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게놈 지도 완성에 따라 관련 정보를 상업화하려는 생명공학 회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 특허청에 의하면 지난 한해 동안 3만여 건의 생명공학 관련특허가 출원됐는데 대부분이 유전자정보와 관련된 것이었다. 인간게놈 해독 프로젝트의 선두주자인 셀레라 지노믹스사의 경우 유전정보 DB의 사용권 허용만으로 지난 한해 약 500억원의 사용료를 챙겼다.
만일 유전정보를 이용해 신약을 개발한다면 그 수익은 어느 정도일까. 적어도 연구개발비의 수십배에 달할 것이다. 그러면 과연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게놈연구를 통해 황금알을 낳는 신약들이 줄지어 나올까. 그리고 모든 난치병들은 정복될 것인가.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세간의 낙관적 기대에 찬물을 끼얹듯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미국 MIT 화이트헤드 연구소의 에릭 랜더 교수는 게놈프로젝트를 ‘21세기 생물학 인프라 구축의 워밍업’으로 비유했다. 게놈프로젝트에 관련했던 한 실무자는 “궁극적으로 게놈지도 완성을 통해 돈을 벌 수는 있을 것으로 확신하지만 10년, 20년, 아니 30년의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게놈프로젝트 연구결과에 의하면 한 개의 유전자는 한 가지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기능을 한꺼번에 담당하며, 이 기능은 다른 유전자들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이는 신약 개발의 목표유전자가 생각보다 매우 복잡하며, 따라서 게놈연구를 통한 질병치료제 개발이 절대 낙관적일 수만은 없다는 실망적인 전망을 낳게 한다.
미안하지만 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인간게놈 프로젝트로 인해 제약업계가 붕괴될 것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예측이 그것이다. 세상을 바꾸어놓을 신약의 개발과 치료제 창출은 물론 가능하지만 생물정보의 과부하로 인해 당초 예상보다 개발에 훨씬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모된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새로운 유전자의 기능이 속속 발견됨으로써 기존에는 신비에 속했던 인체기능이 이해되기 시작하면서 신약 개발의 중요 단계인 인체실험에서 엄청난 비용 증가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의약품은 중요한 두 가지 시금석인 효능과 안전성을 모두 갖춰야 하는데 이중 안전성, 즉 개발중인 약이 얼마나 독성 없이 인체에 안전한지를 검증하기 위한 항목이 부지기수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몇 십 년 전부터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진통해열제 아스피린을 예로 들어보자. 사실 아스피린이 의약품으로 허가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아스피린의 부작용을 충분히 검증할 만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미 알려진 부작용-예를 들어 혈액응고 방해 및 장출혈 등-이 개발 당시부터 알려졌다면 현재의 아스피린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제대로 연구하자면, 가장 놀랍고 흥분되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생명과학의 새로운 발견들은 실제 게놈연구 개발비용뿐만 아니라 신약의 평균 생산비용도 엄청나게 상승시킨다. 광우병에 걸린 소를 음식으로 먹을 경우 인간에게 전염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하나로 수많은 소들이 희생되듯, 인간 지식의 발전과 더불어 ‘식자우환’식의 비용 증대는 불가피한 셈이다.
물론 게놈프로젝트에 의해 조기에 가시화될 수 있는 신약개발 분야도 존재한다. 유전병 및 암이 이에 해당한다. 유전병의 경우 고장난 유전자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으며, 따라서 이를 정상적인 것으로 대체함으로써 치료할 수 있다.
인체의 세포생장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이 고장남으로써 빠른 속도로 세포분열이 일어나는 것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암이다. 수많은 암 중에서 어떤 경우는 단 한 개의 조절단백질 변형으로 인해 암이 유발된다. 이 경우 확실한 치료의 ‘표적’이 있으며 이를 정상적인 것으로 바꿈으로써 치료가 가능하다. 실제 게놈프로젝트는 현재 약 5000개로 추정되는 난치성 인체질환 극복을 우선시하고 있는데 이중엔 암 정복도 포함돼 있다. 이 연구는 지난 97년 시작돼 미국인에게서 발병률이 높은 암, 즉 대장암 난소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뇌암과 전립선암 관련 유전자가 10여종이나 새로 발견돼 DNA칩을 이용한 초기진단 개발도 가시화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99년 유전체사업단이 조직돼 국내 발병률이 높은 위암, 간암을 포함한 한국인 호발성질환 유전체 연구가 진행되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유전자 이상과 무관한 바이러스 질환은 어떨까. 사실 대부분의 인체 질환은 인체 유전자의 변형에 의한 발병이라기보다는 외부로부터 침입한 바이러스, 세균 등 병원균에 의한 것임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인류 복지에 도움을 줄 신약 개발의 목표는 게놈프로젝트의 시작과 결실의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수십년 동안 존재해왔다. 이는 인체게놈 연구와 같은 방대한 접근방법을 떠나 비교적 소규모의 미생물 유전체연구(Microbial Genomics)로서 실현이 가능하다.
