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은 철도가 아니라 경제입니다.” 국정홍보처의 경의선 광고 카피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는 광고 카피를 떠올리게 하는 이 공익광고의 컨셉트는, 경의선은 단순히 남북을 잇는 철길이 아니라 남북을 경제공동체로 통합하고 한반도와 세계를 잇는 길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뭍에서는 군사분계선을 뚫고 남북 경제를 잇는 경의선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그런데 정작 군사분계선이 없는 바다에서는 뚫린 뱃길마저 막히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 남북간 해상 정기항로의 기본축은 인천∼남포 항로와 부산∼나진 항로. 항구별 반출입 동향을 보면 인천-부산항이 전체 반입 물동량의 70∼80%를 차지한다. 그 가운데서도 인천항이 전체 반입물량의 절반, 반입금액의 70∼80%를 차지한다. 그런데 북한 당국이 지난해 11월 말부터 인천∼남포 항로의 유일한 정기운항(월 3∼4회) 면허를 갖고 있는 ㈜한성선박 컨테이너선(소나호·2200t)의 입항과 선적을 거부하고 위탁가공물품 등을 일방적으로 부정기선에 선적하는 바람에 사실상 남북교역 뱃길이 석 달째 막혀 있다.
위탁가공물품 관련 업체 막대한 피해
문제는 남북교역이 그 까닭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의 암초’에 걸려 좌초 위험에 빠져 있는데도 북측의 진의를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파행이 장기화하자 그동안 북한측과 개별 선사(船社)와의 문제임을 내세워 개입하지 않던 정부도 남북경협추진위원회 창구를 통해 북측에 협조를 요청하는 전통문을 보내는 등 진의 파악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통일부는 2월5일 현재 북측으로부터 아무런 확답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 가운데 북한측의 입항 거부 사유를 둘러싼 언론의 의혹-추측보도만 난무하고 있다. 그동안 언론이 제기한 의혹은 크게 다음의 세 가지다.
북측이 한성선박 소나호의 입항을 거부하자 지난해 12월 초 일부 언론은 그 이유가 북한에서 만든 제품을 남한으로 운반할 때는 북한측 컨테이너를 사용해 달라는 북측 요구를 한성선박이 거절한 데 따른 압력 때문인 것처럼 보도했다. 업체에 따르면 국내 컨테이너 사용료는 1개(1 TEU)당 10달러 선에 불과한데 북측 컨테이너 사용료는 70달러에 달해 수지를 맞추기 어렵다는 그럴듯한 이유도 제시했다. 그 때문에 북측은 지난 10월 말부터 인천∼남포항 부정기선을 운영하고 있는 람세스물류㈜의 루지앙호(2700t급)에만 물품을 싣고 있다는 것. 그런데 제3국간 환적화물을 싣는 조건으로 부정기선 면허를 취득한 람세스측이 남북 교역물품을 싣고 와 정부가 계약위반을 이유로 3항차(航次) 때부터 면허를 취소해 인천∼남포 항로의 발이 묶이게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측이 한성선박의 입항을 거부하는 것은 새로운 파트너로 람세스물류를 선택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인 것처럼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한성선박측은 그러한 요구를 받은 적도 없고 그러한 요구를 받았다는 말을 한 적도 없다며 이를 부인하고 있다. 한성선박 김언동 이사의 말이다. “오래 전부터 북한 회사의 컨테이너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도 되지 않고 그런 요구를 한 적도 없다. 또 북측이 운송료를 인하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우리가 거절했다는 것도 전혀 사실과 다르다. 언론이 추측보도를 한 탓이다.”
그 점은 람세스물류측도 마찬가지다. 람세스물류 이연석 사장은 “최초의 발단은 오보에서 비롯되었다. 북한측이 한성측에 운송료 인하와 컨테이너 사용을 요구했다는 식으로 추측보도해 문제가 생긴 것이다. 우리가 알아보니 북한측은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하고, 한성측도 그 점을 확인해 주었다. 결국 우리는 북측이 한성선박의 입항을 거부한 시점에 제3국 환적화물을 싣고 갔다가 남포에서 교역물자를 싣고 온 바람에 한성 문제를 뒤집어쓴 것이다”고 주장했다. 결국 뱃길이 막힌 이유가 운송료 때문이라는 의혹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추측일 뿐인 것이다.
