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5

..

오르가슴과 임신의 상관관계

  • 박천진/ 강남 J비뇨기과 전문의 www.penisdoctor.co.kr

    입력2003-10-09 13:4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오르가슴과 임신의 상관관계
    임신을 원하는 신혼기의 남성들 중 성교 후 어렵사리 여성의 질 안으로 넣은 정액이 다시 몸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낭패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또 그것이 부인의 신체구조 이상이나 잘못된 성교 체위로 인해 생기는 현상은 아닌지 걱정하는 이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는 전혀 고민할 문제가 아니다. 성행위를 한 후 사정된 정액의 대부분은 여성의 몸 밖으로 흘러나온다. 극히 일부의 정액만이 좁은 자궁 경부를 통해 자궁으로 들어가 그중에서도 단 한 마리의 정자만이 수정에 성공한다. 그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다. 문제는 자궁 내로 들어가는 정액의 양, 즉 정자 수가 많을수록 임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 영국의 저명한 생물학자이자 성의학자인 베이커 박사는 1966년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는 저서 ‘정자전쟁’에서 “여성이 성행위 중 오르가슴을 느끼는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 자궁에 ‘입궁’하는 정자의 양(정액)이 큰 차이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오르가슴에 여러 번 도달하는 것이 정자를 종착지인 자궁 내에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한다는 것. 베이커 박사는 저서에서 “여성이 오르가슴을 충분히 느끼는 경우 질 분비물의 분비가 극대화되고 이는 질 압력을 증가시키고 정자의 운동성을 강화시킨다”며 “질 내 압력이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압력이 낮은 자궁 안으로 보다 많은 양의 정액이 들어가게 된다”고 그 이치를 설명했다. 즉 여성이 극치감을 만끽하면 더 많은 수의 정자가 자궁 안으로 들어갈 확률이 높아지고, 따라서 임신 성공률도 높아진다는 논리다.

    영화나 소설에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하룻밤 불장난이 임신으로 연결되는 장면을 수없이 접할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우연이 가능할까. 한 달 중 수태가 가능한 날은 길어봐야 2~3일. 그것도 수억 마리의 정자 중에서 단 한 마리만이 선택된다. 베이커 박사의 학설을 인용하면 이런 의문은 쉽게 풀린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이인 경우 오르가슴에 이를 가능성이 수백 배나 높아지고, 그것은 자궁 내 정자 수의 증가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 따라서 신혼부부인데 임신이 잘 안 된다면 둘 사이의 ‘사랑’부터 점검해볼 일이다. 만약 ‘사랑’ 전선에 이상이 없다면 그 다음엔 신랑의 성기능을 살펴봐야 한다. 오르가슴은 정신적인 사랑만으로 이룰 수 있는 플라토닉한 존재는 아닌 까닭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