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10

2021.10.15

해저터널로 도쿄·베이징行…‘동북아 환상 고속철도·도로’ 이니셔티브

‘동아시아판 ECSC’ 한중일 협력사무국 구상

  • 백범흠 한중일 협력사무국 한국대표

    입력2021-10-20 10:00:0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한중일 협력사무국 어우 보첸(歐渤芊) 사무총장, 사카타 나츠코(坂田 奈津子) 사무차장(왼쪽부터)과 직원들. [박해윤 기자]

    한중일 협력사무국 어우 보첸(歐渤芊) 사무총장, 사카타 나츠코(坂田 奈津子) 사무차장(왼쪽부터)과 직원들. [박해윤 기자]

    한중일 3국은 19세기 중엽 이후 국가 존망이 달린 도전을 각자의 방법으로 극복하고 국제사회에서 주목받는 나라로 성장했다. 2021년 현재 이 3개국은 세계적으로도 부강한 나라들이다. 가장 중요한 국력 지표인 경제력 측면에서 한국, 중국, 일본은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집계 기준 국내총생산(GDP)이 각각 세계 10위, 2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군사력 면에서도 한국, 중국, 일본은 세계 6위, 3위, 5위다(GFP(Global Firepower) 세계 군사력 지수 기준). 세 나라 중 가장 면적이 작고 인구가 적은 한국만 해도 주요 7개국(G7) 수준의 국력을 지녔다.

    미국 시사전문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는 올해 한국 국력을 G7 국가 이탈리아, 캐나다보다 앞선 세계 8위로 평가한 바 있다. 경제력과 군사력 등 하드파워(hard power)는 물론, 한류로 상징되는 소프트파워(soft power)도 세계 수준에 도달했다. 한중일 세 나라가 자리한 동아시아의 영향력은 미국, 캐나다가 속한 북미(北美)나 러시아, 독일, 프랑스 등이 속한 유럽을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압도적으로 긴 평화 교류 시기

    한중일은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에서 고대부터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으로 교류했다. 가까운 이웃으로 수천 년이나 살 비비며 살아온 것이다. 세 나라를 구성하는 민족과 언어는 다르나, 일견 생김새가 비슷하고 음식이나 전통복식도 일부 유사한 점이 있다. 가령 한중일은 황허(黃河) 중류 지역에서 탄생한 한자(漢字)를 수용해 각자 언어 환경에 맞게 발전시키는 등 공통성 속에서도 다양성을 키웠다. 전쟁 등 갈등을 겪은 시기도 있었지만 평화적으로 교류·교역한 시기가 압도적으로 길었다.

    동아시아 주도권을 가장 오랫동안 확보한 나라는 중국이다. 국토 면적이나 인구 규모 면에서 한반도와 일본열도를 앞선다. 근세 이전만 하더라도 중국의 문화, 과학기술 수준은 한국이나 일본에 비해 뛰어났다. 전근대 한국과 일본은 중국으로부터 여러 문물과 기술, 제도를 받아들였다. 중국 우위의 삼국관계는 근대로 접어들면서 역전됐다.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통해 근대화에 성공했지만, 조선은 문호를 닫아걸고 외부와 교류를 거부하면서 멸망의 길을 걸었다. 1945년 해방 이후 한국은 분단, 전쟁을 겪고 한때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근대화 물결 속 부침을 겪은 것은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1840년 아편전쟁에서 패하고 근대화 시도마저 좌절되면서 동아시아 주도권을 일본에 넘겨줬다. 1895년 중국, 1905년 러시아와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동아시아 주도권을 잡는 데 성공하고 한반도와 중국 일부를 점령하기까지 했다. 현대 동아시아 세 나라는 빠르게 발전했다. 한국은 1960년대 시작된 급속한 경제성장 결과 경제·군사·문화적으로 G7 수준 국가로 발전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1950년 6·25전쟁을 계기로 부흥해 2009년까지 세계 두 번째 경제대국 위상을 누렸다. 1990년대 이후 급부상한 중국은 2010년 일본 경제력을 역전하고 다시금 동아시아 주도권을 쥐는 듯하다.



    중국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 한중일 교역과 투자, 인적 교류는 세계 어느 지역보다 빨리 늘어났다. 유학생 등 미래 세대의 교류도 괄목할 정도로 증가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사태 전 세 나라의 교류는 무척 활발했다. 2019년 한중, 한일, 중·일 무역 규모는 각각 2400억 달러(약 287조6640억 원), 760억 달러(약 91조936억 원), 3100억 달러(약 371조5660억 원)에 달했다. 한중, 한일, 중·일 항공편 수는 각각 14만 편, 11만 편, 15만 편이었고 인적 교류 규모도 각각 900만 명, 760만 명, 1100만 명에 달했다(2018년 기준). 지속되는 코로나19 사태에도 동아시아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활발히 교역하는 지역이다.


    한중일 항구적 평화 추구

    인적·물적 교류 빈도에 비해 한중일의 정치적 긴밀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이를 극복하고자 한중일 세 나라 지도자들은 2011년 9월 동아시아 평화와 공동번영을 굳건히 하고자 한중일 협력사무국(Trilateral Cooperation Secretariat·TCS)을 창설했다. 한중일이 주기적으로 개최하던 삼국 정상회의를 넘어 협력을 제도적으로 증진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TCS는 역내외 국가들과 갈등 및 전쟁으로 오랫동안 고통을 겪은 한중일 세 나라에 항구적 평화를 가져오고 공동번영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국제기구다.

    TCS 창설 이후 한중일의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교류가 더 활발해졌다. 다만 세 나라 모두 민족주의가 고조된 결과 최근 상호 적대적 감정이 종종 표출되고 있다. TCS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발 벗고 나섰다. 현재 TCS가 구상하는 대표 프로젝트가 한국, 일본, 중국을 대한해협과 서해 해저터널로 연결하는 ‘동북아 환상(環狀) 고속철도·고속도로 이니셔티브(Northeast Asia Ring Railway & Expressway Initiative)’다. 이 구상이 현실화하면 한중일 국민은 승용차나 고속철도로 한일·한중 해저터널을 통해 12시간 안에 서울과 경북 경주, 일본 도쿄와 교토, 중국 베이징과 시안을 방문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교류가 촉진돼 각국 국민의 상호 이해와 친밀감 또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한중일 협력사무국 TCS가 서유럽 공동번영에 기여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 사무국과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

    *포털에서 ‘투벤저스’를 검색해 포스트를 팔로잉하시면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