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대로를 달리던 미국의 인터넷 비즈니스 기업, 일명 닷컴기업들의 행보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실리콘 밸리를 대표하는 ‘새너제이 머큐리 뉴스’(San Jose Mercury News)는 8월21일 닷컴기업들의 위기를 전하는 특집 기사를 경제면 톱 뉴스로 전했다. 닷컴기업들의 전망이 결코 밝지만은 않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실리콘 밸리의 인터넷 전문가들은 미국 닷컴기업의 위기가 중소 규모 인터넷 비즈니스 기업들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분석한다.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물건을 판매하는 온라인 소매상(B2C)과 기업간의 거래를 중개하는 소규모 기업들(B2B)의 주가하락이 전체 닷컴기업들에 연동되고 있다는 것.
B2B계 기업인 켐덱스(Chemdex)는 인터넷을 통해 모든 거래 절차를 대행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해 왔다. 사업 초기 이러한 아이디어 덕분에 투자가 물밀듯이 밀려왔고, 97년에는 주식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됐다. 켐덱스는 상장 3개월 후 시장 가치가 3억 달러에 달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하이테크 주식들의 전반적인 하락세와 더불어 이 회사의 주식값은 하루아침에 수직 하강했다. 지금은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다시 분석하고 재구성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7월 경제 분석가들은 급기야 켐덱스의 모회사인 벤트로사(Ventro Corp.)에 대해 신용도를 하향 조정하기에 이르렀다.
퍼스트 보스턴 크레디트(First Boston Credit)의 경제분석가인 이안 톨(Ian W. Toll)은 “벤트로의 신용도를 하향 조정한 것은 그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자세히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며, “솔직히 벤트로는 아직도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있는 중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미국 내 대부분의 닷컴기업들이 벤트로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닷컴기업들 사이에선 요즘 자조적인 유행어가 퍼져나가고 있다. ‘Who wants to be a Survivor?’(누가 살아남기를 바라는가?)가 바로 그것. ABC 방송사에서 지난해 8월부터 방영을 시작해 미 전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 (누가 백만장자를 원하는가?)라는 프로그램을 빗대어 만들어진 유행어다. 닷컴기업들의 위기상황을 대변해주는 상징적인 표현이다.
웹머저스사(WEBMERGERS. INC)가 최근 발표한 자료는 닷컴기업들이 처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웹머저스사는 인터넷 기업간 인수 합병(M&A)과 영향력을 분석하는 인터넷 전문 분석기업. 이 자료는 238개의 중소 규모 닷컴기업(미국 210개, 아시아 태평양과 유럽 28개)들이 인터넷 경기의 하락에 어떻게 대처했는지와 올 상반기 동안의 아픔을 생생히 전하고 있다. 정리해고 98개 기업, 기업 판매결정 36개 기업, 기업 상장 포기 83개 기업, 기업 폐쇄 41개 기업, 주요 사업분야 변경 17개 기업 등.
웹머저스사는 이 자료를 내면서 과도한 경쟁과 마케팅의 실패 등으로 최근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닷컴기업들의 리스트와 그들의 자구 노력도 함께 발표했다(‘표’참조).
실리콘 밸리의 분석가들은 닷컴기업 위기는 과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모두가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로 승부를 벌인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사실 최근의 닷컴열풍은 아마존, 야후, e-베이 같은 초창기 닷컴기업들의 모델을 그대로 흉내내는 수준의 아이디어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기업들에 의해 주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다 마케팅 실패와 기존 대기업들의 인터넷 진출은 닷컴기업들의 숨통을 더욱 옥죄었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특성을 정확하게 분석하지 못하고, 기존의 마케팅 방식을 답습하던 중소 규모 닷컴 회사들은 쓴맛을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고 인터넷 비즈니스에 속속 참여한 월마트(Wall Mart)나 K마트 등 대형 할인유통업체들은 인터넷만을 믿고 운영해온 닷컴기업들의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실리콘 밸리 곳곳에서 닷컴기업의 행운은 이제 끝났다는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닷컴기업에 대한 비판이 닷컴 비즈니스 그 자체에 대한 비관적 전망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온라인상에서 미용재료와 약품을 주로 판매하는 Drugstore.com은 설립 1년 만에 야후, AOL, MSN 등과 파트너 계약을 맺음으로써 성공했고, 액세서리 판매 사이트인 Ashfold.com도 기적적으로 재기했다. 이 두 회사는 모두 사업 초기 기존의 마케팅 상대를 정리하고 온라인 마케팅에 주력함으로써 성공을 거뒀다. Ashfold.com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목표로 하는 소비자는 신기술에 대해 매우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이미 모든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 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기존 마케팅으로는 한계가 분명했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닷컴기업의 생존전략은 과연 무엇인가. 2000년 하반기 모든 미국 닷컴기업의 화두인 이 질문에 대해 ‘새너제이 머큐리 뉴스’는 전통적인 산업 모델에서 힌트를 얻으라고 충고한다. 오랜 구매습관은 쉽게 변하지 않으므로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소비자들은 여전히 매장을 직접 찾아가 상품의 질을 눈과 촉감으로 확인하기를 원한다. 따라서 얼마만큼 온라인상에서 이를 충족할 수 있는지가 관건인 셈.
