 찼다. ‘이제 와서 다시 공부를 시작할 수 있을까?’ ‘만약 실패하면 어떡하지?’ ‘비용이 엄청나다던데 괜찮을까?’ ‘아내는 뭐라고 할까?’ 등 당장 로스쿨 도전을 결심하기엔 많은 망설임이 있었지만, ‘로스쿨’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설렘을 그는 잊을 수가 없다. 그 설렘은 전문직의 꿈과 안정된 미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 거리로 뛰쳐나왔던 젊은 날의 열정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래, 결심했어! 난 로스쿨에 갈 테야!”
며칠간 밤잠을 설치며 고민하던 용 과장은 드디어 마음을 정했다. 로스쿨 도전은 마치 그의 숙명인 것만 같았다. 다시 20대 때의 열정이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이제 더 이상 아내에게 뭐라고 말할지 따위는 걱정되지 않았다.
‘그럼 이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나?’ 일단 마음은 정했지만, 그는 로스쿨에 가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학원을 알아봐야겠군.’ 소싯적 고시공부를 한답시고 잠시 고시학원 주변을 기웃거리던 때가 생각났다. 2~3일에 걸쳐 그는 각종 로스쿨 입시 학원들의 광고지를 수집하고, 관련 신문들의 기사와 광고를 스크랩했다. 그리고 그는 드디어 방법을 찾아냈다.
“로스쿨계의 서태지! 강남 조 선생을 찾아가자!”
2 강남 조 선생과의 첫 만남
5년여 만에 찾아온 강남역. ‘많이 변했구나.’ 대학시절 강남에 사는 부잣집 따님과의 데이트로 한 달 용돈을 홀랑 날린 기억부터 촌스러운 옷을 입고 나이트클럽에 놀러 갔다가 문전박대 당한 기억까지, 강남역에 대한 그의 기억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그랬던 강남역 주변에 지금은 로스쿨 입시 학원이 잔뜩 들어와 있다. ‘고시학원들은 신림동에 있었는데….’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강남역과 친해져야겠다고 마음먹으며, 강남 조 선생을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드디어 용 과장은 강남 조 선생이 있는 H학원에 도착했다.
“저기, 강남 조 선생님 계십니까?”
그때 큰 키에 찬연히 빛나는 눈동자를 가졌으나 아직 시골티를 벗지 못한 한 남자가 나타났다.
“나를 찾아왔는가?”
“아, 강남 조 선생님이시군요! 이렇게 찾아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세별물산에서 일하고 있는 용만호 과장이라고 합니다. 로스쿨에 가고 싶습니다. 제게 가르침을 주십시오!”
3 강남 조 선생의 제안
“그래, 로스쿨 입시에 대해서는 좀 알고 있는가?”
“법학적성시험(LEET)이라는 것을 봐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지. 잘 알고 있구먼. 그리고 그 밖에도 공인 영어시험 점수, 학부 학점, 사회봉사활동 경력 등을 갖춰야 하며 각 로스쿨별 심층면접을 통과해야 하네. 매우 까다로운 과정이지. 그중 역시 가장 중요한 건 LEET일 게야. LEET는 로스쿨에 들어가기 위한 ‘수능시험’ 같은 것이지. 하지만 자네처럼 오래전에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한 경우엔 LEET 같은 적성시험의 문제 유형은 무척 낯설게 느껴질 것이네.”
“역시 저와 같은 직장인에게 로스쿨은 무리인가요?”
“아니야, 그렇진 않네. 오히려 그간의 사회경험이 로스쿨 입시에 도움이 되는 점도 많을 거야.”
“다행이군요. 그럼 이제 무엇부터 공부해야 하나요? 앞으로 많은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흐음, 근데 나는 아무나 가르치는 그저 그런 학원 강사가 아니라네. 난 무너진 공교육을 대신해 훌륭한 법조인이 될 가능성 있는 인재를 발굴하고, 그를 무사히 로스쿨로 인도하는 이른바 ‘사교육 정상화의 선봉장’이라고나 할까? 냉철한 지성과 시대정신으로 무장하여 이 땅의 교육을 위해….”
“그럼 어떻게 해야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지요?”
“음, 아직 멋진 말이 많이 남았는데…. 아무튼 내게 그리 가르침을 받고 싶다면, 자네에게 퀴즈를 하나 내보겠네. 이걸 맞힌다면 내 모든 열과 성을 다해 자네를 로스쿨로 인도하겠네.”
“퀴즈요? 자신은 없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제게 퀴즈를 내주십시오!”
