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술 이슬람(36)은 밀입국자들 사이에선 ‘대부’로 통했다. 그는 해박한 법률지식과 여권을 조작하는 숙련된 기술로 그의 조국 방글라데시 출신이라면 누구에게나 한국 땅을 밟게 해주었다. 그는 그 대가로, 이른바 3D 업종에서 일하지 않고도 많은 돈을 모아 서울 성동구 30평짜리 주택에서 한국인 부인과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고 한다. 방글라데시인들은 그를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사나이’라고 하였다.
법무부 서울 출입국관리소가 그와 관련한 첩보를 입수한 것은 지난 2월 중순. 경기 용인 일대에서 샴술 이슬람 조직이 변조여권을 불법체류자에게 제공하였다는 내용이다. 출입국관리소는 연락책 라리프(28)를 검거한 뒤 ‘조직의 몸통’ 샴술에게 접근해 지난 3월27일 집에서 그를 붙잡았다. 조사 결과 그는 1999년 3월부터 지금까지 15명에게 허위 초청장과 변조여권을 제공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아직 국내에는 제2, 제3의 샴술 이슬람이 활동하고 있다.” 조사팀 윤상영 반장의 말이다.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체류한 외국인은 모두 48만여 명에 이른다. 그중 불법체류자는 98년 9만 명에서 99년 13만5000여 명으로 늘더니 올 3월 20만 명을 돌파했다. 국내 거주 외국인 10명 중 4명은 불법체류자인 셈이다. 밀입국자들의 출신지역도 중국에서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페루 등으로 다양해졌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 서울 출입국관리소 박영순 조사1과장은 “이들의 배후엔 예외 없이 밀입국 알선조직이 있다”고 말했다.
밀입국 알선방식은 중국, 동남아-회교권, 러시아 등 크게 세 권역으로 나뉜다. 중국은 배를 통한 해상 밀입국, 동남아는 여권이나 초청장 변조, 러시아는 마피아의 알선 등 각 권역별로 특색이 있다. 그렇다면 밀입국 알선조직들은 어느 정도 규모로 활동하고 있으며, 알선을 통해 얼마나 많은 돈을 벌고 있을까. ‘현역’ 밀입국 알선책 R씨(24·방글라데시)는 최근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밀입국 알선조직의 숨겨진 실체를 공개했다.
R씨는 지난 98년 한국에 들어와 산업연수생 자격으로 경기 남양주의 한 가구공장에 취업했지만 3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도망쳤다. 이곳저곳을 떠돌다 그는 서울-경기 지역을 무대로 한 밀입국 알선조직의 보스 후세인(40대 중반)과 일하게 되었다. 후세인은 R씨의 동생을 어렵지 않게 한국에 밀입국시켰다.
R씨가 맡은 업무는 밀입국 의뢰인을 모으는 일. 의뢰인들은 대부분 한국에 살면서 본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를 한국에 밀입국시키려는 사람들이다. 의뢰인 중엔 수사 당국의 정보원도 간혹 있다. 이런 사람을 거르는 일도 R씨의 몫이다. 후세인 조직은 안산, 구로, 영등포 등지에 연락책 15명을 두고 있다. 연락책들은 점조직으로 일하기 때문에 R씨 자신도 후세인의 휴대전화 번호밖에 알지 못한다. 모든 연락책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R씨는 입국 알선을 원하는 의뢰인이 나타날 때마다 후세인에게 연락하고, 후세인은 각 지역을 순회하며 조직원들을 접촉한다. 후세인은 입국 희망자의 이름과 신원을 받아 밀입국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취한 뒤 밀입국 작업에 나선다.
