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4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청년정책에 대한 구상을 말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최근 그가 고민하는 사안은 20대 남성의 속마음이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의 72.5%가 국민의힘 오세훈 당시 후보에게 표를 줬기 때문이다. 4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 의원은 “많은 청년이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을 칭찬하더라”면서도 “정치인은 (이들과 달리) 통합 메시지를 내야 한다”며 고민을 말했다.
재보선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선거 패배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부동산정책 실패에 대한 민심이 있다. 집값이 너무 올라 무주택자가 집을 살 수 없는 가격에 이르렀다. 집을 한 채 가진 사람도 집값 안정화를 위한 규제 정책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두 번째, 코로나19 사태로 무너진 경제에 대한 국민의 질책이 느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중소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검찰개혁과 조국 수호는 선거 패배의 본질이 아니라고 했는데.
“과거 문제로 싸우는 것은 옳지 않다.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은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절박함이었다. 특히 2030세대는 진보, 보수라는 이념적 가치보다 삶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중요시하며 투표한다. 민생 개혁 입법에 주목하는 접근이 옳다.”
공정과 정의가 시대적 화두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나.
“많은 청년 세대가 공정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만, 이를 정쟁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우리 사회가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려면 정치권뿐 아니라 언론계와 교육계 등 전 분야에서 노력해야 한다. 언론 역시 부수 조작 의혹을 받고 있지 않나. 각계가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자는 취지로 한 말이다.”
“페미 vs 반페미 野 논쟁, 지역감정 이용과 뭐가 다른가”
김 의원은 재보선 후 2030세대와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해 이들의 의견을 듣는 한편,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펨코) 유저들과 소통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친문(친문재인) 성향 ‘딴지일보’ 게시판에 펨코 회원 가입을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좌표 찍기’ 논란이 일었다. 펨코 운영진은 4월 13일 “펨코에 좌표 찍기 하지 말길 바란다. 정치인이 소통을 명목으로 타 사이트에 좌표 찍는 행위는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김 의원은 “화력 지원 요청이 아니었다. 정치인과 일반인 모두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들 유튜브와 뉴스에서 원하는 정보만 보다 보니 비판적 생각이 사라지고 편향된 사고만 커지지 않나. 다른 사이트 회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서로 교류하며 균형 잡힌 시각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커뮤니티 간) 소통하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사흘이 채 지나지 않아 청년과 그들의 부모 등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문자메시지만 300통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2030세대와 소통 중인데 어떤 이야기를 하던가.
“ ‘정치권에서 청년을 위한 정책으로 무엇을 내놓았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더라. 민주당뿐 아니라 과거 보수정권에서도 많은 청년정책을 쏟아냈지만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청년정책이 청년 중 일부를 선별해 혜택을 주다 보니 ‘나는 소외됐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실제로 다양한 청년정책이 그 대상을 중위소득 50% 등 여러 제한을 두고 있다. 기존 정책이 포섭하지 못하는 많은 청년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청년들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야기는 하지 않았나.
“오히려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더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페미니즘 친화적 움직임이 20대 표심을 갈랐다고 지적했는데.
“2030 남성이 여성 우대정책에 역차별을 느끼고 있다. 수년 전부터 이를 표출해왔는데 정치권이 둔감했다. 역차별 문제는 분명히 있다. 예컨대 이공계 국가우수장학금 중 35%를 여성에게 주도록 권고한 것이 대표적 예다. 과거 세대에게는 여성 우대정책이 타당해 보였을지 모르나, 세대가 달라지면서 (남성들이) 이러한 부분에 역차별을 느끼고 있다. 이 점을 재고해봐야 한다. 다만 이 전 최고위원이나 하태경 의원처럼 페미니즘 대 반페미니즘 논쟁으로 사안을 이끌어가며 2030 남성의 분노를 손쉽게 이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과거 정치인들이 지역주의 감정을 이용하는 것과 매한가지다. 통합의 방향으로 사안을 이끌어가야 한다.”
