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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타고 활 쏘는 전통 마상무예 올림픽 종목 만들 것”

세계 마상무예 대부 김영섭 세계기사연맹 의장

  •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말 타고 활 쏘는 전통 마상무예 올림픽 종목 만들 것”

“말 타고 활 쏘는 전통 마상무예 올림픽 종목 만들 것”
8월 11일부터 사흘간 강원도 속초 영랑호에 있는 ‘화랑도체험장’에서 이색 대회가 열렸다. ‘인류의 문화유산-기사(騎士)’라는 주제로 개최한 세계기사선수권대회다. 지방권 뉴스에서 간단하게 소개한 행사였지만 미국, 일본, 이란, 브라질 등 전 세계 6개국에서 마상무예 선수단 60여 명이 참가한 세계적 대회다. 올해로 8회째라는 짧지 않은 ‘내공’도 지녔다. 게다가 유엔 산하 유네스코(UNESCO)를 비롯해 우리나라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으로부터 공식 후원도 받는다.

줄곧 이 대회를 주관해온 ㈔한민족전통마상무예격구협회 김영섭(55) 회장을 만났다. 세계 30여 개국이 참가하는 세계기사연맹 의장직도 겸임하는 김 회장은 세계 기사들의 ‘대부’로 통하는 인물이다. 이번 한국 대회의 종합우승자 알리(이란)를 비롯해 외국인 기사들은 김 회장 앞에서 마스터를 모시듯 깍듯한 태도를 보였다.

기사 하면 중세 유럽에서 말을 타고 철갑옷에 긴 창을 든 무사가 떠오른다. 우리나라에서 세계기사선수권대회가 열린다는 것이 어쩐지 낯선 느낌이다.

“기사라는 단어가 나오면 중세 유럽보다 훨씬 앞선 고구려 무용총의 수렵도나 덕흥리 벽화 고분 ‘기마사희도(騎馬射戱圖)’를 연상하는 것이 순서일 텐데, 우리가 우리 문화를 제대로 알지 못한 때문이지 싶군요. 비슷한 예로 서양 폴로(POLO) 하면 말을 타고 시합하는 하키 같은 것으로 쉽게 연상하는데, 폴로보다 훨씬 재미있는 ‘격구’ 하면 대부분 잘 몰라요.”

김 회장이 지속적으로 세계대회를 여는 것도 대중에게 낯설어진 우리 전통의 마상무예를 친숙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아울러 그는 “마상무예를 전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인이 즐기는 스포츠로 도약할 수 있도록 마상무예를 현대식 게임 방식으로 발전시켰다”고 밝힌다. 그런 방식이 마상무예를 익히는 전 세계 기사들에게 먹혀들어 ‘스승’ 대접을 받는다는 것.



무예도보통지 복원

마상무예는 구체적으로 어떤 경기일까.

“마상무예는 사람과 말이 혼연일체가 돼 창, 검, 활 같은 무기를 다루는 무술이에요. 말에서 떨어지지 않고 무기를 잘 다루려면 고도의 집중력과 신체감각이 필요하죠. 그래서 조선시대 세종대왕도 마상무예 가운데 하나인 격구를 무인(武人)이 갖춰야 할 기술로 여겨 중요시했어요. 현재 세계기사연맹에서 공식 경기로 채택한 것은 말을 타고 달리면서 활로 과녁 맞히기(단사, 속사, 연속사 3종목)와 모구(毛球)예요. 모구는 싸리나무로 60cm 크기의 구(球)를 만든 뒤 가죽으로 싼 공을 기사가 말을 타고 끌면서 내빼면, 상대편 기사가 뒤에서 쫓아가면서 활을 쏘아 공을 맞히는 경기인데 이번 대회에서는 동서양 대결로 치렀어요.”

내년에는 폴로를 능가하는 격구 경기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격구는 말을 타고 장시(杖匙)라는 채를 이용해 공을 골문에 넣는 경기다. T자형 채를 가진 폴로는 전후로만 움직일 수 있지만 장시는 전후좌우로 다 움직일 수 있어 훨씬 역동적이라고 한다.

