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미술사전’(공평아트센터, 2월9~15일)은 한국 미술에 서양미술사의 걸작들이 어떻게 패러디됐는지를 몽타주처럼 보여주는 전시다. 이를 단순히 서구 중심의 미술사에 대한 조롱의 의미로 보자면 새삼스럽다는 느낌이 들 뿐이다. 이미 패러디와 패스티시의 유행이 90년대 초 포스트모더니즘 논쟁과 함께 흘러갔기 때문이다. 또한 전시작 대부분은 이미 공개됐던 작품들이다. 그럼에도 이번 기획에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은 새로운 미디어와 시각 이미지로 작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 회화와 조각의 시대를 거쳐 퍼포먼스와 공간 설치로 나아갔던 미술은 이제 컴퓨터라는 새로운 ‘붓’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그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그리느냐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캔버스와 물감을 사용했던 화가들조차 강박적으로 컴퓨터 이미지와 기계에 매달려 있다. 갤러리가 극장 혹은 로봇 전시장이 될 날이 멀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전시된 작품 대부분은 ‘모나리자’나 ‘비너스의 탄생’처럼 서구 미술사에서 너무나 잘 알려진 고전들을 똑같이 평면적 이미지로 패러디한다. 이들은 원전을 복사하거나 왜곡함으로써 예술적 권위를 무너뜨리지만 동시에 사회적 맥락을 창조해냄으로써 권위를 얻는다. 여전히 중요한 것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신기한 테크놀로지’에 집착하는 현대미술을 반성적으로 보게 한다.
미술사의 걸작과 거장들을 뒤섞어 놓은 홍지연의 ‘20세기 마지막 패션쇼’, 다비드의 ‘나폴레옹의 대관식’에서 따온 옷을 한국인에게 입혀놓은 ‘화가의 옷’ 연작, 마티스의 ‘춤’의 인물에 교련복을 입힌 배영환의 아크릴화 ‘댄스’ 등은 서구의 걸작을 소재로 한국 미술의 의미를 묻고 있는 작품들이다.
이들이 인용한 작품들은 보통 사람들도 대개 중고등학교 시절 미술책에서 익히 본 것이다. 하물며 서구 신화의 주인공들을 데생하는 것으로 미술을 시작한 작가들에게 서구의 걸작들은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을까. 르네상스의 석고 조각들을 포르노 이미지로 만든 김창겸이나 미켈란젤로의 ‘낙원에서의 추방’ 에 동성애 의미를 부여한 ‘우리도 그들과 함께 태어났다’(김두진) 등은 서양 미술에 대한 일종의 앙갚음처럼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서양미술사전’은 한국의 현대 미술이 서양 미술사라는 거대한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들을 모은 기획이기도 하다.
전통 회화와 조각의 시대를 거쳐 퍼포먼스와 공간 설치로 나아갔던 미술은 이제 컴퓨터라는 새로운 ‘붓’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그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그리느냐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캔버스와 물감을 사용했던 화가들조차 강박적으로 컴퓨터 이미지와 기계에 매달려 있다. 갤러리가 극장 혹은 로봇 전시장이 될 날이 멀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전시된 작품 대부분은 ‘모나리자’나 ‘비너스의 탄생’처럼 서구 미술사에서 너무나 잘 알려진 고전들을 똑같이 평면적 이미지로 패러디한다. 이들은 원전을 복사하거나 왜곡함으로써 예술적 권위를 무너뜨리지만 동시에 사회적 맥락을 창조해냄으로써 권위를 얻는다. 여전히 중요한 것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신기한 테크놀로지’에 집착하는 현대미술을 반성적으로 보게 한다.
미술사의 걸작과 거장들을 뒤섞어 놓은 홍지연의 ‘20세기 마지막 패션쇼’, 다비드의 ‘나폴레옹의 대관식’에서 따온 옷을 한국인에게 입혀놓은 ‘화가의 옷’ 연작, 마티스의 ‘춤’의 인물에 교련복을 입힌 배영환의 아크릴화 ‘댄스’ 등은 서구의 걸작을 소재로 한국 미술의 의미를 묻고 있는 작품들이다.
이들이 인용한 작품들은 보통 사람들도 대개 중고등학교 시절 미술책에서 익히 본 것이다. 하물며 서구 신화의 주인공들을 데생하는 것으로 미술을 시작한 작가들에게 서구의 걸작들은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을까. 르네상스의 석고 조각들을 포르노 이미지로 만든 김창겸이나 미켈란젤로의 ‘낙원에서의 추방’ 에 동성애 의미를 부여한 ‘우리도 그들과 함께 태어났다’(김두진) 등은 서양 미술에 대한 일종의 앙갚음처럼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서양미술사전’은 한국의 현대 미술이 서양 미술사라는 거대한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들을 모은 기획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