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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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말로 척척… ‘음성 인터넷’ 뜬다

음성 인식 신기술 개발 활발…정보 검색·메일도 말로 하는 ‘대변혁 예고’

  • 입력2005-06-28 1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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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은 ‘진화’한다. 그렇다면 그 진화의 다음 단계는? 국내 수백여 개 인터넷사이트의 대답은 한결같다. “필연적으로 음성인터넷으로 갑니다.”

    음성인터넷에 관한 신기술-신제품발표는 요즘 봇물처럼 쏟아져나오고 있다. 음성인터넷으로 ‘대박’을 꿈꾸는 벤처기업들이 부지기수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테헤란밸리, 여의도, 대덕단지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연구하는 분야 역시 음성인터넷 기술이다. 그러나 네티즌들을 확 잡아 끌 ‘특종’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매스컴에 보도만 안되고 있을 뿐 ‘써보니 별 것 없더라’는 실망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 음성인터넷의 수준은 어디쯤 왔을까. 그리고 이 분야가 앞으로 인터넷시장을 석권할 것이라는 예상은 무슨 근거로 나왔을까.

    현재 걸음마 단계… 가능성은 무한

    음성인터넷이란 간단히 말해 음성으로 정보를 달라고 명령하면 컴퓨터가 이를 찾아 음성으로 답하는 인터넷을 의미한다. 서울 여의도 ‘디지털라이프 코리아’(www.netavatar.co.kr)는 요즘 이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10월8일 이 회사 프로그래머 30여명은 일요일인데도 밤을 꼬박 새며 일했다. 연말까지는 계속 전시체제. 이들이 지금 만들고 있는 것은 ‘네타바타’(Net Avatar·넷과 분신을 뜻하는 아바타의 합성어)라는 음성인터넷이다. 기자가 샘플을 설치하자 웹브라우저에 세로 4cm 크기의 3차원 여비서가 나타났다. ‘그녀’에게 이-메일 함을 봐달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그녀는 새로 들어온 메일을 찾아내 표준말을 쓰는 20대 여성의 목소리로 읽어주었다.



    이 회사는 최근 2만 여 명의 네티즌들에게 네타바타 메일을 발송했다. 2000명이 이 회사측에 답신을 보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깜짝 놀랐다. 아바타가 둥둥 떠서 말하다니…”(서학모hakmo2000@yahoo.com) “동영상 메일은 봤지만 입체적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3차원 메일은 처음이다. 실제 인물과 대화하는 것 같아서 주의깊게 봤다.”(고봉군kbg549@netsgo.com)

    지금까지 나온 음성인터넷은 컴퓨터의 내장스피커로 사이트의 내용을 읽어주는 방식. 이 회사는 여기에다 ‘3차원 인물’을 등장시켰는데 네티즌들의 관심은 엄청나다. “여자친구에게 보낼 네타바타메일도 나옵니다. 클릭하는 순간, 예쁜 3차원 인형이 ‘어제 미안했어. 용서해 줘’라고 말하면서 무릎을 꿇고 꽃다발을 선사합니다. 일반 이-메일과 비교했을 때 어느 쪽이 설득하는 데 더 유용할까요.(디지털라이프 코리아 박용후 대표이사)”

    디지털라이프 코리아측은 “이 기술이 인터넷 광고업계에 대변혁을 몰고 올 것”이라고 자신한다. 인터넷 화면에 사람들이 튀어나와 마치 연극공연 하듯 제품을 설명하면 텍스트, 그림 위주인 현재의 배너광고보다 광고효과가 훨씬 클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미 이 회사엔 일본의 여러 배너광고업체들이 기술구매를 의뢰해놓고 있다.

    매스컴의 포커스를 받으며 음성인터넷사업에 일찌감치 진출했던 서울의 A사. 요즘 나도는 ‘벤처위기설’의 한가운데 있다. 많은 개발비를 투자해 만든 음성인터넷 상품이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사이트의 일부분을 클릭하면 읽어주는 서비스인데 읽는 속도가 느려지는 문제가 생겼다. 처음엔 신기해하다가 ‘예전처럼 눈으로 보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네티즌들이 많아졌다. 이 기술을 사려는 인터넷기업들도 ‘더 두고보자’며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음성인터넷을 제공하는 각 사이트들의 기술수준은 거의 비슷하다. 성공과 실패는 바로 기술을 어떻게 적용하는지에 달려 있다. 단지 음성으로 정보를 들려주는 서비스만 추가해서는 의미가 없으며 사용자와 사이트운영자, 광고주들에게 실질적인 편리함, 경제적 부가가치를 가져다줘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200개 이상의 인터넷사이트와 오프라인 업체들이 음성인터넷서비스를 실시하고 있거나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말까지 50여 개 업체의 음성서비스가 본격 가동될 것으로 추정된다. 음성으로 차량상태와 운전정보를 제공하고 운전자의 음성명령을 수행하는 자동차, 음성인식 영어학습교재, 음성합성 신문뉴스서비스, 음성인식 오피스(워드) 프로그램, 음성으로 읽어주면 받아 쓰는 프로그램, 책 읽어주는 보이스 북 등의 서비스가 준비되고 있다.

    그러나 신세기통신 관계자는 “음성인터넷의 가장 큰 주류는 ‘이동전화를 이용한 음성인터넷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서비스는 이동전화를 걸어 말로 명령하고, 말로 인터넷서비스를 제공받는다는 점에서 현재의 문자제공 위주의 이동전화 인터넷 서비스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음성인터넷이 차세대 인터넷으로 불리는 까닭은 이처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풍부한 인터넷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 근거한다. 미국에선 텔미(세계에서 최초로 음성인터넷 서비스를 실시한 회사다), 비보컬, 콱닷컴 등 이른바 ‘보이스 포털’이 성업중이다. 9월 이후 한국통신(보이스포털), 신세기통신(아이터치 톡)이 이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한국은 이제 시작단계. 펜티엄Ⅲ급 성능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그렇다면 음성인터넷은 언제쯤 지금의 휴대폰이나 PC처럼 대중화될까. 핀란드 노키아사는 2003년 말엔 이동전화를 이용한 인터넷사용이 PC를 능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H KOREA사 서주철사장은 “음성인터넷은 우리가 체감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가까이 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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