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리버럴한 성윤리를 자랑하는 나라 중 하나인 프랑스. 그곳 청소년들의 사랑법은 어떨까. 결혼을 불필요한 절차 내지 사회적 위선으로 여기는 프랑스인들에게는 자유로운 혼외동거가 바람직한 모델로 각광받는다. 프랑스인들은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나, 결혼을 하고도 이혼하는 것(현재 이혼율은 50%에 육박한다), 일생에 3~4명의 동반자를 만나는 것을 정상으로 여긴다. TV와 영화, 인터넷에는 성담론과 외설적인 화면이 넘쳐나며, 라디오의 심야 시간에는 충격적인 성상담 내용이 여과없이 방송된다. 아이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얼마든지 성에 대해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성적 자유, 혼외 경험, 미성년 동거 같은 원칙 하에 성장하여 자유로운 성윤리를 몸으로 실천한 프랑스 학부모들도 자식들에 대한 걱정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최근 프랑스 시사주간지 ‘렉스프레스’는 프랑스 청소년들의 성생활에 대한 조사 결과를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결과는 한마디로 “걱정 안해도 된다”였다.
낭만적 사랑 갈구 부모세대와 달라
프랑스 중고생들은 겉으로만 보면 ‘육체의 악마’(레이몽 라디게의 소설 제목)처럼 보인다. ‘장미꽃 밑의 털’ 같은 영화를 보면 15세의 여주인공이 부모의 성생활을 사사건건 괴롭히며 의사에게 외설적인 질문을 던져댄다. 프랑스 청소년과 부모 사이의 오해는 깊어져 간다.
13~18세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 조사에 따르면, 부모들의 걱정과 민감한 반응은 지나친 것임이 밝혀졌다. 청소년들은 보기보다 절제 있고 신중하며, 자유롭지만 감상적이라는 것이다. 그 증거 중 하나로, 30년 전부터 프랑스인이 최초로 성관계를 맺는 연령은 평균 17세 그대로다. 현재 13~14세의 84%, 15~16세의 68%, 17~18세의 51%가 순결을 지키고 있다. 반면 사춘기가 시작되는 나이는 여자아이의 경우 13세에서 12세로 낮아졌다. 하지만 청소년의 절반 가량은 첫관계를 맺는 이상적인 연령으로 15~16세가 좋다고 여겼다. 16세의 클레망은 이렇게 말한다.
“첫경험은 남자애들보다는 여자애들한테 더 중요해요. 15세가 된 남자애들은 기회가 오면 망설이지 않죠. 하지만 여자애들은 그걸 아무한테도 열어주지 않는 비원쯤으로 여겨요. 아무나 들어갈 수 없죠.”
하지만 청소년의 47%는 첫관계가 생각보다 좋았다고 답했다. 관계를 맺은 이유는 59%가 상대를 사랑하기 때문이며(특히 여자는 70%), 57%는 상대를 신뢰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이다. 사회학자 위그 라그랑지는(‘청소년, 성과 사랑’의 저자) 특히 여성에게는 신뢰감이 섹스의 전제조건이라고 말한다. 에이즈와 임신 등 걱정이 더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자아이들의 81%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그를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61%는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는 ‘절대로’ 관계를 맺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반면 남자아이들의 경우는 같은 대답이 54%와 21%로 나왔다.
30년 전 그들의 부모세대가 사랑의 감정을 희생해 가면서 섹슈얼리티를 앞세웠다면, 오늘날의 청소년들은 그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프랑스 사회가 아이들에게 우선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섹슈얼리티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오히려 낭만적인 사랑을 갈구한다. 92년에 실시됐던 비슷한 조사의 결과를 비교해보면 이런 성향이 더 짙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62%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강렬한 감정에 사로잡히는 것”이라 대답했다(92년에는 48%). 나머지 대답들은 “함께하는 것” “없을 때 그리움을 느끼는 것” 등이었다. 현재 사랑에 빠져 있는 청소년은 50%며, 16%는 짝사랑을 하고 있는 것 같고, 사랑이 깨진 커플의 81%는 ‘사랑이 끝난 뒤 힘들었다’고 대답했다.