강남 조 선생이 낸 퀴즈를 풀기 위해 용 과장은 생각에 잠겼다. ‘나도 어릴 땐 공부 잘한다는 소리 많이 들었는데…. 그래, 잘 생각해보자. 김 대리는 안 마셨다고 하고, 이 대리도 그렇고, 박 대리는 자기 입으로 마셨다고 하고, 근데 거짓말은 한 사람만 했고….’ 잠시의 시간이 흘렀다.
“아! 이 대리와 박 대리가 술을 마셨군요!”
“호오, 그래? 그 두 사람이 술을 마셨다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일단 김 대리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당연히 술을 안 마셨겠지요. 그리고 이 대리와 박 대리는, 둘 중에 한 사람은 참말을 하고 다른 한 사람은 거짓말을 했어요. 만약 이 대리가 참말을 했다고 가정해보면 박 대리는 거짓말을 한 게 되지요. 그렇다면 아무도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선생님께서 술 마시는 사람을 분명히 봤다고 하셨으니 그럴 리는 없겠지요.
따라서 이 대리가 참말을 했다는 저의 가정이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대리는 거짓말을 했어요. 그렇다면 이 대리가 거짓말했다는 것을 통해 박 대리는 참말을 했음을 알 수 있고, 따라서 이 대리와 박 대리 모두 어제 술을 마셨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음, 말이 좀 복잡하긴 한데 여하튼 맞혔네. 그런데 자넨 자네가 한 말이 정확히 무슨 말인 줄 알고는 있나?”
“네?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아닐세. 뭐, 자세한 건 내 친구 하 선생이 대답해줄 것이네. 그 친구가 잘난 척이 심하긴 해도 그쪽을 잘 알거든. 여하튼 난 자네가 직장 다니다 왔다기에 걱정을 했는데, 아직 쓸 만하구먼. 역시 직장인이라고 해서 LEET가 어려운 것만은 아니야.”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절 받아주시는 건가요?”
“그래, 앞으로 나와 함께 열심히 해보도록 하세. LEET는 답만 찾으려 한다고 되는 시험이 아니야. 방금 자네가 퀴즈를 풀었던 것처럼 왜 그것이 답이 되는지를 따져볼 수 있는 사고력이 매우 중요하다네. 자네가 비록 공부에 손을 놓은 지 오래되긴 했지만, 직장생활을 통해 기본적인 사고력은 쌓은 것 같구먼. 그렇다면 이제 로스쿨에서 원하는 수준까지 사고력을 기를 수 있도록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세나.”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럼 자네, 내가 만든 진짜 문제를 한번 풀어보겠나?”
4 강남 조 선생의 LEET 추리논증 -
참말과 거짓말
“자, 문제를 잘 풀어보았는가? 자네 정도의 머리라면 쉽게 풀 수 있었을 게야. 하지만 LEET는 시간 싸움! 가능한 한 빨리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지. 보통 이런 유형의 문제는 경우의 수를 모두 따져보아야 하네. 한데 자네처럼 바쁜 사람이 그걸 따지고 있을 시간이 있겠는가? 일단 이런 문제에서는 가능한 경우의 수를 모두 나열한 뒤, 그중 확실하게 틀린 경우를 빨리 찾아 제거하는 것이 핵심이네. 그렇다면 문제는 자동으로 풀리게 되지. 그럼 나의 풀이를 보게나.”
“어때? 내 말을 잘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이런 문제를 푸는 핵심은 아까 말한 대로 확실하게 틀린 경우를 빨리 제거하는 것이네. 이 문제에선 경우 2와 경우 3을 얼마나 빨리 제거할 수 있느냐 하는 게 관건이었지. 자네도 그리 했는가?”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정답은 쉽게 찾았지만, 저는 선생님보다 비효율적으로 풀었던 것 같습니다. 경우 1, 경우 2, 경우 3을 순서대로 세세하게 다 따져보았거든요.”
“그래, 아직은 시작이니 괜찮네. 앞으로 꾸준히 공부하면 자신도 모르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풀게 될 걸세.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그런데 자네, 수강증은 끊었는가?”
“아, 지금 바로 등록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용 과장의 마음은 한없는 기쁨으로 가득했다. ‘강남 조 선생은 정말 LEET 귀신이구나. 소문이 헛되지 않았어. 앞으로 많이 배워야겠다. 이제 시작일 뿐이야. 용만호, 파이팅!’ 용 과장은 이렇게 스스로를 응원하며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나 그는 아직 그의 앞에 펼쳐질 일들을 알지 못했다. (합격의 법학원 ‘논리와 비판연구소’ 제공, 다음 호에 계속)
“로스쿨? 나도 가능할까?”
