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5

2011.09.26

스마트 강원대학교 글로벌 명문大로 간다

경춘선 복선전철로 서울서 40분대, 범수도권 편입…바이오 의약품 등 사이언스밸리 조성 착착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1-09-26 10: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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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 강원대학교 글로벌 명문大로 간다
    ‘“두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음악과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열차의 굉음이 저를 상념에 젖게 해요. 지하철 차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강, 그리고 이름 모를 산, 그 모든 것이 햇살 아래 빛나죠. 매일 오가며 보는 광경이지만 볼 때마다 무척 아름다워요. 비가 오는 날도, 흐린 날도 그 나름의 정취가 있죠. 그러곤 무심히 고개를 돌려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봐요. 삶이 보이거든요. 무엇을 써야 할지가 떠오르죠.”

    수시 지원자 50%가 수도권 학생

    서울 상봉역에서 경춘선 복선전철을 타고 강원도 춘천의 남춘천역(강원대역)까지 통학하는 박유진(26·강원대 스토리텔링학과 3학년) 씨는 등·하굣길 1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다. 도심 한복판에서 자란 그에게 등·하굣길의 전철 안팎은 오롯이 창작 공부의 밑거름이 된다. 그는 “작품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이만한 시간이 없다. 등·하교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서울 도심에서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고 1시간 이상을 짜증스럽게 통학하는 친구들은 그런 그가 부럽다.

    강원대가 2009년 동서고속도로와 2010년 12월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상봉역-남춘천역 구간 1시간 소요) 이후 범수도권 명문대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3일 마감한 2011 정시모집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2009년 4.75:1의 경쟁률이 6.32:1로 크게 오른 것. 특히 2003명을 뽑는 수시모집에선 강원대가 수도권 대학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6.68:1의 경쟁률을 보인 수시 전체 지원자 1만3375명 가운데 50%인 6712명이 서울 등 수도권 지역 고등학교 출신으로 드러난 것.

    이런 지원 현상은 2011 정시모집 합격자 현황에서도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보통 수도권 학생은 수도권에서 가까운 국립대와 서울 사립대에 원서를 낸 후 모두 합격하면 서울권의 대학을 선택하지만, 강원대는 달랐다. 전체 합격자 2188명 가운데 수도권 출신 학생은 절반 이상인 1132명(51.7%)으로, 전년 46.7%보다 크게 늘었다. 특히 인천과 경기 지역 학생의 비중은 소폭 증가하거나 오히려 감소한 데 반해, 서울 출신 학생은 508명(23.2%)으로 전년(17.5%)보다 크게 늘어나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의 위력을 보여줬다.



    스마트 강원대학교 글로벌 명문大로 간다
    강원대에 대한 서울 지역 학생들의 인기는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올 12월 서울 용산역에서 강원대역(남춘천역, 상봉역 경유)까지 42분 만에 주파하는 급행열차가 개통하면 웬만한 서울 지역 대학보다 접근성이 더 좋아지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8시에 집에서 출발하면 9시 첫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얘기다. 등록금 절감, 취업 같은 국립대의 이점과 강원대의 교육 펀드멘탈이 날로 좋아지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폭발적인 성장을 점칠 수 있는 대목.

    실제로 8월 16일 마감한 강원대 수시모집(2차·모집 인원 1713명)에는 1만3617명이 지원해 7.95:1의 높은 경쟁률(지난해 6.68:1)을 보였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지역 수험생은 58.53%(지난해 50%)로 크게 늘어난 반면, 춘천과 강원 지역 수험생은 29.15%로 오히려 줄었다. 간호학과(모집 인원 12명)에는 529명이 몰려 44.08:1의 경쟁률을 보였고, 수의예과(모집 인원 8명)는 334명이 지원해 41.75: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2006년 강원대(춘천캠퍼스)와 통합한 옛 삼척대의 삼척캠퍼스, 도계캠퍼스의 경우에도 향후 10년간 획기적으로 좋아진 교통 인프라의 덕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로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과의 거리가 그만큼 가까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강원대 측은 이런 교통 인프라 향상이라는 호재를 바탕으로 각 캠퍼스에 특성화 전략을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강원대 박정애 대외협력본부장은 “동서고속도로 서울-춘천 구간을 이용해도 서울 강남권에서 1시간 10분~1시간 2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서울과 경기권에서 운영하는 스쿨버스도 이용률이 매우 높다. 복선전철 남춘천역의 부기역명으로 강원대명을 쓰게 한 점도 주효했다. 하지만 우리 대학이 급성장한 가장 큰 이유는 학교의 전반적인 교육 인프라가 공고해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스마트 강원대학교 글로벌 명문大로 간다

    강원대 상징인 미래광장. 그 한쪽에 ‘실사구시’ 교훈탑이 우뚝 서 있다.

