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MBC에 처음으로 노조위원장 출신의 40대 사장이 취임하면서 침체된 MBC의 위상을 제대로 세워놓을지에 대해 언론계 안팎의 관심이 뜨겁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국내 미디어 산업의 구조상 신문·방송사 등 언론계 전체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아 보인다.
최문순(49) 사장 체제는 드라마·뉴스·오락 등 MBC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시청률 부진과 드라마 ‘영웅시대’에 대한 역사 왜곡 및 외압 논란, 새 로고 표절 논란, 구찌 핸드백 사건 등 창사 이래 최대의 악재가 겹치는 가운데 출범했다. MBC 내부에서는 이 같은 절체절명의 ‘위기’가 그를 사장으로 만든 원동력이라고 보고 있다. 선배들이 200여명(전체 직원 1450명)이나 있는데 그들을 제치고 사장으로 나선 것 자체가 보수적인 방송사의 조직 특성상 ‘이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일이 ‘성공한 인사혁명’으로도 불린다.
간부 1000여명, 평사원 500여명 ‘기형 구조’
최 사장이 내건 ‘개혁’의 목표는 크게 공영방송의 위상 강화와 콘텐츠 수출 확대를 통한 생존의 기틀 마련이다. 그는 MBC를 둘러싼 현재의 방송산업 환경에 대해 “지상파로부터 시청자가 떠나고, MBC로부터도 시청자가 떠나고 조직의 머리가 한없이 무거워지는 삼각파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MBC는 실제 케이블TV와 디지털위성방송(스카이 라이프)의 약진, 위성 및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의 출현을 앞두고 광고 분점 구조가 뚜렷해져 최근 3년째 연매출이 7000억원대에 머물러 있다. 늦게 출범한 민영방송 SBS와도 매출 규모가 거의 비슷하다. 간부 1000여명에 평사원이 500여명인 역피라미드형 조직에 활력이 넘칠 리 없다. 최 사장은 이를 ‘생존의 위기’라고까지 표현했다.
이 같은 위기 인식에 따라 최 사장은 MBC 제37대 사장 공모에 응모하면서 △연공서열 및 단일호봉제 폐지 △프로그램 중심의 다국소팀제 도입 △지방사 통·폐합 및 광역화 △임금 삭감 10% 일괄 삭감 △수출 전담사 MBC 월드와이드 신설 등 파격적인 내용을 제시했다. 그는 “입사한 후 MBC 노조위원장, 방송개혁국민회의 사무총장, 언론노조 초대위원장 등을 거치며 MBC를 전후좌우에서 꿰뚫어보았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MBC를 잘 안다”며 이 같은 과제들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실험의 첫 단추로 2월28일 연공서열을 파괴한 과감한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능력과 평판, 개혁 마인드가 주요 발탁 기준이었다. 40대 국장 발탁, 스타급 아나운서와 PD의 중용, 노조 간부 출신 약진 등 다음날 신문의 표제에는 ‘놀랍다’는 뉘앙스가 묻어났다. 이사 1명(엄기영 특임이사)과 국장 1명(양상 미술국장)만 유임시켰을 뿐 자신을 제외한 이사진 6명과 국장 21명을 모두 교체했다. 부사장에는 울산MBC 사장 재직 당시 우수한 경영 실적을 올린 예능 PD 출신의 신종인(58)씨를 발탁했다. 가라앉은 ‘드라마 왕국’의 재건을 위해 EBS 사장 재직 시절 경영 능력을 발휘한 고석만(57)씨를 EBS의 거센 반발에도 ‘삼고초려’ 끝에 TV제작본부장으로 영입했다. 미국 딸집으로 떠난 고씨에게 연신 국제전화를 걸고 인천국제공항에까지 나가 영접하는 정성을 보였다.
최 사장은 국장 21명 중 10명을 자신과 입사연도(1984년)가 같거나 늦은 사람들로 임명했다. 결국 국장급 평균 나이가 전임 사장 체제에서의 49.6세에서 47.3세로 2세쯤 젊어졌다. 그러나 최 사장이 속했던 보도 부문은 지휘체계 확립이 필수적인 취재·보도·논평 업무의 특성을 고려해 해설주간, 보도국장, 보도제작국장을 모두 선배들로 앉혔다.
내부 구성원들 지혜·단합이 성패의 관건
그러나 이번 인사는 엄밀히 말해 ‘임시 진용’의 성격을 띠고 있다. 오는 6월까지 완료될 ‘다국소팀제’ 개편 등 향후 진행될 작업을 숙의하고 이를 실행할 지휘부인 셈이다. 이사 1명과 국장급의 43%(9명)를 노조 간부 출신에서 발탁한 것도 생각이 같은 인물들과 호흡을 함께하며 전면적인 개혁에 들어가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특히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듯 인사·조직관리를 맡는 인력자원국장과 싱크 탱크로서 사장 직속으로 개편한 기획실장 등의 요직에 노조 출신 인사를 앉힌 게 눈에 띈다. MBC 일각에서 ‘코드 인사’ 논란이 이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최 사장은 자신의 공약대로 곧 노조와 협의해 팀제 개편과 명예퇴직, 임금 삭감 등을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6월 이내에 팀제 개편을 완료할 것”이며 “KBS의 팀제(1팀당 30~50명)보다 촘촘한 10명 이내의 조직으로 팀을 짤 것”이라고 밝혔다. 팀의 자기 완결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의 해병대 모델을 빌려온 것. 기자·PD·아나운서·카메라·행정직이 프로그램 중심으로 한데 모여 함께 구상하며 일하는 모델이다. 보도제작국과 시사교양국의 통합도 점쳐지고 있다. 국내 방송사상 전례 없는 ‘실험’인 셈이다.
