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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약식기소 셀트리온, 법원 장고 까닭은?

검찰 “시세차익 노리지 않았다” 가벼운 처벌…법원은 2개월째 조치 없어 추측 난무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약식기소 셀트리온, 법원 장고 까닭은?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의 주가조작 혐의는 과연 유죄인가 무죄인가. 또한 검찰이 청구한 약식명령과 벌금은 합당한 처벌인가. 검찰이 6개월여 수사 끝에 셀트리온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청구한 약식명령(벌금형)에 대해 법원이 2개월 가깝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공판 절차가 필요 없다’는 검찰 측 판단을 재판부가 뒤집고 직권으로 정식재판을 열 가능성도 있어 향후 법원 결정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금융조세조사1부(부장검사 장영섭)는 5월 15일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고발된 서정진(57) 셀트리온 회장을 약식기소했다. 또한 같은 혐의로 김모 셀트리온 수석부사장과 이모 주주동호회 회장, 셀트리온 등 관련 법인 4곳에 대해서도 함께 약식재판을 청구했다.

약식기소는 벌금형을 내릴 수 있는 범죄의 경우 검찰이 이런저런 사정을 고려해 피고인에게 벌금 납부를 명령하는 제도로 일종의 서류재판이다. 검찰이 법원에 얼마의 벌금형을 내리겠다고 청구하면 판사가 그 내용을 살펴보고 약식명령을 내릴 때 효력이 발생한다. 일부 벌금이 감형되는 경우가 있지만 검찰이 명령을 청구하면 대부분 법원이 이를 받아주는 게 관행화돼 있다. 피고인은 벌금이 많다고 생각하면 항소할 수 있는데, 실제 항소해 재판부가 사안에 따라 벌금을 깎아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중대한 사안인데 서류재판 왜?

약식기소 셀트리온, 법원 장고 까닭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013년 4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별관에서 보유 지분 매각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 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증권선물위원회가 고발할 당시 서 회장과 각 피의자에 대한 혐의는 2012년 5월부터 2013년 1월까지 원활한 자금 조달과 실적 논란에 따른 주가 급락을 막으려고 계열사 사장, 회사 임원과 짜고 계열사의 법인 자금 등을 동원해 총 3차례에 걸쳐 주가를 조작한 것이었다. 또한 주가조작을 하면서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혐의도 적용됐다. 하지만 6개월이 넘는 수사 끝에 내놓은 검찰 측 판단은 많이 달랐다.



검찰은 2011년 5~6월, 같은 해 10~11월에 있었던 1, 2차 시세조종 의혹의 경우 관련 공시와 거래소 신고 등 절차를 이행했고 일시적으로 공매도 물량을 매수했을 뿐 시세조종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반면, 지난해 1월 발생한 3차 시세조종 의혹에 대해서는 셀트리온 측이 자사주 매입 외에도 지주회사, 계열사, 우리사주조합, 이 주주회장 계좌 등 다수 계좌를 이용해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한 점을 인정했다.

사안이 중대하고 한때 여론을 뜨겁게 달궜던 주가조작에 대해 약식기소라는 가벼운 처벌을 내린 데 대해 검찰은 “서 회장 등이 한 주식 매입이 시세차익을 노린 시세조종과는 다른 것으로 판단했고 공매도의 93% 이상이 외국인에 의한 것으로 조사돼 공매도 세력에 대한 회사 차원의 대응이 어느 정도는 불가피했던 점을 고려, 약식기소를 했다”고 해명했다. 즉 3건의 시세조종 혐의 중 2건이 수사 결과 사실과 다르고, 나머지 1건의 경우 주가조작은 했지만 시세차익을 노리지 않은 데다 실제 시세차익도 발생하지 않아 약식기소를 했다는 뜻이다.