후세인이 요즘 가장 즐겨 이용하는 수법은 가짜 고용허가서나 초청장을 만드는 것. 예를 들어 방글라데시의 경우 한국측에서 초청장을 받은 방글라데시인은 비자 없이 입국이 가능하다. 후세인 자신 역시 ‘인력 송출업체 대표’로 신분을 위장해, 한국과 방글라데시를 자유롭게 드나든다. 그의 ‘마케팅’ 방식은 상당히 과감한 편이다. 후세인은 외국인 종업원들 사이에 떠도는 얘기를 들은 뒤 가짜서류를 만들어줄 것이라 판단되는 업체를 직접 찾아간다. 업체 관계자에게는 “가짜 고용허가서를 써주면 건당 100만원, 가짜 바이어 초청장을 써주면 200만원을 챙겨주겠다”고 제의한다는 것이다. R씨는 “한 회사에서 지나치게 많은 초청장을 내줄 경우 의심을 살 우려가 있으므로 10명을 단위로 업체를 바꾼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가짜 초청장을 만들어 본국의 알선책에 전달하면 본국 알선책은 밀입국자에게 공항 입국심사대를 통과하는 데 필요한 사전교육을 실시한다. 밀입국자가 한국공항을 무사히 빠져나가면 후세인 일행은 그 자리에서 입국자측에게 사례금을 받는다. 이런 방식으로 1명을 밀입국시키고 받는 돈은 최소 6500달러(840만원 정도). 외국인 등록증을 위조하는 것은 ‘별도 옵션’이다. 후세인 조직의 위조솜씨는 꽤 괜찮은 편이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식별이 어렵다.
그러나 모든 거래가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 R씨가 주선해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밀입국한 30대 청년의 경우, 친구가 맡긴 사례금을 갖고 도망쳤다. 이런 경우 방글라데시 현지 조직이 밀입국자의 가족에게 돈을 받는 방법을 동원한다. 그동안 그 입국자는 감금한다.
후세인과 연락책들도 서로 믿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보수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을 때는 당국에 신고할 수도 있다’는 암묵적 전제가 늘 깔려 있다고 R씨는 말했다. R씨는 후세인이 고의로 지급을 늦춘다고 생각하면 먼저 전화해 ‘협박’하는 일도 불사한다. 알선조직을 당국에서 적발하는 경우는 대부분 이런 내분에 의한 것이라고 R씨는 추정한다. 특히 밀입국 알선에 뛰어드는 외국인들은 그들 사이에 ‘어깨’에 속하는 인물들이라 보스와 평등한 계약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R씨가 받는 몫은 건당 200만원 내외로 요즘엔 두 달에 한 건 정도 성사시킨다. 3D 업종의 외국인 근로자 월 평균수입이 70만원 내외인 것을 감안한다면 턱없는 불로소득이다. R씨 형제는 공장에서 받는 월급에 이 돈을 합쳐 본국의 가족에게 송금했다. R씨 가족은 동생이 입국할 때 진 빚을 다 갚았고, 큰 집을 구입하는 등 고향에서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불법으로 입국한 경우 몇 년을 일해야 겨우 빚을 갚을 수 있다. 밀입국 알선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R씨).
일개 연락책이 이렇게 재산을 모았다면 보스인 후세인이 밀입국 알선으로 얼마나 많은 돈을 치부하였을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15명의 연락책이 두 달에 한 번꼴로 의뢰인을 보낸다면 후세인의 밀입국 알선조직은 월 평균 7000만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하는 셈이 된다. 이중 2000만원은 후세인의 몫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R씨는 “후세인은 이 돈으로 고급 승용차를 굴리며 서울 영등포의 한 주택에서 호화롭게 산다”고 말했다.
R씨에 따르면 알선조직이 갖춘 자국 파트너들은 상당한 규모의 폭력 조직들. 밀입국 알선 사례비 중 일부는 본국의 외국인 폭력조직에 흘러 들어간다. 법무부는 후세인 조직과 비슷한 규모의 동남아-회교권 대상 밀입국 알선조직이 수도권 일대에만 20여 개가 활동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렇다면 밀입국 알선조직들에게 가짜 초청장을 발급하는 한국 기업들은 어떤 회사들인가. 기자는 R씨가 ‘우리에게 가짜 초청장을 발급했다’고 밝힌 경기도 안산시의 한 제조업체 에 확인을 요청했다. 사장은 순순히 시인했다. 그는 “직원들 월급도 못 주는 형편인데 서류 한 장에 100만~200만원을 준다는 유혹을 누가 뿌리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밀입국 알선조직에 협력한 이런 회사들은 막상 수사당국의 추궁을 받을 땐 “우리가 만든 서류가 아니다” “실제로 고용하기 위해 입국시켰는데 도망쳤다”는 식으로 위조사실을 완강히 부인한다. 한 수사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밀입국 알선조직에 협력하는 회사가 많아졌다. 그런데 이들 회사가 위조사실을 부인하면 거짓말임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류 위조는 러시아 밀입국자들도 자주 쓰는 수법이다. 블라디보스토크 등 연해주에 있는 도시의 러시아 여성들은 대부분 러시아 마피아와 한국 폭력-보도 조직을 연계한 알선 루트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온다. 러시아 마피아의 여권 위조 실력은 워낙 정교해 한번 추방된 사람도 쉽게 한국에 들어올 수 있다고 한다.
