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4000만원짜리 텔레비전의 행방은?’지난 4월 말 미국의 방송전시회 참석 도중 도난당한 삼성전자의 63인치 세계 최대 PDP TV의 행방이 사건 발생 보름이 넘도록 아직까지 묘연하다.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지난해 LG전자의 60인치 PDP TV실종 사건처럼 영구미제로 빠져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미국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보험금액을 받아내는 것 외에 물건을 다시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63인치 PDP TV는 삼성SDI가 개발해 삼성전자가 생산한, 세계적으로 3대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가격이 약 3만달러(약 3900만원)에 이르는 초고가 텔레비전이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다는 사실보다, 정작 문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잇달아 상용화 직전의 국산 PDP TV가 해외에서 도난당함으로써 국내 기술진이 개발한 PDP 관련 핵심기술이 해외 경쟁업체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대에 약 4천만원… 상용화 눈앞
지금부터 1년 전쯤 독일에서 발생한 LG전자의 60인치 PDP 실종사건은 기술 유출 여부를 떠나서 문제의 PDP TV가 단순 실종한 것인지, 어딘가에 보관되어 있는지, 아니면 정말 국내 기술을 노린 산업스파이에게 도난당한 것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다. 뒤늦게 신고를 받은 현지 경찰 역시 현지 운송회사를 대상으로 발생한 사건이라는 성격 때문에 사고 대상 물품의 원래 보유자인 우리 기업들을 상대로는 수사 진행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지 않는 형편이다. LG에서는 아예 ‘PDP 증발사건’이라고 한다.
삼성전자의 63인치 PDP TV는 물건을 보관하던 미국 라스베이거스 힐튼호텔의 비즈니스센터 직원이 삼성전자 협력업체인 DSI사 직원을 사칭한 인물에게 이를 확인하지 않고 물건을 넘김으로써 발생했다. 그러나 LG전자 사건은 아무리 살펴봐도 물건이 새어나갈 만한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스터리’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문제의 PDP가 독일을 떠난 것은 지난해 3월10일 밤.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떠난 루프트한자 소속의 화물기 LH8420편은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의 두바이 공항을 거쳐 인도의 뉴델리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빗 박람회에 전시했던 PDP를 포함해 LG전자 제품 수십여 점은 프랑크푸르트 공항까지 이를 운송해 온 세계적 물류운송 회사 게올로기스티크스(Geologistics)사에서 루프트한자항공의 프랑크푸르트 공항 보세창고로 옮겨졌고 출발 시각에 맞춰 LH8420편에 실렸다. 그러나 이로부터 몇 시간 뒤 인도의 뉴델리 공항에 도착한 LG전자의 전자제품 목록에는 유독 문제의 PDP 제품만 빠졌다. 운송 도중 PDP가 감쪽같이 없어진 것이다. PDP가 잠시 머물렀던 보세창고는 허가받지 않은 일반인들은 아예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구역이고, 수사 결과 운송회사인 게올로기스티크가 루프트한자로 물건을 넘겼다는 사실은 서류상으로도 확인되었다. 007 첩보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사건이 발생하자 루프트한자 항공의 모든 네트워크를 동원하여 전 세계 공항에 산재한 이 항공사의 창고를 세 차례에 걸쳐 모조리 뒤졌으나 물건을 찾지 못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제품의 규모나 운송 방법으로 보아 관리 소홀로 인해 분실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공항 내의 물류 흐름에 정통한 내부 협조자의 도움 없이는 일어날 수 없는 사고라는 데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일부에서 점쳤던 개인 차원의 범죄 가능성을 일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개인 차원에서 이런 거대한 ‘작업’을 진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PDP의 핵심기술을 노린 경쟁업체의 소행으로 짐작하지만 어느 누구도 특정업체를 거명하기를 꺼리는 상황이다.
차세대 유망산업으로 꼽히는 PDP는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lasma Display Panel)의 약자로 ‘플라즈마’라고 하는 고압 방전방식을 이용해 가시광선을 만든 뒤 이를 이용해 영상을 만드는 신개념 영상매체다. 기존 TV의 브라운관 방식보다 화질이 선명한데다 40인치 이상의 대형임에도 두께가 5~10cm에 지나지 않아 벽에 걸어놓고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PDP를 ‘벽걸이 TV’라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 올해부터 각 업체들이 본격 양산체제를 갖추었으며 가격대도 700~800만원대로 떨어져 본격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 3월부터 대량생산 체제를 갖춘 LG전자의 경우만 해도 30만대 생산목표에 60인치급만 8만5000대 생산을 공언할 만큼 시장 전망이 밝은 분야다. 각 업체들이 PDP에 눈독을 들이는 것도 이러한 엄청난 시장성 때문이다.
