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독서계에 ‘일본’은 지나치게 상품화가 되어 식상해진 감이 없잖다. 수년 전 ‘일본은 있다/없다’의 찬반론으로부터 시작해 일본 여성론, 일본의 문화산업 독법, 성 풍속도 등이 줄지어 출간되었고, 심지어 책 한 권이 온통 일본의 화장실 이야기로 채워진 경우도 있었다. 역으로, 일본인이 한국 비평서를 펴냈다고 하면 대개 발간 즉시 화젯거리가 되곤 했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일본에 관한, 혹은 한국에 대해 일본인이 쓴 책 중에는 ‘있다’ ‘없다’ ‘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썼다’는 등 매우 극단적인 제목을 단 경우가 두드러지게 많다는 점. 그것은 우리에게 일본이 아직까지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정적 반응’의 대상으로 여겨진다는 증거가 아닐까.
언론인 출신의 대표적 ‘지일파’(知日派) 조양욱씨가 펴낸 ‘욕하면서 배우는 일본’(베틀·북 펴냄)은 일단 제목에서 ‘중립성’이 다분히 엿보인다. ‘일본은 한국인들에게서 욕을 먹는 나라지만, 욕만 할 게 아니라 배울 것도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이같은 메시지만으로는 제목부터 과격한 기존 일본 관련 책자들과 비교했을 때 별반 새롭다거나 ‘화끈한’ 고발적 내용은 없을 성싶을지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일본 사회 문화를 섬세하게 읽어내는 예민한 더듬이와 간결하고 정제된 필력을 통해 이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고 있다.
저자는 사지(四肢)가 없는 불구의 몸으로 정상적 학교교육을 받고 명문대에 진학한 ‘오체불만족’의 주인공, 날짜를 잘못 알아 입학식에 불참한 두 어린이를 위해 두 번 입학식을 치러준 초등학교의 사례를 통해 일본 사회의 치밀한 ‘소수에 대한 배려’를 읽어낸다. 오다 노부나가의 열일곱살 먹은 충복(忠僕)이 군주의 위신을 살려주기 위해 일부러 실수를 저지르는 역사적 일화를 제시함으로써 사무라이 전통에 흐르는 ‘섬김을 받는 자’와 ‘섬기는 자’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일본판 ‘동강’ 이라고 할 수 있는 나가라가와 강에 수십년의 검토과정을 거쳐 댐을 건설한 사례는 그네들의 신중한 환경정책을 읽게 해준다.
저자는 이같이 일본의 ‘양지’를 소개하는 것과 아울러, 그들의 숨기고 싶은 ‘음지’도 함께 꼬집어 낸다. 국토 면적의 70%가 삼림이면서도 ‘남의 숲은 어찌 되든 내 숲만 지키자’며 목재를 수입해 쓰는 ‘님비(Nimby) 신드롬’, 레저랜드로 변해가는 대학캠퍼스, 일본어의 어학적 한계 때문에 아시아에서 ‘가장 영어를 못하는 나라’로 전락한 사연, 일본판 ‘지역감정’ 등이 그것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필자가 항상 일본 사회에 대한 촉각을 늦추지 않고 글감을 건져올린다는 것은 쉽지만 은 않은 일일 터. 실제 저자는 “매일 아침 업무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해서 아사히신문을 정독하고 인터넷에 들어가 일본 신문들을 훑어보는 작업을 한다”고 털어놓는다. 신문 지면에 소개된 기사만으로 아쉬울 때는 일본의 지인들과 일본인 기자들을 동원해 보충 취재를 함으로써 글 내용의 완성도를 높였다.
하지만 정작 저자는 “내 글은 사실 ‘전문가’의 것이라기보다 ‘조금씩 두루 알고 있으되 깊이 파고 들지는 못하는’ 수박겉핥기에 불과하다”고 겸손하게 자평한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저널리스트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몫은 이렇게 ‘여러 가지 메뉴의 밥상’을 차려놓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 ‘메뉴’에 대해 일본의 각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지닌 전문가들의 깊이있는 연구와 해석이 따라주길 기다립니다.”
