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세계 각국에서는 기상이변에 가까운 무더운 날씨로 수천여명의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피해가 극심했다. 이미 한 달째 남·서 유럽을 달구고 있는 ‘불가마 더위’로 영국과 독일에서는 연일 수은주가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으며,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서는 산불이 자연 발화할 정도였다.
문제는 이러한 기상이변이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데 있다. 8월 초 네팔에서는 폭우와 산사태로 142명이 사망했으며, 유럽에서는 최소 3000명이 일사병과 기상이변으로 인한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미국 워싱턴 인근은 여름 내내 비가 내렸으며, 중국에서는 저장성 사오싱시에서만 100여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등 전국적으로 날씨로 인한 사망자가 수천명에 달했다.
주된 기상이변은 높은 지표면 온도에 의해 발생한다. 폭염은 사람들의 일상생활까지도 바꿔놓는다. 독일에서는 ‘에어컨 없는 건물의 실내온도가 29℃가 되면 근무를 중지할 수 있다’는 법규정에 따라 근무지를 이탈하는 근로자들이 속출하고 있으며, 유럽 각 도시의 분수대는 수영장을 방불케 한다. 파리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대기오염 악화로 자동차 운행속도 제한령이 발효됐으며, 아테네에서는 에어컨 가동에 따른 추가비용을 요구하는 택시기사와 승객 간에 싸움이 빈발하고 있다. 이밖에 각국에서 원전가동 및 철도운행 중단, 전기공급 제한 등의 긴급조치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구촌 기상이변은 인재(人災)
유럽 아시아 북미 등 북반구를 강타하고 있는 폭염에 대해 기상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지구온난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파악해왔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 사용이 급증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졌고, 이는 지속적 기온 상승과 함께 우려할 만한 기후변화를 초래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패널’(이하 IPCC)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 중 이미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30% 가량 증가했으며 지구 평균기온은 0.8℃ 가까이 상승했다(그래프 참조).
문제는 이 같은 온난화의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기상연구소 타인달센터 소장인 존 셸른후베르 박사는 8월6일자 ‘가디언지’에 실린 인터뷰에서 “현재 북반구의 약 30개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폭염은 누구도 현실화되지 않기 바라는 지구온난화 최악의 시나리오와 상당히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까지 과학계에서는 현재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데 최소 20~30년은 걸릴 것으로 전망해왔다”며 “이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가 매우 빠르고 강하게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나타낸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유엔에서 열린 IPCC는 최소 100년 후인 22세기에 지구온도가 현재보다 5℃ 정도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국제기상회의에서는 IPCC의 모델이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한 것이며, 기온 상승 전망치를 7~10℃로 잡아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따라서 기상학자들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교토의정서’ 발효가 시급할 뿐만 아니라 이제는 교토의정서 수준의 규제로도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교토의정서가 비준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던 미국 부시 정부는 국내외 비판에도 불구하고 환경보호청에 친기업적인 인물을 새로 기용함으로써 여전히 교토의정서에 가입하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부시 정부가 교토의정서를 무시하면서 지구온난화를 방치할 경우 향후 극심한 국제분쟁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호주 기상청의 그레임 피어먼 선임연구원은 8월4일 “전 세계 기후 악화를 막기 위해선 적어도 현재의 70% 수준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면서 “2050년까지 20억명의 인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 시급한 대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공공정책연구소(IPPR)도 “최근 기후변화가 초기 예상보다 심각하게 악화되어 교토의정서를 넘어서는 다음 단계의 조치들을 검토해야 한다”며 “세계 최대 오염원인 미국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도록 설득하지 못하면 문제는 계속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날씨로 인한 법정 소송은 향후 국제분쟁의 새로운 경향으로서 지구온난화 문제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현재 날씨 분쟁이 진행중인 실례가 있다. 올 2월 미국의 코네티컷, 메인, 매사추세츠 주는 환경청이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실패해 지역 환경을 오염시켰다는 이유로 환경청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지난해 8월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구온난화에 일조한 미국 기업체와 이를 지원한 미 수출입은행을 고소했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50년 안에 섬이 바다 속으로 사라질 위험에 처하자 지난해 9월 미국과 호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몇 십년 전만 해도 전혀 송사의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던 흡연(필립 모리스: 수백억 달러 규모의 흡연 피해 소송 진행중), 비만(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비만 청소년들이 소송 제기)에 이어 전 지구적 문제로 인식되는 기후변화가 소송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홍수, 가뭄, 해수면 상승, 산불 등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기상이변의 상당수가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로 드러나고 있는 만큼, 이를 초래한 정부나 기업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최근 40개 이상의 시민단체들이 기후 변화에 대해 법률적 대응을 하기 위해 과학자, 변호사 등 전문가들과 공동으로 만든 ‘기후정의계획(CJP)’에 따르면 이미 2건의 기후변화 관련 소송이 미국 법원에서 제기됐으며 대기중인 사건도 많아 소송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가장 중점적인 소송 대상은 지구촌 기상이변의 주범으로 알려진 지구온난화. 온난화를 초래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 가스는 선진국의 무분별한 화석연료 사용에 의해 대량으로 발생하고 있다.