이러한 결과들을 보면 성이 넘쳐나는 프랑스 사회에서 청소년들은 ‘육체의 악마’라기보다 오히려 낭만적인 사랑과 관심을 갈구하는 ‘푸른 꽃’(센티멘털리즘을 지칭)이라 볼 수 있다.
13~18세의 아이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곳은 보통 학교(44%, 92년에는 35%). 사회학자 라그랑지의 설명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감정적 만남이 바로 성적 만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선은 상호간에 호감과 관심이 있고, 차차 친화력이 형성된다는 것. 그들은 고등학교야말로 진정한 사랑을 만날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한다.
“어떤 여자아이를 매일 대하다 보면, 결국은 그애와 함께 있는 것이 좋다고 여기게 되죠. 외모만 따지는 것 이상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됩니다.”(막심)
그러나 과연 그럴까. 사랑에 빠지는 이유를 보면 남자아이의 89%가 이성의 ‘미모’에 끌렸다고 답했다. 그 뒤가 친절 (72%), 신뢰감(54%), 지성(49%) 순이었다. 반면 여자아이들은 무엇보다도 남자의 친절에 끌린다(83%). 이어 신뢰감(74%), 유머감각(69%)이 따른다.
프랑스 청소년들의 첫키스 연령은 12~13세이며, 첫사랑의 나이는 다양하다. 4분의 3의 아이들이 첫사랑을 경험했다고 대답했는데, 6세에서 10세 사이에 첫사랑을 만났다고 답한 남자는 30%인 반면, 여자는 10%뿐이었다. 여자아이들에게 있어 첫사랑은 처음으로 데이트를 한 남성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았다. 프랑스 청소년들은 이성에 대한 접근방법도 단순하다. ‘말을 건다’가 64%다. 여자아이들의 68%가 ‘웃어준다’, 같은 비율의 남자아이들이 ‘웃긴다’가 효과적인 기법이라고 응답했다.
이렇게 해서 사귄 아이들의 관계는 상당히 오래 지속된다. 놀랍게도 5분의 1의 청소년이 1년이 넘은 이성친구가 있다고 대답했다. 4분의 3의 청소년들이 불꽃같은 사랑을 믿지 않으며 ‘진정한 사랑은 오래 간다’고 생각하고 있다. 프랑스 청소년들은 상대에게 성실할 것을 요구한다. 많은 아이들이 성과 사랑을 따로 생각하지 않으며, 상대가 조금만 불성실해도 그 사랑은 깨진다. 어른들보다 오히려 청소년들에게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찾아볼 수 있는 프랑스 사회의 패러독스가 여기서 나온다. 부모들은 성실한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오늘의 청소년들을 보고 놀란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부모와 성에 대해 대화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41%의 청소년들이 대화주제에 성이 ‘자주’ 오른다고 대답했지만, 어머니와 의논하는 경우는 30%뿐이고, 아버지와는 16%밖에 안 된다. 4분의 3의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성생활은 부모와 아무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청소년들은 성생활에 있어 부모의 간섭을 원하지 않고 15~16세가 되면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성인이 15세 이상의 청소년과 관계를 맺을 경우 강간죄로 기소되지 않는다. 또 미성년자도 혼자서 피임 여부를 선택할 수 있고, 2000년 11월부터는 학교 양호실에서 피임약을 나눠주고 있다. 그래도 아직까지 매년 1만 명의 여중고생이 임신을 하고, 그중 67%는 중절수술로 끝난다. 대신 에이즈 세대인 이들에게는 콘돔의 사용이 보편화돼 있어서, 이미 77%가 사용한 적이 있다. 에이즈가 확산된 이후 꾸준히 펼쳐졌던 캠페인의 효과다.