북측의 선적 거부로 인한 파행이 장기화하자 일부 언론이 제기한 또 다른 쟁점은 남측 선사의 과당 경쟁과 ‘뇌물 제공’으로 인한 북측의 내부사정 탓이라는 의혹이다. 즉 인천∼남포 정기항로를 독점 운항하고 있는 한성선박측이 북한측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해온 사실을 북한 당국이 포착해 이를 단속하는 차원에서 입항을 거부하고 중국 고위층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람세스물류를 새로운 사업 파트너로 선택했다는 의혹이었다. 또 일부에서는 람세스측이 이미 북한 당국과 ‘이면계약’을 한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람세스물류는 그동안 중국을 거점으로 제3국 환적화물을 주로 취급해왔고 인천∼남포 부정기 항로를 운항하고 있는 루지앙호는 중국 국적선이다.
그러나 한성선박측은 이런 보도야말로 ‘한성 죽이기’라며 펄쩍 뛰고 있다. 김언동 이사는 “우리가 통일부로부터 정기운항 면허를 받으면서 남포항 시설 확충-개선비로 31억원을 10년간 무상 지원받았다는 것은 대표적인 오보다. 그렇지 않아도 그런 보도로 인해 혹시 북측이 오해를 할까봐 걱정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또 람세스물류 이연석 사장도 “한성측은 컨테이너당 650∼1200달러로 차등제인 반면 우리는 800달러 고정제여서 서로 운임 체계가 다를 뿐이지 사실 운송료는 차이가 없다”면서 과당경쟁이니 북측과의 이면계약이니 하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 의혹 3 남북 정기항로는 대북 공작선?
북한 당국이 입항 거부 이유를 밝히지 않은 가운데 나온 또 다른 의혹은 북한 당국이 남측 정보기관이 인천∼남포 정기항로를 대북 공작선으로 활용한 혐의를 포착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다. 이와 같은 의혹이 제기된 데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대북 첩보 수집 및 공작이 주임무인 정보사의 한 관계자가 북한이 한성선박의 입항을 거부한 시점에 통일부로 찾아가 “군 정보기관에서 ‘선박 운영사업’을 하려고 한다”면서 “‘협력 대상자’인 람세스사의 정기항로 면허 허가를 협조해달라”고 부탁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 때문에 통일부가 발칵 뒤집힌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협력 대상자’라면 일종의 ‘편승공작’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통일부로서는 그렇지 않아도 살얼음을 걷고 있는 남북 경협사업에 공작이 개입하는 것은 절대 허용할 수 없는 처지지만, 설령 개입하더라도 극도의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공작사업을 공개적으로 발설했기 때문에 그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 일로 정보사 관계자는 군 당국의 조사를 받고 문책당했지만 그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관련 의혹이 증폭된 것이다. 또 그렇지 않아도 부정기항로 운항면허 계약위반 건으로 경고를 받은 람세스사는 이 사건 때문에 통일부로부터 ‘미운 털’이 박히게 되었다.
현재 이 사건은 일단 해프닝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기관의 한 관계자는 “정보사 모 중령이 자기 마음대로 람세스사를 ‘협력 대상자’로 찍어 선박 운영사업(공작사업)을 한다고 결정해 놓고선 그것을 발설하는 통에 쓸데없는 의혹이 증폭되었다”고 말했다. 람세스사의 고위 간부와 가까운 이 정보사 중령은 이 회사가 정기면허를 취득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의도로 그런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연석 사장도 “회사와는 무관한 일이다”면서 “대북사업에 정보기관이 끼여들면 사업이 죽는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짓은 절대 안 한다”고 말했다.
