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는 산속에 있었다. 스몰카지노(Small Casino).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백운산 해발 1100m 고원지대에 자리한 이른바 ‘폐광 카지노’의 또다른 이름이다.
㈜강원랜드가 맡고 있는 정선군 고한-사북 일대 ‘강원카지노리조트’ 조성사업은 1980년대 말 석탄산업합리화조치 이후 폐허화된 폐광지역의 경제회생을 위해 정부가 특별법까지 제정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 대체산업 마련 차원에서 오는 2006년까지 2단계로 진행될 이 사업의 첫 모델이 바로 스몰카지노다. 스몰카지노는 국내 최초로 내국인 출입이 허용된다는 점과 폐광지역의 ‘카지노시티’ 성패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실험실’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최근 각계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주간동아’ 취재팀은 9월28일, 개장 한 달을 앞두고 막바지 점검을 위해 가상영업에 돌입한 스몰카지노 현장을 찾았다.
“외국 유명 카지노에 비하면 ‘소박한’ 편이지만 국내에선 최대 규모죠. 스몰카지노란 이름도 2002년 사북읍에 완공예정인 메인카지노보다 절반 가량 덩치가 작다고 해서 붙여졌습니다.” 강원랜드 윤운섭 홍보과장의 안내로 카지노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휘황찬란한 별세계가 펼쳐졌다.
580여평의 1층 주게임장엔 블랙잭, 바카라, 룰렛, 다이사이(주사위 3개로 하는 테이블게임으로 중국인들이 즐긴다), 빅휠 등 테이블게임기가 중앙에 놓여 있고 그 주위로 빼곡이 들어찬 슬롯머신들이 요란한 전자음을 내며 가동되고 있었다. 석탄더미와 폐가처럼 변한 광원사택이 흑백 파노라마로 펼쳐진 고한읍내의 을씨년스런 풍경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딜러들은 플로어퍼슨(Floorperson·딜러들을 감독하는 상급관리자)의 감독하에 실전능력과 현장경험을 익히느라 무척 분주해 보였다.
가상영업은 딜러와 다른 카지노 직원들이 ‘가상 고객’을 맞아 실제와 똑같이 게임을 해보며 문제점을 발견한 뒤 이를 보완하는 작업. 132명의 딜러가 주야 2교대로 하루 15시간씩 벌이고 있는 가상영업의 ‘고객’은 연습용 칩을 배정받은 강원랜드 직원들. 이들은 개장 전까지 퇴근 후 2시간씩 의무적으로 각종 게임에 참여하게 돼 있다. 10월10일부터는 전국 카지노 및 호텔업계 직원, 문화관광부 관계자 등 500여명이 초청돼 2단계 가상영업에 들어간다. 스몰카지노의 실제 영업시간은 오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로 연중무휴.
스몰카지노는 전국 13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중 가장 큰 서울 워커힐호텔 카지노에 비해 연면적은 작지만 게임기 수는 훨씬 많다. 모두 510대. ‘마이다스’란 명칭의 슬롯머신 10대를 제외하곤 전량 미국에서 수입한 것들이다. 이중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룰렛 등 테이블게임기는 30대, 일반인에게도 비교적 친숙한 머신게임기(슬롯머신)는 480대다. 종류는 99종. 모두 최신모델이다.
카지노측에서 밝히는 슬롯머신의 승률은 베팅액의 96%. 무리만 하지 않으면 거의 본전은 챙길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대박’은 얼마쯤 될까. 코인이나 동전을 베팅해 최고로 받을 수 있는 당첨금은 한 게임기(개별식)당 평균 200만∼300만원 선. 그러나 20대의 슬롯머신을 하나로 연결해 고객들이 베팅할 때마다 베팅액의 2%씩을 누적해 뒀다 일정시점에 적립금을 고액배당하는 프로그레시브 게임기(누적식)의 ‘랜덤 잭팟’은 9000만원 가량이다. 머신게임기 딜러 진현수씨(28)는 “확률상으론 9000만원쯤 되지만 주기적으로 잭팟이 터지지 않고 누적될 경우, 나중에 터지는 잭팟의 당첨금은 사실상 2억~3억원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승률은 문화관광부의 감독하에 ‘세팅’했기 때문에 절대 임의조작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2층으로 올라가 봤다. 2층은 1층에 비해 훨씬 작은 규모지만 바카라게임 전용 룸부터 각종 게임을 한자리에서 골고루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 4개의 VIP룸이 마련돼 있었다. 이른바 ‘지존’들과 고베팅 고객을 위한 자리다.