부모 세대가 70년대 성해방의 노도 속에서 자라났다면, 오늘의 프랑스 청소년은 에이즈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들은 사랑에서 감정과 절제를 더 소중히 여긴다. 전 세대들이 고삐 풀린 성적 자유를 누렸다면, 현대의 프랑스 청소년들은 성적으로 해방된 사회에서 오히려 더 성숙한 사랑법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성적 자유, 혼외 경험, 미성년 동거 같은 원칙 하에 성장하여 자유로운 성윤리를 몸으로 실천한 프랑스 학부모들도 자식들에 대한 걱정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최근 프랑스 시사주간지 ‘렉스프레스’는 프랑스 청소년들의 성생활에 대한 조사 결과를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결과는 한마디로 “걱정 안해도 된다”였다.
낭만적 사랑 갈구 부모세대와 달라
프랑스 중고생들은 겉으로만 보면 ‘육체의 악마’(레이몽 라디게의 소설 제목)처럼 보인다. ‘장미꽃 밑의 털’ 같은 영화를 보면 15세의 여주인공이 부모의 성생활을 사사건건 괴롭히며 의사에게 외설적인 질문을 던져댄다. 프랑스 청소년과 부모 사이의 오해는 깊어져 간다.
13~18세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 조사에 따르면, 부모들의 걱정과 민감한 반응은 지나친 것임이 밝혀졌다. 청소년들은 보기보다 절제 있고 신중하며, 자유롭지만 감상적이라는 것이다. 그 증거 중 하나로, 30년 전부터 프랑스인이 최초로 성관계를 맺는 연령은 평균 17세 그대로다. 현재 13~14세의 84%, 15~16세의 68%, 17~18세의 51%가 순결을 지키고 있다. 반면 사춘기가 시작되는 나이는 여자아이의 경우 13세에서 12세로 낮아졌다. 하지만 청소년의 절반 가량은 첫관계를 맺는 이상적인 연령으로 15~16세가 좋다고 여겼다. 16세의 클레망은 이렇게 말한다.
“첫경험은 남자애들보다는 여자애들한테 더 중요해요. 15세가 된 남자애들은 기회가 오면 망설이지 않죠. 하지만 여자애들은 그걸 아무한테도 열어주지 않는 비원쯤으로 여겨요. 아무나 들어갈 수 없죠.”
하지만 청소년의 47%는 첫관계가 생각보다 좋았다고 답했다. 관계를 맺은 이유는 59%가 상대를 사랑하기 때문이며(특히 여자는 70%), 57%는 상대를 신뢰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이다. 사회학자 위그 라그랑지는(‘청소년, 성과 사랑’의 저자) 특히 여성에게는 신뢰감이 섹스의 전제조건이라고 말한다. 에이즈와 임신 등 걱정이 더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자아이들의 81%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그를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61%는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는 ‘절대로’ 관계를 맺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반면 남자아이들의 경우는 같은 대답이 54%와 21%로 나왔다.
30년 전 그들의 부모세대가 사랑의 감정을 희생해 가면서 섹슈얼리티를 앞세웠다면, 오늘날의 청소년들은 그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프랑스 사회가 아이들에게 우선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섹슈얼리티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오히려 낭만적인 사랑을 갈구한다. 92년에 실시됐던 비슷한 조사의 결과를 비교해보면 이런 성향이 더 짙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62%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강렬한 감정에 사로잡히는 것”이라 대답했다(92년에는 48%). 나머지 대답들은 “함께하는 것” “없을 때 그리움을 느끼는 것” 등이었다. 현재 사랑에 빠져 있는 청소년은 50%며, 16%는 짝사랑을 하고 있는 것 같고, 사랑이 깨진 커플의 81%는 ‘사랑이 끝난 뒤 힘들었다’고 대답했다.
이러한 결과들을 보면 성이 넘쳐나는 프랑스 사회에서 청소년들은 ‘육체의 악마’라기보다 오히려 낭만적인 사랑과 관심을 갈구하는 ‘푸른 꽃’(센티멘털리즘을 지칭)이라 볼 수 있다.
