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고스톱에서 유래한 표현들을 종종 들을 수 있다. 그만큼 고스톱은 한국 사람에게 무척 익숙한 놀이다. 고스톱 판돈이 너무 크면 도박으로 처벌받지만, 명절에 가족이나 친지 간 약간의 금전이 오가는 정도는 처벌받지 않는다 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스톱은 참여자들끼리 합의하면 때에 따라 다른 규칙을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다음 3가지 규칙은 어디를 가나 공통이다.
첫째, 48개 패 가운데 같은 성격의 패를 일정 개수 이상 모으면 점수가 난다. 피는 10개를 모으면 1점이고 피 하나씩 추가될 때마다 1점씩 올라간다. 띠도 5개면 1점이고 추가될 때마다 역시 1점씩 올라간다. 광 3개면 3점, 다만 비광이 섞여 있으면 2점으로 친다. 또 ‘약’이 있다. 고도리는 5점, 청단·홍단은 각 3점이다. 이처럼 고스톱의 기본 규칙은 다르지 않다.
둘째, ‘박’ 개념이다. 상대가 피로 점수를 냈는데 내가 피를 6장 이상 못 먹으면 ‘피박’을 쓴다. 또 상대가 광을 모아 점수를 냈는데 내가 광을 하나도 못 먹으면 ‘광박’이다. 이 경우 내야 할 돈이 2배로 늘어난다. 빨리 점수를 낼 생각만 하다 다른 사람이 점수를 내 박을 맞으면 손실이 엄청나게 커진다. 점수를 못 낼 경우 박을 피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셋째, 3점이 넘으면 ‘고(go)’나 ‘스톱(stop)’을 할 수 있다. ‘스톱’이라고 하면 놀이가 끝나고 ‘고’를 선택하면 한 번 할 때마다 1점씩 추가되며 3번 ‘고’를 한 뒤 점수를 내면 원점수의 2배를 받을 수 있다. 물론 ‘고’를 했는데 상대가 점수를 내면 ‘고박’을 맞는다.
고스톱의 3가지 규칙
이 같은 고스톱의 3가지 규칙은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3가지 원칙과 놀라울 만큼 일치한다. 먼저 점수(투자 수익)를 내려면 점수를 내는 여러 방법을 잘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수익을 내는 방법은 개별 주식뿐 아니라 채권, 펀드, ETF(Exchange Traded Fund) 등 다양하므로 그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두 번째, 점수를 내려고 한 가지만 집중적으로 모으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자율 하락을 예상해 미국 국채에만 투자했다고 치자. 물론 그 상황이 지속되면 예상대로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런데 경기가 예상 밖으로 좋아져 이자율이 올라가면 기대했던 수익은커녕 큰 손실을 입는다. 이를 방지하고자 여러 곳에 나눠 투자하는 분산투자를 권한다. 고스톱에서 점수를 내지 못하더라도 피박, 광박을 면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말이다.
세 번째, 투자자가 계속 투자할 것인지, 수익을 실현할 것인지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어느 시점에서 ‘고’나 ‘스톱’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단기투자는 물론, 장기투자도 마찬가지다. 애초 자산의 30%를 장기투자 관점에서 채권에 투자했는데 채권 가격이 많이 올라 3년 후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채권 비중이 40%로 늘었다고 해보자. 이 경우 원래 목표치인 30%로 맞추려면 일부를 팔아 수익을 실현할 필요가 있다. 수익 실현 시기를 33%일 때로 할지, 40%일 때로 할지를 결정하는 것을 ‘리밸런싱’이라고 한다.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투자 상품을 잘 이해하고,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하며, 주기적으로 리밸런싱을 해야 한다. 고스톱 규칙을 숙지하지 못하고 시작하면 다른 사람의 조언을 들을 수밖에 없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고스톱 판돈은 무엇보다 재정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월급으로 근근이 살면서 점당 수만 원짜리 고스톱을 친다면 그건 도박이다. 투자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잊지 말자.
영주 닐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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