최근 경기도 송탄 미군기지 주변엔 미국인 보도조직이 러시아 여성과 미군의 윤락행위를 알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이 문제를 오랫동안 취재한 자유기고가 주성민씨는 “조사한 내용을 정리해 경찰에 넘겼으나 경찰은 인원 부족을 이유로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인 밀입국자의 경우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밀입국하는 방식이 압도적으로 많다. 밀항과정에 폭력조직이 종종 개입한다. 지난 99년 말에는 서울 가리봉동 일대에서 활동하던 조선족 폭력조직 ‘흑사회’ 일당을 검거하기도 했다. 동북3성을 장악한 ‘숙란파’ ‘왕청파’ 등 중국 폭력조직이 밀입국 사업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 당국의 분석이다.
밀입국 알선이 ‘이권사업’이 되면서 외국인 조직들 간 ‘관할권’ 싸움도 격해졌다. 지난해 3월 부산에선 조선족 밀입국 운송권을 빼앗기 위해 상대 조선족 폭력배 조직원을 납치한 폭력조직 일당을 검거하기도 했다. 동남아 계열조직 사이에서도 밀입국 알선의 이권을 노린 강력사건이 심심찮게 발생한다는 것이 남양주와 안산 지역 경찰의 전언. 경찰청 외사 담당자는 “해외 조직과 연계한 대형 범죄가 늘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밀입국 알선은 국내외 폭력조직들과 연결한 거대한 비즈니스로 자리잡았다. 알선책들은 사례금으로 호화스러운 생활을 하면서 많은 돈을 해외의 폭력조직에 건네준다. 반면 이들에게 거액의 사례금을 준 밀입국자 중 상당수는 결국 그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채 고국에도 돌아가지 못하는 처지에 놓인다.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오지만 정작 코리안 드림을 실현한 사람은 밀입국 알선책들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법무부 서울 출입국관리소가 그와 관련한 첩보를 입수한 것은 지난 2월 중순. 경기 용인 일대에서 샴술 이슬람 조직이 변조여권을 불법체류자에게 제공하였다는 내용이다. 출입국관리소는 연락책 라리프(28)를 검거한 뒤 ‘조직의 몸통’ 샴술에게 접근해 지난 3월27일 집에서 그를 붙잡았다. 조사 결과 그는 1999년 3월부터 지금까지 15명에게 허위 초청장과 변조여권을 제공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아직 국내에는 제2, 제3의 샴술 이슬람이 활동하고 있다.” 조사팀 윤상영 반장의 말이다.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체류한 외국인은 모두 48만여 명에 이른다. 그중 불법체류자는 98년 9만 명에서 99년 13만5000여 명으로 늘더니 올 3월 20만 명을 돌파했다. 국내 거주 외국인 10명 중 4명은 불법체류자인 셈이다. 밀입국자들의 출신지역도 중국에서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페루 등으로 다양해졌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 서울 출입국관리소 박영순 조사1과장은 “이들의 배후엔 예외 없이 밀입국 알선조직이 있다”고 말했다.
밀입국 알선방식은 중국, 동남아-회교권, 러시아 등 크게 세 권역으로 나뉜다. 중국은 배를 통한 해상 밀입국, 동남아는 여권이나 초청장 변조, 러시아는 마피아의 알선 등 각 권역별로 특색이 있다. 그렇다면 밀입국 알선조직들은 어느 정도 규모로 활동하고 있으며, 알선을 통해 얼마나 많은 돈을 벌고 있을까. ‘현역’ 밀입국 알선책 R씨(24·방글라데시)는 최근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밀입국 알선조직의 숨겨진 실체를 공개했다.
