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31일 평화, 제주, 광주, 경남은행엔 7555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이틀 전 이들 4개 은행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어 상급 산업별노조인 ‘한국노총산하 전국금융산업노조’(이하 금융노조)를 탈퇴한다고 선언했다. 말하자면 정부와 해당 은행 노조 간에 공적자금 투입과 산별노조 탈퇴가 ‘맞교환’된 것이며 대다수 매스컴에서도 이런 내용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주간동아’가 금융노조를 상대로 취재한 결과, 이들 4개 은행노조는 지난 2001년 1월20일 금융노조 계좌에 ‘조합비’를 납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노조가 실제로는 탈퇴하지 않은 셈이다. 그렇다면 이들 노조가 공적자금을 지원받는 대가로 국민과 정부에 한 탈퇴 약속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들 4개 은행과 한빛, 서울 등 6개 은행엔 모두 7조1000억원의 2차 공적자금이 지원될 예정이다. 은행가에선 “공적자금투입 원칙이 또 한 번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탈퇴서 한 장도 제출하지 않아
평화은행 이천희 노조위원장은 노조탈퇴선언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재정경제부 관리가 직접 내게 전화를 걸어 ‘금융노조를 탈퇴하라. 그래야 공적자금이 지원된다’고 강하게 종용했다. 2000년 12월29일 절대 다수 조합원들로부터 금융노조 탈퇴서를 받았다. 그리고 경남은행노조위원장과 함께 ‘평화, 제주, 광주, 경남은행 노조는 금융노조에서 탈퇴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다수 조합원들은 우선 공적자금을 받아 은행을 살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당시 예금보험공사 등 정부측 요구는 “구조조정을 포함한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약정서’(MOU)에 노조가 동의하라”는 것이었다.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6개 은행 중 평화 등 4개 은행노조가 첫 대상이었다. 그런데 은행노조가 산별노조(금융노조)에 가입돼 있을 경우 법적으로 MOU동의권은 산별노조에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금융노조가 동의를 거부하자, 정부는 “4개 은행노조는 산별노조를 탈퇴해 MOU에 개별적으로 도장을 찍어라”고 요구했다. 이렇게 해서 이들 은행노조는 조합원들로부터 금융노조 탈퇴서를 받는 한편 정부측 조건을 수용한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약속한다는 뜻에서 ‘탈퇴기자회견’을 갖게 된 것이다. 4개 은행노조는 기자회견 뒤 MOU에 서명했고 12월31일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그러나 그 뒤로 상황이 달라졌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4개 은행노조는 조합원들이 2000년 12월29일 작성한 금융노조 탈퇴서를 2001년 2월16일 현재까지 단 한 장도 금융노조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금융노조는 산하 은행노조지부 조합원들로부터 월 1회 1000원씩 조합비를 받고 있다. 3개월 이상 조합비를 내지 않을 경우 노조지부에서 탈퇴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고 한다. 4개 은행노조 조합원 4000여명이 낸 조합비 400여만원은 2001년 1월20일 금융노조 계좌에 어김없이 입금됐다. 금융노조측은 “4개 은행노조지부를 포함해 24개 지부 8만 조합원 체제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한빛-서울은행 지부를 포함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6개 은행 노조지부는 여전히 금융노조소속이다. 조합비 납부가 단적인 증거”라고 말했다.
2001년 2월19, 20일 경기 분당 노동교육원에선 금융노조 상반기 워크숍 행사가 열린다. 금융노조소속 24개 지부 노조간부들이 모두 참석해 상반기 대정부투쟁과 노동운동의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다. 여기에 4개 은행노조 간부들도 참여할 예정이다. 평화은행 이천희 노조위원장은 “산별노조의 활동방향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4개 은행노조는 금융노조 탈퇴를 위한 어떠한 실제적 행동도 하지 않았으며 산하지부로서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노조 박희민 홍보부장은 4개 은행노조의 탈퇴선언은 금융노조 자체 규정에도 맞지 않는 만큼 무효라고 주장한다. 박부장은 “정부가 공적자금 지원과 연계해 4개 은행노조의 탈퇴를 적극적으로 유도한 가장 큰 목적은 이탈 은행들을 양산함으로써 12월 은행파업 실패로 수세에 몰린 금융노조의 힘을 확실히 꺾어놓기 위한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평화은행노조에 따르면 2월 금융노조 워크숍에서 4개 은행의 지위문제가 수면으로 끌어올려질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여론 등을 감안해 엉거주춤한 상태였지만 금융노련에 잔류시키는 방향으로 노조간부들의 입장이 최종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금융노련 박부장은 “개별노조차원에서 MOU에 서명하는 것이 효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법적 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노조측은 4개 은행노조의 탈퇴를 없었던 일로 하는 대신 금융노조가 MOU에 서명하는 방안을 예금보험공사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4개 은행 노조는 분명 금융노조에서 탈퇴한 것이며 번복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관련 은행의 한 임원은 4개 노조 탈퇴 논란에 대해 정부와 노조 양편을 향해 가시돋힌 말을 던졌다. “공적자금 투입 전에 정부가 뒷말이 생길 여지가 없도록 꼼꼼하게 노정관계를 처리했다면 이런 일이 왜 생겼겠는가. 노조도 이 문제를 ‘신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공적자금이 국민세금에서 나오는 돈이고 자신들이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국민에게 금융노련 탈퇴를 약속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노조 탈퇴를 선언했던 4개 은행은 막대한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목숨을 연명하고 있다. 