직장생활 10년차에 세 살 된 딸을 두고 있는 세별물산 자재부 용만호(37) 과장은 어느 주간지의 로스쿨 관련 기사를 읽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회사생활을 해왔고 어느 정도 인정도 받고 있었지만, 전문직에 종사하는 친구들을 만나면 왠지 모를 부러움에 사로잡히던 그였다.
기사를 접한 이후 용 과장의 머릿속은 온통 로스쿨 도전에 대한 고민으로 꽉 찼다. ‘이제 와서 다시 공부를 시작할 수 있을까?’ ‘만약 실패하면 어떡하지?’ ‘비용이 엄청나다던데 괜찮을까?’ ‘아내는 뭐라고 할까?’ 등 당장 로스쿨 도전을 결심하기엔 많은 망설임이 있었지만, ‘로스쿨’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설렘을 그는 잊을 수가 없다. 그 설렘은 전문직의 꿈과 안정된 미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 거리로 뛰쳐나왔던 젊은 날의 열정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래, 결심했어! 난 로스쿨에 갈 테야!”
며칠간 밤잠을 설치며 고민하던 용 과장은 드디어 마음을 정했다. 로스쿨 도전은 마치 그의 숙명인 것만 같았다. 다시 20대 때의 열정이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이제 더 이상 아내에게 뭐라고 말할지 따위는 걱정되지 않았다.
‘그럼 이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나?’ 일단 마음은 정했지만, 그는 로스쿨에 가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학원을 알아봐야겠군.’ 소싯적 고시공부를 한답시고 잠시 고시학원 주변을 기웃거리던 때가 생각났다. 2~3일에 걸쳐 그는 각종 로스쿨 입시 학원들의 광고지를 수집하고, 관련 신문들의 기사와 광고를 스크랩했다. 그리고 그는 드디어 방법을 찾아냈다.
“로스쿨계의 서태지! 강남 조 선생을 찾아가자!”
2 강남 조 선생과의 첫 만남
5년여 만에 찾아온 강남역. ‘많이 변했구나.’ 대학시절 강남에 사는 부잣집 따님과의 데이트로 한 달 용돈을 홀랑 날린 기억부터 촌스러운 옷을 입고 나이트클럽에 놀러 갔다가 문전박대 당한 기억까지, 강남역에 대한 그의 기억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그랬던 강남역 주변에 지금은 로스쿨 입시 학원이 잔뜩 들어와 있다. ‘고시학원들은 신림동에 있었는데….’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강남역과 친해져야겠다고 마음먹으며, 강남 조 선생을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드디어 용 과장은 강남 조 선생이 있는 H학원에 도착했다.
“저기, 강남 조 선생님 계십니까?”
그때 큰 키에 찬연히 빛나는 눈동자를 가졌으나 아직 시골티를 벗지 못한 한 남자가 나타났다.
“나를 찾아왔는가?”
“아, 강남 조 선생님이시군요! 이렇게 찾아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세별물산에서 일하고 있는 용만호 과장이라고 합니다. 로스쿨에 가고 싶습니다. 제게 가르침을 주십시오!”
3 강남 조 선생의 제안
“그래, 로스쿨 입시에 대해서는 좀 알고 있는가?”
“법학적성시험(LEET)이라는 것을 봐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지. 잘 알고 있구먼. 그리고 그 밖에도 공인 영어시험 점수, 학부 학점, 사회봉사활동 경력 등을 갖춰야 하며 각 로스쿨별 심층면접을 통과해야 하네. 매우 까다로운 과정이지. 그중 역시 가장 중요한 건 LEET일 게야. LEET는 로스쿨에 들어가기 위한 ‘수능시험’ 같은 것이지. 하지만 자네처럼 오래전에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한 경우엔 LEET 같은 적성시험의 문제 유형은 무척 낯설게 느껴질 것이네.”
“역시 저와 같은 직장인에게 로스쿨은 무리인가요?”
“아니야, 그렇진 않네. 오히려 그간의 사회경험이 로스쿨 입시에 도움이 되는 점도 많을 거야.”
“다행이군요. 그럼 이제 무엇부터 공부해야 하나요? 앞으로 많은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흐음, 근데 나는 아무나 가르치는 그저 그런 학원 강사가 아니라네. 난 무너진 공교육을 대신해 훌륭한 법조인이 될 가능성 있는 인재를 발굴하고, 그를 무사히 로스쿨로 인도하는 이른바 ‘사교육 정상화의 선봉장’이라고나 할까? 냉철한 지성과 시대정신으로 무장하여 이 땅의 교육을 위해….”
“그럼 어떻게 해야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지요?”
“음, 아직 멋진 말이 많이 남았는데…. 아무튼 내게 그리 가르침을 받고 싶다면, 자네에게 퀴즈를 하나 내보겠네. 이걸 맞힌다면 내 모든 열과 성을 다해 자네를 로스쿨로 인도하겠네.”
