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9

..

강요미수 재판 받는 효성 차남 조현문… 2021년 왜 자진 귀국했나

보유 주식 고가 매수 강요 혐의로 5월 3일 첫 공판… 조력자 박수환과 갈등說

  • reporterImage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3-07-24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5월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5월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동생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의 ‘효성그룹 형제의 난’이 새 국면을 맞았다. 조 전 부사장의 귀국으로 관련 재판이 본격화하면서 10년을 넘긴 효성가(家) 갈등이 종지부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10년 넘게 이어진 형제의 난

    7월 10일 조 전 부사장의 강요미수 혐의를 다투는 2차 공판이 열렸다. 조 전 부사장은 2013년 “내가 소유한 비상장주식을 고가에 매수하지 않으면 위법 행위가 담긴 자료를 검찰에 넘기겠다”고 조 회장을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당초 조 회장이 2017년 3월 조 전 부사장을 강요미수 혐의로 고소했지만, 2016년 해외로 나간 조 전 부사장의 행방이 묘연해 기소중지된 상태였다. 이 사건 수사는 조 전 부사장이 2021년 귀국하면서 다시금 궤도에 올랐다.

    조 전 부사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나아가 공소시효가 지난 만큼 기소 자체가 무효라는 입장이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이날 재판부에 “압수수색 영장을 봐야 의견을 낼 수 있으니 구체적인 증인신문 일정은 추후에 정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앞서 5월 3일 열린 1차 공판에서는 “공소사실은 2013년 2월과 7월에 있었던 일이라 이미 공소시효도 지났다”고 주장했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법정에 출석하며 “(형에게) 죄 짓지 말자고 얘기한 것밖에 없는데 그게 죄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행위를 강요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두 형제의 갈등은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시작은 조 전 부사장이었다. 재계에 따르면 그는 2011년 효성그룹 계열사에 대한 감사를 주도한 뒤 내부 비리를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 조석래 명예회장, 형 조현준 회장과 관계가 틀어졌고 감정의 골도 깊어졌다. 결국 그는 2013년 효성 부사장직을 사임했으며 조 명예회장이 물려준 효성 주식을 1300억 원에 처분하기에 이르렀다. 이듬해 조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발하면서 효성가의 갈등은 돌이킬 수 없게 됐다. 이른바 ‘형제의 난’이 본격화된 순간이다.

    ‘형제의 난’ 초기만 해도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여론이 나쁘지 않았다. 그에게 ‘재벌가의 이단아’라는 꼬리표를 붙이며 내부 고발을 비판하는 여론도 있었지만 ‘정의의 사도’로 바라보는 시선도 적잖았다. 조 전 부사장의 변론을 맡았던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이 박근혜 정부에서 승승장구하는 등 그를 둘러싼 상황도 유리하게 흘러갔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5월 대통령민정비서관에 임명되면서 변호인을 사임했지만 이후로도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결국 조 회장은 2020년 대법원에서 횡령 등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박수환 게이트로 국면 전환

    2016년 8월 26일 박수환 당시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가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 의혹과 관련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2016년 8월 26일 박수환 당시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가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 의혹과 관련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2016년 이른바 ‘박수환 게이트’가 터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박수환 게이트는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가 민유성 전 KDB산업은행장과 친분을 앞세워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를 벌이고 그 대가로 수십억 원을 챙긴 사건이다. 당시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수사하던 검찰은 박 대표가 형제의 난에도 관여한 사실을 인지했다. 검찰은 박 전 대표가 법조계와 재계 등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두고 수사를 확대했는데, 이 과정에서 조 전 부사장이 수면으로 떠오른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조 전 부사장이 법적 다툼을 벌일 때 언론 홍보를 담당했다. 조 전 부사장이 가족과 다툼을 벌일 때도 행동 지침 등을 자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이 자문을 받은 시기가 효성가를 상대로 대대적인 고발·고소를 한 시기와 맞물려 의구심을 더했다.

    결국 박 전 대표는 구속됐고, 조 전 부사장은 본인 연루설이 언급되는 상황에서 출국했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의 출국을 두고 박수환 게이트 불씨가 번질까 우려한 조치가 아닌가라는 시각이 많았다. 조 전 부사장이 해외 도피에 나섰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이듬해 조 회장이 조 전 부사장을 강요미수 등 혐의로 고소했지만 조 전 부사장이 해외에 머물고 있어 수사가 제대로 될 수 없었다. 결국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귀국할 때까지 해당 사안을 기소중지했다.

    특이한 점은 조 전 부사장의 귀국 시점이다. 조 전 부사장은 2021년 귀국해 수사를 받았다. 이를 두고 강요미수 공소시효(7년)를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형제의 난’이 2013년 전후로 벌어진 만큼 조 전 부사장이 2020년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실제로 조 전 부사장 측은 첫 공판일부터 공소시효 도과를 주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형제의 난’ 당시 함께했던 박 전 대표까지 감안한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현행법상 변호사법 위반에 대한 공소시효 역시 7년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을 기소하면서 박 전 대표도 공갈미수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조 회장 측에 조 전 부사장의 효성 계열사 지분을 고가에 매입할 것을 요구한 혐의다. 현행법상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대가를 받고 법률사무를 다루는 것은 위법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검찰 수사를 피해가지 못했다. 변호사법 위반죄는 특정 상황에서 포괄일죄로 취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행위가 끝난 시점부터 공소시효가 기산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공소장에는 박 전 대표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조 전 부사장을 위해 법률사무를 처리하고 금전을 수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경우 기산점이 2016년이 되면서 박 전 대표의 공소시효가 2023년으로 늘어난다. 박 전 대표 입장에서는 조 전 부사장의 이른 귀국이 원망스러울 수도 있는 부분이다. 조 전 부사장이 조기 귀국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는 2017년 11월 17일 효성 본사 및 효성 관계사 4곳, 관련자 주거지 4곳을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마포구 효성 본사. [동아DB]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는 2017년 11월 17일 효성 본사 및 효성 관계사 4곳, 관련자 주거지 4곳을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마포구 효성 본사. [동아DB]

    조현문-박수환 갈라졌나

    오랜 기간 한배를 탔던 두 사람이 갈라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박 전 대표가 재판에서 불리해질 가능성도 생겼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공갈미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형제의 난’이 본격화됐던 2013년을 기점으로 기산하면 공갈미수 사안 역시 2023년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조 전 부사장이 귀국 시점을 2년만 늦췄다면 박 전 대표 역시 공갈미수와 변호사법 위반에 대해 모두 공소시효 도과를 주장할 수 있었다.

    조 전 부사장은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유학하고 미국 변호사로 활동한 법률 전문가다. 국내 법무법인 고문 변호사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 만큼 한국 법률사무에도 해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자신이 조기 귀국할 경우 박 전 대표가 공소시효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몰랐을 개연성이 낮아 이 같은 행보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공갈미수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박 전 대표 측 변호인은 7월 10일 “공갈에 해당하는 행위에 관여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정상적인 계약에 따라 변호사 업무와 관련 없는 부분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에 대한 다음 공판은 8월 21일 열릴 예정이다.



    최진렬 기자

    최진렬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 바이오 사업 ‘조 단위 매각’ 추진

    ‘트럼프 2기’ 핵심 실세는 장남 트럼프 주니어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