이를 위해서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 향상이 필수적이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며, 누구나 이를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프라인 상점에서는 구입한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품하거나 종업원에게 불평을 할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작은 서비스가 고객과의 신뢰를 쌓고 고객이 다시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점은 인터넷상에서도 마찬가지라는 논리다.
“손실을 보더라도 확보된 고객을 대상으로 또 다른 사업을 모색한다는 기존 수익모델을 얼마나 빨리 폐기 처분하는지에 승패가 달렸다.” 닷컴기업들의 회생에 대해 실리콘 밸리 전체가 공감하는 여론이다. 이제 주주들은 확실한 수익성 모델이 아니면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닷컴기업들은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앞으로 모든 비즈니스의 터전이 인터넷이 되리라는 사실은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닷컴 비즈니스가 본궤도에 접어든다고 해서 모든 닷컴기업들이 공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닷컴기업들은 이제 새로운 기술 개발이나 제휴 등을 통해 생존의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고, 새롭게 창업하려는 닷컴기업들 역시 핵심 역량과 확실한 수익모델의 정립을 염두에 두는 일이 급선무가 됐다.
리처드 그라소 뉴욕증권거래소 회장의 ‘닷컴 시대는 갔다’는 단언이 사실이 될지 아닐지는 닷컴기업들의 손에 달렸다.
실리콘 밸리를 대표하는 ‘새너제이 머큐리 뉴스’(San Jose Mercury News)는 8월21일 닷컴기업들의 위기를 전하는 특집 기사를 경제면 톱 뉴스로 전했다. 닷컴기업들의 전망이 결코 밝지만은 않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실리콘 밸리의 인터넷 전문가들은 미국 닷컴기업의 위기가 중소 규모 인터넷 비즈니스 기업들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분석한다.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물건을 판매하는 온라인 소매상(B2C)과 기업간의 거래를 중개하는 소규모 기업들(B2B)의 주가하락이 전체 닷컴기업들에 연동되고 있다는 것.
B2B계 기업인 켐덱스(Chemdex)는 인터넷을 통해 모든 거래 절차를 대행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해 왔다. 사업 초기 이러한 아이디어 덕분에 투자가 물밀듯이 밀려왔고, 97년에는 주식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됐다. 켐덱스는 상장 3개월 후 시장 가치가 3억 달러에 달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하이테크 주식들의 전반적인 하락세와 더불어 이 회사의 주식값은 하루아침에 수직 하강했다. 지금은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다시 분석하고 재구성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7월 경제 분석가들은 급기야 켐덱스의 모회사인 벤트로사(Ventro Corp.)에 대해 신용도를 하향 조정하기에 이르렀다.
퍼스트 보스턴 크레디트(First Boston Credit)의 경제분석가인 이안 톨(Ian W. Toll)은 “벤트로의 신용도를 하향 조정한 것은 그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자세히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며, “솔직히 벤트로는 아직도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있는 중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미국 내 대부분의 닷컴기업들이 벤트로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닷컴기업들 사이에선 요즘 자조적인 유행어가 퍼져나가고 있다. ‘Who wants to be a Survivor?’(누가 살아남기를 바라는가?)가 바로 그것. ABC 방송사에서 지난해 8월부터 방영을 시작해 미 전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 (누가 백만장자를 원하는가?)라는 프로그램을 빗대어 만들어진 유행어다. 닷컴기업들의 위기상황을 대변해주는 상징적인 표현이다.