조양욱 지음/ 황주리 그림/ 베틀·북 펴냄/ 216쪽/ 7000원
특기할 만한 사실은 일본에 관한, 혹은 한국에 대해 일본인이 쓴 책 중에는 ‘있다’ ‘없다’ ‘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썼다’는 등 매우 극단적인 제목을 단 경우가 두드러지게 많다는 점. 그것은 우리에게 일본이 아직까지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정적 반응’의 대상으로 여겨진다는 증거가 아닐까.
언론인 출신의 대표적 ‘지일파’(知日派) 조양욱씨가 펴낸 ‘욕하면서 배우는 일본’(베틀·북 펴냄)은 일단 제목에서 ‘중립성’이 다분히 엿보인다. ‘일본은 한국인들에게서 욕을 먹는 나라지만, 욕만 할 게 아니라 배울 것도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이같은 메시지만으로는 제목부터 과격한 기존 일본 관련 책자들과 비교했을 때 별반 새롭다거나 ‘화끈한’ 고발적 내용은 없을 성싶을지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일본 사회 문화를 섬세하게 읽어내는 예민한 더듬이와 간결하고 정제된 필력을 통해 이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고 있다.
저자는 사지(四肢)가 없는 불구의 몸으로 정상적 학교교육을 받고 명문대에 진학한 ‘오체불만족’의 주인공, 날짜를 잘못 알아 입학식에 불참한 두 어린이를 위해 두 번 입학식을 치러준 초등학교의 사례를 통해 일본 사회의 치밀한 ‘소수에 대한 배려’를 읽어낸다. 오다 노부나가의 열일곱살 먹은 충복(忠僕)이 군주의 위신을 살려주기 위해 일부러 실수를 저지르는 역사적 일화를 제시함으로써 사무라이 전통에 흐르는 ‘섬김을 받는 자’와 ‘섬기는 자’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일본판 ‘동강’ 이라고 할 수 있는 나가라가와 강에 수십년의 검토과정을 거쳐 댐을 건설한 사례는 그네들의 신중한 환경정책을 읽게 해준다.
저자는 이같이 일본의 ‘양지’를 소개하는 것과 아울러, 그들의 숨기고 싶은 ‘음지’도 함께 꼬집어 낸다. 국토 면적의 70%가 삼림이면서도 ‘남의 숲은 어찌 되든 내 숲만 지키자’며 목재를 수입해 쓰는 ‘님비(Nimby) 신드롬’, 레저랜드로 변해가는 대학캠퍼스, 일본어의 어학적 한계 때문에 아시아에서 ‘가장 영어를 못하는 나라’로 전락한 사연, 일본판 ‘지역감정’ 등이 그것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필자가 항상 일본 사회에 대한 촉각을 늦추지 않고 글감을 건져올린다는 것은 쉽지만 은 않은 일일 터. 실제 저자는 “매일 아침 업무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해서 아사히신문을 정독하고 인터넷에 들어가 일본 신문들을 훑어보는 작업을 한다”고 털어놓는다. 신문 지면에 소개된 기사만으로 아쉬울 때는 일본의 지인들과 일본인 기자들을 동원해 보충 취재를 함으로써 글 내용의 완성도를 높였다.
하지만 정작 저자는 “내 글은 사실 ‘전문가’의 것이라기보다 ‘조금씩 두루 알고 있으되 깊이 파고 들지는 못하는’ 수박겉핥기에 불과하다”고 겸손하게 자평한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저널리스트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몫은 이렇게 ‘여러 가지 메뉴의 밥상’을 차려놓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 ‘메뉴’에 대해 일본의 각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지닌 전문가들의 깊이있는 연구와 해석이 따라주길 기다립니다.”
조양욱 지음/ 황주리 그림/ 베틀·북 펴냄/ 216쪽/ 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