누가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누가 보상을 받을 것인가, 기상이변과 책임 사이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증명할 수 있는가 등의 기술적인 문제가 선결돼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소송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제 법률회사 관계자들은 “온실가스 규제에 대항해 불법 로비를 펼친 회사, 기후변화 관련 대책을 소홀히 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힌 회사,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한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 미국 등이 소송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CJP의 피터 로더릭 변호사는 “기후변화 결과에 대한 보상 규모는 담배소송 정도와는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2002년 환경ㆍ사회문제 전문 조사기업인 미국의 ‘이노베스트 전략가치 자문회사’가 유엔환경계획(UNEP)의 의뢰를 받아 발표한 ‘기후변화와 금융산업’이라는 보고서에서 “자연재해의 원인이 되는 기후변화를 막을 획기적인 환경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앞으로 10년 내에 기후재해로 인한 손실 규모가 연간 1500억 달러(약 180조원)로 급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태풍 ‘루사’로 무려 7조원 가량의 엄청난 피해를 당한 우리로서는 결코 가볍게 흘려버릴 수 없는 경고다.
문제는 이러한 기상이변이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데 있다. 8월 초 네팔에서는 폭우와 산사태로 142명이 사망했으며, 유럽에서는 최소 3000명이 일사병과 기상이변으로 인한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미국 워싱턴 인근은 여름 내내 비가 내렸으며, 중국에서는 저장성 사오싱시에서만 100여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등 전국적으로 날씨로 인한 사망자가 수천명에 달했다.
주된 기상이변은 높은 지표면 온도에 의해 발생한다. 폭염은 사람들의 일상생활까지도 바꿔놓는다. 독일에서는 ‘에어컨 없는 건물의 실내온도가 29℃가 되면 근무를 중지할 수 있다’는 법규정에 따라 근무지를 이탈하는 근로자들이 속출하고 있으며, 유럽 각 도시의 분수대는 수영장을 방불케 한다. 파리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대기오염 악화로 자동차 운행속도 제한령이 발효됐으며, 아테네에서는 에어컨 가동에 따른 추가비용을 요구하는 택시기사와 승객 간에 싸움이 빈발하고 있다. 이밖에 각국에서 원전가동 및 철도운행 중단, 전기공급 제한 등의 긴급조치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구촌 기상이변은 인재(人災)
유럽 아시아 북미 등 북반구를 강타하고 있는 폭염에 대해 기상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지구온난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파악해왔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 사용이 급증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졌고, 이는 지속적 기온 상승과 함께 우려할 만한 기후변화를 초래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패널’(이하 IPCC)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 중 이미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30% 가량 증가했으며 지구 평균기온은 0.8℃ 가까이 상승했다(그래프 참조).