R씨는 지난 98년 한국에 들어와 산업연수생 자격으로 경기 남양주의 한 가구공장에 취업했지만 3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도망쳤다. 이곳저곳을 떠돌다 그는 서울-경기 지역을 무대로 한 밀입국 알선조직의 보스 후세인(40대 중반)과 일하게 되었다. 후세인은 R씨의 동생을 어렵지 않게 한국에 밀입국시켰다.
R씨가 맡은 업무는 밀입국 의뢰인을 모으는 일. 의뢰인들은 대부분 한국에 살면서 본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를 한국에 밀입국시키려는 사람들이다. 의뢰인 중엔 수사 당국의 정보원도 간혹 있다. 이런 사람을 거르는 일도 R씨의 몫이다. 후세인 조직은 안산, 구로, 영등포 등지에 연락책 15명을 두고 있다. 연락책들은 점조직으로 일하기 때문에 R씨 자신도 후세인의 휴대전화 번호밖에 알지 못한다. 모든 연락책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R씨는 입국 알선을 원하는 의뢰인이 나타날 때마다 후세인에게 연락하고, 후세인은 각 지역을 순회하며 조직원들을 접촉한다. 후세인은 입국 희망자의 이름과 신원을 받아 밀입국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취한 뒤 밀입국 작업에 나선다.
후세인이 요즘 가장 즐겨 이용하는 수법은 가짜 고용허가서나 초청장을 만드는 것. 예를 들어 방글라데시의 경우 한국측에서 초청장을 받은 방글라데시인은 비자 없이 입국이 가능하다. 후세인 자신 역시 ‘인력 송출업체 대표’로 신분을 위장해, 한국과 방글라데시를 자유롭게 드나든다. 그의 ‘마케팅’ 방식은 상당히 과감한 편이다. 후세인은 외국인 종업원들 사이에 떠도는 얘기를 들은 뒤 가짜서류를 만들어줄 것이라 판단되는 업체를 직접 찾아간다. 업체 관계자에게는 “가짜 고용허가서를 써주면 건당 100만원, 가짜 바이어 초청장을 써주면 200만원을 챙겨주겠다”고 제의한다는 것이다. R씨는 “한 회사에서 지나치게 많은 초청장을 내줄 경우 의심을 살 우려가 있으므로 10명을 단위로 업체를 바꾼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가짜 초청장을 만들어 본국의 알선책에 전달하면 본국 알선책은 밀입국자에게 공항 입국심사대를 통과하는 데 필요한 사전교육을 실시한다. 밀입국자가 한국공항을 무사히 빠져나가면 후세인 일행은 그 자리에서 입국자측에게 사례금을 받는다. 이런 방식으로 1명을 밀입국시키고 받는 돈은 최소 6500달러(840만원 정도). 외국인 등록증을 위조하는 것은 ‘별도 옵션’이다. 후세인 조직의 위조솜씨는 꽤 괜찮은 편이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식별이 어렵다.
그러나 모든 거래가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 R씨가 주선해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밀입국한 30대 청년의 경우, 친구가 맡긴 사례금을 갖고 도망쳤다. 이런 경우 방글라데시 현지 조직이 밀입국자의 가족에게 돈을 받는 방법을 동원한다. 그동안 그 입국자는 감금한다.
후세인과 연락책들도 서로 믿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보수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을 때는 당국에 신고할 수도 있다’는 암묵적 전제가 늘 깔려 있다고 R씨는 말했다. R씨는 후세인이 고의로 지급을 늦춘다고 생각하면 먼저 전화해 ‘협박’하는 일도 불사한다. 알선조직을 당국에서 적발하는 경우는 대부분 이런 내분에 의한 것이라고 R씨는 추정한다. 특히 밀입국 알선에 뛰어드는 외국인들은 그들 사이에 ‘어깨’에 속하는 인물들이라 보스와 평등한 계약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R씨가 받는 몫은 건당 200만원 내외로 요즘엔 두 달에 한 건 정도 성사시킨다. 3D 업종의 외국인 근로자 월 평균수입이 70만원 내외인 것을 감안한다면 턱없는 불로소득이다. R씨 형제는 공장에서 받는 월급에 이 돈을 합쳐 본국의 가족에게 송금했다. R씨 가족은 동생이 입국할 때 진 빚을 다 갚았고, 큰 집을 구입하는 등 고향에서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불법으로 입국한 경우 몇 년을 일해야 겨우 빚을 갚을 수 있다. 밀입국 알선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R씨).