전자업계에서 우리 나라 업체들의 PDP 관련 기술은 정상급. LG전자가 지난 98년 이미 60인치급 PDP를 개발했고, 삼성SDI가 지난해 세계 최대 63인치급 PDP를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대우전자 등 후발 업체들도 이 시장에 속속 뛰어들었다. 일본에서는 후지쓰 히다치 NEC 등이 우리와 대등한 기술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이쯤되면 아직 한국이나 일본에 비해 PDP 기술이 일천한 미국업체 등에서 한국의 핵심 기술에 눈독을 들일 만도 하다. 그러나 007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국제 도난사건에 한국 기업의 경쟁업체가 개입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다 보니 개발기술을 유출하여 경쟁업체에 결과적으로 좋은 일을 시키더라도 이에 대해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은 전무한 형편이다. 첨단 전자제품을 만드는 핵심기술은 대부분 특허 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 비밀형태로 회사 내에서만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미합동법률사무소 김재훈 변호사는 “기술에 대한 가치는 통상 투자비용이나 연구개발기간, 투자 회수에 필요한 기간 등을 감안해 정하지만 LG전자 PDP 도난사건의 경우 기술에 대한 권한을 침해한 자가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므로 기술력 손실에 대해서는 어떠한 보상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 관계자 역시 “운송과정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 계약에 따라 문제의 PDP 판매 가액의 120% 정도를 보상받는 것으로 사실상 사건을 종결지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PDP 실종사건이 도난사건이라는 것이 하루빨리 밝혀지고 범인이 잡힌 뒤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내는 수밖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LG측이나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쥔 루프트한자 항공측모두 이 문제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기는 마찬가지여서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LG전자에서는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쥔 루프트한자 항공측이 회사의 명예를 고려해 공개하지 않지만 뭔가 단서 정도는 갖고 있지 않겠느냐고 추측할 뿐이다. 삼성측 역시 사실상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는 분위기다. 국내업체들은 PDP 관련 핵심기술이 칩(chip) 형태로 내장되어 있어 다른 업체들이 이를 입수하더라도 기술을 베끼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고 판단하고 있다.
서울대 황지웅 교수(전기공학부)도 “PDP 개발에 필요한 핵심기술은 이미 어느 정도 공유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만한 사태는 아니다”고 말했다. 황교수는 그러나 “앞으로는 우리 나라 제품에 쓰인 기술을 외국업체들이 넘볼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각 업체들이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98년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기술 유출사건이 일어나 산업보안 분야에 경종을 울린 뒤 대기업들의 인식이 조금 나아졌을 뿐 아직도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인식 정도는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보다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는 말이다.
63인치 PDP TV는 삼성SDI가 개발해 삼성전자가 생산한, 세계적으로 3대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가격이 약 3만달러(약 3900만원)에 이르는 초고가 텔레비전이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다는 사실보다, 정작 문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잇달아 상용화 직전의 국산 PDP TV가 해외에서 도난당함으로써 국내 기술진이 개발한 PDP 관련 핵심기술이 해외 경쟁업체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대에 약 4천만원… 상용화 눈앞
지금부터 1년 전쯤 독일에서 발생한 LG전자의 60인치 PDP 실종사건은 기술 유출 여부를 떠나서 문제의 PDP TV가 단순 실종한 것인지, 어딘가에 보관되어 있는지, 아니면 정말 국내 기술을 노린 산업스파이에게 도난당한 것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다. 뒤늦게 신고를 받은 현지 경찰 역시 현지 운송회사를 대상으로 발생한 사건이라는 성격 때문에 사고 대상 물품의 원래 보유자인 우리 기업들을 상대로는 수사 진행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지 않는 형편이다. LG에서는 아예 ‘PDP 증발사건’이라고 한다.
