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왼쪽)가 6월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윤 대통령의 젖은 옷을 수건으로 닦아주고 있다. [사진 제공 · 대톨령실]
김 여사, 현충일 기점 본격 행보
김 여사가 6월 6일 윤 대통령과 함께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하자 “본격적으로 영부인 행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 내외가 부부 동반으로 국가 기념 행사에 참석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 취임 후 ‘조용한 내조’를 해왔다. 5월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작품을 함께 관람하는 등 비공식 활동만 했다.김 여사는 공식 일정에 참석하기보다 일상을 공유하는 식으로 시민과 소통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메시지를 내거나, 팬클럽을 통해 일상 사진을 공유하는 식이다. 김 여사의 팬클럽 ‘건희사랑’이 그간 주된 소통 창구로 활용됐다. 건희사랑 회장인 강신업 변호사와 김 여사는 장애인 문화예술 단체에서 함께 활동한 사이로 알려졌다.
문제는 팬클럽을 통한 소통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논란이 발생하면서 불거졌다. 건희사랑이 5월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청사 앞 잔디 마당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하면서 생긴 보안 논란이 대표적 예다. 비공식 창구를 통해 대통령 집무실 사진이 공개된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집무실의 경우 여러 차례 보도됐기 때문에 보안 구역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해당 사진은 김 여사가 대통령실 직원에게 카메라를 주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해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통 창구로서 팬클럽이 갖는 잠재적 리스크도 지적된다. 강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팬들이 고마운 존재는 맞지만 완전히 믿을 수 없다. 호가호위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겠나”라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8월 9일 기준 9만4500명 회원을 보유한 최대 규모의 김 여사 팬카페 ‘건사랑’에서는 6월 8일 후원금 유용 의혹이 일었다. 팬카페 스태프 A 씨가 “건사랑 카페 매니저가 김건희 여사를 팔아 수익을 챙겨왔고 급기야 통장 여러 개로 김 여사의 악플러를 고발하는 데 사용한다는 명목으로 후원금을 모금하고 생활비로 써왔다”고 주장한 것이다. 건사랑 측은 “카페 운영에 불만을 품은 사람의 일방적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측은 김 여사를 위한 공간 및 인력 지원을 예고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6월 5일 “향후 국빈 등 외부인 접견을 위해 김 여사가 용산 청사에 방문할 경우 현재 임시 집무실이 있는 5층에 접견 등을 위한 공간이 마련될 것”이라며 “영부인의 공식 업무로 필요할 때만 사용하게 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앞서 5월 31일 오전 브리핑에서도 “김 여사가 앞으로 활동할 때 보좌할 기구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부속실 내에서 김 여사만을 담당하고 서포트하는 것이 아니라, 김 여사 업무도 같이 담당할 직원들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여사는 이날 전시 기획사 코바나컨텐츠 대표직에서 공식 사임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측은 “공약 파기”라며 비판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6월 7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제2부속실을 없앤 척하고, 실제로는 부활시켰다”고 비판했다.
“퍼스트레이디 미국식으로 지원하자”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영부인의 의전과 연설 등을 담당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 폐지를 공약했는데, 이를 어겼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대통령 배우자라는) 법 외적인 지위를 관행화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 역시 지난해 12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유사한 내용의 대국민사과를 했다. 당시 그는 “일과 학업을 함께하는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다.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며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말했다.야권 일각에서도 제2부속실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6월 1일 페이스북에서 “윤 대통령님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시라. 영부인은 영부인의 임무가 있다. 제2부속실을 만들어 영부인을 영부인답게 보필하시라”라고 했다. 민주당 김민석 의원은 6월 9일 “배우자 부속실을 정식으로 두고 공적 기록과 관리 영역에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퍼스트레이디’ 등 대통령 가족이 갖는 공인으로서 영향력을 적극 보조할 수 있도록 입법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이번 기회에 미국식으로 퍼스트레이디 관련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미국은 대통령에 영향을 미치는 가족을 공인으로 보고, 이들에 대한 지원이 합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놓았다. 한국은 시행령 차원에서 제2부속실을 뒀는데, 이를 좀 더 엄밀하게 법적으로 명문화해 행정·재정적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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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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