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별나게 다양성을 추구하는 특성 때문에라도 미국인들의 관심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언론 매체에서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그날의 헤드라인은 거의 같지만 ‘국민적 호응’ 을 얻어내는 데는 역부족인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2000년 벽두 미국 언론의 관심사는 단연 11월에 있을 대통령선거 캠페인과 극적 휴먼드라마인 쿠바 소년 엘리안 곤잘레스 이야기다. 지난해 말 미국의 한 어부에 의해 구출된 여섯 살 소년 엘리안의 거주지 문제를 두고 미국과 쿠바간에 정치문제로 비화된 이 사건은 연일 사건관련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지나치리만큼 세세히 보도되고 있다. 또 바로 며칠 전 아이오와주를 필두로 시작된 대통령선거인단 투표 상황과 함께 태평성대를 구가하고 있는 미국의 ‘이슈 없는’ 후보 각축전 보도도 홍수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정작 미국민의 관심사는 온통 몇 개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만 쏠려 있는 듯하다.
‘퀴즈 쇼’가 바로 그것인데, 이들은 프라임 타임대에 배치된 기존의 시트콤이나 뉴스 매거진 쇼들을 제치고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세상에 부자가 되고 싶지 않은 이들이 얼마나 될까마는 ABC 방송에서 지난해 8월부터 방영을 시작한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백만장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는 증시 활황으로 인해 자고 일어나면 백만장자가 되는 사람들이 허다한 미국에 또 하나의 돈벼락을 내려주는 보증수표처럼 여겨지고 있다.
모두 합해 15개의 문제가 주어지는 이 퀴즈쇼는 원래 이혼의 상처를 가진 남녀가 만나 사랑을 나눈다는 내용의 주간 연속극 ‘Now or Again’의 시청률을 좀더 올리려는 ABC의 전략 프로그램으로 시작됐다. 그런데 지난해 11월부터 폭발적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CBS와 NBC, FOX 채널들이 잇따라 퀴즈쇼들을 만들어 프라임 타임대에 편성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ABC만 해도 하루에 평균 24만명이 전화를 걸어 참가 신청을 할 정도다. 통화 중 신호음 때문에 하루종일 시도하다 전화기를 내동댕이치는 다혈질 인간들을 제외하고서도….
사회학자나 방송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몇 가지 이유로 분석한다.
첫째는 “손에 잡힐 듯한 돈에 대한 흥분”이다. 우선 문제가 너무 쉽다.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 프로그램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퀴즈쇼의 대명사처럼 여겨져 온 것은 ‘Jeopardy’ 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오페라에서부터 문학 역사 정치 등 다방면에 관한 문제들이 나온다. 난이도는 ‘Millionaire’의 4, 5배는 된다. 그러나 상금은 몇 만 달러에 불과하다. 보통사람들로서는 ‘어떻게 저런 것까지 맞출 수 있을까’ 하리만큼 어려운 문제들이 나오는데 이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은 대부분 공부벌레나 만물박사들이다. 그러다 보니 시청자로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지 못해 시청률이 올라가기 어려웠다.
반면 ‘Millionaire’의 문제들은 미국에서 태어나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밟으며, 대중문화에서 소외되지 않은 채 성장한 사람들이라면 대개가 풀 수 있는 정도로 구성돼 있다. 얼마 전에 출전하여 6만4000달러까지 받은 한국인 학생 한 명이 틀렸던 문제도 미국인 대부분에게는 아주 쉬운 영어 숙어에 관한 것이었다(그 학생은 받은 상금으로 부모님에게 한국 여행을 시켜드리겠다고 했다).
다음 중 혀가 없는 것은? ①사람 ②개 ③뱀 ④사과. 이 정도 문제라면 행여 함정이 있지 않을까 의심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문제는 ‘순수’하다. 정답은 사과. 문제의 난이도는 첫 번째 문제에서 열다섯 번째 문제로 올라가면서 조금씩 어려워지는데 두어 주전 백만달러를 받은 변호사 댄 블론스키가 맞춘 마지막 문제는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였다. 9.3밀리언마일, 39밀리언마일, 93밀리언마일, 193밀리언마일. 토플을 열심히 공부해 본 사람들이라면 문제의 답안 유형이 비슷함을 느낄 것이다. 정답은 3번 93밀리언마일이다. 1번과 4번은 아닐 것 같고, 3번이 그럴 듯해 보이지만 100만달러가 걸린 문제이므로 섣불리 답해서도 안된다.
