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딸린 미국 할리우드 대저택과 가격이 비슷한 서울 강남 아파트, 과연 그 가치를 할까. 서울시 강남구 반포 아동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영대 축제라니요?
현모 방탄소년단(BTS) 데뷔 8주년 기념 페스타(Festa)요.
영대 아하, 오늘 공연 보셨군요.
현모 네, 13일간 여정의 마무리로 이틀 동안 머스터(Muster: 소집하다)했어요. 맥도날드 BTS밀을 먹으면서 온라인으로 시청했죠. 아시죠? 방탄은 팬미팅을 머스터라고 부르는 거?
영대 알죠. ㅋ 지난해엔 코로나19로 못 하고 2년 만에 다시 열렸다는 소식 들었어요. 근데 이사 갈 집은 정하셨어요?
현모 아뇨. ㅠ 아직 못 정했어요, 큰일 났네요. 안 그래도 영대 님한테 궁금했는데, 현재 사는 파주 집은 어떻게 정하신 거예요?
영대 제 ‘시골집’이에요. 조부모님이 사셨던 아버지 고향집이죠. 제가 미국에서 귀국할 때 어디로 갈까 막막하던 차에 이 집이 비어 있다는 걸 알고 들어왔어요.
현모 우와!! 부럽네요.
영대 한옥을 아버지가 양옥으로 다시 지으셨는데, 어렸을 때 막 지은 집에서 동생과 뛰놀던 기억이 생생해요.
현모 집안 역사가 살아 있는 집이라니, 정말 특별하네요. 미국에서 박사학위 공부하면서 언제 한국에 집까지 구했나 했어요.
영대 보통은 왜 농촌 동네로 갔을까를 궁금해들하던데요. ㅎㅎ
현모 그거야 전원생활을 하려고 갔나 보다 했죠. 시애틀에서 오래 살다 한국 오면 좁은 도시가 적응이 안 될 수도 있으니까요.
영대 물론 그것도 이유이긴 했죠. 강아지를 키울 수 있고 음악도 크게 틀 수 있는 마당 있는 집, 이런 게 서울에선 충족되기 어려우니까요. 버섯 구워 드릴 테니 놀러 오시라니까요.
현모 갈게요! 로키(김영대의 반려견)도 보고 싶어요. 그럼 당분간 이사 생각은 없으시겠어요?
영대 모르겠어요, 얼마나 살지…. 지금 집은 집필이나 개인방송을 하기에 최적화된 곳은 아니어서 마당에 사무실이라도 지어야 하나 생각하고 있거든요.
현모 와!! 좋겠다. 조그맣게 작업실 같은 방갈로 지어놓고 거기서 글 쓰면 환상이겠어요.
영대 방갈로는커녕 지금은 밭농사를 지어야 하는 상황이랍니다.
현모 그 대신 글농사를 지으면 되죠.
영대 글도 글인데, 자식농사가 더 어렵다는…. 사실 큰딸이 제가 가난한 유학생일 때 태어나 학생들이 머무는 가족 아파트에서만 계속 살았거든요. 그래서 딸아이 꿈이 뭐냐면, 아주 평범한 미국 주택에서 사는 거래요. ㅠㅠ 모든 집이 다 똑같이 생긴 교외 마을에 똑같은 차고가 있는 그런 전형적인 미국 집에서 트럭 몰고 큰 강아지도 키울 거라고…. 좀 웃기기도 하면서 짠하기도 해요. 자기 친구들은 전부 그런 집에서 살았는데 우리는 그 당연한(?) 걸 못 하고 살았으니까.
현모 저도 그러고 싶네요. 제가 2월부터 여태까지 집을 보러 다녔는데, 정말 마음에 쏙 들면서 예산도 맞는 집이 없더라고요. 저희는 아이나 반려동물 없이 둘뿐인데도, 남편 회사가 가까워야 하고 저는 작게라도 야외 공간이 있길 바라거든요. 계약이 만료되는 7월 말까지는 반드시 지금 집에서 나가야 되는데, 완전 발등에 불 떨어졌어요.
영대 지난번에 어디 확정됐다고 하지 않았나요? 용산인가 그랬던 거 같은데….
