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시장에서 ‘뜰 만한’ 물건을 가장 정확하게 예측하는 게 노점의 불법음반상들이라고 한다. 소프라노 조수미씨의 새 음반 ‘온리 유’(Only You)가 클래식 아티스트로는 드물게 노점상 리어카를 점령한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발매 두 달여만에 ‘온리 유’는 14만장이 팔려나갔다. 클래식과 팝을 통틀어 현재 국내 음반 판매순위 1위. 여기에 조수미씨가 주제곡을 부른 드라마 ‘허준’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앨범 또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어 조수미씨가 국내 음반시장을 평정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공연장은 어떤가. LG아트센터는 개관기념공연 첫 무대를 조수미씨에게 바쳤다. 그리고 음반 발매 기념으로 열린 전국 투어 콘서트(울산 대구 대전 인천 청주 전주 부산)는 가는 곳마다 열광적인 찬사를 끌어냈다. ‘콘서트의 여왕’ 자리 또한 조수미씨의 몫이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조수미 신드롬’을 조수미씨 자신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만난 조씨는 핑크빛 슬립드레스에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모습이었다. 쇄도하는 방송녹화와 인터뷰, 사진촬영에 지친 듯 보였지만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목소리와 표정에 생기를 되찾아갔다. 최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지만 “살 맛이 난다”는 말도 했다.
LG아트센터 콘서트에서는 직접 마이크를 잡고 곡을 설명하면서 노래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새로운 형식의 콘서트는 스스로 기획한 것인가.
“음반이 먼저 나왔지만 대중 앞에서 크로스오버를 직접 불러본 것은 처음이었어요. 사실 고국 팬들에게는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기왕 음반도 나왔으니까 아리아와 뮤지컬 등 팝음악을 섞어서 프로그램을 짜보자고 했던 거죠. 그런데 막상 마이크를 사용해서 노래해본 적이 없어 처음에는 음량조절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 어색함을 줄여보려고 관객들에게 즉흥적으로 곡에 대해 설명을 붙였던 거죠. 그런데 관객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마치 무대 아래로 내려가 관객들과 같이 있는 듯한 느낌이었죠.”
공연 때마다 관객들의 앙코르를 아낌없이 받아준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더 관객들이 조수미씨를 사랑할 수밖에 없도록 한다. 앙코르 준비는 어떻게 하나.
“저는 진짜 연주란 앙코르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앙코르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죠. 하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연주 때마다 다르기 때문에 프로그램처럼 정해놓을 순 없고 상황에 따라 즉석에서 판단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곡이 아니라 관객들이 듣고 싶어하는 곡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거죠.”
최근 자신의 전문인 오페라 아리아보다 크로스오버뮤직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저의 크로스오버 음반을 구입하는 분들은 분명 클래식 팬들은 아닐 거예요. 평소 조수미가 어떻게 노래하는지 궁금하긴 했는데 들어보지 못했던 분들이 저와 처음 만나는 계기가 되죠. 그리고 나면 그분들도 자연스럽게 클래식음악을 듣게 되겠죠. 이번 음반은 그런 징검다리 역할을 하리라고 봐요.”
하지만 크로스오버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때는 힘든 점도 많았을텐데….
“저는 본능으로 노래해요. 밥을 먹거나 숨을 쉬는 것처럼 노래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곡을 보면 ‘아, 이것은 이렇게 노래해야겠구나’라는 느낌이 딱 오거든요. 그것은 타고난 능력이라고 봐요. 그래서 저는 느끼는 대로 해석하고 부르죠. 이번 노래들도 그렇게 했어요.”
드라마 ‘허준’의 주제곡까지 불러 너무 활동영역을 넓히는 것 아니냐, ‘외도’라는 지적도 있는데….
“저는 할 수 있는 것만 해요. 자신이 없다면 처음부터 하질 않죠. 제가 생각하는 저의 장점은 자신의 한계를 잘 안다는 것이죠. 그런데 항상 저의 끼를 표출할 기회를 갖고 싶었어요. ‘온리 유’라는 앨범이 제게는 바로 그런 기회였죠. 클래식 아티스트로서는 사고를 친 거예요. 사실 외도라는 말이 맞아요. 이제는 해볼 만큼 다 해본 것 같아요. 외도는 그만해야죠. 앞으로는 클래식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공연 때 유난히 의상에 신경을 쓰는 것 같다. 그것도 관객에 대한 서비스인가. 한 공연에서 세 차례나 옷을 갈아입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죠. 콘서트는 예술이지만 곧 서비스라고 생각해요. 노래에 따라 의상, 머리, 화장까지 고칠 정도로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물론 제가 합니다. 연주자는 노래만 잘해서도 안돼요. 공연 전반에 대한 센스가 필요하죠.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이런 즐거움을 주지 않으면 음악회에 와서 졸다 갈 것 아니에요? 그밖에 프로그램 순서, 조명까지 연주자가 생각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연주일정이 너무 빡빡하다 보니 예기치 못한 사고도 많았던 것으로 안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넘기나.