김 회장은 현대인에게 잊혀가던 전통 마상무예를 복원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선조가 남긴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 덕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무예도보통지’에 기록된 마상무예의 경우 이론적 성격이 강했다. 기마를 위한 말 고르기, 말 길들이기, 낙마 방지법, 마상무예 실연상의 문제점 등 실제적인 내용이 누락된 것. 이러한 상황에서 마상무예를 복원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낙마로 인한 부상자가 속출했고 재정적 뒷받침도 전무해 오로지 정신력 하나로 문제를 해결해왔다고 한다. 이렇게 10여 년간 산고를 겪은 끝에 마침내 1994년 8월 28일 마상무예를 최초로 복원했다고 공식 발표했으며, 2002년 10월 1일 마상무예의 모든 복원 작업을 완료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은 마상무예에 관한 한 세계 제일의 실력과 기술을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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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타고 활 쏘는 전통 마상무예 올림픽 종목 만들 것”

마상무예 종목인 모구.

김 회장은 이렇게 복원한 마상무예를 널리 알리려고 대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실제로 7월 강원도생활체육회(회장 임호순)와 공동으로 전국 7개 대학의 체육, 무술 전공 학생 30명을 대상으로 ‘마상무예 전수자 육성 교육’을 성황리에 마쳤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 가운데 상당수가 이들 전수자 교육을 받은 대학생이다.

김 회장이 마상무예에 바친 세월만 30년. 자신을 도가(道家) 무예 집안 출신이라고 밝힌 그는 운명처럼 마상무예 보급에 빠졌고, 우리식 마상무예 경기 방식을 세계인이 따라할 만큼 널리 퍼뜨렸다.

“전통 마상무예를 현대 경기 방식으로 퍼뜨리는 과정에서 우리 마상무예가 세계 규범이 돼버렸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나라가 종주국처럼 됐죠. 결국 전통 문화의 한류가 이루어진 셈이에요.”

김 회장은 그러면서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결과는 이렇게 뿌듯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해도 성취하기 힘든 일을 개인이 이루기까지 지난했던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묻어 있었다. 김 회장은 중국이 1980년대에 100억 원이 넘는 투자로 소림무술을 전 세계에 알려 현재 막대한 관광수입을 올리는데, 우리 마상무예는 그것보다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자신한다. 마상무예는 문화, 관광, 교육이 한꺼번에 이뤄지는 훌륭한 문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한민족과 마상무예

고구려 무용총 수렵도에도 등장… 조선시대엔 무과시험 과목


“말 타고 활 쏘는 전통 마상무예 올림픽 종목 만들 것”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현에 있는 고구려 고분 무용총(舞踊塚). 5~6세기에 조성한 이 고분은 ‘수렵도(狩獵圖)’라는 벽화로 유명하다. 산악지대에서 말을 타는 무사 4명이 활을 쏘며 사냥하는 장면을 그렸다. 한 무사가 호랑이를 쫓아가면서 활시위를 당기는가 하면, 다른 무사는 상체를 뒤로 돌린 채 오른편 뒤쪽에 있는 사슴을 향해 활을 쏜다. 고구려 마상무예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고분 벽화다.

고구려는 해마다 봄과 가을에 사냥대회를 열었다. 기마민족의 후예답게 고구려는 마상무술에 뛰어난 역량을 보였다. 덕흥리 고분벽화의 ‘기마사희도’에는 마상무술 경기 장면, 안악 3호분의 마사도(馬舍圖)에는 말을 사육하는 마사가 나온다. 즉 마정(馬政)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고려에는 신기군(神騎軍)이라는 기병이 있었다. 여진 기병에 대항하려고 편성한 특수부대로, 말을 가진 자는 모두 신기군에 편입시켰다. 무인 집권 시에는 고려를 침공한 몽골군에게 영향을 받아 마별초라는 기병제도를 운영했다. 당시 최고 실력자인 최우(崔瑀)는 마별초를 통해 기사를 단련하고 수렵을 즐겼으며, 무인들은 마상무예를 위해 격구를 많이 했다. 최근 MBC TV 드라마 ‘무신’에서 격렬하게 격구를 하는 고려 무인의 모습이 나와 시청률을 높이기도 했다. 조선에서도 격구를 중요한 마상무예로 다뤄 무과시험과목에 포함시켰다.

마상무예가 체계화한 것은 1790년(정조14년)에 실학파로 유명한 이덕무와 박제가가 무관인 백동수에게 도움을 받아 펴낸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에 의해서다. 여기에는 기창(騎槍), 마상쌍검, 마상월도, 마상편곤 4기와 격구, 마상재 2기 등 모두 6기의 마상무예가 포함돼 있다. 그러다 일제강점기에 들어가면서 맥이 끊기는 비운을 맞았다.




주간동아 2012.08.20 851호 (p48~49)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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