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월 19일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국민청원’ 도입 4주년을 기념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청와대]
문 대통령은 8월 12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국민의 지지 덕분에 ‘문재인 케어’를 과감히 시행할 수 있었고, 국민으로부터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정책 중 하나가 됐다. 지난해 말까지 국민 3700만 명이 9조2000억 원의 의료비를 아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 재정은 2018년부터 대규모 적자로 돌아섰다. 문재인 케어가 본격화하면서부터다.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직장인 건강보험료율 누적 인상률은 12.1%에 이른다.
아주 가끔 대통령 ‘알현’하는 국민
문 대통령은 청와대 국민청원 도입 4주년을 맞은 8월 19일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청원에 직접 답했다. 문 대통령은 “(지원 대상을) 현행 만 12세 이하 여성 청소년에서 만 17세 이하로 확대하겠다”며 “18세부터 26세 여성의 경우 저소득층부터 무료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점차 대상을 넓혀가겠다. 만 44세 이하 여성에 대해서는 시술 횟수에 따라 50%까지 적용되던 본인 부담률을 일률적으로 30%로 낮추겠다”고 응답했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선심성 공약을 또 내놓은 것이다.문 대통령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서도 호평했다. 그는 “국민과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국민청원은 우리 정부의 상징이 됐다”며 “청원인들의 간절한 호소가 한 개인의 민원을 넘어 국민의 공감을 얻고 제도 개선에 이른 사례도 많다”고 평가했다. 집권 초인 2017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총 104만5810건이다. 누적 방문자는 4억7594만372명에 이른다. 답변 기준인 20만 명 이상 동의를 받은 글이 257건이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답변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마저도 20만 명 미만이 동의한 글이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10일 첫 인사를 발표한 뒤 “앞으로도 오늘처럼 국민들께 보고드릴 중요한 내용은 대통령이 직접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4년 동안 국민은 아주 가끔 문 대통령을 ‘알현’할 수 있었을 뿐이다. 대통령이 ‘선택적 소통’을 해와서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아우성으로 가득 찬 긴 세월 동안 문 대통령은 입을 닫고 살았다. 4년 동안 1건 답변이라는 ‘팩트’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문 대통령은 8월 19일 전북 군산시에서 열린 에디슨모터스 공장 준공식에 영상 축사를 보내 “일자리가 줄어드는 어려운 상황에서 도약의 기회를 만들어낸 결실로, 참으로 값진 일”이라며 “정부는 상생형 일자리를 통해 고용 안전망을 촘촘하게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송영길 대표도 “문재인 대통령님이 축사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새로운 전기차의 메카가 군산 새만금에 만들어지게 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고 문재인 정부의 중요한 성과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자화자찬했다. 에디슨모터스 공장이 선보인 ‘군산형 일자리’ 모델의 원조는 ‘광주형 일자리’다. ‘광주형 일자리’ 설계자는 기아 광주공장 노조지회장 출신인 박병규 전 광주시 경제부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원조까지 가로채가며 공적 쌓기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
여당도 청와대 기류에 장단을 맞춘다. 민주당 김성환 의원은 8월 2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문재인 정부가 지난 4년 5개월간 국민들한테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3가지만 말해보라”는 유도성 질문을 던졌다. 유 비서실장은 “코로나19 위기 대응, 양극화에 대한 소득 분배, 기업 중심으로 미래 산업 준비”라고 답했다. 백신 후진국이라는 오명,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자산 양극화 심화, 국가부채와 가계부채 급증, 그리고 살인적인 물가 인상이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답변이었다.
4월 재보선에 나타난 지지율의 역설
문 대통령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임기 말이 다가올수록 답답할 것이다. 국정 주요 분야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부동산 정책을 비롯한 일부 분야는 아주 죽을 쒔다. 대표 공약이던 일자리 분야조차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는 전혀 늘리지 못한 채 고령층 대상의 단기 비정규직과 ‘군산형 일자리’ 같은 ‘반값 일자리’만 늘렸다. ‘영끌’, 곧 영혼까지 끌어모아 국정 성과를 홍보하고 싶을 테다.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오명만은 벗고 싶을 것이다. 최근 외출이 잦아진 이유다.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의 목표는 분명해 보인다. 임기 말 지지율 40~50% 선을 유지하는 것이다. 지지율 기록이라도 후세에 남겨야 한다는 강박이 상당해 보인다. 이철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민주당 대선주자 사이에서 탈문재인 경향이 나타나자 7월 6일 JTBC 유튜브 채널 ‘신예리의 밤샘토크’에 출연해 “지지율 40%인 문 대통령과 척을 져서는 누구도 다음 대선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튜브 채널 ‘SBS 이슈블라’가 8월 24일 공개한 인터뷰 영상에서도 “지금 제대로 평가받으면 한 50%는 나올 거라고 본다”며 “한국 정치사에 지지율 40%로 박수 받으면서 떠나는 대통령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언급했다.
임기 말 여론조사 지지율만 높으면 성공한 대통령일까. 정권 재창출이 가능할까.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전국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3월 23일과 25일 자체 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32%로 국민의힘(29%)에 앞서 있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론조사 직후 치른 4월 재보궐선거 결과는 반대였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서울과 부산 모두에서 크게 앞섰다. 여론조사 지지율의 역설이다. 임기 말 여론조사 지지율 관리에 나선 것을 무조건 비판하고 싶진 않다. 다만 본질적인 것, 곧 국정의 안정적 유지에 집중하길 바랄 뿐이다. 더 잘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잿밥보다 염불에 집중해야 국민도 안전하고, 본인도 안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