현모 ㅋㅋㅋㅋㅋ 아뇨. 용산은 하이브(옛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신사옥이 있으니까 나도 그 동네로 갈까 농담했던 거잖아요. ㅋㅋㅋ
영대 맞다. ㅋㅋ 근데 거기 말고 무슨 지인 집으로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현모 하… 맞아요. 건축 중인 신축 아파트를 저희한테 세 주겠다고 했는데, 아파트가 다 지어질 때쯤 되니 시세가 너무 올라 결국 포기했어요. 아니, 불과 넉 달 만에 전셋값이 또 올랐어요!! 미쳤어요, 진짜. 물량도 없고 너무너무 비싸요.
영대 집 고를 때 뭘 가장 중시하는데요?
현모 매매가 아니니까 투자가치는 고려 대상이 아니고, 저는 자녀가 없으니 학군도 필요 없고, 주로 차를 끌고 다녀서 역세권 이런 것도 안 따져요. 집 내부가 제일 중요한데, 제가 프리랜서라 집에서 일도 하고, 집순이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거든요. 아, 그리고 남편은 항상 급하게 다니기 때문에 주차장이 또 다른 중요한 조건이에요.
마음에 쏙 들면서 예산에 맞는 집 찾기는 하늘에 있는 별 따기와도 같다. [GETTYIMAGES]
현모 시간도 촉박하지만, 이제 지치기도 해서 빨리 도장 찍어야 해요. 제가 문 열고 들어가 직접 확인한 집만 70채더라고요. 토 나올라 그래요. 그리고 2년 뒤 이 짓을 또 해야 하니 벌써 걱정이에요. 그때 되면 전셋값이 지금보다 더 뛸까 봐 겁도 나고요. 그래서 얼른 뭐라도 사는 게 맞는 건지… 잠도 못 자고 고민한 날도 며칠 밤이라니까요. ㅠㅠ
영대 그러고 보니 현모 님이 ‘부동산 업무’ 보고 왔다고 말씀하신 게 셀 수가 없네요. ㅎㅎㅎ 라이머 님은 뭐라 해요?
현모 남편은 음악 사업밖에 몰라요. 몇 년 전 올라온 블로그 보면서 “이거 가격 괜찮은데?” 한다니까요.
영대 ㅎㅎ 라이머 님의 태평한 목소리가 들리는 거 같네요.
현모 집값이 점점 말도 안 돼요. 얼마 전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드’ 공부할 때 해외 팝스타들 자료를 읽다 보니 얼마짜리 집에 사는지도 나왔는데, 적잖이 놀랐잖아요. 우리나라 강남에 있는 웬만한 집하고 비슷하더라고요. 근데 강남 아파트가 수영장 딸린 할리우드 대저택도 아니고, 그만한 가치가 있냐는 거죠.
영대 어휴, 저도 엄두가 안 나긴 해요.
현모 자기 집에 논밭까지 있는 영대 님은 큰 숙제 해결하신 거예요. 저도 남편 직장만 아니면 공기 좋은 외곽지역으로 가 자연 접하며 살 텐데.
영대 힘내세요. 분명히 좋은 집 찾으실 거예요!
현모 부동산 실장님하고 하도 자주 봐서 ‘베프’가 될 지경이랍니다. ㅎㅎㅎ
영대 저도 지겹도록 사인(서명)만 했어요. 곧 나올 책 초판 5000부 가운데 3000부에 저자 사인이 들어가거든요. 주말부터 내내 밥 먹고 사인만 했더니 손가락에 쥐가 날라 그래요.
현모 헉! 저자 사인은 그냥 인쇄하는 게 아니었어요?
영대 인쇄하면 티가 나요. 저는 일일이 다 손으로 써서 모양도 다 다르다고요. 가끔은 하트도 그려넣답니다. ㅎ
현모 그럼 저는 사인 안 된 나머지 2000부 중에서 한 권 주세요!
영대 왜요? 이왕이면 사인된 걸로 받으시지.
현모 아니에요. 스페셜 에디션으로 받을 거라고요!
영대 ㅎㅎㅎ 하긴, 그럼 특별히 메시지까지 써드릴게요. ‘축 이사!’라고~. ㅎㅎㅎ
(계속)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