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3일부터 8일까지 미국 포틀랜드, 시애틀, 애틀랜타 등에서 주택문화축제인 ‘Street Of Dreams(SOD)’가 열렸다. 1976년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처음 시작된 이 축제에는 매년 최고의 디자인과 최신 건축공법 및 첨단 디지털 기술을 동원한 ‘꿈의 주택’이 출품된다. 그리고 축제기간에는 도시마다 5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룬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고급 전원주택 모델하우스 축제’쯤 되는 행사로서, 여기에 출품된 주택과 관련한 건축 설계 및 인테리어 디자인과 건축자재는 그 해 미국의 주택 시장 판도를 좌우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린다.
건축 관련 업체뿐 아니라 정보통신 업체들도 SOD에 뛰어들었다. 인텔은 2001년 포틀랜드 SOD에 ‘인텔 파빌리온(Intel Pavilion)’을 마련한 것을 비롯해 주요 SOD에 참가하여 ‘홈 네트워킹’ 개념을 보여주고 있다. 거실에 ‘홈 서버(Home Server)’를 두고 집 안 전체의 ‘디지털 라이브러리’(PC TV 오디오 냉·난방 단열 조명 방범 등)를 모두 제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모든 기기는 홈 서버와 연결된 PC로 작동시킬 수 있다.
美 신축주택 20% 컴네트워크 구축
이제는 입지조건, 건축자재, 인테리어뿐 아니라 첨단 정보통신 기술이 주택의 품질을 좌우하게 된 것이다. 이는 테크놀로지(Technology) 개념이 접목된 ‘스마트 홈(Smart Home)’이 주택문화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스마트 홈’ 관련 기술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당장 활용 가능한 기술은 아니라고 여겨졌다. 몇몇 선구자들이 추상적인 ‘비전’으로서 막연한 그림을 제시했을 뿐이다. 예를 들면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미디어연구소의 니콜라스 니그로폰테는 그의 명저 ‘디지털이다(Being Digital)’에서 스마트 홈 개념을 보여줬다.
또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은 2002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TV와 오디오 등을 포함해 모든 가전제품은 인터넷과 연결할 수 있는 스마트 제품으로 바뀔 것”이라며 “이제 컴퓨터가 생활 속에 스며들어 가정 자체가 거대한 컴퓨터 시스템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말 미국의 한 시사주간지가 발표한 21개의 21세기 유망직업에 ‘스마트홈 테크니션(Smart-home technician)’이라는 낯선 직업이 포함됐다. 컴퓨터와 TV, VTR 등 가전제품을 컴퓨터 네트워크로 연결하거나 이 네트워크 이상을 바로잡는 전문가를 뜻한다. 미국의 한 컨설팅 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2002년에 지은 새 주택 가운데 20% 정도가 컴퓨터 네트워크 관련 시설을 갖추고 있다. 물론 인터넷을 위한 초고속 통신망 연결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보안 시스템이나 음악을 여러 방에서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네트워크 뮤직 시스템도 있다. 최근 열리는 블루투스(Bluetooth·전자제품 근거리 무선통신) 관련 학술대회나 전시회에서는 케이블 TV나 에어컨과 무선기술을 결합한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스마트 홈’ 관련 기술은 아직 연구개발 단계로 전시용에 불과하지만, 세계 각국의 주요 대학과 다국적 정보통신기업들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 대학에서는 거주자의 생활습관과 움직임에 맞추어 거주 환경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는 ‘어댑티브 하우스(Adaptive House)’라는 스마트 홈 환경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면 거주자의 출퇴근 시각에 맞춰 조명의 점멸과 밝기를 조절하고 몸을 씻을 수 있는 물의 온도를 맞추는 식이다.
미국 조지아 공대에서 연구하고 있는 ‘어웨어 홈(Aware Home)’은 부모 자식 간의 유대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노부모의 행동을 활발, 보통, 정지 등의 단계로 인식하여 자녀에게 전달하고 지갑, 열쇠, 휴대전화처럼 잃어버리기 쉬운 물건의 위치정보를 제공하며, 약 먹을 시간이나 위급한 상황 등도 알려준다.