그럴 때 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생명선’이라는 게 세 가지 있는데 하나는 쇼 관람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 여론조사를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네 개의 답 중 아닌 것 두 가지를 제거해 달라고 요청함으로써 오답의 확률을 2분의 1로 줄이는 것이며, 마지막 하나는 정답을 알 것 같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묻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미국인들의 삶에는 생명선이 세 가지 있다는 말과 더불어 평소 똑똑한 친구를 사귀어 두어야 한다는 농담이 나돈다.
이 쇼의 두 번째 성공 요인으로는 호스트인 레지스 필빈을 꼽을 수 있다. 그는 미국 가정주부들을 대상으로 오전에 방송되는 ‘Live With Regis and Kathie Lee’라는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쇼 호스트 전문인이다. 그는 ‘Million-aire’ 프로그램에서 시청자의 스릴을 높여주는 방편으로 반드시 “Is this your finial answer?”(이것이 당신의 최종 대답인가요?)라고 묻는다. 그런데 바로 이 말이 요즘 미국의 직장과 가정, 그리고 동네 아이들 사이에 최대 유행어가 되고 있다. 그는 답이 너무 뻔한 문제에 대해서도 굉장히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한 손을 턱에 댄 채 묻는다. 거기에 그가 수시로 갖다 붙이는 애드리브는 게임을 아슬아슬하게 만드는 데에 일조한다.
마지막 요인으로는 쇼의 배경음악과 무대세트가 밀레니엄적이라는 데에 있다. ‘Jeopardy’처럼 경쾌하고 귀여운 음악이 아니라 매트릭스나 스타트랙에 나오는 듯한 미래형 음악을 사용하며 세트를 비디오게임 세대들에 익숙한 색상으로 조화시켜 놓는 세심함이 그 쇼를 대박이 터지게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쇼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새로운 프로그램은 분명 아니다. 패러디나 표절 등은 방송가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하지만 이 퀴즈쇼에 이어 쏟아져 나온 다른 방송사들의 유사 프로그램, 곧 NBC의 ‘Twenty One’ Fox의 ‘Greed: The Series’ CBS의 ‘Winning Lines’들에 대한 방송 전문가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어차피 방송은 서로 베끼기”라는 것이다. 거기에 “리사이클”(recicle)이라는 시니시즘적 해석도 덧붙여진다.
실제로 퀴즈쇼 열풍은 40년 전에 이미 미국을 휩쓸었던 바 있다. 당시만 해도 생방송이 거의 없었던 때라 퀴즈쇼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실제 인물에게 벌어지는 극적 드라마를 현장에서 목격한다는 흥분 심리를 자극시켰고 그 결과 1958년 말에는 13개의 쇼가 난무했다. 그러나 영화 ‘퀴즈쇼’로도 유명한 NBC의 ‘Twenty One’(요즘 나오는 것은 그때 것의 리바이벌이다)이 출연자에게 정답을 미리 알려주는 사기극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퀴즈쇼는 된서리를 맞았었다. 그런 퀴즈쇼가 밀레니엄 벽두에 미국에서 ‘부활’한 것이다.
모든 게 새로 시작되고 인류 구원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온 세계가 떠들어댔던 2000년 1월에 미국인들을 가장 흥분케 하는 프로그램이 왜 하필 구태의연한 퀴즈쇼 몇 편일까.
지금 미국은 소비자 만족도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지난해 한 가구당 평균 수익 상승액은 1만달러에 달했으며 벼락부자들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나도 부자가 아닌 게 황당한” 때인 것이다. 바로 얼마 전 AOL과의 합병으로 인해 타임워너사 직원들 중에서 신흥 백만장자가 된 사람만도 2000여 명을 헤아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확천금이나 횡재수를 노린다는 게 뭐가 잘못됐느냐는 사람들을 탓할 수만은 없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하나 있다. 돈이 그토록 넘쳐나는 미국이지만 일인당 부채액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이 벌긴 하지만 그보다 훨씬 많이 쓰는 탓에 파산하는 이들의 수효도 급증하는 것.
뿐만 아니다. 직장인들의 일일 업무량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증가일로에 있으며, 미국인들의 성격이 공격적이고 점점 더 거칠어져 가고 있다는 연구 보고서도 나온다. 빈곤에 의한 분노가 아니라 물질만능주의의 사생아처럼 나오는 분노가 커져간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같은 현상에 대한 비판은 설 자리를 찾기 힘든 것 같다. 퀴즈쇼의 성공에서 볼 수 있듯이 요즘 미국인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일확천금이기 때문이다.