문제는 이 같은 온난화의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기상연구소 타인달센터 소장인 존 셸른후베르 박사는 8월6일자 ‘가디언지’에 실린 인터뷰에서 “현재 북반구의 약 30개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폭염은 누구도 현실화되지 않기 바라는 지구온난화 최악의 시나리오와 상당히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까지 과학계에서는 현재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데 최소 20~30년은 걸릴 것으로 전망해왔다”며 “이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가 매우 빠르고 강하게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나타낸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유엔에서 열린 IPCC는 최소 100년 후인 22세기에 지구온도가 현재보다 5℃ 정도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국제기상회의에서는 IPCC의 모델이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한 것이며, 기온 상승 전망치를 7~10℃로 잡아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따라서 기상학자들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교토의정서’ 발효가 시급할 뿐만 아니라 이제는 교토의정서 수준의 규제로도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교토의정서가 비준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던 미국 부시 정부는 국내외 비판에도 불구하고 환경보호청에 친기업적인 인물을 새로 기용함으로써 여전히 교토의정서에 가입하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부시 정부가 교토의정서를 무시하면서 지구온난화를 방치할 경우 향후 극심한 국제분쟁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호주 기상청의 그레임 피어먼 선임연구원은 8월4일 “전 세계 기후 악화를 막기 위해선 적어도 현재의 70% 수준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면서 “2050년까지 20억명의 인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 시급한 대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공공정책연구소(IPPR)도 “최근 기후변화가 초기 예상보다 심각하게 악화되어 교토의정서를 넘어서는 다음 단계의 조치들을 검토해야 한다”며 “세계 최대 오염원인 미국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도록 설득하지 못하면 문제는 계속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날씨로 인한 법정 소송은 향후 국제분쟁의 새로운 경향으로서 지구온난화 문제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현재 날씨 분쟁이 진행중인 실례가 있다. 올 2월 미국의 코네티컷, 메인, 매사추세츠 주는 환경청이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실패해 지역 환경을 오염시켰다는 이유로 환경청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지난해 8월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구온난화에 일조한 미국 기업체와 이를 지원한 미 수출입은행을 고소했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50년 안에 섬이 바다 속으로 사라질 위험에 처하자 지난해 9월 미국과 호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몇 십년 전만 해도 전혀 송사의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던 흡연(필립 모리스: 수백억 달러 규모의 흡연 피해 소송 진행중), 비만(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비만 청소년들이 소송 제기)에 이어 전 지구적 문제로 인식되는 기후변화가 소송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홍수, 가뭄, 해수면 상승, 산불 등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기상이변의 상당수가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로 드러나고 있는 만큼, 이를 초래한 정부나 기업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최근 40개 이상의 시민단체들이 기후 변화에 대해 법률적 대응을 하기 위해 과학자, 변호사 등 전문가들과 공동으로 만든 ‘기후정의계획(CJP)’에 따르면 이미 2건의 기후변화 관련 소송이 미국 법원에서 제기됐으며 대기중인 사건도 많아 소송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가장 중점적인 소송 대상은 지구촌 기상이변의 주범으로 알려진 지구온난화. 온난화를 초래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 가스는 선진국의 무분별한 화석연료 사용에 의해 대량으로 발생하고 있다.
누가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누가 보상을 받을 것인가, 기상이변과 책임 사이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증명할 수 있는가 등의 기술적인 문제가 선결돼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소송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제 법률회사 관계자들은 “온실가스 규제에 대항해 불법 로비를 펼친 회사, 기후변화 관련 대책을 소홀히 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힌 회사,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한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 미국 등이 소송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CJP의 피터 로더릭 변호사는 “기후변화 결과에 대한 보상 규모는 담배소송 정도와는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2002년 환경ㆍ사회문제 전문 조사기업인 미국의 ‘이노베스트 전략가치 자문회사’가 유엔환경계획(UNEP)의 의뢰를 받아 발표한 ‘기후변화와 금융산업’이라는 보고서에서 “자연재해의 원인이 되는 기후변화를 막을 획기적인 환경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앞으로 10년 내에 기후재해로 인한 손실 규모가 연간 1500억 달러(약 180조원)로 급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태풍 ‘루사’로 무려 7조원 가량의 엄청난 피해를 당한 우리로서는 결코 가볍게 흘려버릴 수 없는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