대다수 미생물의 경우, 사람 등 고등동물보다는 훨씬 작은 사이즈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병을 일으키는 직접적 원인인 미생물 유전자의 기능을 연구함으로써 치료 및 예방제의 창출이 가능한 것이다. 여기엔 한국인의 경우 단위인구당 사망률 세계 1위인 간질환의 주요원인(B형 및 C형 간염바이러스)이 포함된다. 이뿐 아니라 위궤양의 직접 원인균인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 또는 전세계 최고의 사망률을 보이고 있는 말라리아 병원균 치료와 예방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유전체사업은 생명공학 및 제약산업에서 좀더 이른 시일 내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미생물 유전체 연구분야를 극히 제한적으로 다루는 것 같아 아쉬운 감이 든다.
바이러스와 관련한 게놈연구의 취약성과 함께 제기되는 또다른 문제는 게놈연구의 양면성에 있다. 인간 유전체 기능연구는 인간수명 연장을 위한 궁극적 기반을 제공하겠지만 가공할 살상력을 지닌 생물무기 개발에도 이용될 수 있는 것이다. 얼마든지 실현 가능한 예를 들 수 있다.
인간의 면역체계를 관장하는 유전체 연구는 세균 등 병원체에 대한 개개인의 감수성에 대한 해답을 준다. 이를 역이용하면 면역체계를 교란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의 개발이 가능하며,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현재의 HIV바이러스보다 더욱 치명적으로 면역체계를 무너뜨리는 바이러스의 디자인마저 가능해질 것이다. 이런 생물무기는 초기엔 언제 누가 퍼뜨린 것인지조차 모르지만 몇 년을 두고 지속적으로 적대국의 국방력과 경제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앞서 언급했듯이 한 개의 인체 유전체는 여러 상이한 기능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이에 해당하는 단백질은 여러 기능을 갖는 작은 도메인으로 구성돼 있다. 유전체 연구는 바로 이런 각각의 도메인별 기능을 밝힐 것이며 이를 인위적으로 조합함으로써 원래의 순기능 대신 역기능, 즉 맹독성을 지니는 유전자의 창출이 가능해진다. 원자폭탄보다도 훨씬 살상력이 강한 독소가 개발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뿐만 아니라 개개인 또는 인종별 유전자 정보의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 신약’을 개발하는 데 사용된 유전정보는 어느 특정 민족을 겨냥한 살상무기로도 개발될 수 있다.
이제 어느 쪽을 택할 것인지는 순전히 인간의 손에 달려 있다. 혹시라도 인간게놈 연구에서 악한 마음을 관장하는 유전체를 발견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를 조절하고 그 기능을 억제하는 신약을 개발하여 인류 평화에 기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만일 유전정보를 이용해 신약을 개발한다면 그 수익은 어느 정도일까. 적어도 연구개발비의 수십배에 달할 것이다. 그러면 과연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게놈연구를 통해 황금알을 낳는 신약들이 줄지어 나올까. 그리고 모든 난치병들은 정복될 것인가.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세간의 낙관적 기대에 찬물을 끼얹듯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미국 MIT 화이트헤드 연구소의 에릭 랜더 교수는 게놈프로젝트를 ‘21세기 생물학 인프라 구축의 워밍업’으로 비유했다. 게놈프로젝트에 관련했던 한 실무자는 “궁극적으로 게놈지도 완성을 통해 돈을 벌 수는 있을 것으로 확신하지만 10년, 20년, 아니 30년의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게놈프로젝트 연구결과에 의하면 한 개의 유전자는 한 가지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기능을 한꺼번에 담당하며, 이 기능은 다른 유전자들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이는 신약 개발의 목표유전자가 생각보다 매우 복잡하며, 따라서 게놈연구를 통한 질병치료제 개발이 절대 낙관적일 수만은 없다는 실망적인 전망을 낳게 한다.
미안하지만 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인간게놈 프로젝트로 인해 제약업계가 붕괴될 것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예측이 그것이다. 세상을 바꾸어놓을 신약의 개발과 치료제 창출은 물론 가능하지만 생물정보의 과부하로 인해 당초 예상보다 개발에 훨씬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모된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새로운 유전자의 기능이 속속 발견됨으로써 기존에는 신비에 속했던 인체기능이 이해되기 시작하면서 신약 개발의 중요 단계인 인체실험에서 엄청난 비용 증가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의약품은 중요한 두 가지 시금석인 효능과 안전성을 모두 갖춰야 하는데 이중 안전성, 즉 개발중인 약이 얼마나 독성 없이 인체에 안전한지를 검증하기 위한 항목이 부지기수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몇 십 년 전부터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진통해열제 아스피린을 예로 들어보자. 사실 아스피린이 의약품으로 허가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아스피린의 부작용을 충분히 검증할 만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미 알려진 부작용-예를 들어 혈액응고 방해 및 장출혈 등-이 개발 당시부터 알려졌다면 현재의 아스피린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제대로 연구하자면, 가장 놀랍고 흥분되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생명과학의 새로운 발견들은 실제 게놈연구 개발비용뿐만 아니라 신약의 평균 생산비용도 엄청나게 상승시킨다. 광우병에 걸린 소를 음식으로 먹을 경우 인간에게 전염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하나로 수많은 소들이 희생되듯, 인간 지식의 발전과 더불어 ‘식자우환’식의 비용 증대는 불가피한 셈이다.