현행법상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은 불법이다. 테이블게임에 익숙지 않은 대다수 내국인들이 스몰카지노를 이용하려면 얼마쯤 필요할까. ‘초보 갬블러’인 기자는 카지노측으로부터 받은 모의지폐를 연습용 칩으로 환전(?)한 뒤 가장 인기높다는 블랙잭을 비롯해 룰렛, 바카라 등 몇몇 테이블게임을 직접 해보았다. ‘룰’에 대한 딜러의 설명을 들어가며 게임을 한 지 3시간. 500만원의 ‘자금’은 210만8000원으로 줄어 있었다. 가상영업임을 의식한데다 모의화폐여서 딜러 팁을 후하게 준 것을 감안하더라도 일반인들이 카지노의 묘미를 만끽하려면 적잖은 ‘수업료’를 내야 할 듯 싶었다.
딜러들의 딜링(카드를 배분하는 일) 실수도 간혹 있었다. “사실 스몰카지노는 전혀 게임을 모르는 이들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외국 카지노로 쏠리는 부유층을 폐광지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정책적 목적이 더 크다.” 카지노영업부 이종국 팀장은 “하지만 딜링 실수는 고객들에겐 ‘치명적’이기 때문에 엄격한 실전연습을 통해 보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원랜드 측이 예상하는 카지노 이용객 수는 하루 2000명, 연간 80만명선. 연매출액도 10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성패는 결국 외지 관광객들이 얼마나 찾아와 얼마만큼 ‘뿌리고’ 가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그러나 벌써 일각에서는 경제불황기에 내국인을 ‘도박장’에 끌어들인다는 점과 카지노 개장 후 도박중독, 범죄발생 등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낳은 외국 도시의 사례를 들어 “카지노가 개장하면 범죄도 함께 입장한다”며 비판론을 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어쨌든 10월28일 카지노의 문은 열린다. ‘탄광 정선’은 ‘관광 정선’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한국판 라스베이거스’라는 ‘잭팟’을 꿈꾸는 강원도와 정선군은 이미 베팅을 시작했다.
㈜강원랜드가 맡고 있는 정선군 고한-사북 일대 ‘강원카지노리조트’ 조성사업은 1980년대 말 석탄산업합리화조치 이후 폐허화된 폐광지역의 경제회생을 위해 정부가 특별법까지 제정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 대체산업 마련 차원에서 오는 2006년까지 2단계로 진행될 이 사업의 첫 모델이 바로 스몰카지노다. 스몰카지노는 국내 최초로 내국인 출입이 허용된다는 점과 폐광지역의 ‘카지노시티’ 성패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실험실’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최근 각계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주간동아’ 취재팀은 9월28일, 개장 한 달을 앞두고 막바지 점검을 위해 가상영업에 돌입한 스몰카지노 현장을 찾았다.
“외국 유명 카지노에 비하면 ‘소박한’ 편이지만 국내에선 최대 규모죠. 스몰카지노란 이름도 2002년 사북읍에 완공예정인 메인카지노보다 절반 가량 덩치가 작다고 해서 붙여졌습니다.” 강원랜드 윤운섭 홍보과장의 안내로 카지노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휘황찬란한 별세계가 펼쳐졌다.
580여평의 1층 주게임장엔 블랙잭, 바카라, 룰렛, 다이사이(주사위 3개로 하는 테이블게임으로 중국인들이 즐긴다), 빅휠 등 테이블게임기가 중앙에 놓여 있고 그 주위로 빼곡이 들어찬 슬롯머신들이 요란한 전자음을 내며 가동되고 있었다. 석탄더미와 폐가처럼 변한 광원사택이 흑백 파노라마로 펼쳐진 고한읍내의 을씨년스런 풍경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딜러들은 플로어퍼슨(Floorperson·딜러들을 감독하는 상급관리자)의 감독하에 실전능력과 현장경험을 익히느라 무척 분주해 보였다.