남북한 임가공교역은 지난해 처음으로 1억달러를 넘어서고, 국내 관련업체들만 100여개에 이를 만큼 확대되었다. 문제는 전체 임가공교역의 95%를 차지하고 있는 인천∼남포 항로의 교역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남한 관련업체들의 피해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어설픈 공작설까지 불거진 마당에 정작 아무도 북측이 입항을 거부하는 진의를 모른다는 점이다.
현재 남북간 해상 정기항로의 기본축은 인천∼남포 항로와 부산∼나진 항로. 항구별 반출입 동향을 보면 인천-부산항이 전체 반입 물동량의 70∼80%를 차지한다. 그 가운데서도 인천항이 전체 반입물량의 절반, 반입금액의 70∼80%를 차지한다. 그런데 북한 당국이 지난해 11월 말부터 인천∼남포 항로의 유일한 정기운항(월 3∼4회) 면허를 갖고 있는 ㈜한성선박 컨테이너선(소나호·2200t)의 입항과 선적을 거부하고 위탁가공물품 등을 일방적으로 부정기선에 선적하는 바람에 사실상 남북교역 뱃길이 석 달째 막혀 있다.
위탁가공물품 관련 업체 막대한 피해
문제는 남북교역이 그 까닭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의 암초’에 걸려 좌초 위험에 빠져 있는데도 북측의 진의를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파행이 장기화하자 그동안 북한측과 개별 선사(船社)와의 문제임을 내세워 개입하지 않던 정부도 남북경협추진위원회 창구를 통해 북측에 협조를 요청하는 전통문을 보내는 등 진의 파악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통일부는 2월5일 현재 북측으로부터 아무런 확답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 가운데 북한측의 입항 거부 사유를 둘러싼 언론의 의혹-추측보도만 난무하고 있다. 그동안 언론이 제기한 의혹은 크게 다음의 세 가지다.
북측이 한성선박 소나호의 입항을 거부하자 지난해 12월 초 일부 언론은 그 이유가 북한에서 만든 제품을 남한으로 운반할 때는 북한측 컨테이너를 사용해 달라는 북측 요구를 한성선박이 거절한 데 따른 압력 때문인 것처럼 보도했다. 업체에 따르면 국내 컨테이너 사용료는 1개(1 TEU)당 10달러 선에 불과한데 북측 컨테이너 사용료는 70달러에 달해 수지를 맞추기 어렵다는 그럴듯한 이유도 제시했다. 그 때문에 북측은 지난 10월 말부터 인천∼남포항 부정기선을 운영하고 있는 람세스물류㈜의 루지앙호(2700t급)에만 물품을 싣고 있다는 것. 그런데 제3국간 환적화물을 싣는 조건으로 부정기선 면허를 취득한 람세스측이 남북 교역물품을 싣고 와 정부가 계약위반을 이유로 3항차(航次) 때부터 면허를 취소해 인천∼남포 항로의 발이 묶이게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측이 한성선박의 입항을 거부하는 것은 새로운 파트너로 람세스물류를 선택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인 것처럼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한성선박측은 그러한 요구를 받은 적도 없고 그러한 요구를 받았다는 말을 한 적도 없다며 이를 부인하고 있다. 한성선박 김언동 이사의 말이다. “오래 전부터 북한 회사의 컨테이너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도 되지 않고 그런 요구를 한 적도 없다. 또 북측이 운송료를 인하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우리가 거절했다는 것도 전혀 사실과 다르다. 언론이 추측보도를 한 탓이다.”
그 점은 람세스물류측도 마찬가지다. 람세스물류 이연석 사장은 “최초의 발단은 오보에서 비롯되었다. 북한측이 한성측에 운송료 인하와 컨테이너 사용을 요구했다는 식으로 추측보도해 문제가 생긴 것이다. 우리가 알아보니 북한측은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하고, 한성측도 그 점을 확인해 주었다. 결국 우리는 북측이 한성선박의 입항을 거부한 시점에 제3국 환적화물을 싣고 갔다가 남포에서 교역물자를 싣고 온 바람에 한성 문제를 뒤집어쓴 것이다”고 주장했다. 결국 뱃길이 막힌 이유가 운송료 때문이라는 의혹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추측일 뿐인 것이다.
