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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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신호등 니 똥을 알아!

대변과 방귀로 알아보는 소화기 질환 … “볼일 끝나고 유심히 관찰만으로 1차 검진”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5-03-03 18: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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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 신호등 니 똥을 알아!

    자신의 똥을 관찰하고 점검하는 것이야말로 건강을 위한 지름길이다.

    사람은 누구나 먹어야 살 수 있지만, 또 먹은 만큼 배출해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배변 활동은 자연스러운 신진대사의 한 과정이다. 하지만 똥에 관련된 이야기는 드러내놓고 말하기 힘들었던 게 사실. “사돈과 뒷간은 멀수록 좋다”는 속담처럼 실제 화장실은 뒷간이라 불리며 집 밖 멀리 떨어져 있었다.

    화장실이 집 안으로 들어오고, 잘 먹고 잘 살자는 참살이(웰빙) 열풍과 함께 ‘똥’과 ‘똥을 누는 행동’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우리가 먹은 음식이 소화기관을 거쳐 최종적으로 배출되는 것이 똥이니만큼, 그것은 소화기관의 질환을 알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나가면서 똥 이야기도 수면으로 올라왔다. 대장항문 전문 한솔병원 이동근 원장은 “화장실에서 볼일이 끝나기 무섭게 물을 내려버리지 말고 자신의 대변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1차적인 건강검진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과연 건강한 대변이란 무엇이고, 대변을 통해 알 수 있는 질환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리가 먹는 모든 것은 대부분 위에서 소화되며, 4~5m에 이르는 장관을 거쳐 내려가면서 영양소와 수분이 흡수된다. 장에서 흡수되지 않은 섬유질과 세균, 그리고 섬유질에 함유돼 있는 수분은 대변으로 배출된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에 비해 배변의 양과 횟수가 적으며, 특히 폐경 전엔 여성호르몬의 작용으로 현저히 횟수가 줄어든다. 야채를 많이 먹을 때보다 육류 위주의 식사를 할 경우 대변의 양과 횟수가 줄어든다. 또 운동을 심하게 하거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대장에서 수분 흡수가 안 돼 대변의 양이 늘어날 수 있다.

    검고 끈끈한 대변 출혈 의심을



    흔히 황금색을 띠거나 바나나 모양을 한 대변을 건강한 변이라고 말하지만 반드시 그렇다고 단정할 순 없다. 의학적으로 볼 때 정상적인 하루 배변량은 성인이 200g(바나나 2개 정도), 소아 40g 정도이며, 횟수는 하루 3회에서 일주일 3회까지다. 대변의 굳기는 힘을 많이 쓰지 않아도 부드럽게 나오는 정도라야 정상이라 볼 수 있다. 색깔은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황금색이 아니더라도 정상일 수 있다.

    건강 신호등 니 똥을 알아!
    하지만 타르(tar)처럼 검고 끈끈한 경우 식도, 위, 십이지장의 출혈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들 부위에서 60cc 이상의 출혈이 있으면, 위를 통과할 때 혈액이 위산과 반응해 검게 변하면서 대변까지 검게 만들기 때문이다. 평소에 자주 속이 쓰리고 소화가 안 되는 사람이 검은색의 대변을 본다면, 소화성궤양이나 위염·위암 등에 의한 출혈일 가능성이 높다. 고기를 많이 먹거나 철분제를 복용했을 때 검은색 대변을 볼 수 있지만, 타르처럼 끈끈하지 않다.

    소화기관의 출혈이라도 출혈 부위가 다르면 대변의 색깔은 선홍색이나 검붉은색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항문이나 직장, 대장 아랫부분에서 출혈이 있을 때는 선홍색 피가 대변에 묻어나올 수 있고, 치질의 경우 변기 안이 온통 빨갛게 될 정도로 많은 피가 대변에 묻어나올 수 있으며, 대장 윗부분에서 출혈이 있는 경우엔 대변이 검붉은색을 띨 수 있다.

    건강 신호등 니 똥을 알아!

    매일 대변을 보지 못하면 변비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동근 원장은 “대변의 색깔은 출혈 속도, 위장관의 운동 속도, 대변량 등에 의해 달라질 수 있어 위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며, “의심스러운 경우 전문의의 진찰과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대변이 갈색을 띤다면 적혈구가 많이 파괴되는 자가면역 질환이나 간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적혈구가 파괴되는 과정에서 생성된 우로빌리루빈이란 물질이 장내에서 흡수되지 않고 산화돼 갈색을 띨 수 있기 때문이다. 담도폐쇄증이 있는 사람은 황달과 함께 흰색이나 회색의 변을 볼 수 있다.

