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세대 함박웃음, ‘총 상금 1억’ 알까기 전주 대회 500여 명 참가 ‘성황’

• ‘1타2피’ ‘논개’ ‘개미지옥’ 작전…강공 vs 빗장 수비

• 이상기‧홍현주 선수 우승…서울 왕중왕行

• (협)이비티에스‧(사)코미디언협회 개최, 연예인들 ‘큰 웃음’

4월 13일 오전 전북 전주시 전주대체육관. 수백 명의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중년의 남녀가 바둑판 앞에 마주 앉았다.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이상기 선수와 “우승 양보는 없다”는 장영숙 선수의 비장한 각오가 장내 울려 퍼지자 관중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4월 13일 전북 전주시 전주대체육관에서 열린 ‘시니어와 함께하는 돌아온 알까기’ 대회 모습. [홍중식 기자]

이날은 이비티에스(ebts)협동조합(이사장 이승원)과 (사)한국방송코미디언협회(회장 김학래)가 마련한 ‘시니어와 함께하는 돌아온 알까기’ 첫 대회가 열린 날.

오전(조합원리그), 오후(일반인리그)로 나눠 열린 이날 대회는 이른 아침부터 선수와 가족들이 삼삼오오 경기장을 찾으며 체육관 관람석(스탠드)은 일찌감치 만석이 됐다.

사전 참가 접수를 한 만 55세 이상 시니어 선수들은 경기장 입구에서 신분 확인을 한 뒤 출전증을 교부 받았고, 64명의 심판들은 가로세로 1m인 각자 경기장 앞에 서서 출전 선수들을 맞았다.



우인수 대회 진행위원장이 △한 손으로 공격하기 △알은 손가락으로 튕겨서 움직이기 △상대 알을 두 번 이상 손을 댈 경우 실격처리 등 경기 규칙을 설명하고 64강전 시작을 알리자 128명의 선수들은 옷소매를 걷어붙이며 다양한 전술을 펼쳐보였다.

‘알까기 대회’ 시작 전 ‘가위바위보’로 경기 순서를 정하는 선수들. [홍중식 기자]

선수들은 강력한 오른손 엄지 공격으로 상대 알을 깨뜨리며 기세를 올리는가 하면, 알을 바둑판 가장자리로 옮겨 상대 실수를 유도하는 ‘개미지옥 작전’을 펼치는 ‘수비형 선수’도 눈에 띄었다. 불리한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해 상대 두 알을 동시에 ‘쿠션 공격’ 하거나, 우세한 전세를 굳히려고 상대 돌과 함께 낙(落)하는 ‘논개 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쌍방 ‘7알전’으로 치러진 경기는 32강, 16강 등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강력한 공격과 빗장 수비가 격돌했고, 경기장 곳곳에서는 관중들의 응원 소리와 함께 웃음과 탄식이 터져 나왔다.

김성철(흑), 이상기(백) 선수가 격돌한 조합원리그 4강전은 이날의 하이라이트. 학익진(鶴翼陣) 진형으로 초반 탐색전을 펼치던 김 선수가 갑자기 강력한 ‘빗겨 치기’ 공격을 펼치자 경기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각각 3알이 낙(落)하고, 가로 42cm, 세로 45cm 바둑판에는 비교적 넒은 공간이 생기자 이 선수는 자신의 알 간격을 벌리며 알을 가장자리로 배치했다. 살짝만 맞혀도 상대 알이 떨어질 것 같은 가장자리 끝에 백돌이 늘어서자 김 선수는 10cm 이상 강력한 ‘롱 킥’ 공격을 시도하며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흑돌은 백돌을 살짝 빗겨 맞으며 떨어졌고, 관중석에서는 “백의 유인 작전이 통했다”는 해석이 흘러나왔다.