이미 지어진 집은 거주자가 원하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기 어렵다. MIT에서 추진하고 있는 ‘하우스엔(House_n) 프로젝트’는 집을 지을 때부터 거주자가 원하는 홈 네트워크 기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맞춤형 스마트 홈’ 구현 프로젝트다. 건축재료에서 구조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 대한 인체공학적인 맞춤형 설계를 강조하고 있으며 에너지 효율과 경제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이지리빙(EasyLiving)’은 휴대용 단말기를 통해 지능형 거주환경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홈 컴퓨터에 들어 있는 모든 정보를 휴대용 단말기로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한 휴대용 단말기는 통화를 원하는 사람의 이름을 말하면 바로 연결해주고, 이메일 수신 여부와 그 내용을 알려주며, 어린이나 애완동물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국내 가전업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LG가 추구하는 ‘드림 홈(Dream Home)’은 가정주부가 원하는 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부의 주요 활동공간인 주방을 중심으로 냉장고, 전자레인지, 세탁기, 에어컨 등의 가전기기를 인터넷으로 연결하여 주부를 위한 비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다. 삼성이 내건 ‘디지털 홈(Digital Home)’은 가정생활을 네 가지 영역으로 구분하여 통합적인 정보가전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1980년대 일본서 ‘가사 자동화’ 시도
이 같은 ‘스마트 홈’ 개념은 1980년대 일본 가전업체들이 제시한 ‘가사 자동화(Home Automation)’ 개념과 비슷하다. 당시는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기 전이어서 중앙컴퓨터가 모든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구상됐지만, 지금은 초고속인터넷을 통해 가전제품끼리 서로 네트워크로 연결된다는 점이 다르다.
1980년대에 등장했던 ‘가사 자동화’ 개념이 1990년대에는 사라졌다가 2000년대 들어 갑자기 ‘스마트 홈’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부활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정이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가치관의 등장으로 전통적인 개념의 가정이 흔들리면서 가정을 지키려는 노력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요즘은 가족을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대가족이냐 핵가족이냐’ 하는 구분은 무의미하다. 혼자 사는 싱글가족, 주말가족,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족 가족, 듀크(DEWK·Double Employed With Kids)족 가족, 노부부 가족, 이혼가족, 재혼가족, 의사가족(擬似家族·계약동거에 의한 가족, 동성애가족, 문화적·종교적 공동체가족 등)같이 이질적인 가족형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또 2001년 미국에서 일어난 9·11 테러를 지켜본 사람들은 복잡하고 불확실한 현실에서 벗어나 가정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코쿠닝(Cocooning)’ 현상이다. 1981년 ‘코쿠닝’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클릭! 미래 속으로’의 저자 페이스 팝콘은 “사람들이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외출을 삼가고 누에고치(cocoon)처럼 가정으로 숨어든다”며 “코쿠닝 현상이 최소한 10년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스마트 홈’을 새로운 첨단가정을 상징하는 하드웨어라고 한다면 단란한 가족, 곧 ‘스위트 홈’은 그 속을 채우는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 홈’을 통해 ‘스위트 홈’을 구현해보려는 시도 역시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스마트’한 것이 반드시 ‘스위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건축 관련 업체뿐 아니라 정보통신 업체들도 SOD에 뛰어들었다. 인텔은 2001년 포틀랜드 SOD에 ‘인텔 파빌리온(Intel Pavilion)’을 마련한 것을 비롯해 주요 SOD에 참가하여 ‘홈 네트워킹’ 개념을 보여주고 있다. 거실에 ‘홈 서버(Home Server)’를 두고 집 안 전체의 ‘디지털 라이브러리’(PC TV 오디오 냉·난방 단열 조명 방범 등)를 모두 제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모든 기기는 홈 서버와 연결된 PC로 작동시킬 수 있다.
美 신축주택 20% 컴네트워크 구축
이제는 입지조건, 건축자재, 인테리어뿐 아니라 첨단 정보통신 기술이 주택의 품질을 좌우하게 된 것이다. 이는 테크놀로지(Technology) 개념이 접목된 ‘스마트 홈(Smart Home)’이 주택문화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스마트 홈’ 관련 기술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당장 활용 가능한 기술은 아니라고 여겨졌다. 몇몇 선구자들이 추상적인 ‘비전’으로서 막연한 그림을 제시했을 뿐이다. 예를 들면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미디어연구소의 니콜라스 니그로폰테는 그의 명저 ‘디지털이다(Being Digital)’에서 스마트 홈 개념을 보여줬다.
