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개미들 사이에서 밈 주식 광풍이 풀고 있다. [GETTYIMAGES]
그즈음 마이크로비전이 ‘밈’ 주식이라는 뉴스가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했다. 마이크로비전이 밈 주식이라고? AR(증강현실)와 MR(혼합현실) 디스플레이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아 투자했건만 게임스톱, AMC엔터테인먼트(AMC)와 같은 밈 주식이라니.
그리스어로 모방을 뜻하는 ‘미메시스(mimesis)’와 ‘유전자(gene)’의 합성어인 ‘밈(meme)’은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언급한 단어다. 밈은 일반적으로 인터넷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문화적 현상이나 콘텐츠를 일컫는다. 최근 주식시장을 휩쓸고 있는 밈 주식은 트위터나 미국 주식투자 커뮤니티 ‘레딧’ 등에서 유행하는 종목을 뜻한다. 대장주로는 게임스톱과 AMC, 블랙베리가 있다. 밈 주식이 화제인 이유는 똘똘 뭉친 투자자들이 그들 표현대로 주가를 ‘달나라’로 보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비전 여유롭게 추매
올해 초 생애 첫 주식투자를 시작할 때 ‘한 달에 수익률 1%만 올리자’는 마음으로 계좌를 개설했다. 그 마음을 듬뿍 담아 초우량주 삼성전자(005930)를 첫 매수 종목으로 선택했다. 투자 시작과 동시에 녹아내린 수익률은 공모주 청약, 급등주 매수 등 거의 모든 방법을 동원해도 쉽사리 만회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게임스톱 같은 이른바 ‘바카라 종목’에 투자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수익이 복구되고 여윳돈이 생기면 존슨앤드존슨이나 코카콜라 같은 고배당주에 편하게 투자할 계획이었다. 그러던 중 마이크로비전,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PLTR)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진심으로 두 종목 모두 전도유망해 보였다. 1%만 하락해도 전전긍긍하게 되는 여느 종목들과 달리 이 두 종목은 주가가 빠지면 “기회가 왔군” 하며 여유롭게 ‘추매’했다.제2의 게임스톱 ‘AMC’ 기웃기웃
AMC를 5월 28일 종가 26.12달러에 매수했다면 6월 15일 종가 기준 수익률은 226%이다. 나는 왜 AMC 앞에서 머뭇거렸을까. 마이크로비전이나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에 비해 미래가 밝지 않다고 판단했고, 하루에 30~90%까지 넘나드는 변동성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는 나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어차피 마이크로비전도,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도 밈 주식 아닌가. 마이크로비전으로 85%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고 내심 뿌듯해한 게 불과 일주일 전인데 말이다. 신기하게도 주식은 망해도, 흥해도 자책감이 든다. “그때 살걸, 그때 팔걸!” 하면서 말이다.그나저나 투자자들은 왜 밈 주식에 열광할까.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주식투자와 코인투자로 짭짤하게 수익을 본 이들이 박스권에 갇힌 주식시장에 만족하지 못해서는 아닐까. 누구는 코인으로 대박 나 파이어(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이 됐다 하고, 누구는 주식으로 집을 샀다는데 나만 일확천금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두려움에 너도나도 밈 주식에 뛰어드는 것일 수도 있다. 의도치 않게 ‘돈맛’을 좀 보니 밈 주식의 유혹을 쉽사리 떨칠 수가 없다. 마이너스 수익에서만 벗어나면 두 다리 편히 뻗고 잘 것 같았던 날들이 불과 며칠 전인데, 매일 밤 마이크로비전 주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달콤함 뒤에 숨은 쓴맛이 내 몫이 아니길 바라면서 말이다.
한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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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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