일개 연락책이 이렇게 재산을 모았다면 보스인 후세인이 밀입국 알선으로 얼마나 많은 돈을 치부하였을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15명의 연락책이 두 달에 한 번꼴로 의뢰인을 보낸다면 후세인의 밀입국 알선조직은 월 평균 7000만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하는 셈이 된다. 이중 2000만원은 후세인의 몫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R씨는 “후세인은 이 돈으로 고급 승용차를 굴리며 서울 영등포의 한 주택에서 호화롭게 산다”고 말했다.
R씨에 따르면 알선조직이 갖춘 자국 파트너들은 상당한 규모의 폭력 조직들. 밀입국 알선 사례비 중 일부는 본국의 외국인 폭력조직에 흘러 들어간다. 법무부는 후세인 조직과 비슷한 규모의 동남아-회교권 대상 밀입국 알선조직이 수도권 일대에만 20여 개가 활동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렇다면 밀입국 알선조직들에게 가짜 초청장을 발급하는 한국 기업들은 어떤 회사들인가. 기자는 R씨가 ‘우리에게 가짜 초청장을 발급했다’고 밝힌 경기도 안산시의 한 제조업체 에 확인을 요청했다. 사장은 순순히 시인했다. 그는 “직원들 월급도 못 주는 형편인데 서류 한 장에 100만~200만원을 준다는 유혹을 누가 뿌리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밀입국 알선조직에 협력한 이런 회사들은 막상 수사당국의 추궁을 받을 땐 “우리가 만든 서류가 아니다” “실제로 고용하기 위해 입국시켰는데 도망쳤다”는 식으로 위조사실을 완강히 부인한다. 한 수사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밀입국 알선조직에 협력하는 회사가 많아졌다. 그런데 이들 회사가 위조사실을 부인하면 거짓말임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류 위조는 러시아 밀입국자들도 자주 쓰는 수법이다. 블라디보스토크 등 연해주에 있는 도시의 러시아 여성들은 대부분 러시아 마피아와 한국 폭력-보도 조직을 연계한 알선 루트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온다. 러시아 마피아의 여권 위조 실력은 워낙 정교해 한번 추방된 사람도 쉽게 한국에 들어올 수 있다고 한다.
최근 경기도 송탄 미군기지 주변엔 미국인 보도조직이 러시아 여성과 미군의 윤락행위를 알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이 문제를 오랫동안 취재한 자유기고가 주성민씨는 “조사한 내용을 정리해 경찰에 넘겼으나 경찰은 인원 부족을 이유로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인 밀입국자의 경우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밀입국하는 방식이 압도적으로 많다. 밀항과정에 폭력조직이 종종 개입한다. 지난 99년 말에는 서울 가리봉동 일대에서 활동하던 조선족 폭력조직 ‘흑사회’ 일당을 검거하기도 했다. 동북3성을 장악한 ‘숙란파’ ‘왕청파’ 등 중국 폭력조직이 밀입국 사업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 당국의 분석이다.
밀입국 알선이 ‘이권사업’이 되면서 외국인 조직들 간 ‘관할권’ 싸움도 격해졌다. 지난해 3월 부산에선 조선족 밀입국 운송권을 빼앗기 위해 상대 조선족 폭력배 조직원을 납치한 폭력조직 일당을 검거하기도 했다. 동남아 계열조직 사이에서도 밀입국 알선의 이권을 노린 강력사건이 심심찮게 발생한다는 것이 남양주와 안산 지역 경찰의 전언. 경찰청 외사 담당자는 “해외 조직과 연계한 대형 범죄가 늘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밀입국 알선은 국내외 폭력조직들과 연결한 거대한 비즈니스로 자리잡았다. 알선책들은 사례금으로 호화스러운 생활을 하면서 많은 돈을 해외의 폭력조직에 건네준다. 반면 이들에게 거액의 사례금을 준 밀입국자 중 상당수는 결국 그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채 고국에도 돌아가지 못하는 처지에 놓인다.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오지만 정작 코리안 드림을 실현한 사람은 밀입국 알선책들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