북측의 선적 거부로 인한 파행이 장기화하자 일부 언론이 제기한 또 다른 쟁점은 남측 선사의 과당 경쟁과 ‘뇌물 제공’으로 인한 북측의 내부사정 탓이라는 의혹이다. 즉 인천∼남포 정기항로를 독점 운항하고 있는 한성선박측이 북한측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해온 사실을 북한 당국이 포착해 이를 단속하는 차원에서 입항을 거부하고 중국 고위층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람세스물류를 새로운 사업 파트너로 선택했다는 의혹이었다. 또 일부에서는 람세스측이 이미 북한 당국과 ‘이면계약’을 한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람세스물류는 그동안 중국을 거점으로 제3국 환적화물을 주로 취급해왔고 인천∼남포 부정기 항로를 운항하고 있는 루지앙호는 중국 국적선이다.
그러나 한성선박측은 이런 보도야말로 ‘한성 죽이기’라며 펄쩍 뛰고 있다. 김언동 이사는 “우리가 통일부로부터 정기운항 면허를 받으면서 남포항 시설 확충-개선비로 31억원을 10년간 무상 지원받았다는 것은 대표적인 오보다. 그렇지 않아도 그런 보도로 인해 혹시 북측이 오해를 할까봐 걱정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또 람세스물류 이연석 사장도 “한성측은 컨테이너당 650∼1200달러로 차등제인 반면 우리는 800달러 고정제여서 서로 운임 체계가 다를 뿐이지 사실 운송료는 차이가 없다”면서 과당경쟁이니 북측과의 이면계약이니 하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 의혹 3 남북 정기항로는 대북 공작선?
북한 당국이 입항 거부 이유를 밝히지 않은 가운데 나온 또 다른 의혹은 북한 당국이 남측 정보기관이 인천∼남포 정기항로를 대북 공작선으로 활용한 혐의를 포착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다. 이와 같은 의혹이 제기된 데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대북 첩보 수집 및 공작이 주임무인 정보사의 한 관계자가 북한이 한성선박의 입항을 거부한 시점에 통일부로 찾아가 “군 정보기관에서 ‘선박 운영사업’을 하려고 한다”면서 “‘협력 대상자’인 람세스사의 정기항로 면허 허가를 협조해달라”고 부탁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 때문에 통일부가 발칵 뒤집힌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협력 대상자’라면 일종의 ‘편승공작’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통일부로서는 그렇지 않아도 살얼음을 걷고 있는 남북 경협사업에 공작이 개입하는 것은 절대 허용할 수 없는 처지지만, 설령 개입하더라도 극도의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공작사업을 공개적으로 발설했기 때문에 그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 일로 정보사 관계자는 군 당국의 조사를 받고 문책당했지만 그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관련 의혹이 증폭된 것이다. 또 그렇지 않아도 부정기항로 운항면허 계약위반 건으로 경고를 받은 람세스사는 이 사건 때문에 통일부로부터 ‘미운 털’이 박히게 되었다.
현재 이 사건은 일단 해프닝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기관의 한 관계자는 “정보사 모 중령이 자기 마음대로 람세스사를 ‘협력 대상자’로 찍어 선박 운영사업(공작사업)을 한다고 결정해 놓고선 그것을 발설하는 통에 쓸데없는 의혹이 증폭되었다”고 말했다. 람세스사의 고위 간부와 가까운 이 정보사 중령은 이 회사가 정기면허를 취득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의도로 그런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연석 사장도 “회사와는 무관한 일이다”면서 “대북사업에 정보기관이 끼여들면 사업이 죽는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짓은 절대 안 한다”고 말했다.
남북한 임가공교역은 지난해 처음으로 1억달러를 넘어서고, 국내 관련업체들만 100여개에 이를 만큼 확대되었다. 문제는 전체 임가공교역의 95%를 차지하고 있는 인천∼남포 항로의 교역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남한 관련업체들의 피해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어설픈 공작설까지 불거진 마당에 정작 아무도 북측이 입항을 거부하는 진의를 모른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