그 돈이 없었다면 이들 은행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러나 ‘주간동아’가 금융노조를 상대로 취재한 결과, 이들 4개 은행노조는 지난 2001년 1월20일 금융노조 계좌에 ‘조합비’를 납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노조가 실제로는 탈퇴하지 않은 셈이다. 그렇다면 이들 노조가 공적자금을 지원받는 대가로 국민과 정부에 한 탈퇴 약속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들 4개 은행과 한빛, 서울 등 6개 은행엔 모두 7조1000억원의 2차 공적자금이 지원될 예정이다. 은행가에선 “공적자금투입 원칙이 또 한 번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탈퇴서 한 장도 제출하지 않아
평화은행 이천희 노조위원장은 노조탈퇴선언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재정경제부 관리가 직접 내게 전화를 걸어 ‘금융노조를 탈퇴하라. 그래야 공적자금이 지원된다’고 강하게 종용했다. 2000년 12월29일 절대 다수 조합원들로부터 금융노조 탈퇴서를 받았다. 그리고 경남은행노조위원장과 함께 ‘평화, 제주, 광주, 경남은행 노조는 금융노조에서 탈퇴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다수 조합원들은 우선 공적자금을 받아 은행을 살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당시 예금보험공사 등 정부측 요구는 “구조조정을 포함한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약정서’(MOU)에 노조가 동의하라”는 것이었다.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6개 은행 중 평화 등 4개 은행노조가 첫 대상이었다. 그런데 은행노조가 산별노조(금융노조)에 가입돼 있을 경우 법적으로 MOU동의권은 산별노조에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금융노조가 동의를 거부하자, 정부는 “4개 은행노조는 산별노조를 탈퇴해 MOU에 개별적으로 도장을 찍어라”고 요구했다. 이렇게 해서 이들 은행노조는 조합원들로부터 금융노조 탈퇴서를 받는 한편 정부측 조건을 수용한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약속한다는 뜻에서 ‘탈퇴기자회견’을 갖게 된 것이다. 4개 은행노조는 기자회견 뒤 MOU에 서명했고 12월31일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그러나 그 뒤로 상황이 달라졌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4개 은행노조는 조합원들이 2000년 12월29일 작성한 금융노조 탈퇴서를 2001년 2월16일 현재까지 단 한 장도 금융노조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금융노조는 산하 은행노조지부 조합원들로부터 월 1회 1000원씩 조합비를 받고 있다. 3개월 이상 조합비를 내지 않을 경우 노조지부에서 탈퇴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고 한다. 4개 은행노조 조합원 4000여명이 낸 조합비 400여만원은 2001년 1월20일 금융노조 계좌에 어김없이 입금됐다. 금융노조측은 “4개 은행노조지부를 포함해 24개 지부 8만 조합원 체제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한빛-서울은행 지부를 포함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6개 은행 노조지부는 여전히 금융노조소속이다. 조합비 납부가 단적인 증거”라고 말했다.
2001년 2월19, 20일 경기 분당 노동교육원에선 금융노조 상반기 워크숍 행사가 열린다. 금융노조소속 24개 지부 노조간부들이 모두 참석해 상반기 대정부투쟁과 노동운동의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다. 여기에 4개 은행노조 간부들도 참여할 예정이다. 평화은행 이천희 노조위원장은 “산별노조의 활동방향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4개 은행노조는 금융노조 탈퇴를 위한 어떠한 실제적 행동도 하지 않았으며 산하지부로서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노조 박희민 홍보부장은 4개 은행노조의 탈퇴선언은 금융노조 자체 규정에도 맞지 않는 만큼 무효라고 주장한다. 박부장은 “정부가 공적자금 지원과 연계해 4개 은행노조의 탈퇴를 적극적으로 유도한 가장 큰 목적은 이탈 은행들을 양산함으로써 12월 은행파업 실패로 수세에 몰린 금융노조의 힘을 확실히 꺾어놓기 위한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평화은행노조에 따르면 2월 금융노조 워크숍에서 4개 은행의 지위문제가 수면으로 끌어올려질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여론 등을 감안해 엉거주춤한 상태였지만 금융노련에 잔류시키는 방향으로 노조간부들의 입장이 최종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금융노련 박부장은 “개별노조차원에서 MOU에 서명하는 것이 효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법적 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노조측은 4개 은행노조의 탈퇴를 없었던 일로 하는 대신 금융노조가 MOU에 서명하는 방안을 예금보험공사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4개 은행 노조는 분명 금융노조에서 탈퇴한 것이며 번복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관련 은행의 한 임원은 4개 노조 탈퇴 논란에 대해 정부와 노조 양편을 향해 가시돋힌 말을 던졌다. “공적자금 투입 전에 정부가 뒷말이 생길 여지가 없도록 꼼꼼하게 노정관계를 처리했다면 이런 일이 왜 생겼겠는가. 노조도 이 문제를 ‘신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공적자금이 국민세금에서 나오는 돈이고 자신들이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국민에게 금융노련 탈퇴를 약속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노조 탈퇴를 선언했던 4개 은행은 막대한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목숨을 연명하고 있다. 그 돈이 없었다면 이들 은행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