“베이징에서 나흘간이나 기다렸지만 남북합동음악회가 취소되고 나서 황사 때문에 비행기가 뜨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지요. 간신히 공연시작 두 시간 전에 대구에 도착하긴 했지만 아무 것도 먹지 못해 컨디션은 엉망인데다 반주자와 호흡을 맞출 새도 없이 그대로 무대에 올라야 했죠. 그때는 오직 기도하는 마음으로 노래를 했어요.”
조수미씨는 베이징에서 흐뭇한 에피소드를 하나 만들었다. 북한 입국만 기다리다 음악회가 취소되자 65명의 단원들은 식당에 모여 술로 그 실망감을 달래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조수미씨가 즉석에서 일어나 ‘통일의 노래’를 불렀다.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고, 실망감은 다시 남북합동음악회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다시 음악회가 열린다면 가겠느냐는 질문에 “꼭 가야죠”라며 남북한 음악교류의 필요성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였다.
평소 공연이 없을 때의 생활이 궁금하다. 그때도 음악을 듣나.
“머리 속이 늘 음악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쉴 때는 아무 소리도 듣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서 제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집도 새소리밖에 들리지 않아요. 카라얀이 제게 ‘무대에 서는 사람은 팽팽한 바이올린 줄처럼 긴장된 상태이되 그것을 탁 놓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저는 가만히 있어도 음악이 들려와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카라얀에게 어떻게 하면 줄을 ‘탁’ 놓듯 음악을 잊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나도 65세가 되어서야 터득했다’며 웃으시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나니 ‘난 아직도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공연장에서 보면 관객들이 조수미씨의 노래에 끌려다닌다는 느낌을 받는다. 자신에게 시선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나.
“어릴 때부터 어디를 가도 시선을 끌고 화제의 중심이 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죠. 그런데 요즘 제게 큰 변화가 있다면 화제에 오르는 것이 싫어졌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나를 좀 쳐다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대신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죠.”
조수미씨에게 언제쯤 본격 오페라 무대를 보여줄 계획이냐고 물었다가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이제 오페라 출연 횟수는 점차 줄이고 콘서트 횟수를 늘리겠다”는 것이었다(실제 내년 스케줄에서 오페라는 네 군데밖에 없다고 한다). 그 이유 또한 조수미다웠다.
“지루해서요. 오페라 공연을 위해 한 곳에 한달씩 머물러 있는 게 일단 너무 힘들어요. 그리고 오페라는 팀워크로 하는 거잖아요. 제가 아무리 잘해도 팀워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말짱 헛것이고, 그런 점에서 제 기량을 마음껏 선보이는 콘서트 무대가 마음에 들어요. 또 한 가지, 오페라는 배역에 자신을 맞춰야 하잖아요. 하지만 콘서트는 관객들에게 ‘수미 조’ 그 자체를 보여줄 수 있으니 얼마나 멋진 일이에요?”
또 공연장은 어떤가. LG아트센터는 개관기념공연 첫 무대를 조수미씨에게 바쳤다. 그리고 음반 발매 기념으로 열린 전국 투어 콘서트(울산 대구 대전 인천 청주 전주 부산)는 가는 곳마다 열광적인 찬사를 끌어냈다. ‘콘서트의 여왕’ 자리 또한 조수미씨의 몫이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조수미 신드롬’을 조수미씨 자신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만난 조씨는 핑크빛 슬립드레스에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모습이었다. 쇄도하는 방송녹화와 인터뷰, 사진촬영에 지친 듯 보였지만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목소리와 표정에 생기를 되찾아갔다. 최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지만 “살 맛이 난다”는 말도 했다.
LG아트센터 콘서트에서는 직접 마이크를 잡고 곡을 설명하면서 노래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새로운 형식의 콘서트는 스스로 기획한 것인가.
“음반이 먼저 나왔지만 대중 앞에서 크로스오버를 직접 불러본 것은 처음이었어요. 사실 고국 팬들에게는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기왕 음반도 나왔으니까 아리아와 뮤지컬 등 팝음악을 섞어서 프로그램을 짜보자고 했던 거죠. 그런데 막상 마이크를 사용해서 노래해본 적이 없어 처음에는 음량조절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 어색함을 줄여보려고 관객들에게 즉흥적으로 곡에 대해 설명을 붙였던 거죠. 그런데 관객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마치 무대 아래로 내려가 관객들과 같이 있는 듯한 느낌이었죠.”
공연 때마다 관객들의 앙코르를 아낌없이 받아준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더 관객들이 조수미씨를 사랑할 수밖에 없도록 한다. 앙코르 준비는 어떻게 하나.
“저는 진짜 연주란 앙코르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앙코르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죠. 하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연주 때마다 다르기 때문에 프로그램처럼 정해놓을 순 없고 상황에 따라 즉석에서 판단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곡이 아니라 관객들이 듣고 싶어하는 곡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거죠.”
