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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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 조롱 ‘3인의 엽기행각’

  • < 신을진 기자happyend@donga.com >

    입력2005-01-27 13: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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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 조롱 ‘3인의 엽기행각’
    지난 94년 5월, 자신의 부모를 살해한 박한상 패륜 살인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 사회는 교육제도의 총체적 실패, 사회적, 반도덕의 팽배 등을 원인이라고 하며, 도덕에 대한 위기의식이 만연해 있었다. 사회 전체가 혀를 차며 ‘착하게 살자’고 목소리 높일 때 누군가 ‘박한상’이라는 인물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 아이는 왜 부모를 죽인 걸까? 무언가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가 사건 뒤에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날부터 이 이야기를 가지고 시나리오를 쓰기로 마음먹은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이무영 감독이다. 영화 ‘휴머니스트’는 시나리오 작가, 팝 칼럼니스트, 방송 리포터 등 전방위로 활동해 온 이무영의 감독 데뷔작. 감독이 되기 전부터 그는 충무로의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였다. ‘공동경비구역 JSA’를 만든 박찬욱 감독의 B급 영화 ‘삼인조’ ‘간첩 리철진’ ‘아나키스트’의 시나리오를 모두 그가 썼다. 영화와 음악, 그리고 대중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그이기에 이무영이 만드는 영화가 어떤 장르에 어떤 메시지를 담았을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졌던 것이 사실.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영화 ‘휴머니스트’는 기존 장르 영화의 공식과 우리 사회의 모든 가치를 뒤집으며 시작한다.

    도덕 조롱 ‘3인의 엽기행각’
    제목부터가 그렇다. 여기서 말하는 ‘휴머니스트’는 따뜻한 마음과 사랑이 넘치는 인간적인 사람들이 아니라, ‘돈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서슴지 않는 사람들’ 즉, ‘HU-MONEY-ST’임을 영화를 보는 중에 알게 된다. ‘탈장르 퓨전무비’라 이름 붙일 수 있을까. 세 친구의 엉뚱한 발상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상황들은 코믹하지만 살인과 폭행, 납치가 난무하는 영화의 스토리는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엽기적-자극적인 장면들에 지칠 때쯤, 영화는 과연 인간적이라는 게 무엇인지, 인간이란 정말 선한 존재인지를 육중한 목소리로 되묻는다.

    전역한 군장성의 부잣집 아들인 마태오(안재모)는 어린 시절부터 돈의 정치-사회적 마력을 체득한 인물.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온갖 짓을 다하고, 음주운전으로 경찰관을 죽인다. 그리고 거액을 마련하기 위해 친구들을 시켜 아버지를 납치하는 범죄를 계획한다. 돈 때문에 마태오의 친구가 된 고자 유글레나(강성진)와 초등학교 때 뇌를 다쳐 지능이 떨어지는 아메바(박상면)가 납치극을 벌이지만, 일은 엉뚱하게 꼬이고 이들의 계획은 헛수고가 되고 만다.



    경찰에게 맞아 장독이 오른 아메바가 똥물을 세 바가지나 마시고, 구더기가 들끓는 썩은 다리를 끌고다니는 거지가 등장하며,죽마고우를 삽과 망치로 내리치는 등 영화는 시종일관 엽기적-충격적인 장면들로 가득하다. 수녀의 치마를 걷어올리고 겁탈하려 드는 사내의 모습을 보는 것도 영 볼썽사나운 일. 갖가지 방식으로 현대인의 모습을 조롱하며 “그래, 이래도 우리 사회가 잘 돌아간다고 믿느냐”고 반문하는 감독의 목소리는 인디밴드의 음악만큼이나 쩌렁쩌렁하게 관객의 가슴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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