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 등 6개국 다국적 컨소시엄인 ‘인간게놈프로젝트’(HGP)의 ‘인간게놈 지도 완성’ 선언은 국내 게놈연구를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발표를 계기로 게놈분석 기술력이 국가경쟁력의 새 잣대로 떠오르고 그에 따른 상업적 이해관계도 각국간 첨예해질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
현재 국내 인간게놈 연구의 주도기관은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단장 유향숙·이하 사업단). 21세기 프런티어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99년 과학기술부에 의해 조직됐지만 본격 사업은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됐다. 2002년까지 모두 390억원의 연구개발비가 지원될 예정으로 지난해까지 집행된 예산은 160억원. 과기부는 이와 별도로 국가지정연구실 연구와 각종 동-식물 게놈연구 등 유전체 연구분야에 지난해 90억원을 투입했다.
자체 유전체연구센터에 30여명의 박사급 전문연구인력을 둔 사업단의 기본 사업구상은 한마디로 기술선진국들이 집중하지 않는 분야를 노린 ‘틈새 전략.’ 게놈연구의 3대 필수요소인 기술-자본-속도에서 기술과 자본이 선진국에 비해 열세인 만큼 ‘총론’격인 인간게놈 자체 연구보다 조기 상용화가 가능한 ‘각론’ 연구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사업단의 ‘각론’은 한국인에게 유독 많은 간암-위암의 치료율 제고(현재 30% 미만, 2010년 목표 60%) 및 신약 후보물질 발굴. 또 이를 위해 2003년까지 위암-간암 유전자 및 단백질을 초고속 발굴하고 한국인간 유전자 차이를 규명할 수 있는 특이 단일염기다형성(SNP)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올해 2월 초 경상대 의대 이광호 교수팀이 3개월 만에 위장질환 원인균인 헬리코박터균의 게놈을 95%까지 해독한 것을 제외하고는 아직 이렇다할 구체적 성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
사업단 박종훈 박사(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는 “어차피 선진국과의 정면 경쟁에서는 처질 수밖에 없다”며 “때문에 우리에게 특유하면서도 상대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암 치료분야를 택한 것”이라고 밝힌다. 사업단은 게놈연구 관련 정보공유를 위해 인간게놈 지도 완성에 직접 참여한 한국인 학자들과의 교류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이번 게놈 지도 발표의 주역인 HGP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못했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국내 생명공학자들이 지난 90년 한국유전체학회를 구성해 92년부터 3년간 게놈연구의 중요성을 역설했지만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학자들의 지적에 따르면 한국이 게놈연구의 후발주자란 치명적 약점을 안게 된 것은 정부의 ‘뼈아픈 실책’에 속한다. 게놈연구를 선진국의 전유물로 생각한 비전 부재 탓에 한국이 HGP에 참여하지 못한 결과, 생명공학연구의 기초작업인 게놈분석에서 그만큼 불리한 입장에 놓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10년이 지난 지금도 게놈연구의 인프라 구축조차 시원치 않다. 현재 게놈연구의 필수장비인 염기서열 자동분석기는 국내를 통틀어 23대. 사업단은 7대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이 분석기의 가격은 대당 4억~5억원대로 전량 수입품. 한 대를 풀 가동할 경우 연간 운영비만 대당 7억원이 든다. 장비 못잖게 연구에 쓰이는 시약 구입비만도 장비 값의 10배에 달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게놈연구 업적은 투자와 비례하는 것이 현실이다.
“연구 규모와 비교할 때 분석기 대수는 모자람이 없다. 문제는 가동률이다. 현재는 10여대만 가동되고 있다. 장비를 가동할 재원 마련도 문제지만 어떤 연구과제를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 설정도 되어 있지 않은 판에 장비활용이 제대로 되겠는가.” ㈜마크로젠 대표 서정선 교수(48·서울대 의대)는 “심지어 국내에서 진행중인 게놈연구 사례 중엔 명확한 연구 타깃 없이 기존 연구의 ‘연습 수준’에 머무는 경우마저 있다”고 지적한다.
