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8

2009.03.24

물에서 희망 찾기 ‘4大 프로젝트’

  • 입력2009-03-20 11: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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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에서 희망 찾기 ‘4大  프로젝트’

    두산중공업이 아랍에미리트에 건설한 후자이라 해수발전담수 플랜트 야경.

    1. 해수 담수화 프로젝트 | 무한한 바닷물로 ‘물 산유국’ 꿈꾼다

    최근 극심한 가뭄으로 세계 인구의 70% 이상이 물 부족을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자원을 확보하려는 각국의 노력은 치열하다 못해 ‘전쟁’으로 표현될 정도다.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담수의 양은 지구에 존재하는 수자원의 3%(빙하나 다른 형태로 존재하는 담수를 뺀, 강이나 호수에 존재하는 양은 0.0067%)에 불과하다. 나머지 97%는 해수다. 물은 물이지만 쓸 수 없는 물이 대부분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상에 무한정 존재하는 해수를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아마 이보다 더 확실한 물 부족 해결책은 없을 것이다. 인류는 수십 년 전부터 해수 담수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현재 1억명 이상의 인구가 매일 마실 수 있는 물이 해수 담수화 기술로 생산되고 있다. 해수 담수화 시장은 급속하게 발전해 2020년 시장 규모는 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해수 담수화 기술은 물을 증발시켜서 담수를 얻는 ‘증발’ 방식, 물을 삼투막에 통과시켜 담수를 얻는 ‘역삼투막’ 방식으로 나뉜다. 세계 시장은 에너지 소모가 많은 증발 방식(역삼투막 방식의 4~5배)보다는 역삼투막 방식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현재 역삼투막 방식이 세계 해수 담수화 시장의 45%를 점유하며, 연 15%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경우 두산중공업이 ‘증발 방식’ 해수담수화 시장에서 세계 1위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역삼투막’ 시장에서도 중동지역 대형담수프로젝트를 100% 수주하는 등 국부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그런데 두산중공업은 역삼투막 플랜트를 엔지니어링할 수 있는 독자기술은 보유하고 있으나, 일부 기기(펌프, 역삼투막, 모듈 및 베셀 등)는 외국 업체에 아웃소싱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국내 후방 연관업체들을 통해 국산화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이유로 국토해양부는 2006년 건설교통 R·D 혁신 로드맵으로 미래가치 창출이 가능한 ‘10대(VC-10) 과제’를 수립했다. 국가의 원천기술 확보와 세계 해수 담수화 플랜트 시장 점유도 그중 하나다.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그해 12월29일 발족한 조직이 바로 해수 담수화 플랜트 사업단(이하 사업단)이다.

    물에서 희망 찾기 ‘4大  프로젝트’

    1 두산중공업이 독도에 설치한 해수담수화 설비 내부. 2 담수 플랜트에 들어가는 핵심기기인 ' 담수증발기'

    국토해양부와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광주과학기술원을 총괄기관으로 발족한 사업단에 5년8개월 동안 투자되는 예산은 1500억원(민간 부담금 약 800억원 포함). 통합적이고 전략적인 기술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이 사업단의 기본 과제이자 목표다. 사업단은 4개의 핵심과제와 13개 세부과제를 세웠고, 여기에 600여 명에 이르는 연구원을 참여시키고 있다. 국내 해수 담수화 관련 연구자들은 대부분 참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련 기업들도 대거 참여했다. 두산중공업이 플랜트 설계와 건설, 웅진케미칼이 역삼투막 개발, 효성이 고압·고효율 펌프 개발, 월드텍이 베셀 개발, 코오롱이 전처리막 기술을 각각 책임지고 있다.



    사업단은 더욱 빠른 기술개발과 실용화를 위해 최근 부산시를 ‘테스트베드’ 사업지로 선정했다. 하루 생산량 약 4만5000t 규모(10만명 이상이 먹을 수 있는 물)로 만들어지는 테스트베드는 새롭게 개발된 국산 부품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4만5000t 규모의 생산시설은 현재 세계 최대의 역삼투막 단위 공정이다. 사업단은 2012년 부산시에 음용수 공급을 시작, 같은 해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물협회 총회를 계기로 한국형 해수 담수화 플랜트의 기술력을 세계에 자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제주시 우도와 추자도에서 운영 중인 국내 최대 규모의 해수 담수화 시설이 1000t(1일 기준) 규모인 사실을 감안하면 부산시 테스트베드의 건설은 초청정 대체 수자원 확보 기술 개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현재 국내 16개 시·군 68개 도서지역에 설치된 해수 담수화 시설에서 생산되는 물은 다 합해도 하루 평균 5000t 미만이다. 1만7000명의 해당 지자체 주민에게 공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더욱이 최근 가뭄으로 일부 도서지역의 해수 담수화 시설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주민들의 어려움은 더 커졌다. 이는 국내 해수 담수화 기술 수준이 낮아서라기보다 갑작스런 가뭄으로 유입수의 수질이 처리용량의 한계치를 초과한 결과일 수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자원공사 위탁운영 등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부산시의 테스트베드를 필두로 대용량 해수 담수화 시설이 더욱 늘어날 수 있게 지원할 계획이다. 얼마 전 인천광역시는 하루 5만t 규모의 해수 담수화 시설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주로 강물을 댐에 저장하는 방법으로 수자원을 확보해왔다. 수자원 다변화의 노력 없이 댐에만 의존한다면 자칫 지금의 물 부족국가에서 물 기근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다. 강물은 한정돼 있고, 사용 가능한 양도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댐 건설은 주변 생태계에 변화를 일으킬 우려가 크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반면 무한한 바닷물을 이용하는 해수 담수화 플랜트는 환경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청정 기술이다. 저에너지와 고안정성이 보장된 기술이기도 하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 기술로 만든 해수 담수화 플랜트로 전 세계에 석유보다 귀한 물을 공급하는 ‘물 산유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을 상상해본다.