이날 김 의원은 기자에게 그간 고민해온 여러 정책 구상을 이야기했다. 의원실을 나서는 순간까지 설명을 멈추지 않았다. 주민등록법 개정부터 여성가족부 폐지까지 스펙트럼이 넓었다. 김 의원은 정책에서 ‘실현가능성’을 가장 중시한다고 덧붙였다.
“주민등록법을 개정해 군인이 부대가 위치한 지역에 전입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하수도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군부대가 많다. 전입신고가 이뤄지면 군인 복지가 향상될 것이다. 군인의 학점인증 제도도 전면 확장하려 한다. 현재 20~30개 대학만 학점인증이 가능하다. 대학에 세제 혜택이나 장학금 지원을 늘리는 식으로 협조를 구하겠다. 마지막으로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여성가족부 폐지도 공론화해보려 한다. 여성가족부가 여성 중심적 정책만 펼치다 보니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부분이 있다. 설립 후 20년이 흘렀다. 필요성을 재점검해보고 청년가족부, 즉 청년 일반의 정책을 다루는 부서로 재편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 사회 통합을 이끌 수 있는 방향을 고민 중이다.”
김 의원 자신 역시 청년이다. 21대 총선 직후 김남국 의원을 포함한 6명은 2030 초선의원으로 주목받았다. 4월 9일 2030 초선의원 5명(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은 소위 ‘조국 반성문’으로 불리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고 검찰의 부당한 압박에 밀리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그 과정상에서 수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분열되며 오히려 검찰개혁의 당위성과 동력을 잃은 것은 아닌가 뒤돌아보고 반성한다”고 밝혔다. 반발한 당원들이 이들을 ‘초선 5적’이라고 부르며 ‘문자폭탄’을 보내는 일도 발생했다.
“문자폭탄이라 말하며 거부해선 안 돼”
김 의원은 “안타깝게도 나는 올해 한국 나이로 마흔이 돼 2030 초선의원 성명에서 빠졌다”고 말했다. 성명서에 대해 달리 생각하는 부분은 없을까. 김 의원에게 물어봤다.성명 발표 이후 문자폭탄 이슈가 일었다.
“정치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국민이 잘했다고만 할 수는 없지 않나. 잘못하면 따끔한 질책도 받아야 한다. 국민의 의사 표시를 무조건적으로 문자폭탄이라고 말하면서 거부해서는 안 된다. 정치인의 숙명적 의무다. 다만, 국민도 욕설 등 심한 표현은 자제하는 게 옳다고 본다.”
당원들이 보냈을 텐데 왜 화가 났을까.
“당원들이 화가 난 이유를 진단하기는 어렵다. 남 탓, 즉 선거 패배 원인을 외부에서 찾으면 안 됐다. 자기 자신과 민주당이 부족한 점은 없었는지 돌아봐야 했다. 선거 패배 원인 분석을 더 신중하게, 제대로 해달라는 당원들의 주문이라고 생각한다.”
조국 수호 논쟁이 선거 패배의 본질이 아니다?
“그렇다.”
친문(친문재인) 중심으로 원내 지도부가 재편돼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민주당에 친문계, 비문계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친문이냐, 비문이냐 따지는 것은 원인 진단을 잘못한 것이다. 당이 정부 및 청와대와 정책 방향을 조율할 때 분명하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당 내부에서 소통의 노력은 있었는지, 이런 것들이 시스템적으로 잘 갖춰졌는지가 중요하다. 비문이냐, 친문이냐는 핵심이 아니다.”
당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잘 나왔다고 생각하나.
“내 경우 혹여 다른 민주당 의원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까 많이 걱정한다. 말을 조심하는 편이라 비판적 의견을 못 낸 부분이 있었다. 앞으로는 용기를 내 다양한 현안에 내 목소리를 내겠다. 중요 입법이나 정책들이 너무 신속하게 집행되지는 않았는지 등 여러 부분을 숙고하려 한다.”
앞으로 어떤 다른 목소리를 낼 것인가.
“그간 민주당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민생 문제를 말해야 한다. 여러 청년정책이 하위 30% 청년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청년 일반에게 맞추자고 전달하겠다.”
※ 매거진동아 유튜브 채널에서 인터뷰 영상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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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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