우세를 점한 이 선수는 상대와 자신의 알을 동시에 떨어뜨리는 ‘논개 작전’으로 굳히기에 들어갔다. 2알(흑)과 3알(백)이 남은 종반전. 흑을 쥔 김 선수는 회심의 검지 공격을 펼쳤다. 그러나 흑돌은 발사각이 맞지 않은 채 데굴데굴 바둑판 밖으로 벗어났고 승부의 균형추는 급격히 기울었다. 경기장에는 “아~”하는 탄식이 터져 나왔고, 결국 경기는 0 대 3 이 선수의 승으로 끝났다. 경기 직후 이 선수는 “한 달간 산에서 훈련한 보람이 있었다”며 결승 경기장으로 향했다.

이어진 결승전은 장영숙 선수와의 남녀 대결. 4알(흑) 대 6알(백) 상황에서 기세가 오른 이 선수는 상대 흑알 두 알을 동시 공격해 떨어뜨리는 ‘1타 2피’ 공격을 선보이며 깔끔히 경기를 마무리했다. 결과는 0 대 6 이 선수의 완승.

이 선수는 “평소 바둑을 자주 두면서 바둑돌 감각을 익힌 게 주효했다”며 “서울 왕중왕전에 출전해 전국 대회 우승컵을 가져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학래 “중장년 일자리 창출 취지 공감…응원할 것”

오후 열린 일반인리그의 열기도 이날 낮 전주의 수은주(27도)만큼 뜨거웠다. 불리한 상황에서 ‘쓰리쿠션 전략’으로 단박에 역전승한 선수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고, 또 다른 선수는 상대 알 하나만 떨어뜨리면 16강에 오르는 2알 대 1알 상황에서 갑자기 ‘손 떨림’ 현상이 나타나 몰수패(제한시간 10분 경과 시 몰수패)를 당하기도 했다. 몰수패를 당한 이모 선수는 “많은 관중이 지켜보고 코미디언이 바로 옆에서 경기를 해설하니 긴장이 돼 갑자기 수전증이 생겼다”며 안타까워했다. 일반인리그는 시종일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특유의 ‘무심(無心)타법’으로 상대 실수를 유도한 홍현주 선수가 우승을 차지하며 서울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조합원리그 우승자 이상기 선수가 코미디언 이용근, 허둥 씨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일반인리그 우승자 홍현주 선수의 경기 모습(오른쪽). [이비티에스협동조합]

경기는 치열했지만, 승자와 패자, 관중 등 모든 참가자들은 한바탕 크게 웃으며 즐긴 하루였다. 경기장에는 방송코미디언협회 김학래 회장과 이용근 사무총장을 비롯해 지영옥, 변아영, 허둥 등 회원들과 김호영, 한태일 등 탤런트 10여 명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재치 있는 경기 해설과 만담, 축하공연을 펼치며 참가자들에게 웃음과 추억을 선물했다.

대회장에서 경기를 해설하는 코미디언 이용근 씨와 팬들과 사진촬영을 하는 탤런트 김호영 씨(왼쪽부터). [홍중식 기자]

대회 중간중간 코미디언 허둥, 지영옥 씨 등 연예인들이 공연을 펼쳐 참가자들의 흥을 북돋았다. [홍중식 기자]

김학래 회장은 “중장년층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이들의 제2의 인생을 돕는다는 대회 취지에 공감해 행사에 참여했다”며 “시니어세대들이 모처럼 크게 웃고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도록 남은 다른 지역대회에도 꾸준히 참가해 응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알까기 대회는 이날 전주 대회를 시작으로 △광주(28일 남구반다비체육센터) △울산(5월 5일 울산동구체육회 화정체육관) △경남 창원(10일 창원시설공단 실내체육관) △경북 경산(21일 경산실내체육관) △경북 구미(28일 박정희체육관) △부산(8일 동아대 체육시설) △경북 포항(13일 포항실내체육관)에서 잇따라 열린다. ‘왕중왕 결승전’은 6월 15일 서울 상암동 채널A 로비에서 열린다.

_{자세한 내용은 대회 알림 기사(weekly.donga.com/society/article/all/11/4873942/1)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