삼성전자의 63인치 PDP TV는 물건을 보관하던 미국 라스베이거스 힐튼호텔의 비즈니스센터 직원이 삼성전자 협력업체인 DSI사 직원을 사칭한 인물에게 이를 확인하지 않고 물건을 넘김으로써 발생했다. 그러나 LG전자 사건은 아무리 살펴봐도 물건이 새어나갈 만한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스터리’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문제의 PDP가 독일을 떠난 것은 지난해 3월10일 밤.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떠난 루프트한자 소속의 화물기 LH8420편은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의 두바이 공항을 거쳐 인도의 뉴델리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빗 박람회에 전시했던 PDP를 포함해 LG전자 제품 수십여 점은 프랑크푸르트 공항까지 이를 운송해 온 세계적 물류운송 회사 게올로기스티크스(Geologistics)사에서 루프트한자항공의 프랑크푸르트 공항 보세창고로 옮겨졌고 출발 시각에 맞춰 LH8420편에 실렸다. 그러나 이로부터 몇 시간 뒤 인도의 뉴델리 공항에 도착한 LG전자의 전자제품 목록에는 유독 문제의 PDP 제품만 빠졌다. 운송 도중 PDP가 감쪽같이 없어진 것이다. PDP가 잠시 머물렀던 보세창고는 허가받지 않은 일반인들은 아예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구역이고, 수사 결과 운송회사인 게올로기스티크가 루프트한자로 물건을 넘겼다는 사실은 서류상으로도 확인되었다. 007 첩보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사건이 발생하자 루프트한자 항공의 모든 네트워크를 동원하여 전 세계 공항에 산재한 이 항공사의 창고를 세 차례에 걸쳐 모조리 뒤졌으나 물건을 찾지 못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제품의 규모나 운송 방법으로 보아 관리 소홀로 인해 분실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공항 내의 물류 흐름에 정통한 내부 협조자의 도움 없이는 일어날 수 없는 사고라는 데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일부에서 점쳤던 개인 차원의 범죄 가능성을 일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개인 차원에서 이런 거대한 ‘작업’을 진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PDP의 핵심기술을 노린 경쟁업체의 소행으로 짐작하지만 어느 누구도 특정업체를 거명하기를 꺼리는 상황이다.
차세대 유망산업으로 꼽히는 PDP는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lasma Display Panel)의 약자로 ‘플라즈마’라고 하는 고압 방전방식을 이용해 가시광선을 만든 뒤 이를 이용해 영상을 만드는 신개념 영상매체다. 기존 TV의 브라운관 방식보다 화질이 선명한데다 40인치 이상의 대형임에도 두께가 5~10cm에 지나지 않아 벽에 걸어놓고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PDP를 ‘벽걸이 TV’라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 올해부터 각 업체들이 본격 양산체제를 갖추었으며 가격대도 700~800만원대로 떨어져 본격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 3월부터 대량생산 체제를 갖춘 LG전자의 경우만 해도 30만대 생산목표에 60인치급만 8만5000대 생산을 공언할 만큼 시장 전망이 밝은 분야다. 각 업체들이 PDP에 눈독을 들이는 것도 이러한 엄청난 시장성 때문이다.
전자업계에서 우리 나라 업체들의 PDP 관련 기술은 정상급. LG전자가 지난 98년 이미 60인치급 PDP를 개발했고, 삼성SDI가 지난해 세계 최대 63인치급 PDP를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대우전자 등 후발 업체들도 이 시장에 속속 뛰어들었다. 일본에서는 후지쓰 히다치 NEC 등이 우리와 대등한 기술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이쯤되면 아직 한국이나 일본에 비해 PDP 기술이 일천한 미국업체 등에서 한국의 핵심 기술에 눈독을 들일 만도 하다. 그러나 007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국제 도난사건에 한국 기업의 경쟁업체가 개입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다 보니 개발기술을 유출하여 경쟁업체에 결과적으로 좋은 일을 시키더라도 이에 대해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은 전무한 형편이다. 첨단 전자제품을 만드는 핵심기술은 대부분 특허 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 비밀형태로 회사 내에서만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미합동법률사무소 김재훈 변호사는 “기술에 대한 가치는 통상 투자비용이나 연구개발기간, 투자 회수에 필요한 기간 등을 감안해 정하지만 LG전자 PDP 도난사건의 경우 기술에 대한 권한을 침해한 자가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므로 기술력 손실에 대해서는 어떠한 보상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 관계자 역시 “운송과정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 계약에 따라 문제의 PDP 판매 가액의 120% 정도를 보상받는 것으로 사실상 사건을 종결지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PDP 실종사건이 도난사건이라는 것이 하루빨리 밝혀지고 범인이 잡힌 뒤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내는 수밖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LG측이나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쥔 루프트한자 항공측모두 이 문제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기는 마찬가지여서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LG전자에서는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쥔 루프트한자 항공측이 회사의 명예를 고려해 공개하지 않지만 뭔가 단서 정도는 갖고 있지 않겠느냐고 추측할 뿐이다. 삼성측 역시 사실상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는 분위기다. 국내업체들은 PDP 관련 핵심기술이 칩(chip) 형태로 내장되어 있어 다른 업체들이 이를 입수하더라도 기술을 베끼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고 판단하고 있다.
서울대 황지웅 교수(전기공학부)도 “PDP 개발에 필요한 핵심기술은 이미 어느 정도 공유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만한 사태는 아니다”고 말했다. 황교수는 그러나 “앞으로는 우리 나라 제품에 쓰인 기술을 외국업체들이 넘볼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각 업체들이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98년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기술 유출사건이 일어나 산업보안 분야에 경종을 울린 뒤 대기업들의 인식이 조금 나아졌을 뿐 아직도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인식 정도는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보다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