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 들어서면 물씬, 나무 냄새가 난다. “아, 이런 것이 나무였지”란 생각에 잠시 모든 것을 잊을 정도다. 조각가 이재효의 작업은 이처럼 그것이 (다른 게 아니라) 나무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환경보호나 삶에 대한 태도 같은 거창한 구호 없이 그는 그냥 ‘나무가 나무인 것’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전시장 한 가운데에는 가지가 벌어지는 부분의 시옷자(ㅅ)모양 나무들이 둑처럼 쌓여 있다. 가지의 4면은 작가가 자른 면이고 다른 면은 울퉁불퉁한 자연 그대로다.
또다른 작업은 나뭇가지를 부러뜨려 일렬로 모아놓은 것이다. 나무가 꺾인 면은 똑같이 비죽비죽한 것 같으면서도 나무의 생장, 부분, 머금은 습기 등에 따라 약간씩은 다른 형상이다.
벽에는 낙엽과 대나무 이파리 수백개를 원형으로 돌돌 말아붙인 작품이 걸려 있으며 가운데에는 나무의 잔가지만을 엮어 만든 정사각형의 벽걸이가 줄을 지어 걸려 있다. 그 반대편에는 묵직한 나무숯덩이 33개가 걸려 있다.
즉 그의 작업은 낱낱의 개체들을 모아 추상적인 이미지로 전환하는 것이다.
“어렸을 때 운동회를 하면 줄을 선 아이들이 전혀 다른 모양으로 보이는 경험을 누구나 해봤을 겁니다. 제 작업은 그런 것과 비슷합니다. 개별적인 물체들이 살고 죽으면서 전혀 다른 성격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죠.”
소재에 가능한 최소한의 인공적 손질을 가하거나 제목 대신 일련번호만을 붙이고 단순한 사각형으로 일체의 구상적 상상력을 제거했다는 점에서 그는 매우 미니멀리스트답다. 그래서 감상자들은 그의 작품을 보노라면 가지들이 어떻게 뻗어가는지, 나무가 불에 어떤 모양으로 부푸는지, 나무가 인간의 조작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나무의 물성을 보여준다.
물론 작가 자신은 “이런 저런 미술적 사조에 맞춰서 해석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워낙 낙천적이고 고민거리가 없어서인지 작품이 꼭 뭔가를 말해야 한다는 강박이 없습니다. 치밀하게 구성하는 것도 아니고 나무를 만지면서 자르고 모아가는 거죠.”
또다른 전시실은 그가 작업과 작업 사이를 이어가면서 해온 ‘취미’들로 채워져 있다. 그가 사용하던 도끼, 풍로, 그라인더 같은 쇠붙이들을 이리저리 모으고 변형시킨 것들이다.
“대학시절부터 나무를 다듬는데 쓰던 그라인더가 작년부터 메뚜기로 보이더군요. 그래서 눈도 붙이고 다리도 달아줬습니다.”
일상적 도구에 상상력을 달아주었다는 점에서 나무 작업과는 정반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또한 쇠붙이를 쇠붙이로만 보려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이재효가 1996년 예술의전당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가진 뒤 4년만에 갖는 개인전이다. 오사카 트리엔날레 대상 수상 등으로 최근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 중 한 사람이지만 양평 산골에 숨다시피하며 작업해온 탓에 이번 전시에 쏠리는 미술계의 관심도 각별하다. 그의 작업이 점점 마이크로한 세계로 들어가고 있는 것도 밖의 부담스런 시선에 맞서는 방법 중 하나인 듯하다. 3월30일까지, 일민미술관(02-721-7772).
전시장 한 가운데에는 가지가 벌어지는 부분의 시옷자(ㅅ)모양 나무들이 둑처럼 쌓여 있다. 가지의 4면은 작가가 자른 면이고 다른 면은 울퉁불퉁한 자연 그대로다.
또다른 작업은 나뭇가지를 부러뜨려 일렬로 모아놓은 것이다. 나무가 꺾인 면은 똑같이 비죽비죽한 것 같으면서도 나무의 생장, 부분, 머금은 습기 등에 따라 약간씩은 다른 형상이다.
벽에는 낙엽과 대나무 이파리 수백개를 원형으로 돌돌 말아붙인 작품이 걸려 있으며 가운데에는 나무의 잔가지만을 엮어 만든 정사각형의 벽걸이가 줄을 지어 걸려 있다. 그 반대편에는 묵직한 나무숯덩이 33개가 걸려 있다.
즉 그의 작업은 낱낱의 개체들을 모아 추상적인 이미지로 전환하는 것이다.
“어렸을 때 운동회를 하면 줄을 선 아이들이 전혀 다른 모양으로 보이는 경험을 누구나 해봤을 겁니다. 제 작업은 그런 것과 비슷합니다. 개별적인 물체들이 살고 죽으면서 전혀 다른 성격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죠.”
소재에 가능한 최소한의 인공적 손질을 가하거나 제목 대신 일련번호만을 붙이고 단순한 사각형으로 일체의 구상적 상상력을 제거했다는 점에서 그는 매우 미니멀리스트답다. 그래서 감상자들은 그의 작품을 보노라면 가지들이 어떻게 뻗어가는지, 나무가 불에 어떤 모양으로 부푸는지, 나무가 인간의 조작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나무의 물성을 보여준다.
물론 작가 자신은 “이런 저런 미술적 사조에 맞춰서 해석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워낙 낙천적이고 고민거리가 없어서인지 작품이 꼭 뭔가를 말해야 한다는 강박이 없습니다. 치밀하게 구성하는 것도 아니고 나무를 만지면서 자르고 모아가는 거죠.”
또다른 전시실은 그가 작업과 작업 사이를 이어가면서 해온 ‘취미’들로 채워져 있다. 그가 사용하던 도끼, 풍로, 그라인더 같은 쇠붙이들을 이리저리 모으고 변형시킨 것들이다.
“대학시절부터 나무를 다듬는데 쓰던 그라인더가 작년부터 메뚜기로 보이더군요. 그래서 눈도 붙이고 다리도 달아줬습니다.”
일상적 도구에 상상력을 달아주었다는 점에서 나무 작업과는 정반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또한 쇠붙이를 쇠붙이로만 보려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이재효가 1996년 예술의전당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가진 뒤 4년만에 갖는 개인전이다. 오사카 트리엔날레 대상 수상 등으로 최근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 중 한 사람이지만 양평 산골에 숨다시피하며 작업해온 탓에 이번 전시에 쏠리는 미술계의 관심도 각별하다. 그의 작업이 점점 마이크로한 세계로 들어가고 있는 것도 밖의 부담스런 시선에 맞서는 방법 중 하나인 듯하다. 3월30일까지, 일민미술관(02-721-77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