‘최문순호 MBC’의 성패 여부는 MBC 내부 구성원들의 지혜와 단합에 달려 있다. 사장의 뜻대로 ‘보직은 행정 권력이 아닌 일선을 위한 심부름꾼’이라는 개념이 정착되기까지 진통은 어쩔 수 없이 뒤따를 전망이다. 최 사장은 일단 “보직에서 배제된 선배들의 경우 퇴직을 희망하지 않는 한 모두 제작현장으로 돌아가게 할 것”이란 의견을 밝히고 있으나, 국장급 이상은 운신의 폭이 그리 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혁 추진 과정에서의 불협화음, 부장급 이상의 반발과 냉소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관건이다. 그가 사장 후보로 나서기까지 높은 신망과 지지를 보냈던 후배들도 ‘임금 삭감’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소외감을 치유하고 조직의 단합을 이끄는 게 ‘최문순호 MBC’의 가장 큰 과제로 떠올랐다. 노조가 최 사장의 첫 인사 내용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조직 안정에 모든 역량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한 이유는 이 같은 부작용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2월 과감히 사표를 내고 사장 후보에 나섰던 추진력과 사내 선후배들이 두루 인정하는 도덕성을 무기로 장애물들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노조위원장 출신이라는 시선 때문에 기자생활 21년간 그 많은 해외출장도 평기자 시절 단 세 번 다녀왔고, 해외연수나 특파원도 지원 자체를 하지 않았다”며 “이견이 있는 선배들을 직접 찾아가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선배들도 최근에는 초기의 충격에서 벗어나 그를 도와야 한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고 있다. 일단 회사의 위상을 되살려놓아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MBC 개혁호’의 순항 여부는 외부 환경과도 맞물려 있다. 일단 지난해 팀제 개편 후 내부 반발로 주춤거렸던 정연주 사장의 KBS호에도 선순환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시선 때문에 ‘개혁’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최근 KBS가 MBC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이르면 이달 중 팀제를 보완하고 사규대로 인사고과에 따른 퇴출 구조를 갖출 예정”이라고 밝힌 점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연주 사장의 노선과 맞서고 있는 KBS 노조의 태도 변화 여부도 관심거리다.
최문순(49) 사장 체제는 드라마·뉴스·오락 등 MBC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시청률 부진과 드라마 ‘영웅시대’에 대한 역사 왜곡 및 외압 논란, 새 로고 표절 논란, 구찌 핸드백 사건 등 창사 이래 최대의 악재가 겹치는 가운데 출범했다. MBC 내부에서는 이 같은 절체절명의 ‘위기’가 그를 사장으로 만든 원동력이라고 보고 있다. 선배들이 200여명(전체 직원 1450명)이나 있는데 그들을 제치고 사장으로 나선 것 자체가 보수적인 방송사의 조직 특성상 ‘이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일이 ‘성공한 인사혁명’으로도 불린다.
간부 1000여명, 평사원 500여명 ‘기형 구조’
최 사장이 내건 ‘개혁’의 목표는 크게 공영방송의 위상 강화와 콘텐츠 수출 확대를 통한 생존의 기틀 마련이다. 그는 MBC를 둘러싼 현재의 방송산업 환경에 대해 “지상파로부터 시청자가 떠나고, MBC로부터도 시청자가 떠나고 조직의 머리가 한없이 무거워지는 삼각파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MBC는 실제 케이블TV와 디지털위성방송(스카이 라이프)의 약진, 위성 및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의 출현을 앞두고 광고 분점 구조가 뚜렷해져 최근 3년째 연매출이 7000억원대에 머물러 있다. 늦게 출범한 민영방송 SBS와도 매출 규모가 거의 비슷하다. 간부 1000여명에 평사원이 500여명인 역피라미드형 조직에 활력이 넘칠 리 없다. 최 사장은 이를 ‘생존의 위기’라고까지 표현했다.