13~18세의 아이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곳은 보통 학교(44%, 92년에는 35%). 사회학자 라그랑지의 설명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감정적 만남이 바로 성적 만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선은 상호간에 호감과 관심이 있고, 차차 친화력이 형성된다는 것. 그들은 고등학교야말로 진정한 사랑을 만날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한다.
“어떤 여자아이를 매일 대하다 보면, 결국은 그애와 함께 있는 것이 좋다고 여기게 되죠. 외모만 따지는 것 이상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됩니다.”(막심)
그러나 과연 그럴까. 사랑에 빠지는 이유를 보면 남자아이의 89%가 이성의 ‘미모’에 끌렸다고 답했다. 그 뒤가 친절 (72%), 신뢰감(54%), 지성(49%) 순이었다. 반면 여자아이들은 무엇보다도 남자의 친절에 끌린다(83%). 이어 신뢰감(74%), 유머감각(69%)이 따른다.
프랑스 청소년들의 첫키스 연령은 12~13세이며, 첫사랑의 나이는 다양하다. 4분의 3의 아이들이 첫사랑을 경험했다고 대답했는데, 6세에서 10세 사이에 첫사랑을 만났다고 답한 남자는 30%인 반면, 여자는 10%뿐이었다. 여자아이들에게 있어 첫사랑은 처음으로 데이트를 한 남성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았다. 프랑스 청소년들은 이성에 대한 접근방법도 단순하다. ‘말을 건다’가 64%다. 여자아이들의 68%가 ‘웃어준다’, 같은 비율의 남자아이들이 ‘웃긴다’가 효과적인 기법이라고 응답했다.
이렇게 해서 사귄 아이들의 관계는 상당히 오래 지속된다. 놀랍게도 5분의 1의 청소년이 1년이 넘은 이성친구가 있다고 대답했다. 4분의 3의 청소년들이 불꽃같은 사랑을 믿지 않으며 ‘진정한 사랑은 오래 간다’고 생각하고 있다. 프랑스 청소년들은 상대에게 성실할 것을 요구한다. 많은 아이들이 성과 사랑을 따로 생각하지 않으며, 상대가 조금만 불성실해도 그 사랑은 깨진다. 어른들보다 오히려 청소년들에게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찾아볼 수 있는 프랑스 사회의 패러독스가 여기서 나온다. 부모들은 성실한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오늘의 청소년들을 보고 놀란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부모와 성에 대해 대화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41%의 청소년들이 대화주제에 성이 ‘자주’ 오른다고 대답했지만, 어머니와 의논하는 경우는 30%뿐이고, 아버지와는 16%밖에 안 된다. 4분의 3의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성생활은 부모와 아무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청소년들은 성생활에 있어 부모의 간섭을 원하지 않고 15~16세가 되면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성인이 15세 이상의 청소년과 관계를 맺을 경우 강간죄로 기소되지 않는다. 또 미성년자도 혼자서 피임 여부를 선택할 수 있고, 2000년 11월부터는 학교 양호실에서 피임약을 나눠주고 있다. 그래도 아직까지 매년 1만 명의 여중고생이 임신을 하고, 그중 67%는 중절수술로 끝난다. 대신 에이즈 세대인 이들에게는 콘돔의 사용이 보편화돼 있어서, 이미 77%가 사용한 적이 있다. 에이즈가 확산된 이후 꾸준히 펼쳐졌던 캠페인의 효과다.
부모 세대가 70년대 성해방의 노도 속에서 자라났다면, 오늘의 프랑스 청소년은 에이즈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들은 사랑에서 감정과 절제를 더 소중히 여긴다. 전 세대들이 고삐 풀린 성적 자유를 누렸다면, 현대의 프랑스 청소년들은 성적으로 해방된 사회에서 오히려 더 성숙한 사랑법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