“퀴즈요? 자신은 없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제게 퀴즈를 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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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조 선생이 낸 퀴즈를 풀기 위해 용 과장은 생각에 잠겼다. ‘나도 어릴 땐 공부 잘한다는 소리 많이 들었는데…. 그래, 잘 생각해보자. 김 대리는 안 마셨다고 하고, 이 대리도 그렇고, 박 대리는 자기 입으로 마셨다고 하고, 근데 거짓말은 한 사람만 했고….’ 잠시의 시간이 흘렀다.
“아! 이 대리와 박 대리가 술을 마셨군요!”
“호오, 그래? 그 두 사람이 술을 마셨다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일단 김 대리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당연히 술을 안 마셨겠지요. 그리고 이 대리와 박 대리는, 둘 중에 한 사람은 참말을 하고 다른 한 사람은 거짓말을 했어요. 만약 이 대리가 참말을 했다고 가정해보면 박 대리는 거짓말을 한 게 되지요. 그렇다면 아무도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선생님께서 술 마시는 사람을 분명히 봤다고 하셨으니 그럴 리는 없겠지요.
따라서 이 대리가 참말을 했다는 저의 가정이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대리는 거짓말을 했어요. 그렇다면 이 대리가 거짓말했다는 것을 통해 박 대리는 참말을 했음을 알 수 있고, 따라서 이 대리와 박 대리 모두 어제 술을 마셨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음, 말이 좀 복잡하긴 한데 여하튼 맞혔네. 그런데 자넨 자네가 한 말이 정확히 무슨 말인 줄 알고는 있나?”
“네?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아닐세. 뭐, 자세한 건 내 친구 하 선생이 대답해줄 것이네. 그 친구가 잘난 척이 심하긴 해도 그쪽을 잘 알거든. 여하튼 난 자네가 직장 다니다 왔다기에 걱정을 했는데, 아직 쓸 만하구먼. 역시 직장인이라고 해서 LEET가 어려운 것만은 아니야.”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절 받아주시는 건가요?”
“그래, 앞으로 나와 함께 열심히 해보도록 하세. LEET는 답만 찾으려 한다고 되는 시험이 아니야. 방금 자네가 퀴즈를 풀었던 것처럼 왜 그것이 답이 되는지를 따져볼 수 있는 사고력이 매우 중요하다네. 자네가 비록 공부에 손을 놓은 지 오래되긴 했지만, 직장생활을 통해 기본적인 사고력은 쌓은 것 같구먼. 그렇다면 이제 로스쿨에서 원하는 수준까지 사고력을 기를 수 있도록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세나.”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럼 자네, 내가 만든 진짜 문제를 한번 풀어보겠나?”
4 강남 조 선생의 LEET 추리논증 -
참말과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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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문제를 잘 풀어보았는가? 자네 정도의 머리라면 쉽게 풀 수 있었을 게야. 하지만 LEET는 시간 싸움! 가능한 한 빨리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지. 보통 이런 유형의 문제는 경우의 수를 모두 따져보아야 하네. 한데 자네처럼 바쁜 사람이 그걸 따지고 있을 시간이 있겠는가? 일단 이런 문제에서는 가능한 경우의 수를 모두 나열한 뒤, 그중 확실하게 틀린 경우를 빨리 찾아 제거하는 것이 핵심이네. 그렇다면 문제는 자동으로 풀리게 되지. 그럼 나의 풀이를 보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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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내 말을 잘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이런 문제를 푸는 핵심은 아까 말한 대로 확실하게 틀린 경우를 빨리 제거하는 것이네. 이 문제에선 경우 2와 경우 3을 얼마나 빨리 제거할 수 있느냐 하는 게 관건이었지. 자네도 그리 했는가?”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정답은 쉽게 찾았지만, 저는 선생님보다 비효율적으로 풀었던 것 같습니다. 경우 1, 경우 2, 경우 3을 순서대로 세세하게 다 따져보았거든요.”
“그래, 아직은 시작이니 괜찮네. 앞으로 꾸준히 공부하면 자신도 모르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풀게 될 걸세.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그런데 자네, 수강증은 끊었는가?”
“아, 지금 바로 등록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용 과장의 마음은 한없는 기쁨으로 가득했다. ‘강남 조 선생은 정말 LEET 귀신이구나. 소문이 헛되지 않았어. 앞으로 많이 배워야겠다. 이제 시작일 뿐이야. 용만호, 파이팅!’ 용 과장은 이렇게 스스로를 응원하며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나 그는 아직 그의 앞에 펼쳐질 일들을 알지 못했다. (합격의 법학원 ‘논리와 비판연구소’ 제공,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