이 같은 위기 인식에 따라 최 사장은 MBC 제37대 사장 공모에 응모하면서 △연공서열 및 단일호봉제 폐지 △프로그램 중심의 다국소팀제 도입 △지방사 통·폐합 및 광역화 △임금 삭감 10% 일괄 삭감 △수출 전담사 MBC 월드와이드 신설 등 파격적인 내용을 제시했다. 그는 “입사한 후 MBC 노조위원장, 방송개혁국민회의 사무총장, 언론노조 초대위원장 등을 거치며 MBC를 전후좌우에서 꿰뚫어보았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MBC를 잘 안다”며 이 같은 과제들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실험의 첫 단추로 2월28일 연공서열을 파괴한 과감한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능력과 평판, 개혁 마인드가 주요 발탁 기준이었다. 40대 국장 발탁, 스타급 아나운서와 PD의 중용, 노조 간부 출신 약진 등 다음날 신문의 표제에는 ‘놀랍다’는 뉘앙스가 묻어났다. 이사 1명(엄기영 특임이사)과 국장 1명(양상 미술국장)만 유임시켰을 뿐 자신을 제외한 이사진 6명과 국장 21명을 모두 교체했다. 부사장에는 울산MBC 사장 재직 당시 우수한 경영 실적을 올린 예능 PD 출신의 신종인(58)씨를 발탁했다. 가라앉은 ‘드라마 왕국’의 재건을 위해 EBS 사장 재직 시절 경영 능력을 발휘한 고석만(57)씨를 EBS의 거센 반발에도 ‘삼고초려’ 끝에 TV제작본부장으로 영입했다. 미국 딸집으로 떠난 고씨에게 연신 국제전화를 걸고 인천국제공항에까지 나가 영접하는 정성을 보였다.
신종인 부사장(왼쪽)과 고석만 TV제작본부장.
내부 구성원들 지혜·단합이 성패의 관건
그러나 이번 인사는 엄밀히 말해 ‘임시 진용’의 성격을 띠고 있다. 오는 6월까지 완료될 ‘다국소팀제’ 개편 등 향후 진행될 작업을 숙의하고 이를 실행할 지휘부인 셈이다. 이사 1명과 국장급의 43%(9명)를 노조 간부 출신에서 발탁한 것도 생각이 같은 인물들과 호흡을 함께하며 전면적인 개혁에 들어가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특히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듯 인사·조직관리를 맡는 인력자원국장과 싱크 탱크로서 사장 직속으로 개편한 기획실장 등의 요직에 노조 출신 인사를 앉힌 게 눈에 띈다. MBC 일각에서 ‘코드 인사’ 논란이 이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최 사장은 자신의 공약대로 곧 노조와 협의해 팀제 개편과 명예퇴직, 임금 삭감 등을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6월 이내에 팀제 개편을 완료할 것”이며 “KBS의 팀제(1팀당 30~50명)보다 촘촘한 10명 이내의 조직으로 팀을 짤 것”이라고 밝혔다. 팀의 자기 완결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의 해병대 모델을 빌려온 것. 기자·PD·아나운서·카메라·행정직이 프로그램 중심으로 한데 모여 함께 구상하며 일하는 모델이다. 보도제작국과 시사교양국의 통합도 점쳐지고 있다. 국내 방송사상 전례 없는 ‘실험’인 셈이다.
‘최문순호 MBC’의 성패 여부는 MBC 내부 구성원들의 지혜와 단합에 달려 있다. 사장의 뜻대로 ‘보직은 행정 권력이 아닌 일선을 위한 심부름꾼’이라는 개념이 정착되기까지 진통은 어쩔 수 없이 뒤따를 전망이다. 최 사장은 일단 “보직에서 배제된 선배들의 경우 퇴직을 희망하지 않는 한 모두 제작현장으로 돌아가게 할 것”이란 의견을 밝히고 있으나, 국장급 이상은 운신의 폭이 그리 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혁 추진 과정에서의 불협화음, 부장급 이상의 반발과 냉소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관건이다. 그가 사장 후보로 나서기까지 높은 신망과 지지를 보냈던 후배들도 ‘임금 삭감’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소외감을 치유하고 조직의 단합을 이끄는 게 ‘최문순호 MBC’의 가장 큰 과제로 떠올랐다. 노조가 최 사장의 첫 인사 내용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조직 안정에 모든 역량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한 이유는 이 같은 부작용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2월 과감히 사표를 내고 사장 후보에 나섰던 추진력과 사내 선후배들이 두루 인정하는 도덕성을 무기로 장애물들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노조위원장 출신이라는 시선 때문에 기자생활 21년간 그 많은 해외출장도 평기자 시절 단 세 번 다녀왔고, 해외연수나 특파원도 지원 자체를 하지 않았다”며 “이견이 있는 선배들을 직접 찾아가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선배들도 최근에는 초기의 충격에서 벗어나 그를 도와야 한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고 있다. 일단 회사의 위상을 되살려놓아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MBC 개혁호’의 순항 여부는 외부 환경과도 맞물려 있다. 일단 지난해 팀제 개편 후 내부 반발로 주춤거렸던 정연주 사장의 KBS호에도 선순환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시선 때문에 ‘개혁’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최근 KBS가 MBC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이르면 이달 중 팀제를 보완하고 사규대로 인사고과에 따른 퇴출 구조를 갖출 예정”이라고 밝힌 점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연주 사장의 노선과 맞서고 있는 KBS 노조의 태도 변화 여부도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