이처럼 검찰이 약식기소 배경에 대해 설명했지만 셀트리온과 서 회장 등에 대한 약식기소 소식이 알려지자 법조계 주변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고발 주체는 증권범죄의 기초 수사 자료를 제공하는 증권선물위원회였지만, 이들이 고발장에 담은 혐의 내용은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등 금융 사정당국과 검찰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실제 기초 수사나 조사를 한 후 “혐의가 충분하다”는 공감대 위에 작성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주가조작 혐의 등 굵직한 사건들을 예년보다 빨리 처리했다”고 자랑 섞인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이번 사건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해 증권범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한 직후 금융 사정당국과 검찰이 자신들의 성과라며 내놓은 사안이기도 했다.

정치적으로 이처럼 민감한 사안에 대해 검찰이 최종적으로 1건의 시세조종 혐의만 인정하고 약식기소 결정을 내리자 법조계에선 “힘 있는 자 봐주기다” “솜방망이 처벌이다” “정권 차원의 결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등 각종 의혹과 불만이 터져 나왔다. 검찰 내부 한 관계자는 “형사소송법에는 ‘사실관계에 다툼이 없고 형량도 어느 정도 정해진 사건에 대해 약식절차에 따라 형을 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사건의 당초 고발 주체인 증권선물위원회는 아직도 3건의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이며 서 회장 등이 실제 시세차익을 얻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렇게 사실관계에 다툼이 있는데 어떻게 공판이 없는 약식기소 결정이 내려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 검찰 내부에서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검찰의 약식기소 방침이 알려진 후 뒤늦게 공개된 각 피의자의 벌금은 또 한 번 법조계를 놀라게 했다. 각 피의자에게 검찰이 법원에 낸 양형의견, 즉 벌금 총합이 13억 원에 달했던 것. 검찰은 서 회장과 김 수석부사장, 이 주주회장에게 각 3억 원, 4개 법인에 각 1억 원씩 모두 13억 원의 벌금형에 처할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문제는 지금까지 약식기소, 즉 약식재판을 통해 부과된 벌금형이 1억 원을 넘어간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점.

한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약식기소는 주로 교통사고나 단순 폭행 등 가벼운 사건에 적용되는데, 사실 수천만 원의 벌금형도 나오기 힘들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의 약식기소와 10억 원대의 벌금형은 정말 이례적인 일이다. 벌금형도 양형의 한 부분인데 그 정도 벌금을 매길 정도면 서류재판인 약식기소 대상이 아니다. 누가 봐도 이상하다. 있을 수 없고, 지금까지 있지도 않은 결정을 검찰이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저런 사연 때문일까. 검찰의 약식명령 청구를 받은 서울중앙지방법원 11단독 재판부(우인성 판사)는 1개월 3주일이 지난 7월 3일 현재까지 약식명령 서류에 서명하지 않고 있다. 보통 검찰의 약식명령 청구는 빠르면 일주일, 늦어도 한 달 안에 법원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지는 게 관례인데도 두 달 가까이 법원의 결정이 나오지 않자 재판부의 직권 정식재판 회부설이 나오고 있다.

정식재판 열 수 있을까

형사소송법은 법원 판단에 따라 직권으로 약식기소를 정식재판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과 관련해 약식기소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에 대해 법원이 “신중한 심리가 필요하다”며 직권으로 재판에 회부한 게 좋은 사례다. 그 밖에도 국회 증인 불출석으로 고발당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1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약식기소됐다 정식재판에 회부된 바 있다.

금융사건 전문 한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상 주가조작 혐의는 시세차익이 중요하지 않으며 가장 중요한 쟁점은 시세를 조종했는지 여부다. 서 회장은 공매도에 대응하려고 시세조정에 나서 목적한 바를 이뤘기 때문에 단순하게 시세차익을 거뒀는지 여부를 보고 약식기소 방침을 정한 건 타당하지 않다. 법원도 이를 두고 정식재판을 할지 고민 중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법원 내부 한 관계자는 “검찰의 약식기소에 문제가 많아 보이지만 그렇다고 재판부가 쉽게 정식재판 회부를 결정하지 못할 것이다. 금융사건은 회계와 주식시장에 대한 전문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검찰이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선 오히려 역풍을 만날 수 있다. 판사가 정식재판을 직권으로 열었다 오히려 셀트리온에게 무죄라는 선물을 줄 가능성조차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이래저래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4.07.07 945호 (p34~35)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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