2000년 벽두 미국 언론의 관심사는 단연 11월에 있을 대통령선거 캠페인과 극적 휴먼드라마인 쿠바 소년 엘리안 곤잘레스 이야기다. 지난해 말 미국의 한 어부에 의해 구출된 여섯 살 소년 엘리안의 거주지 문제를 두고 미국과 쿠바간에 정치문제로 비화된 이 사건은 연일 사건관련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지나치리만큼 세세히 보도되고 있다. 또 바로 며칠 전 아이오와주를 필두로 시작된 대통령선거인단 투표 상황과 함께 태평성대를 구가하고 있는 미국의 ‘이슈 없는’ 후보 각축전 보도도 홍수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정작 미국민의 관심사는 온통 몇 개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만 쏠려 있는 듯하다.
‘퀴즈 쇼’가 바로 그것인데, 이들은 프라임 타임대에 배치된 기존의 시트콤이나 뉴스 매거진 쇼들을 제치고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세상에 부자가 되고 싶지 않은 이들이 얼마나 될까마는 ABC 방송에서 지난해 8월부터 방영을 시작한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백만장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는 증시 활황으로 인해 자고 일어나면 백만장자가 되는 사람들이 허다한 미국에 또 하나의 돈벼락을 내려주는 보증수표처럼 여겨지고 있다.
모두 합해 15개의 문제가 주어지는 이 퀴즈쇼는 원래 이혼의 상처를 가진 남녀가 만나 사랑을 나눈다는 내용의 주간 연속극 ‘Now or Again’의 시청률을 좀더 올리려는 ABC의 전략 프로그램으로 시작됐다. 그런데 지난해 11월부터 폭발적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CBS와 NBC, FOX 채널들이 잇따라 퀴즈쇼들을 만들어 프라임 타임대에 편성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ABC만 해도 하루에 평균 24만명이 전화를 걸어 참가 신청을 할 정도다. 통화 중 신호음 때문에 하루종일 시도하다 전화기를 내동댕이치는 다혈질 인간들을 제외하고서도….
사회학자나 방송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몇 가지 이유로 분석한다.
첫째는 “손에 잡힐 듯한 돈에 대한 흥분”이다. 우선 문제가 너무 쉽다.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 프로그램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퀴즈쇼의 대명사처럼 여겨져 온 것은 ‘Jeopardy’ 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오페라에서부터 문학 역사 정치 등 다방면에 관한 문제들이 나온다. 난이도는 ‘Millionaire’의 4, 5배는 된다. 그러나 상금은 몇 만 달러에 불과하다. 보통사람들로서는 ‘어떻게 저런 것까지 맞출 수 있을까’ 하리만큼 어려운 문제들이 나오는데 이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은 대부분 공부벌레나 만물박사들이다. 그러다 보니 시청자로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지 못해 시청률이 올라가기 어려웠다.
반면 ‘Millionaire’의 문제들은 미국에서 태어나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밟으며, 대중문화에서 소외되지 않은 채 성장한 사람들이라면 대개가 풀 수 있는 정도로 구성돼 있다. 얼마 전에 출전하여 6만4000달러까지 받은 한국인 학생 한 명이 틀렸던 문제도 미국인 대부분에게는 아주 쉬운 영어 숙어에 관한 것이었다(그 학생은 받은 상금으로 부모님에게 한국 여행을 시켜드리겠다고 했다).
다음 중 혀가 없는 것은? ①사람 ②개 ③뱀 ④사과. 이 정도 문제라면 행여 함정이 있지 않을까 의심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문제는 ‘순수’하다. 정답은 사과. 문제의 난이도는 첫 번째 문제에서 열다섯 번째 문제로 올라가면서 조금씩 어려워지는데 두어 주전 백만달러를 받은 변호사 댄 블론스키가 맞춘 마지막 문제는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였다. 9.3밀리언마일, 39밀리언마일, 93밀리언마일, 193밀리언마일. 토플을 열심히 공부해 본 사람들이라면 문제의 답안 유형이 비슷함을 느낄 것이다. 정답은 3번 93밀리언마일이다. 1번과 4번은 아닐 것 같고, 3번이 그럴 듯해 보이지만 100만달러가 걸린 문제이므로 섣불리 답해서도 안된다.