    취업률 등 탄탄한 교육 인프라 자랑

    과연 그럴까. 지난 2년간 강원대 권영중 총장 이하 교수들이 이룬 성과를 살펴보면 박 본부장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주관 교육역량강화사업 3년 연속 선정 △광역경제권 선도산업 인재양성사업 선정 △기후변화대응 기초원천기술개발사업단 선정 △산림과학기술개발사업 선정 △기초연구지원사업단 선정 △창업선도대학 육성사업 선정 △강원대학교병원의 호흡기 전문질환센터 선정 △전국 거점 국립대학 중 3년 연속 취업률 1위 등등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 권 총장은 “제반 상황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연구와 교육에 최선의 노력을 다한 교수들에게 감사와 경의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이 모두가 대학당국과 교수, 학생, 교직원이 서로 소통한 결과”라고 소개한다.

    강원대의 이 같은 발전상은 해외에서도 소문이 자자하다. 2011년 7월 현재 교류협정을 체결한 대학 또는 기관만 33개국 120개에 달한다. 수도권 명품 대학 진입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글로벌대학으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는 것. 강원대와 교류하는 해외 대학 또는 기관에는 에티오피아, 브론디, 케냐, 탄자니아 같은 아프리카 지역 대학에서부터 미국, 중국, 일본, 유럽의 유수 대학 등이 망라돼 있다. 학생 교류, 교수 교류 등 내용도 실질적이다. 그중 학생 교류가 가장 활발한데, 올 상반기에만 해외 교류 대학으로 간 학생이 125명, 초청을 받아온 학생이 94명에 이른다. 강원대를 찾은 외국인 학생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

    “한국의 많은 대학 가운데 강원대를 선택한 이유는 이 대학이 춘천에 있기 때문입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주변 소도시에서 자란 저로서는 서울이 너무 크고 복잡해서 싫었거든요. 그에 반해 춘천은 예쁘고 조용한 도시입니다. 더욱이 문화적이고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마음에 들었습니다.”

    스페인에서 온 엘리야(30·한국학 석사과정)는 춘천이라는 문화적, 공간적 매력에 빠져 강원대를 선택한 경우다. 강원대 국제무역학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울산대 전임교수로 취업한 중국 출신 왕징(30) 씨는 “국제무역학 분야에서 유명한 교수님이 강원대에 계셨다. 재학 중에 장학금도 지원받고 국제교류본부에서 아르바이트도 알선해줘 많은 도움이 됐다. 지도교수님의 도움으로 학위를 취득할 수 있었다”면서 강원대에 고마움을 전했다.

    최강의 명품 학생을 양성하기 위한 강원대의 비전은 ‘꿈-설계 상담제도’로 구현되고 있다. 이 제도는 재학생의 미래 희망인 ‘꿈’을 입학 때부터 미리 설계하고 졸업할 때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해주는 책임지도 프로그램으로, 2009년과 2010년 시범운영 및 통합 전산시스템 구축, 학칙 개정, 관련 교과목 신설 등 모든 준비 작업을 끝내고 2011년 1학기부터 전면 실시하고 있다. 강원대 조준형 학생처장은 “학생들의 중도 이탈을 막고 대학생활의 참된 의미를 찾아주기 위해 지도교수가 4년 내내 재학생의 고민과 미래를 상담해주고 있다. 2012년에는 취업률 65%가 목표며, 100대 기업에 취업률 80% 이상 달성이 우리의 최종 목표”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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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 항체연구·개발 연구의 중심지가 될 강원대 의생명과학대학 건물. 그 안에 스크립스코리아항체연구원이 있다.

    ‘꿈-설계 상담제도’ 구현

    강원대가 요즘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바이오의약품이다. 강원대는 바이오메디컬 사이언스밸리를 학교 시설 결정 지역 9만9000㎡에 조성하기로 했다. 바이오의약품 개발의 전 단계를 지원하는 세계적 수준의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그곳에서 산·학·연이 힘을 합해 공동연구를 진행하면서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는 계획.

    강원대는 이미 그 발판을 마련했다. 2009년 6월 지역거점연구단인 ‘의료·바이오 신소재 융복센터’를 유치하고, 2009년 7월에는 생물의약 분야에서, 특히 항체연구 및 개발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는 스크립스연구소의 분원((재)스크립스코리아 항체연구원·SKAI)을 미국 이외 나라로는 처음으로 설립했다. 국내외 대기업은 물론 일본, 싱가포르 정부가 유치에 열을 올리는 과정에서 강원대의 스크립스연구소 분원 유치는 국가적 쾌거였다. 여기에 더해 2010년 1월에는 줄기세포 분야 미국 선두기업인 ‘바이오타임코리아’와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사이언스밸리 계획은 한 발짝 더 현실화했다.