분석기 10대를 갖춘 마크로젠은 민간부문 생명공학 연구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바이오 벤처. 최근 한국인 게놈 지도의 초안을 오는 6월 말까지 발표하겠다고 공언한 마크로젠은 늦어도 올해 안에 한국인 게놈지도를 완성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론 황인종의 유전자를 모두 분석해 동양인 바이오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마크로젠 외에도 국내 생명공학기업들의 각종 생물게놈 연구 및 관련기술 개발은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그러나 게놈정보를 실용화하는 포스트-게놈 연구에 필수적인 생물정보학(바이오인포메틱스)의 부재는 게놈연구의 진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생물정보학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게놈정보를 체계적으로 DB화하고 개별 연구자들이 가진 각종 데이터를 조직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초고속 정보처리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국내에는 축적된 생명공학연구 데이터 자체가 적은 데다 처리 시스템은 물론 이 분야의 전문가도 일부 민간기업을 포함해 20여명에 불과한 실정. 여기에다 게놈연구 업적의 상용화 경험마저 많지 않아 국내 게놈연구의 ‘먼길’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게놈연구의 전망이 오로지 회색빛인 것만은 아니다.
게놈분석을 위한 신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바이오 벤처 툴젠의 김진수 대표(37)는 “다행히 기초기술 인력은 풍부하다. 국내 진출을 위해 대기중인 해외 한국인 생명공학자도 많다. 이들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할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강구한다면 전문인력 확보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서울대 김선영 교수(46·생명과학부)도 “게놈연구 영역은 인간은 물론 동식물까지 무궁무진한 만큼 인간과 인간, 다른 생물간 종적 유전자 비교 연구를 통해 특화된 연구업적을 쌓으면 얼마든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장비 면에서도 바이오 벤처인 ㈜바이오니아가 2년에 걸쳐 자체 기술로 개발한 염기서열 자동분석기 모델을 3월과 6월 두 차례 출시할 예정이어서 청신호를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 인간게놈 연구의 주도기관은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단장 유향숙·이하 사업단). 21세기 프런티어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99년 과학기술부에 의해 조직됐지만 본격 사업은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됐다. 2002년까지 모두 390억원의 연구개발비가 지원될 예정으로 지난해까지 집행된 예산은 160억원. 과기부는 이와 별도로 국가지정연구실 연구와 각종 동-식물 게놈연구 등 유전체 연구분야에 지난해 90억원을 투입했다.
자체 유전체연구센터에 30여명의 박사급 전문연구인력을 둔 사업단의 기본 사업구상은 한마디로 기술선진국들이 집중하지 않는 분야를 노린 ‘틈새 전략.’ 게놈연구의 3대 필수요소인 기술-자본-속도에서 기술과 자본이 선진국에 비해 열세인 만큼 ‘총론’격인 인간게놈 자체 연구보다 조기 상용화가 가능한 ‘각론’ 연구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사업단의 ‘각론’은 한국인에게 유독 많은 간암-위암의 치료율 제고(현재 30% 미만, 2010년 목표 60%) 및 신약 후보물질 발굴. 또 이를 위해 2003년까지 위암-간암 유전자 및 단백질을 초고속 발굴하고 한국인간 유전자 차이를 규명할 수 있는 특이 단일염기다형성(SNP)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올해 2월 초 경상대 의대 이광호 교수팀이 3개월 만에 위장질환 원인균인 헬리코박터균의 게놈을 95%까지 해독한 것을 제외하고는 아직 이렇다할 구체적 성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