물론 게놈프로젝트에 의해 조기에 가시화될 수 있는 신약개발 분야도 존재한다. 유전병 및 암이 이에 해당한다. 유전병의 경우 고장난 유전자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으며, 따라서 이를 정상적인 것으로 대체함으로써 치료할 수 있다.
인체의 세포생장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이 고장남으로써 빠른 속도로 세포분열이 일어나는 것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암이다. 수많은 암 중에서 어떤 경우는 단 한 개의 조절단백질 변형으로 인해 암이 유발된다. 이 경우 확실한 치료의 ‘표적’이 있으며 이를 정상적인 것으로 바꿈으로써 치료가 가능하다. 실제 게놈프로젝트는 현재 약 5000개로 추정되는 난치성 인체질환 극복을 우선시하고 있는데 이중엔 암 정복도 포함돼 있다. 이 연구는 지난 97년 시작돼 미국인에게서 발병률이 높은 암, 즉 대장암 난소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뇌암과 전립선암 관련 유전자가 10여종이나 새로 발견돼 DNA칩을 이용한 초기진단 개발도 가시화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99년 유전체사업단이 조직돼 국내 발병률이 높은 위암, 간암을 포함한 한국인 호발성질환 유전체 연구가 진행되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유전자 이상과 무관한 바이러스 질환은 어떨까. 사실 대부분의 인체 질환은 인체 유전자의 변형에 의한 발병이라기보다는 외부로부터 침입한 바이러스, 세균 등 병원균에 의한 것임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인류 복지에 도움을 줄 신약 개발의 목표는 게놈프로젝트의 시작과 결실의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수십년 동안 존재해왔다. 이는 인체게놈 연구와 같은 방대한 접근방법을 떠나 비교적 소규모의 미생물 유전체연구(Microbial Genomics)로서 실현이 가능하다.
대다수 미생물의 경우, 사람 등 고등동물보다는 훨씬 작은 사이즈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병을 일으키는 직접적 원인인 미생물 유전자의 기능을 연구함으로써 치료 및 예방제의 창출이 가능한 것이다. 여기엔 한국인의 경우 단위인구당 사망률 세계 1위인 간질환의 주요원인(B형 및 C형 간염바이러스)이 포함된다. 이뿐 아니라 위궤양의 직접 원인균인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 또는 전세계 최고의 사망률을 보이고 있는 말라리아 병원균 치료와 예방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유전체사업은 생명공학 및 제약산업에서 좀더 이른 시일 내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미생물 유전체 연구분야를 극히 제한적으로 다루는 것 같아 아쉬운 감이 든다.
바이러스와 관련한 게놈연구의 취약성과 함께 제기되는 또다른 문제는 게놈연구의 양면성에 있다. 인간 유전체 기능연구는 인간수명 연장을 위한 궁극적 기반을 제공하겠지만 가공할 살상력을 지닌 생물무기 개발에도 이용될 수 있는 것이다. 얼마든지 실현 가능한 예를 들 수 있다.
인간의 면역체계를 관장하는 유전체 연구는 세균 등 병원체에 대한 개개인의 감수성에 대한 해답을 준다. 이를 역이용하면 면역체계를 교란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의 개발이 가능하며,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현재의 HIV바이러스보다 더욱 치명적으로 면역체계를 무너뜨리는 바이러스의 디자인마저 가능해질 것이다. 이런 생물무기는 초기엔 언제 누가 퍼뜨린 것인지조차 모르지만 몇 년을 두고 지속적으로 적대국의 국방력과 경제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앞서 언급했듯이 한 개의 인체 유전체는 여러 상이한 기능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이에 해당하는 단백질은 여러 기능을 갖는 작은 도메인으로 구성돼 있다. 유전체 연구는 바로 이런 각각의 도메인별 기능을 밝힐 것이며 이를 인위적으로 조합함으로써 원래의 순기능 대신 역기능, 즉 맹독성을 지니는 유전자의 창출이 가능해진다. 원자폭탄보다도 훨씬 살상력이 강한 독소가 개발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뿐만 아니라 개개인 또는 인종별 유전자 정보의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 신약’을 개발하는 데 사용된 유전정보는 어느 특정 민족을 겨냥한 살상무기로도 개발될 수 있다.
이제 어느 쪽을 택할 것인지는 순전히 인간의 손에 달려 있다. 혹시라도 인간게놈 연구에서 악한 마음을 관장하는 유전체를 발견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를 조절하고 그 기능을 억제하는 신약을 개발하여 인류 평화에 기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