    권 총장은 “사이언스밸리를 완공하면 세계적 수준의 신약개발 역량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우수 연구 인력 양성도 할 수 있다. 10년 후 2000명의 고용창출 효과와 3000억 원의 수입이 예상된다. 첨단의료 복합단지 유치와 연계해 강원 지역 선도산업인 의료 분야에 획기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인터뷰·강원대 권영중 총장

    “실사구시와 캠퍼스 특성화로 학생들 꿈 실현하겠다”


    스마트 강원대학교 글로벌 명문大로 간다
    2008년 8월 강원대학교 지휘봉을 잡은 권영중 총장은 1998년부터 보직 교수로서 학교 일에 깊이 관여해온 기획통이자 실용주의자다. 그는 국립대 총장 가운데 드물게 이공계 전공 교수 출신이지만, 인문학과 경영학에도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대 총장 가운데 그만큼 언론에 칼럼을 많이 쓰는 이도 드물다. 9월 16일 오후 강원대 총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대학이념이 독특하게도 실사구시(實事求是)다. 교정 내에 관련 조형물도 있던데, 이것이 대학 운영에 어떻게 녹아드는가.

    “말 그대로다. 사실에 입각해 진리를 탐구하자는 것이다. 껍데기는 버리고 실질을 중시하자는 의미다. 우리 대학은 춘천캠퍼스, 삼척캠퍼스, 도계캠퍼스 등 3개 캠퍼스에 2만5000명의 학생과 1000여 명의 교수진이 있다. 실사구시를 하려면 먼저 구성원 간 소통이 잘 돼야 한다. 서로의 얘기를 경청하고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 실사구시의 출발점이다.”

    꿈-설계 상담제도는 학생의 미래 설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명문대가 되는 길은 명료하다. 교수들이 명품 연구와 명품 강의를 하고, 그 결과물로 명품 학생이 많이 나오면 명문대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대학 구성원이 그 대학 구성원임을, 그 대학 출신임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러면 발전기금이 많이 들어오고 대학은 더 좋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대학의 최고 가치는 뭐니 해도 학생이 꿈을 실현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게 공부가 됐든, 연구가 됐든, 취업이 됐든 인생의 선배이자 스승인 교수가 이끌어줘야 한다. 제자가 어떤 고민을 하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그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교육이다. 대학은 연구기관이기도 하지만, 교육기관이기도 하다. 나도 대학에 다닐 때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포기하려 했는데, 그때 지도교수님의 따뜻한 조언과 격려 한마디 덕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그 교수님이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없다. 이제 교육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정부는 국공립대 성과급적 연봉제를 시행한다고 예고했다. 그러면 교수들은 점수 따기가 쉬운 연구실적에 치중하고 교육은 도외시할 것 같은데.

    “사실 대학은 연구기관이라기보다 교육기관의 성격이 강하다. 교수는 교육자이자 연구자지만, 이 둘을 모두 잘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문제는 교육이라는 기능을 정량화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강의평가 시스템을 단계별로 표준화하고, 그 노하우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 우리 대학은 그래서 교육과 봉사, 연구와 산학 등 2개 트랙으로 분리해 평가하려고 한다. 그러면 교육 실적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불만이 어느 정도는 해소될 것이다.”

    화학공학이 전공인데 바이오 쪽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공부를 해보면 화학공학이 바이오 쪽까지 연결된다. 김영명 기획처장(의학전문대학원 분자세포생화학교실 교수)이 그쪽으로 많은 일을 하고 있다. 학교 일도 열심히 하면서 SCI(과학논문인용색인)급 논문도 많이 쓴다. 이제 바이오가 우리 대학을 먹여 살릴 것이다.”

    스크립스연구소 분원 유치는 놀라운 일이었다.

    “현장이 중요했다. 국내 유수대학과 각국 정부가 나선 상황에서 무작정 미국으로 날아갔다. 연구소를 찾아가 비전을 몇 시간 동안 설명했더니 우리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열정이 있으면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이뤄진다.”

    삼척캠퍼스와 통합한 지 6년째고 도계캠퍼스가 개교한 지 3년째인데, 춘천캠퍼스만큼 여러모로 성장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서로 중복되는 학과도 있는 것도 같고.

    “특성화를 시켜야 한다. 삼척은 지역의 연고산업과 연계된 학과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에너지, 소방방재, 보건복지, 해양스포츠산업이 그것이다. 그리고 산업체, 연구소, 지방자치단체와 온·오프라인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해 기업 맞춤형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배출할 생각이다. 도계캠퍼스는 폐광지역 대체산업 육성전략 차원에서 많은 얘기가 오가고 있다. 첨단복합의료 분야를 집중 육성할 생각이지만, 좀 더 세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삼척캠퍼스의 재학생 충원율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까닭에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의 국립대 평가에서 선진화중점추진대학으로 선정됐다. 이 위기를 기회 삼아 캠퍼스별 특성화 작업에 속도를 붙이면, 오늘의 위기가 내일의 비상을 낳을 것이다.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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