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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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고 있다’는 이해찬, ‘속을 알 수 없는’ 김종인 33年 악연

서울서 맞붙은 與野 ‘선거의 귀재’ … “여론조사 못 믿어” vs “기여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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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1-03-2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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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6월 3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당시 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동아DB]

    지난해 6월 3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당시 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동아DB]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와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전에서 맞붙었다. 두 원로 정치인은 공통점이 많다. 이따금 ‘상왕’으로 불린다는 점도, ‘선거의 귀재’ ‘킹메이커’ 같은 수식어가 붙는다는 점도 비슷하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취한 전략은 정반대다. 김 위원장은 야권 단일화 과정에 의도된 혼선을 줘 위기감을 고양하면서까지 목적을 이룬 반면, 이 전 대표는 “여론조사를 믿지 마라”며 당내 불안감을 가라앉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33년간 이어온 선거 악연

    이 전 대표와 김 위원장은 인연이 깊다. 첫 만남이던 1988년 13대 총선에서 정치 신인 이 전 대표(평화민주당)가 재선의원 김 위원장(민주정의당)을 서울 관악을에서 꺾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발간한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 “평민당 총재인 김대중 씨가 선거운동 기간 중에 (선거 지원을 위해) 세 번이나 관악구를 찾아왔다”면서도 “철저히 준비하지 않은 선거에서 떨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회고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김 위원장이 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인연은 악연이 됐다. 당시 김 위원장은 ‘정무적 판단’을 이유로 이 전 대표를 컷 오프(공천 배제)했다. 이 전 대표는 무소속으로 세종시에 출마, 당선한 후 복당함으로써 이에 응수했다. 이후 민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21대 총선에서 대승하며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김 위원장에게 배로 갚아줬다. 

    이번 대결에서는 김 위원장이 한 발 앞서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3월 23일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하며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3월 22일부터 이틀간 YTN과 TBS 의뢰로 서울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10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시장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오 후보가 48.9% 지지율을 얻으며 민주당 박영선 후보(29.2%)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질렀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0%p.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 위원장도 단일화 직후 “내가 국민의힘에서 할 수 있는 기여의 90%는 다했다”고 말했다. 

    단일화 승리의 핵심 전략으로 김 위원장의 포커페이스가 꼽힌다. 김 위원장은 ‘3자 구도 필승론’은 물론, 안철수 후보와 수시로 각을 세우며 속내를 감췄다. 급기야 당내에서 “김 위원장이 단일화를 원치 않는 것 아니냐” “사감에 당을 망치고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김무성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3월 18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실무협상에 또다시 방해꾼이 등장해 일을 그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오 전 의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무소속 홍준표 의원 역시 김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 위원장의 한 측근은 “김 위원장이 안철수 후보와 각을 세운 까닭은 단일화 시점을 조율하기 위해서였다. 국민의힘 경선 직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가 진행됐다면 승리를 담보하기 어려웠다. 오 후보의 지지율이 충분히 오를 때까지 김 위원장이 비판을 감수해가며 단일화 국면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단일화를 늦춰 여론조사 기간을 오 후보에게 유리한 평일로 재조정한 일 역시 김 위원장의 전략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샤이 진보 있다”

    국민의힘 한 비상대책위원 역시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려면 본인이 악역이 되거나, 단일화 시기가 늦춰져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안 후보가 초기 입당을 반대한 시점에서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의 측근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다음 날(4월 8일) 발표할 비대위원장 사퇴 담화문을 이미 써놓았다”며 “바뀌려면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요점으로, 국민의힘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맞닥뜨린 복병은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다. 

    7번의 선거를 모두 승리해 7선 의원을 지내는 등 선거에서 져본 적이 없다. 더욱이 이 전 대표는 자신의 강점을 ‘선거 보조’로 꼽는다. 2010년 발행한 대담집 ‘문제는 리더다’에서 스스로를 “리더가 맞지 않는 사람”이라며 “리더를 도와주는 데는 대단한 장기가 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두 번의 선거에서 모두 기획본부장을 했다”고 자평했다. 

    이 전 대표는 ‘여론조사 불신’을 전파하며 지지층 집결을 꾀하고 있다. 그는 3월 19일 방송인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선거가 아주 어려울 줄 알았는데 요새 돌아가는 것을 보니 거의 이긴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도 “지금의 여론조사는 지적받을 점이 많다. 객관성이 부족하고 나쁜 의도가 담긴 경우도 많다. 이번 선거는 아주 초접전”이라며 “어제 오늘 나온 여론조사는 신뢰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박영선 후보 선거캠프도 비슷한 태도다. 박영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진성준 전략기획본부장은 3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과 박영선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하지 않고 숨기는, 숨은 진보 지지층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객관적으로는 10%p 내외 격차라고 판단되나 이 정도는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론조사를 온전히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이 전 대표가 근거를 갖고 여론조사를 불신하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지지층이 사기 저하로 투표를 하지 않을까 우려해 한 말인 것 같다. 민주당은 네거티브 공세로 판세를 뒤집으려 하지만 지지율만 벌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열세에 놓인 박 후보를 적극 지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김 위원장은 ‘보궐선거 이후’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3월 24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년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데 본인(안철수)이 또 장애요인이 될 것 같으면 결정적으로 정권교체에 지장을 초래할 텐데 그 짓을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위원장의 관심이 국민의힘에서 윤석열 전 총장으로 이동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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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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