가상영업은 딜러와 다른 카지노 직원들이 ‘가상 고객’을 맞아 실제와 똑같이 게임을 해보며 문제점을 발견한 뒤 이를 보완하는 작업. 132명의 딜러가 주야 2교대로 하루 15시간씩 벌이고 있는 가상영업의 ‘고객’은 연습용 칩을 배정받은 강원랜드 직원들. 이들은 개장 전까지 퇴근 후 2시간씩 의무적으로 각종 게임에 참여하게 돼 있다. 10월10일부터는 전국 카지노 및 호텔업계 직원, 문화관광부 관계자 등 500여명이 초청돼 2단계 가상영업에 들어간다. 스몰카지노의 실제 영업시간은 오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로 연중무휴.
스몰카지노는 전국 13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중 가장 큰 서울 워커힐호텔 카지노에 비해 연면적은 작지만 게임기 수는 훨씬 많다. 모두 510대. ‘마이다스’란 명칭의 슬롯머신 10대를 제외하곤 전량 미국에서 수입한 것들이다. 이중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룰렛 등 테이블게임기는 30대, 일반인에게도 비교적 친숙한 머신게임기(슬롯머신)는 480대다. 종류는 99종. 모두 최신모델이다.
카지노측에서 밝히는 슬롯머신의 승률은 베팅액의 96%. 무리만 하지 않으면 거의 본전은 챙길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대박’은 얼마쯤 될까. 코인이나 동전을 베팅해 최고로 받을 수 있는 당첨금은 한 게임기(개별식)당 평균 200만∼300만원 선. 그러나 20대의 슬롯머신을 하나로 연결해 고객들이 베팅할 때마다 베팅액의 2%씩을 누적해 뒀다 일정시점에 적립금을 고액배당하는 프로그레시브 게임기(누적식)의 ‘랜덤 잭팟’은 9000만원 가량이다. 머신게임기 딜러 진현수씨(28)는 “확률상으론 9000만원쯤 되지만 주기적으로 잭팟이 터지지 않고 누적될 경우, 나중에 터지는 잭팟의 당첨금은 사실상 2억~3억원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승률은 문화관광부의 감독하에 ‘세팅’했기 때문에 절대 임의조작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2층으로 올라가 봤다. 2층은 1층에 비해 훨씬 작은 규모지만 바카라게임 전용 룸부터 각종 게임을 한자리에서 골고루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 4개의 VIP룸이 마련돼 있었다. 이른바 ‘지존’들과 고베팅 고객을 위한 자리다.
현행법상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은 불법이다. 테이블게임에 익숙지 않은 대다수 내국인들이 스몰카지노를 이용하려면 얼마쯤 필요할까. ‘초보 갬블러’인 기자는 카지노측으로부터 받은 모의지폐를 연습용 칩으로 환전(?)한 뒤 가장 인기높다는 블랙잭을 비롯해 룰렛, 바카라 등 몇몇 테이블게임을 직접 해보았다. ‘룰’에 대한 딜러의 설명을 들어가며 게임을 한 지 3시간. 500만원의 ‘자금’은 210만8000원으로 줄어 있었다. 가상영업임을 의식한데다 모의화폐여서 딜러 팁을 후하게 준 것을 감안하더라도 일반인들이 카지노의 묘미를 만끽하려면 적잖은 ‘수업료’를 내야 할 듯 싶었다.
딜러들의 딜링(카드를 배분하는 일) 실수도 간혹 있었다. “사실 스몰카지노는 전혀 게임을 모르는 이들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외국 카지노로 쏠리는 부유층을 폐광지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정책적 목적이 더 크다.” 카지노영업부 이종국 팀장은 “하지만 딜링 실수는 고객들에겐 ‘치명적’이기 때문에 엄격한 실전연습을 통해 보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원랜드 측이 예상하는 카지노 이용객 수는 하루 2000명, 연간 80만명선. 연매출액도 10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성패는 결국 외지 관광객들이 얼마나 찾아와 얼마만큼 ‘뿌리고’ 가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그러나 벌써 일각에서는 경제불황기에 내국인을 ‘도박장’에 끌어들인다는 점과 카지노 개장 후 도박중독, 범죄발생 등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낳은 외국 도시의 사례를 들어 “카지노가 개장하면 범죄도 함께 입장한다”며 비판론을 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어쨌든 10월28일 카지노의 문은 열린다. ‘탄광 정선’은 ‘관광 정선’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한국판 라스베이거스’라는 ‘잭팟’을 꿈꾸는 강원도와 정선군은 이미 베팅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