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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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여왕이 던진 ‘국정화’ 미끼 덥석 문 새정연

대통령 시정연설에 담긴 2가지 총선 전략…대야 선전포고+중도층 설득

  • 이종훈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입력2015-10-30 15: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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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공격적이다. 선거의 여왕답다. 내년 총선을 주도적으로 치르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읽힌다.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이라는 포장에도, 1만2407자에 달하는 긴 연설 가운데 불과 470자에 불과했음에도 연설의 초점은 역시 역사교과서 국정화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첫째, 대(對)야 선전포고였다. 이는 지지세력에 대한 결집 호소이기도 하다. 둘째, 중도층 설득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속에서 어느 편에 서야 할지 고민 중인 중도층을 끌어당기려 했다.

    박 대통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슈를 던진 데는 이유가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 문재인 대표와 친노(친노무현)계를 종북프레임에 가둘 수 있는 좋은 호재라고 봤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의도한 대로 문 대표와 친노무현계는 미끼를 덥석 물었다. 첫 반응이 당의 명운을 걸겠다는 것이었고, 대통령 초청 청와대 5자회동 뒤에 나온 반응은 내년 총선 이슈로 가져가겠다는 다짐이었다. 스스로 퇴로조차 차단한 격이다.

    이대로 가면 문 대표와 친노계는 내년 총선에서도 정권심판론을 전면에 내걸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선거 때마다 새정연이 전면에 내걸었지만 연패를 초래했던 바로 그 정권심판론이다. 문 대표와 친노계는 이제야말로 선거심판론이 먹혀들 최적의 시기가 왔다고 자신할 것이다. 그러나 표심이 그 방향으로 흐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무엇보다 식상하다.

    검정교과서는 무죄?



    종북 논란 끝에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에 대해 해산 결정을 내렸다. 그 과정에서 문 대표와 친노계 역시 종북숙주 논란에 휩싸였다. 종북숙주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에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당위론으로 종북성향 극복을 지적하고 나섰다. 문 대표와 친노계가 국정화에 반대하면 할수록 종북숙주 의혹이 더 짙어질 수밖에 없는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구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문 대표와 친노계는 거침없이 국정화 반대라는 폭풍 속으로 질주 중이다. 국정화 찬반 여론조사 결과 반대가 더 높게 나오는 것도 이들에게는 고무적일 것이다. 그러나 높은 국정화 반대 여론에도 새정연에 대한 정당 지지율과 대권주자로서 문 대표의 지지율은 답보상태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일까. 왜 새정연과 문 대표는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는 것일까. 민심을 정확하게 읽지 못한 탓이다. 국민여론은 이런 것이 아닐까.

    ‘국정화에 반대한다. 그렇다고 현행 검정교과서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반면 문 대표는 5자회동 직후에도 다시 현행 검정교과서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언급했다. 검정교과서는 무죄라고 단정적으로 선언해버린 것이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유죄 판결에 대해서도 무죄로 확신한다고 했던 문 대표다. 상식은 물론 법치주의에도 반하는 이 같은 확신에 국민은 이질감을 느낀다. 박 대통령은 이 틈을 노렸다. 시정연설에서 한편으로는 문 대표와 친노계를 밀어붙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중도층에게 집중 호소를 한 이유다. 시정연설 내용으로 돌아가보자.

    “역사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은 당연한 과제이자 우리세대의 사명입니다. 역사를 바로잡는 것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돼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중략) 집필되지도 않은 교과서,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두고 더는 왜곡과 혼란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거 여왕이 던진 ‘국정화’ 미끼 덥석 문 새정연

    박근혜 대통령이 10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위).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는 동안 야당 의원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의미로 모니터 뒷면에 ‘국정교과서 반대’라고 쓴 종이를 붙여놓았다.

    이 부분이 바로 대야 선전포고, 곧 지지세력 결집을 지향한 발언이다. 문 대표는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전날 국정화 포기선언을 요구한 바 있다. 이 요구를 비웃기라도 하듯 박 대통령은 오히려 정면 돌파 의지를 확고하게 드러냈다.

    “일부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역사왜곡이나 미화가 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지만, 그런 교과서가 나오는 것은 저부터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부분이 바로 중도층에 대한 설득이다. 혹시 국정교과서가 보수편향 또는 역사왜곡으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대한 화답인 셈이다. ‘대통령이 이렇게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면 한 번 믿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반응을 의도한 언급이다.

    이율배반 자각 없인 미래 없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가는 속에서도 박 대통령 지지율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소폭 떨어진 여론조사 결과도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폭락세로 보기는 어렵다. 문 대표의 지지율이 반등세로 돌아서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내년 총선까지 이어지는 한 박 대통령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낚싯대를 힘차게 당길 공산이 크다. 풀어줬다 당겼다를 반복하면서 문 대표와 친노계라는 물고기를 뜰채 속으로 유인해나갈 것이다. 문 대표와 친노계가 낚싯바늘을 뺄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지금처럼 정반대 방향으로 질주해서는 기회를 잡기는커녕 힘만 소진할 뿐이다.

    새정연이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당시 내건 스티커의 내용은 ‘민생우선’과 ‘국정교과서 반대’ 2가지였다. 이종걸 원내대표의 지적이 새정연의 인식을 잘 보여준다.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민생을 외면한 채 국정화가 최고존엄 사업임을 못 박았다.” 그런데 새정연 역시 국회에서 민생을 챙기기보다 거리로 나가 국정교과서 문제에 매달리고 있다. 대법원 판결도 믿지 못하겠다는 정당이 국정화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한다. 이런 이율배반에 대한 자각이 없는 한, 문 대표와 친노계가 주도하는 새정연에는 희망이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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