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는 숨은 디테일에 잘 반응하는 세대다. 노골적으로 뭔가 보여주지 않아도 심금을 울릴 만한, Z세대가 별안간 눈물 흘릴 수 있는 디테일을 숨겨두는 게 필요하다. 구글 맵도 그렇다. 자세히 보면 길 찾기를 할 때 목적지까지 거리가 꽤 되면 걷기 버튼에 있는 사람이 냅다 가방을 메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디테일은 사실 별것 아닌 듯해도 Z세대는 바로 반응한다. 남들이 몰랐지만 나만 아는 포인트나 제작자가 숨겨놓은 포인트를 발견하는 재미를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별안간 눈물 줄줄 흘리는 디테일
카카오톡에 자기 번호를 친구 추가하면 나오는 메시지(왼쪽). LG전자에서 제공하는 점자 스티커. [카카오 제공, LG전자 제공]
카카오톡 친구 추가는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보통 급할 때만 쓰다 보니 필자 또한 한 번도 내 번호를 넣어볼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카카오톡에 본인 번호를 넣었을 때 나오는 문구가 이슈가 된 적이 있는데, 눈물을 줄줄 흘릴 만한 포인트가 아닐 수 없었다. 카카오 연락처 친구 추가에 본인 번호를 넣으면 ‘나 자신은 영원한 인생의 친구입니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이런 디테일을 발견하면 감동 포인트를 공유하고 싶게 마련이다.
오뚜기 컵라면도 비슷한 포인트의 디테일을 보여준 적이 있다. 바로 점자다. 오뚜기 컵라면 용기에 점자로 제품명을 표기해 시각장애인도 라면을 살 때 어려움이 없도록 제작한 것이다. 2021년 9월부터 제품을 하나하나 변화해가는 중인데,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지만 타사에서 놓친 포인트를 넣어 소비자의 편리함을 증가시켰다는 점에서 Z세대로부터 칭찬을 많이 받았다.
LG전자도 누구나 편하게 전자제품을 사용하도록 특정 모델을 산 고객에게 무상으로 덧붙일 수 있는 점자스티커를 개발, 배포하고 있다. 작은 디테일 덕에 모두가 살기 편한 세상으로 한 발짝씩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칭찬할 만하다.
#입소문까지 알아서 내주는 디테일들
전 제품 2900원 판매 행사를 한 화장품 기업 시타(왼쪽). 농심 너구리 컵라면에 물을 붓고 기다리면 나오는 하트. [시타 홈페이지, 유튜버 리뷰띠 캡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다들 신기하다고 반응했던 농심 너구리 컵라면이 있다. 너구리 컵라면에 물을 붓고 4분을 기다리면 너구리 눈에 하트 모양이 생기는데 이 역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오면서 유명해졌다. 뭔가를 공유하고 SNS를 운영하는 데 익숙한 Z세대가 이런 디테일을 공유하지 않고 지나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포장으로 입소문이 난 또 다른 회사는 화장품 기업 시타다. 시타는 SNS에서 더는 플라스틱 튜브 상품을 제작하지 않고 친환경 소재로 바꾸겠다며 전 제품을 2900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했다. 늘 말하지만 Z세대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관심이 많고 이 브랜드가 보여준 뚝심 있는 환경 생각에 당연히 입소문이 났다. 사실 여기서 진짜 대박 디테일은 시타의 공식 입장문에 있었다. 2900원으로 정한 이유는 그게 해양환경단체 ‘오션’에 기부할 수 있는 최소 금액이라는 것. 제품을 구매한 한 명, 한 명이 최소 금액으로 기부하게 만든 것이다. 처음에는 왜 굳이 이 금액일까 싶었는데 디테일을 알고 나니 솔직히 소름이 돋았다.
#극악무도한 디테일의 드라마 오프닝
캐릭터 소개 일러스트와 복선을 담은 스토리로 화제가 된 드라마 ‘작은 아씨들’ 오프닝. [tvN 제공]
10월 드라마 ‘작은 아씨들’이 인기리에 종영했다. ‘작은 아씨들’ 하면 배우들이 보여준 미친 연기력도 화제였지만 무엇보다 오프닝 영상의 디테일에 많은 이가 크게 반응했다. 기존 드라마 오프닝처럼 배우들의 얼굴과 이름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Z세대를 울리는 포인트를 다 넣어놓았기 때문. 일단, 색감부터 ‘미쳤다’는 말이 나온다. 캐릭터를 소개하는 키워드를 일러스트로 표현했고, 복선처럼 추측을 불러일으키는 소재를 다 때려박았다. 오프닝부터 화제가 된 이 드라마는 지금도 트위터에 ‘작은 아씨들 오프닝’을 검색하면 “오프닝부터 마음에 든다” “오타쿠들 취향 저격이다” “숨 막힌다” 같은 반응이 나온다. 요즘 드라마가 오프닝 영상에 공을 들이기보다 SNS, 바이럴 등 홍보 마케팅에 힘을 썼다면 이 작품은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 오프닝까지 디테일을 살려 만들어 Z세대가 직접 입소문을 내도록 했다는 점에서 달랐다.
#자기 자신의 디테일 살릴 앱
다른 사람의 취향과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위시버킷. [위시버킷 제공]
길가에 소품숍이 있으면 무조건 들어가 보는 게 Z세대의 습관이다.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라도 있는 것처럼 한 친구가 들어가면 줄줄이 따라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Z세대는 공간에 익숙하고 본인의 공간을 꾸미는 것을 좋아한다. SNS와 워크툴이 하나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피드를 꾸미는 것은 당연히 잘하고, 심지어 노션까지 템플릿을 사용해 꾸민다. 온라인 세상도 본인만의 취향과 디테일을 넣어 꾸미는 이들이 오프라인 공간을 꾸미지 않을 리 없다. 소품을 이용해 자취방을 꾸미거나 회사 책상을 꾸미는 건 당연한 일이다.
최근 팀원이 ‘위시버킷’이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소개해줬는데, 디테일에 미친 사람이라면 놓칠 수 없는 소품, 액세서리 등을 저장하고 관리하는 앱이다. 들여다보면 “이걸 누가 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그 소품을 당신 옆자리 Z세대가 구매하고 배송 오면 어디에 배치할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