사업단 박종훈 박사(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는 “어차피 선진국과의 정면 경쟁에서는 처질 수밖에 없다”며 “때문에 우리에게 특유하면서도 상대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암 치료분야를 택한 것”이라고 밝힌다. 사업단은 게놈연구 관련 정보공유를 위해 인간게놈 지도 완성에 직접 참여한 한국인 학자들과의 교류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이번 게놈 지도 발표의 주역인 HGP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못했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국내 생명공학자들이 지난 90년 한국유전체학회를 구성해 92년부터 3년간 게놈연구의 중요성을 역설했지만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학자들의 지적에 따르면 한국이 게놈연구의 후발주자란 치명적 약점을 안게 된 것은 정부의 ‘뼈아픈 실책’에 속한다. 게놈연구를 선진국의 전유물로 생각한 비전 부재 탓에 한국이 HGP에 참여하지 못한 결과, 생명공학연구의 기초작업인 게놈분석에서 그만큼 불리한 입장에 놓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10년이 지난 지금도 게놈연구의 인프라 구축조차 시원치 않다. 현재 게놈연구의 필수장비인 염기서열 자동분석기는 국내를 통틀어 23대. 사업단은 7대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이 분석기의 가격은 대당 4억~5억원대로 전량 수입품. 한 대를 풀 가동할 경우 연간 운영비만 대당 7억원이 든다. 장비 못잖게 연구에 쓰이는 시약 구입비만도 장비 값의 10배에 달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게놈연구 업적은 투자와 비례하는 것이 현실이다.
“연구 규모와 비교할 때 분석기 대수는 모자람이 없다. 문제는 가동률이다. 현재는 10여대만 가동되고 있다. 장비를 가동할 재원 마련도 문제지만 어떤 연구과제를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 설정도 되어 있지 않은 판에 장비활용이 제대로 되겠는가.” ㈜마크로젠 대표 서정선 교수(48·서울대 의대)는 “심지어 국내에서 진행중인 게놈연구 사례 중엔 명확한 연구 타깃 없이 기존 연구의 ‘연습 수준’에 머무는 경우마저 있다”고 지적한다.
분석기 10대를 갖춘 마크로젠은 민간부문 생명공학 연구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바이오 벤처. 최근 한국인 게놈 지도의 초안을 오는 6월 말까지 발표하겠다고 공언한 마크로젠은 늦어도 올해 안에 한국인 게놈지도를 완성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론 황인종의 유전자를 모두 분석해 동양인 바이오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마크로젠 외에도 국내 생명공학기업들의 각종 생물게놈 연구 및 관련기술 개발은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그러나 게놈정보를 실용화하는 포스트-게놈 연구에 필수적인 생물정보학(바이오인포메틱스)의 부재는 게놈연구의 진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생물정보학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게놈정보를 체계적으로 DB화하고 개별 연구자들이 가진 각종 데이터를 조직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초고속 정보처리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국내에는 축적된 생명공학연구 데이터 자체가 적은 데다 처리 시스템은 물론 이 분야의 전문가도 일부 민간기업을 포함해 20여명에 불과한 실정. 여기에다 게놈연구 업적의 상용화 경험마저 많지 않아 국내 게놈연구의 ‘먼길’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게놈연구의 전망이 오로지 회색빛인 것만은 아니다.
게놈분석을 위한 신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바이오 벤처 툴젠의 김진수 대표(37)는 “다행히 기초기술 인력은 풍부하다. 국내 진출을 위해 대기중인 해외 한국인 생명공학자도 많다. 이들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할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강구한다면 전문인력 확보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서울대 김선영 교수(46·생명과학부)도 “게놈연구 영역은 인간은 물론 동식물까지 무궁무진한 만큼 인간과 인간, 다른 생물간 종적 유전자 비교 연구를 통해 특화된 연구업적을 쌓으면 얼마든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장비 면에서도 바이오 벤처인 ㈜바이오니아가 2년에 걸쳐 자체 기술로 개발한 염기서열 자동분석기 모델을 3월과 6월 두 차례 출시할 예정이어서 청신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