그럴 때 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생명선’이라는 게 세 가지 있는데 하나는 쇼 관람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 여론조사를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네 개의 답 중 아닌 것 두 가지를 제거해 달라고 요청함으로써 오답의 확률을 2분의 1로 줄이는 것이며, 마지막 하나는 정답을 알 것 같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묻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미국인들의 삶에는 생명선이 세 가지 있다는 말과 더불어 평소 똑똑한 친구를 사귀어 두어야 한다는 농담이 나돈다.
이 쇼의 두 번째 성공 요인으로는 호스트인 레지스 필빈을 꼽을 수 있다. 그는 미국 가정주부들을 대상으로 오전에 방송되는 ‘Live With Regis and Kathie Lee’라는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쇼 호스트 전문인이다. 그는 ‘Million-aire’ 프로그램에서 시청자의 스릴을 높여주는 방편으로 반드시 “Is this your finial answer?”(이것이 당신의 최종 대답인가요?)라고 묻는다. 그런데 바로 이 말이 요즘 미국의 직장과 가정, 그리고 동네 아이들 사이에 최대 유행어가 되고 있다. 그는 답이 너무 뻔한 문제에 대해서도 굉장히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한 손을 턱에 댄 채 묻는다. 거기에 그가 수시로 갖다 붙이는 애드리브는 게임을 아슬아슬하게 만드는 데에 일조한다.
마지막 요인으로는 쇼의 배경음악과 무대세트가 밀레니엄적이라는 데에 있다. ‘Jeopardy’처럼 경쾌하고 귀여운 음악이 아니라 매트릭스나 스타트랙에 나오는 듯한 미래형 음악을 사용하며 세트를 비디오게임 세대들에 익숙한 색상으로 조화시켜 놓는 세심함이 그 쇼를 대박이 터지게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쇼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새로운 프로그램은 분명 아니다. 패러디나 표절 등은 방송가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하지만 이 퀴즈쇼에 이어 쏟아져 나온 다른 방송사들의 유사 프로그램, 곧 NBC의 ‘Twenty One’ Fox의 ‘Greed: The Series’ CBS의 ‘Winning Lines’들에 대한 방송 전문가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어차피 방송은 서로 베끼기”라는 것이다. 거기에 “리사이클”(recicle)이라는 시니시즘적 해석도 덧붙여진다.
실제로 퀴즈쇼 열풍은 40년 전에 이미 미국을 휩쓸었던 바 있다. 당시만 해도 생방송이 거의 없었던 때라 퀴즈쇼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실제 인물에게 벌어지는 극적 드라마를 현장에서 목격한다는 흥분 심리를 자극시켰고 그 결과 1958년 말에는 13개의 쇼가 난무했다. 그러나 영화 ‘퀴즈쇼’로도 유명한 NBC의 ‘Twenty One’(요즘 나오는 것은 그때 것의 리바이벌이다)이 출연자에게 정답을 미리 알려주는 사기극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퀴즈쇼는 된서리를 맞았었다. 그런 퀴즈쇼가 밀레니엄 벽두에 미국에서 ‘부활’한 것이다.
모든 게 새로 시작되고 인류 구원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온 세계가 떠들어댔던 2000년 1월에 미국인들을 가장 흥분케 하는 프로그램이 왜 하필 구태의연한 퀴즈쇼 몇 편일까.
지금 미국은 소비자 만족도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지난해 한 가구당 평균 수익 상승액은 1만달러에 달했으며 벼락부자들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나도 부자가 아닌 게 황당한” 때인 것이다. 바로 얼마 전 AOL과의 합병으로 인해 타임워너사 직원들 중에서 신흥 백만장자가 된 사람만도 2000여 명을 헤아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확천금이나 횡재수를 노린다는 게 뭐가 잘못됐느냐는 사람들을 탓할 수만은 없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하나 있다. 돈이 그토록 넘쳐나는 미국이지만 일인당 부채액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이 벌긴 하지만 그보다 훨씬 많이 쓰는 탓에 파산하는 이들의 수효도 급증하는 것.
뿐만 아니다. 직장인들의 일일 업무량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증가일로에 있으며, 미국인들의 성격이 공격적이고 점점 더 거칠어져 가고 있다는 연구 보고서도 나온다. 빈곤에 의한 분노가 아니라 물질만능주의의 사생아처럼 나오는 분노가 커져간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같은 현상에 대한 비판은 설 자리를 찾기 힘든 것 같다. 퀴즈쇼의 성공에서 볼 수 있듯이 요즘 미국인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일확천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