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는 여성의 평생 숙제다. 여고 시절부터 대학, 취업, 출산 시기까지 누구나 ‘내일부터 진짜 다이어트해야지’라는 다짐을 수없이 한다. 단백질과 채소 위주의 식단과 적절한 운동이 다이어트 성공에 이르는 정공법인 줄은 알지만 독한 마음을 먹지 않는 이상 실천하기 어렵다. 그 대신 다이어트를 도와줄 적절한 식이요법과 보조제를 찾는다. 원푸드 다이어트, 단백질 다이어트, 클렌즈 다이어트 등 종류도 셀 수 없이 많다.
식초 내 유기산이 비만 방지
다이어트를 돕는 바나나식초는 바나나, 흑설탕, 식초를 1 대 1 대 1 비율로 담가 실온에 일주일가량 두면 된다. [동아DB]
특히 발효식초에 들어 있는 각종 유기산은 체내에서 다양한 기능을 한다. 발효식초는 초산, 구연산, 아미노산 등 수십여 종류의 유기산을 함유하고 있는데 유기산은 영양소 흡수를 촉진하고, 산화물질을 제거하는 항산화 효과가 있으며, 항당뇨·항암 등 각종 효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와 함께 식초는 체내 인슐린이 상승하는 것을 막고 포만감이 오래 유지되도록 도와 체중 감량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2016년 4월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 대학 연구팀이 비만 상태 성인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식초를 섭취하게 해 체중 감량 결과를 도출해냈다고 전했다. 캐럴 존스턴 애리조나주립대 교수 연구팀은 비만 상태 성인에게 녹말 성분이 포함된 식사를 하기 전 사과식초를 한두 숟가락 먹게 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식초가 혈당 증가를 막고, 녹말 성분 가운데 일부를 식이섬유 성분으로 전환해 흡수를 막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식초를 섭취한 사람의 체내 공복 혈당 수치가 섭취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낮았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의 연구에서도 상관관계가 드러났다. 지난해 9월 CJ제일제당은 이재준 조선대 식품영양학과 교수팀과 공동으로 자연발효식초 연구를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체지방 개선에 효과가 있음을 발견했다. 연구에 따르면 8주 동안 고지방 식사와 자연발효 사과식초를 동시에 섭취한 실험군의 체중이 고지방 식사만 한 대조군에 비해 14% 감소한 것. 혈중 중성지질과 콜레스테롤 수치도 줄어들었고, 간에서 지방 축적도 억제됐다. 해당 연구는 식품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식품영양연구저널’에 등재됐다.
이처럼 다양한 연구를 통해 식초가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식초가 체중 감량을 직접 돕는 것이 아니라, 체내에서 여러 기능을 하면서 체중 감량이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은 “한의학에서 식초는 간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은 봄을 상징하는 만큼 식초가 우리 몸에 생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식초를 섭취하면 일차적으로 간 기능이 회복되고 이후 신진대사가 원활해져 소화와 배변 활동이 잘 되는데, 이러한 사이클을 통해 결과적으로 체중 감량에도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윤억 한국전통식초협회 부회장은 “콜레스테롤이나 소금의 과다 섭취는 고혈압을 유발하고 비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식초에 든 유기산은 체내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지방 분해를 촉진해 비만과 고혈압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화를 도와 체내 노폐물이 배출되게 하므로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식초는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장 기능을 강화해 영양분의 소화와 흡수를 돕는다. 특히 장내 유해균을 사멸시켜 변비와 치질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장 기능을 도와 소화 기능 개선에 도움을 주는 만큼 체중 감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체중 감량에 효과적일 수 있지만 과하면 독이 된다. 식초는 기본적으로 아세트산이라 부르는 초산 외에도 젖산, 글루콘산, 숙신산 등 여러 유기산으로 구성돼 있어 많은 양을 한꺼번에 섭취할 경우 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용량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적인 식초 섭취량은 1회 식사에 10mℓ, 하루 총 30mℓ(소주 한 잔 분량)로 알려져 있다.
희석해 마시고, 다른 음식과 함께
2006년 대상 청정원이 ‘마시는 홍초’를 출시할 당시 행사 모습. [동아DB]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은 직접 과일 식초를 담가 먹기도 한다. 가장 유명한 것이 파인애플식초와 바나나식초다. 파인애플 혹은 바나나, 흑설탕, 식초를 1 대 1 대 1 비율로 섞어 실온에 일주일 동안 둔 뒤 냉장고에 넣고, 적절한 비율로 물에 희석해 식전 혹은 식후에 마시면 된다.
음료로는 식초요구르트가 있다. 우유나 두유 1컵에 발효식초 2숟가락을 넣어 식전이나 식후에 섭취하면 칼슘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또 식초버몬트를 만들어 먹을 수도 있는데 식초 40%에 벌꿀 60% 비율로 섞어 두었다 1 대 5 비율로 물에 희석해 음료로 마시면 된다. 벌꿀 대신 매실 진액이나 과일 농축액 등을 섞어도 좋다.
다이어트 중이라면 단백질 식품과 함께 먹을 수도 있다. 유리병에 유정란 개당 식초 180~210mℓ를 넣어 껍질이 녹으면 달걀을 조심히 꺼내 달걀막을 걷어낸 뒤 골고루 섞어 냉장고에 보관해두고 식후 30mℓ가량 마시면 효과적이다. 이것을 초밀란이라고 하는데, 칼슘과 레시틴이 풍부해 영양을 챙기면서 다이어트도 할 수 있다. 이 밖에 기본적으로 각종 채소와 과일에 식초, 과일청을 혼합해 버무려 먹으면 식사 대용 다이어트 식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