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을 듬뿍 넣은 샐러드.
백과사전에 나온 샐러드의 정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샐러드는 ‘한 끼 식사로는 어딘지 모자란, 약간 느끼한 음식’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패밀리 레스토랑의 수가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샐러드 애호가의 수도 함께 늘어났다. ‘케이준 샐러드’ ‘시저스 샐러드’ 등이 이들 레스토랑의 인기 메뉴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학생인 박지혜씨(20)는 친구들과 점심을 먹을 때 샐러드 바를 즐겨 찾는다. 박씨는 옥수수와 콩, 과일 등을 듬뿍 담고 요구르트 드레싱을 얹은 샐러드를 특히 좋아한다. “엄마는 그것만 먹고 오후에 배고프지 않냐고 물으시지만 샐러드만 먹어도 의외로 배가 불러요. 다이어트도 되고 건강에도 좋으니 일석이조인 것 같아요.”
‘샐러드(Salad)’의 어원은 소금을 뜻하는 라틴어 ‘Sal’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생채소에 소금을 뿌려 먹은 것이 최초의 셀러드다. 고대인들은 마늘, 파슬리, 셀러리, 물냉이 등 약초에 해당하는 채소를 사용해 샐러드를 만들어 먹었다. 예로부터 샐러드는 건강식이었던 셈.
숙명여대 한영실 교수(식품영양학)는 “나물, 정제하지 않은 곡물 등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을 주로 먹었던 과거에 비해 서구 식단의 영향을 많이 받은 요즘의 음식들은 섬유소가 부족하다”며 “샐러드는 장 내의 중금속, 유해물질, 숙변 등을 청소해주는 섬유소가 많은 채소 위주의 식사라는 점에서 볼 때 바람직한 건강식”이라고 말했다.
샐러드는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양상추 셀러리 치코리 비트 무순 래디시 브로콜리 등 샐러드에 많이 쓰는 채소들의 칼로리 함유량은 다른 음식에 비해 3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이다. 이 밖에도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고 신진대사를 돕거나 암 예방 효과가 있는 등 샐러드의 유익한 점은 다섯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
요리연구가 오정욱씨는 “채소만 넣은 샐러드는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며 육류나 참치 등의 해물류, 닭고기 등을 함께 넣을 것을 조언했다. “고기류를 넣은 샐러드는 먹고 난 후 든든하고 품격도 있죠. 토마토, 삶은 달걀, 물오징어, 조갯살 등도 샐러드를 한층 돋보이게 만드는 재료들입니다. 이 같은 샐러드와 함께 빵이나 파스타, 수프 등을 곁들이면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됩니다.”
모든 샐러드에서 지켜야 할 철칙은 차갑게 먹는 것과 먹기 직전에 만드는 것. 드물게 채소를 따뜻하게 만들어 쓰는 경우도 있지만 샐러드는 기본적으로 차게 먹는 음식이다. 이를 위해 샐러드에 넣을 채소는 한입 크기로 썬 후 얼음물에 잠시 담가놓았다가 꺼내 물기를 뺀다. 드레싱 역시 냉동실에 넣어서 샤베트처럼 얼린 후 끼얹으면 한층 맛이 좋아진다.
한국적인 드레싱 시도할 만
봄은 특히 샐러드가 맛있는 계절이다. 냉이 달래 봄동 돗나물 영양부추 등 봄나물을 비롯해서 각종 계절채소가 풍부하기 때문. 봄나물을 이용해서 겉절이처럼 샐러드를 만들 수도 있다. 액젓과 고춧가루 대신 레몬즙과 간장, 식초, 설탕 등을 넣은 새콤달콤한 드레싱을 만들어 가볍게 버무리는 기분으로 무치면 멋진 ‘봄나물 샐러드’가 된다. 이때 연두부를 살짝 데친 후 네모로 썰어 넣거나 프라이드 치킨을 한입 크기로 썰어 넣으면 아이들도 좋아한다.
샐러드에 어울리는 여러 가지 드레싱들.
드레싱은 모든 재료를 함께 섞은 후 믹서에 갈면 완성된다. 생선류가 들어가는 샐러드의 드레싱에는 레몬즙을 넣어 비린내를 없앤다. 또 레드 와인을 한 컵 정도의 분량이 되게끔 졸여 냉장고에 보관해 두었다가 드레싱의 마무리에 한두 스푼 정도 살짝 끼얹어주는 것도 요리전문가들이 권하는 비법이다. 색깔이 예뻐질 뿐만 아니라 와인의 향과 맛 덕분에 한층 세련된 드레싱이 된다.
시장에 싱그러운 봄나물이 넘치고 김장김치는 맛이 없어지는 초봄, 항상 먹던 나물이나 겉절이 대신 상큼한 샐러드 한 접시로 봄의 나른함을 이겨보는 것은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