또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은 2002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TV와 오디오 등을 포함해 모든 가전제품은 인터넷과 연결할 수 있는 스마트 제품으로 바뀔 것”이라며 “이제 컴퓨터가 생활 속에 스며들어 가정 자체가 거대한 컴퓨터 시스템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말 미국의 한 시사주간지가 발표한 21개의 21세기 유망직업에 ‘스마트홈 테크니션(Smart-home technician)’이라는 낯선 직업이 포함됐다. 컴퓨터와 TV, VTR 등 가전제품을 컴퓨터 네트워크로 연결하거나 이 네트워크 이상을 바로잡는 전문가를 뜻한다. 미국의 한 컨설팅 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2002년에 지은 새 주택 가운데 20% 정도가 컴퓨터 네트워크 관련 시설을 갖추고 있다. 물론 인터넷을 위한 초고속 통신망 연결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보안 시스템이나 음악을 여러 방에서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네트워크 뮤직 시스템도 있다. 최근 열리는 블루투스(Bluetooth·전자제품 근거리 무선통신) 관련 학술대회나 전시회에서는 케이블 TV나 에어컨과 무선기술을 결합한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21세기 유망직업으로 ‘스마트홈 테크니션’이 부상하고 있다. 집이 첨단 기술의 집결체로 변하면서 이를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영역이 생겨난 것이다.
미국 콜로라도 대학에서는 거주자의 생활습관과 움직임에 맞추어 거주 환경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는 ‘어댑티브 하우스(Adaptive House)’라는 스마트 홈 환경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면 거주자의 출퇴근 시각에 맞춰 조명의 점멸과 밝기를 조절하고 몸을 씻을 수 있는 물의 온도를 맞추는 식이다.
미국 조지아 공대에서 연구하고 있는 ‘어웨어 홈(Aware Home)’은 부모 자식 간의 유대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노부모의 행동을 활발, 보통, 정지 등의 단계로 인식하여 자녀에게 전달하고 지갑, 열쇠, 휴대전화처럼 잃어버리기 쉬운 물건의 위치정보를 제공하며, 약 먹을 시간이나 위급한 상황 등도 알려준다.
이미 지어진 집은 거주자가 원하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기 어렵다. MIT에서 추진하고 있는 ‘하우스엔(House_n) 프로젝트’는 집을 지을 때부터 거주자가 원하는 홈 네트워크 기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맞춤형 스마트 홈’ 구현 프로젝트다. 건축재료에서 구조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 대한 인체공학적인 맞춤형 설계를 강조하고 있으며 에너지 효율과 경제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이지리빙(EasyLiving)’은 휴대용 단말기를 통해 지능형 거주환경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홈 컴퓨터에 들어 있는 모든 정보를 휴대용 단말기로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한 휴대용 단말기는 통화를 원하는 사람의 이름을 말하면 바로 연결해주고, 이메일 수신 여부와 그 내용을 알려주며, 어린이나 애완동물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국내 가전업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LG가 추구하는 ‘드림 홈(Dream Home)’은 가정주부가 원하는 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부의 주요 활동공간인 주방을 중심으로 냉장고, 전자레인지, 세탁기, 에어컨 등의 가전기기를 인터넷으로 연결하여 주부를 위한 비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다. 삼성이 내건 ‘디지털 홈(Digital Home)’은 가정생활을 네 가지 영역으로 구분하여 통합적인 정보가전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1980년대 일본서 ‘가사 자동화’ 시도
이 같은 ‘스마트 홈’ 개념은 1980년대 일본 가전업체들이 제시한 ‘가사 자동화(Home Automation)’ 개념과 비슷하다. 당시는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기 전이어서 중앙컴퓨터가 모든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구상됐지만, 지금은 초고속인터넷을 통해 가전제품끼리 서로 네트워크로 연결된다는 점이 다르다.
1980년대에 등장했던 ‘가사 자동화’ 개념이 1990년대에는 사라졌다가 2000년대 들어 갑자기 ‘스마트 홈’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부활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정이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가치관의 등장으로 전통적인 개념의 가정이 흔들리면서 가정을 지키려는 노력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요즘은 가족을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대가족이냐 핵가족이냐’ 하는 구분은 무의미하다. 혼자 사는 싱글가족, 주말가족,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족 가족, 듀크(DEWK·Double Employed With Kids)족 가족, 노부부 가족, 이혼가족, 재혼가족, 의사가족(擬似家族·계약동거에 의한 가족, 동성애가족, 문화적·종교적 공동체가족 등)같이 이질적인 가족형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또 2001년 미국에서 일어난 9·11 테러를 지켜본 사람들은 복잡하고 불확실한 현실에서 벗어나 가정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코쿠닝(Cocooning)’ 현상이다. 1981년 ‘코쿠닝’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클릭! 미래 속으로’의 저자 페이스 팝콘은 “사람들이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외출을 삼가고 누에고치(cocoon)처럼 가정으로 숨어든다”며 “코쿠닝 현상이 최소한 10년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스마트 홈’을 새로운 첨단가정을 상징하는 하드웨어라고 한다면 단란한 가족, 곧 ‘스위트 홈’은 그 속을 채우는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 홈’을 통해 ‘스위트 홈’을 구현해보려는 시도 역시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스마트’한 것이 반드시 ‘스위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