    색깔뿐만 아니라 형태로도 질환을 알아낼 수 있다. 대변에 피와 끈적한 점액질이 섞여 있거나 고름과 같은 설사가 나오면 대장이나 직장의 염증을 의심할 수 있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 기름지고 양이 많은 대변을 보면 만성췌장염에 의한 흡수 장애를 생각할 수 있다. 만일 어린이에게서 복통과 함께 콧물같이 끈적이는 대변에 피가 묻어나오면 장 중첩증이나 맹장 주위의 병변이 의심되므로 빨리 치료받아야 한다.

    대변에서 냄새가 나는 것은 당연하나 건강한 사람일수록 냄새의 정도가 약하다. 대변 냄새의 주원인은 장내의 나쁜 세균이 만들어내는 부패물이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냄새가 심한 사람은 장내에 나쁜 세균이 그만큼 많다는 것. 대변의 냄새는 과민성대장염, 만성 변비, 궤양성대장염, 장내의 이상 발효와 관련이 있다. 냄새를 줄이기 위해선 요구르트나 올리고당 등 좋은 균을 많이 공급하고 유지해 나쁜 균의 발육을 억제해야 한다. 지독한 냄새가 나는 검은색의 변은 암으로 인해 소화기관의 조직이 괴사돼 혈액과 함께 섞여나오는 것일 수 있으므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하루 13회 방귀 뀌는 건강한 성인

    방귀 냄새 역시 대변의 냄새와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건강한 성인은 하루 13회 정도의 방귀를 뀌며, 최고 25회까지도 정상으로 본다. 방귀는 대부분 질소·산소·이산화탄소·수소·메탄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그 자체로는 무색무취이지만 음식물이 발효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암모니아가 냄새를 만든다. 보통 탄수화물이 많이 함유된 음식보다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했을 때 냄새가 심하게 난다.

    건강 신호등 니 똥을 알아!

    2200년 전 고대 인디언의 똥 화석. 분석 결과 큰 동물과 식물 등 다양한 영양원이 파악됐다.

    방귀 냄새가 심하거나 남들보다 횟수가 잦다고 하여 소화기관에 질환이 있다고 쉽게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복통, 식욕부진,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동시에 나타난다면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방귀는 몸 안에서 만들어진 가스가 배출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참으면 가스가 대장을 통해 몸으로 흡수되기 때문에 좋지 않다. 방귀가 잦아서 걱정이라면 소화가 잘 안 되는 유제품·콩류·양파·당근·샐러리 등을 피하고, 가스를 증가시키는 사탕이나 껌·탄산음료를 줄이면 도움이 된다.

    건강한 대변은 곧 건강한 소화기관을 의미한다. 변비와 설사가 잦다면 건강한 대변이라 할 수 없다. 변비와 설사는 대장암이나 대장염 등과 같은 질환의 주요 증상이면서 대장과 항문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변비가 있으면 대변이 장내에 오래 머물면서 우리 몸이 장벽과 대변에 포함돼 있는 발암물질에 접촉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는 대장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건강 신호등 니 똥을 알아!

    대변에 이상이 생기면 대장내시경을 받아보아야 한다.

    또 변비는 대변을 볼 때 항문에 무리한 힘을 주게 되어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이나 항문 주위의 혈관이 늘어나는 치핵을 일으킬 수 있다. 설사의 경우 잦은 배변 때문에 항문 근육이 쉽게 피로해지고, 소화가 덜 된 음식물이 항문과 대장을 자극할 수 있다.

    충분한 섬유질과 수분 섭취로 설사와 변비 예방

    의학적으로 변비는 하루 35g(바나나 3분의 1 정도) 이하 또는 일주일에 2회 이하의 대변을 보는 경우를 말하며, 하루 300g 이상 또는 하루 4회 이상의 대변을 설사로 본다. 변비와 설사를 막는 데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물질은 섬유질. 정상 대변의 70~85% 정도는 수분으로 대변의 섬유질이 수분을 함유해 대변의 양과 횟수를 조절한다. 따라서 적당한 배변을 위해서는 식이섬유가 다량 포함된 채소, 과일, 해조류 등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하루에 10~15g의 섬유질을 섭취하면 배변량이 100~150g 정도 늘어난다고 한다. 성인의 하루 권장 식이섬유량은 25~30g이다 .

    히포크라테스는 환자의 대변 냄새, 색깔, 심지어 맛까지도 관찰했다고 한다. 대변은 우리 몸 안에 있던 물질이 빠져나오는 것이기에 위장관 질환을 알아내는 지표이며, 우리 몸 건강의 척도이다. 결코 지저분하다고만 볼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 자신의 대변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은 건강 상태를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

    히포크라테스만큼은 할 수 없지만, 화장실의 조명을 밝게 바꾸고, 볼일을 본 후엔 대변을 관찰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한국인에게 대장암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요즘, 매일 대변 검사를 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건강검진이 된다. 혹시나 대변에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면 병원에서 현미경을 이용한 성분검사, 기생충검사, 화학적 잠혈(潛血)반응검사와 대장·위장 내시경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질환을 알아낼 수 있다.

    도움말: 이동근/ 의학박사·한솔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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