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2일 문을 연 반디앤루니스 종로타워점
반디앤루니스는 1988년 설립한 ㈜서울문고의 서점 브랜드다. ‘반딧불’이라는 우리말의 영어 표기 ‘bandi(반디)’와 ‘달빛’을 의미하는 라틴어 ‘luna(루나)’를 합성한 것으로 ‘반딧불과 달빛에 의지해 책을 읽다’, 즉 형설지공(螢雪之功)의 고사에서 빌려온 이름이다.
서울문고 김천식 대표는 현대건설 임원 출신이다. 그 인연으로 서울지역 6개 현대백화점 및 서울아산병원에서 서적코너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주력 매장은 역시 2000년 7월 문을 연 반디앤루니스 코엑스몰점. 연면적 3600여평으로 교보문고 강남점, 영풍문고 강남점과 함께 서울 강남지역의 3대 서점 중 하나로 꼽힌다. 종로타워점 개점은 그 같은 구도를 강북 도심에서도 구현해내려는 야심찬 시도다.
세 서점 장점 강화 약점 보완
반디앤루니스의 등장에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될 곳은 영풍문고 종로점이다. 반디앤루니스 또한 영풍문고처럼 지하철 1호선 종각역과 직접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거리도 180여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비슷한 입지조건 탓에 주 고객층도 겹칠 것으로 예상된다.
영풍문고의 주 고객은 중고생과 20대 등 젊은층이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고객 평균연령이 다소 높은 편.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특히 오피니언 리더들의 이용이 두드러져, 인문서의 경우 타 서점보다 많게는 10배 정도 더 팔려나간다”고 말했다.
종로 방향 출입구에서 바라본 교보문고 내부.
“교보문고는 평대(책 표지가 드러나도록 놓여 있는 진열대) 운영이 매우 정교하며 조직적이다. 화젯거리를 찾아 그때그때 구성을 바꾸고 기획 코너를 마련하는 데도 일가견이 있다.”
교보문고 음반 매장인 ‘핫 트랙스’, 영풍문고의 ‘슐라스키샌드위치’(왼쪽부터).
교보문고의 약점이라면 지나치게 붐빈다는 것. 초등학교 4학년생 딸과 교보문고를 자주 이용한다는 주부 강미혜(서울 부암동·37) 씨는 “아이들이 맘 편히 책을 고르고 읽을 수 있는 공간이 확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영풍문고의 최대 강점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공간이다. 평대들이 넓게 펼쳐져 있고 동선도 넉넉한 편. 고객 수가 많은 주말에도 교보문고보다는 덜 복잡하다. 학생들이 많이 찾아 젊은 느낌을 주는 것도 특징적이다.
영풍문고 측은 “서점의 컨셉트 자체를 ‘여유’와 ‘고급스러움’으로 잡고 있다”며 “고객들이 서점을 찾는 시간만이라도 몸과 마음의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어린이 서적 코너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출판사 사장 A 씨는 그러나 “베스트셀러 위주로 여기저기 ‘쌓여 있다’는 느낌을 주는 책 배열이 영풍문고의 취약점”이라고 주장했다.
학생, 직장인들로 북적대는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는 강북지역 고객들에겐 생소한 서점이다. 강남에 있는 코엑스몰점의 경우 곳곳에 의자를 비치해 고객들이 비교적 편하게 책을 읽고 고를 수 있도록 한 부분이 장점으로 꼽힌다. 모던하고 깔끔한 분위기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강남점보다 규모가 작은 종로타워점은 어떤 서점이 될까.
영풍문고와 비슷한 입지 조건
반디앤루니스 김동국 부장은 “서가 배치와 책 배열에 특히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고객들이 가장 합리적인 동선으로 가장 편리하게 책을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해서다. 또 직원 손을 빌리지 않고 원하는 책을 직접 찾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무인검색시스템도 업그레이드했다”고 설명했다.
개점 전 미리 둘러본 종로타워점은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고전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특히 지하철 입구와 곧바로 연결된 560여평 규모의 휴게 공간이 눈에 쏙 들어왔다. 간단한 음료를 판매하는 한편, 1880~2000년대 베스트셀러 250여종을 전시해 청소년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점 측은 “종로타워점 개점은 아쉽게 사라진 종로서적의 빈 자리를 메운다는 의미가 강하다”며 “옛 종로서적처럼 시민들의 ‘만남의 장소’로 각광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얼른 봐도 눈에 들어오는 약점이 있다면 군데군데 굵은 기둥이 있어 공간이 실제보다 좁아 보인다는 것. 세련된 인테리어와 효율적 서가 배치가 정답이라 하겠다. 다른 두 서점과 달리 음반 매장이 없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반디앤루니스의 진출에 대한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측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한정된 시장을 갉아먹기보다는 ‘파이’를 키우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한기호 소장은 “지난해 하반기 일본 도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 ‘쇼핑 1번가’라는 신주쿠에 잇따라 4개의 대형 서점이 문을 열었다. 그러나 기존 서점의 고객을 빼앗아가기보다는 시장을 키우는 효과가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세 서점의 치열한 서비스 경쟁이 독서 인구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