최근 자신의 전문인 오페라 아리아보다 크로스오버뮤직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저의 크로스오버 음반을 구입하는 분들은 분명 클래식 팬들은 아닐 거예요. 평소 조수미가 어떻게 노래하는지 궁금하긴 했는데 들어보지 못했던 분들이 저와 처음 만나는 계기가 되죠. 그리고 나면 그분들도 자연스럽게 클래식음악을 듣게 되겠죠. 이번 음반은 그런 징검다리 역할을 하리라고 봐요.”
하지만 크로스오버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때는 힘든 점도 많았을텐데….
“저는 본능으로 노래해요. 밥을 먹거나 숨을 쉬는 것처럼 노래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곡을 보면 ‘아, 이것은 이렇게 노래해야겠구나’라는 느낌이 딱 오거든요. 그것은 타고난 능력이라고 봐요. 그래서 저는 느끼는 대로 해석하고 부르죠. 이번 노래들도 그렇게 했어요.”
드라마 ‘허준’의 주제곡까지 불러 너무 활동영역을 넓히는 것 아니냐, ‘외도’라는 지적도 있는데….
“저는 할 수 있는 것만 해요. 자신이 없다면 처음부터 하질 않죠. 제가 생각하는 저의 장점은 자신의 한계를 잘 안다는 것이죠. 그런데 항상 저의 끼를 표출할 기회를 갖고 싶었어요. ‘온리 유’라는 앨범이 제게는 바로 그런 기회였죠. 클래식 아티스트로서는 사고를 친 거예요. 사실 외도라는 말이 맞아요. 이제는 해볼 만큼 다 해본 것 같아요. 외도는 그만해야죠. 앞으로는 클래식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공연 때 유난히 의상에 신경을 쓰는 것 같다. 그것도 관객에 대한 서비스인가. 한 공연에서 세 차례나 옷을 갈아입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죠. 콘서트는 예술이지만 곧 서비스라고 생각해요. 노래에 따라 의상, 머리, 화장까지 고칠 정도로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물론 제가 합니다. 연주자는 노래만 잘해서도 안돼요. 공연 전반에 대한 센스가 필요하죠.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이런 즐거움을 주지 않으면 음악회에 와서 졸다 갈 것 아니에요? 그밖에 프로그램 순서, 조명까지 연주자가 생각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연주일정이 너무 빡빡하다 보니 예기치 못한 사고도 많았던 것으로 안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넘기나.
“베이징에서 나흘간이나 기다렸지만 남북합동음악회가 취소되고 나서 황사 때문에 비행기가 뜨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지요. 간신히 공연시작 두 시간 전에 대구에 도착하긴 했지만 아무 것도 먹지 못해 컨디션은 엉망인데다 반주자와 호흡을 맞출 새도 없이 그대로 무대에 올라야 했죠. 그때는 오직 기도하는 마음으로 노래를 했어요.”
조수미씨는 베이징에서 흐뭇한 에피소드를 하나 만들었다. 북한 입국만 기다리다 음악회가 취소되자 65명의 단원들은 식당에 모여 술로 그 실망감을 달래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조수미씨가 즉석에서 일어나 ‘통일의 노래’를 불렀다.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고, 실망감은 다시 남북합동음악회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다시 음악회가 열린다면 가겠느냐는 질문에 “꼭 가야죠”라며 남북한 음악교류의 필요성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였다.
평소 공연이 없을 때의 생활이 궁금하다. 그때도 음악을 듣나.
“머리 속이 늘 음악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쉴 때는 아무 소리도 듣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서 제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집도 새소리밖에 들리지 않아요. 카라얀이 제게 ‘무대에 서는 사람은 팽팽한 바이올린 줄처럼 긴장된 상태이되 그것을 탁 놓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저는 가만히 있어도 음악이 들려와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카라얀에게 어떻게 하면 줄을 ‘탁’ 놓듯 음악을 잊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나도 65세가 되어서야 터득했다’며 웃으시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나니 ‘난 아직도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공연장에서 보면 관객들이 조수미씨의 노래에 끌려다닌다는 느낌을 받는다. 자신에게 시선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나.
“어릴 때부터 어디를 가도 시선을 끌고 화제의 중심이 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죠. 그런데 요즘 제게 큰 변화가 있다면 화제에 오르는 것이 싫어졌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나를 좀 쳐다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대신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죠.”
조수미씨에게 언제쯤 본격 오페라 무대를 보여줄 계획이냐고 물었다가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이제 오페라 출연 횟수는 점차 줄이고 콘서트 횟수를 늘리겠다”는 것이었다(실제 내년 스케줄에서 오페라는 네 군데밖에 없다고 한다). 그 이유 또한 조수미다웠다.
“지루해서요. 오페라 공연을 위해 한 곳에 한달씩 머물러 있는 게 일단 너무 힘들어요. 그리고 오페라는 팀워크로 하는 거잖아요. 제가 아무리 잘해도 팀워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말짱 헛것이고, 그런 점에서 제 기량을 마음껏 선보이는 콘서트 무대가 마음에 들어요. 또 한 가지, 오페라는 배역에 자신을 맞춰야 하잖아요. 하지만 콘서트는 관객들에게 ‘수미 조’ 그 자체를 보여줄 수 있으니 얼마나 멋진 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