웹머저스사(WEBMERGERS. INC)가 최근 발표한 자료는 닷컴기업들이 처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웹머저스사는 인터넷 기업간 인수 합병(M&A)과 영향력을 분석하는 인터넷 전문 분석기업. 이 자료는 238개의 중소 규모 닷컴기업(미국 210개, 아시아 태평양과 유럽 28개)들이 인터넷 경기의 하락에 어떻게 대처했는지와 올 상반기 동안의 아픔을 생생히 전하고 있다. 정리해고 98개 기업, 기업 판매결정 36개 기업, 기업 상장 포기 83개 기업, 기업 폐쇄 41개 기업, 주요 사업분야 변경 17개 기업 등.
웹머저스사는 이 자료를 내면서 과도한 경쟁과 마케팅의 실패 등으로 최근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닷컴기업들의 리스트와 그들의 자구 노력도 함께 발표했다(‘표’참조).
실리콘 밸리의 분석가들은 닷컴기업 위기는 과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모두가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로 승부를 벌인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사실 최근의 닷컴열풍은 아마존, 야후, e-베이 같은 초창기 닷컴기업들의 모델을 그대로 흉내내는 수준의 아이디어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기업들에 의해 주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다 마케팅 실패와 기존 대기업들의 인터넷 진출은 닷컴기업들의 숨통을 더욱 옥죄었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특성을 정확하게 분석하지 못하고, 기존의 마케팅 방식을 답습하던 중소 규모 닷컴 회사들은 쓴맛을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고 인터넷 비즈니스에 속속 참여한 월마트(Wall Mart)나 K마트 등 대형 할인유통업체들은 인터넷만을 믿고 운영해온 닷컴기업들의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실리콘 밸리 곳곳에서 닷컴기업의 행운은 이제 끝났다는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닷컴기업에 대한 비판이 닷컴 비즈니스 그 자체에 대한 비관적 전망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온라인상에서 미용재료와 약품을 주로 판매하는 Drugstore.com은 설립 1년 만에 야후, AOL, MSN 등과 파트너 계약을 맺음으로써 성공했고, 액세서리 판매 사이트인 Ashfold.com도 기적적으로 재기했다. 이 두 회사는 모두 사업 초기 기존의 마케팅 상대를 정리하고 온라인 마케팅에 주력함으로써 성공을 거뒀다. Ashfold.com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목표로 하는 소비자는 신기술에 대해 매우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이미 모든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 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기존 마케팅으로는 한계가 분명했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닷컴기업의 생존전략은 과연 무엇인가. 2000년 하반기 모든 미국 닷컴기업의 화두인 이 질문에 대해 ‘새너제이 머큐리 뉴스’는 전통적인 산업 모델에서 힌트를 얻으라고 충고한다. 오랜 구매습관은 쉽게 변하지 않으므로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소비자들은 여전히 매장을 직접 찾아가 상품의 질을 눈과 촉감으로 확인하기를 원한다. 따라서 얼마만큼 온라인상에서 이를 충족할 수 있는지가 관건인 셈.
이를 위해서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 향상이 필수적이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며, 누구나 이를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프라인 상점에서는 구입한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품하거나 종업원에게 불평을 할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작은 서비스가 고객과의 신뢰를 쌓고 고객이 다시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점은 인터넷상에서도 마찬가지라는 논리다.
“손실을 보더라도 확보된 고객을 대상으로 또 다른 사업을 모색한다는 기존 수익모델을 얼마나 빨리 폐기 처분하는지에 승패가 달렸다.” 닷컴기업들의 회생에 대해 실리콘 밸리 전체가 공감하는 여론이다. 이제 주주들은 확실한 수익성 모델이 아니면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닷컴기업들은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앞으로 모든 비즈니스의 터전이 인터넷이 되리라는 사실은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닷컴 비즈니스가 본궤도에 접어든다고 해서 모든 닷컴기업들이 공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닷컴기업들은 이제 새로운 기술 개발이나 제휴 등을 통해 생존의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고, 새롭게 창업하려는 닷컴기업들 역시 핵심 역량과 확실한 수익모델의 정립을 염두에 두는 일이 급선무가 됐다.
리처드 그라소 뉴욕증권거래소 회장의 ‘닷컴 시대는 갔다’는 단언이 사실이 될지 아닐지는 닷컴기업들의 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