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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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종량제’로 IT 기 죽일라

인터넷 최강국 환경 단숨에 바꿀 태풍 … 속도 등 너무 쉽게 결정되어선 곤란

  • 김영철/ IT 칼럼니스트 kyc7481@gmail.com

    입력2005-03-03 17: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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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종량제’로 IT 기 죽일라

    KT 등 국내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들이 ‘인터넷 종량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누리꾼들과의 심각한 갈등이 우려된다.

    한때 누리꾼((네티즌)들 사이에서는 2004년 초 개국한 EBS 인터넷 수능 동영상 시스템이 ‘인터넷 종량제’ 논의를 촉발했다는 해석이 나돌았다. 실제로 당시 순간적으로 접속자가 몰리면서 네트워크 트래픽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여러 인터넷 회선들이 장애를 일으켰고, 결국 국내 인터넷의 속도 및 품질개선을 위한 종량제 도입 논의가 점차 구체적인 모습으로 부각하기에 이르렀다.

    인터넷 종량제란 사용한 시간이나 데이터 전송량(패킷 단위)에 따라 차등적으로 비용을 계산하는 제도로, 전기세나 수도세의 원리와 비슷하다. KT(한국통신)는 지난해 6월부터 종량제 도입 준비작업에 착수하여 인터넷 사용량 체크 시스템 및 과금 시스템 개발을 올 상반기 중에 완료할 예정이다. 또한 KT 대전지사는 KT의 신인증 접속 시스템의 테스트 및 적용 단계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는 KT가 수백만 고객의 인터넷 주소를 중앙집중적으로 관리해 인터넷 사용 시간을 체크함으로써 언제든지 인터넷 종량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의미인 셈이다.

    시대 역행 정책(?) 누리꾼들 관심 시급

    2004년 국정감사에서는 KT가 서울 및 지방의 케이블TV 사업자를 개별적으로 접촉하여, 심한 경우 2000%가 넘는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KT가 케이블 사업자들이 제시한 적절한 인상 요구안을 거절한 채 일부 사업자에게 계약해지와 설비철거를 통보했다는 것. 이는 KT와 하나로통신 등 대형 사업자들의 담합으로 종량제 도입이 강행될 경우 많은 사용자들이 비싼 요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싼 지역 케이블 업체로 대량 이탈할 것을 우려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터넷 회선 사용에 대한 종량제 도입은 단순하게 회선 확충이나 서비스 품질개선이란 목적을 위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인터넷 최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데 가장 큰 근간이었던 ‘인터넷 정액제’의 기반을 총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누리꾼들은 정액제 초고속 인터넷을 기반으로 얻어진 자유로운 인터넷 환경 속에서 수많은 비즈니스 모델들을 창안하고 찬란한 IT(정보기술) 문화를 꽃피웠다. 블로그, 미니홈피 등을 통한 1인 미디어 시대와 P2P(일대일 파일 공유)를 이용한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채널 확보, 온라인 게임·상영관·커뮤니티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인터넷 시장을 창출해낸 것.



    인터넷 요금제가 종량제로 전환될 경우 하루에 2시간 이상 인터넷을 사용하면 현재의 요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내야 하며, 초과할 때는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추가패킷 요금을 받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이미 일부 사용자 게시판에는 KT가 내부용으로 검토했다는 종량제 요금표까지 공개되기도 했다. 실제로 KT의 한 관계자는 “부분 종량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장기적으로 종량제로 가는 것도 맞지만, 요금체계 결정이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복잡한 의견 수렴과정을 거칠 것이다”고 언급했다.

    이와 같이 높은 비용을 지불하기 어려운 다수의 사용자들이 접속을 중단할 경우, 온라인 게임·메신저 등 많은 서비스들이 문을 닫거나 정리돼야 할지도 모른다. 또한 대용량의 데이터 전송에 많은 비용이 뒤따르기 때문에 온라인 교육을 수행하는 사이버 대학이나, 학원들은 당장 수강생 관리에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인터넷 종량제’로 IT 기 죽일라
    뿐만 아니라 본인이 의도하지 않아도 데이터가 인터넷을 통해 전송되는 ‘업데이트(Update) 확인’ 기능들은 사장되거나, 추가 요금을 내고 CD 등의 매체로 구매해야 할 것이다. 즉 바이러스 패턴을 한 번 업데이트하기 위해서도, 심지어 윈도 보안패치를 업데이트 받기 위해서도 추가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만약 사용자 허락 없이 패킷을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면 사용자들한테서 인터넷 사용료에 대한 항의나 소송까지도 예상된다.

    그렇다고 이렇게 나쁜 상황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소외됐던 오프라인 브라우징이나 데이터 전송기술의 향상, 특히 파일 압축률 기술 발전이 빨라질 수도 있으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복제 파일 유통의 자연스런 감소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게다가 사양길을 걷고 있는 PC방이나, 하드디스크 등의 저장 매체 제조업체 등에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미 정보통신부에서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IT839 전략의 대부분이 모든 국민이 초고속 인터넷에 쉽게 접속해 있을 것을 가정한 것으로 종량제 도입 시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최근 유비쿼터스 컴퓨팅 등 상시 접속 상태를 필요로 하는 최신 기술의 경우 월 수백만원의 접속료가 예상되기 때문에 종량제는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종량제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누리꾼들의 관심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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