    김인수 해수담수화플랜트사업단장 iskim@gist.ac.kr

    *이 글은 필자의 요청에 의해 일부 내용이 수정됐습니다.

    2. 빗물도시 프로젝트 | 빗물 모으는 도시가 살아남는다

    물에서 희망 찾기 ‘4大  프로젝트’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과 에너지 과다 사용으로 인한 열섬 현상은 전 세계 도시들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다. 먼 거리에 있는 상수원에서 상수를 공급받다 보니 물 공급의 안전성이 저해되고, 장거리 수송에 많은 에너지가 사용된다는 점 또한 도시마다 안고 있는 문제다. 그런데 이런 고민들은 빗물만 잘 관리하면 해결될 수 있다.

    물에서 희망 찾기 ‘4大  프로젝트’

    2008년 12월 국제물협회 잡지에 서울 광진구 스타시티의 빗물 저장조가 커버스토리로 소개됐다.

    빗물도시란 빗물의 중요성과 유용성을 깨닫고, 빗물을 흘려버리는 대신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신개념 도시다. 즉 하천에 자리한 소수의 거대시설을 이용하기보다는 작지만 많은 수의 시설을 도시 곳곳에 설치해 여러 목적으로 빗물을 활용하는 것이다.

    빗물도시에서 ‘빗물 관리’란 빗물을 도시 전체에서 모아 이용하거나 땅속에 침투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개념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마을을 가리키는 한자 ‘동(洞)’에 우리 조상의 지혜와 교훈이 숨어 있다. 물[水]과 같음[同]이 합쳐진 마을[洞]은 같은 물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을 뜻한다. 자기 가족과 이웃이 함께 물을 먹는다는 것을 안 조상들은 함부로 물을 낭비하거나 오염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洞에는 마을을 개발하기 전과 후의 물 상태를 같게 하라는 교훈도 담겨 있다.

    빗물을 모으고 땅속에 침투시키는 일은 비가 내리는 곳이면 어디나 가능하다. 농촌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논이나 밭에 약간의 턱만 쌓으면 훌륭한 빗물 저장 및 침투 시설이 된다. 군데군데 웅덩이나 연못을 만들어두면 지하수위도 높일 수 있고 자연 그대로의 조경을 꾸며 주민들을 즐겁게 할 수도 있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지붕에 홈통을 설치해 지금은 하수도로 버려지는 빗물을 빗물저금통(저장조)에 모을 수 있다. 저장조 용량을 지붕 면적으로 나눈 수치는 0.05~0.1㎥/㎡로, 홈통 하나에서 모을 수 있는 빗물의 총량은 연간 50~100t에 이른다. 대형 댐 못지않은 양이다. 1000㎡(약 303평)의 지붕에 승용차 2대를 주차할 정도의 공간만 할애하면 댐을 하나 짓는 셈이다. 또한 자유로처럼 도시 간을 잇는 도로 중앙분리대를 오목하게 만들고, 도심 안 도로에도 빗물받이를 만들면 수십만t의 빗물을 땅속에 모아둘 수 있다.

    물에서 희망 찾기 ‘4大  프로젝트’

    도시의 빗물이 새로운 수자원으로 주목되고 있다.

    첨단시설은 빗물의 활용가치를 극대화한다. 서울 광진구에 자리한 주상복합단지 ‘스타시티’는 지하 4층에 총 3000t 용량의 빗물 저장조를 설치했다. 당초 설계안을 조금 고치는 정도여서 큰 비용이 들지 않았다. 저장조에 모인 빗물은 홍수 조절용, 물 절약용, 비상 용수로 사용된다. 스타시티가 지난 1년간 사용한 빗물의 양은 약 4만t인데, 이는 스타시티에 1년간 떨어진 빗물의 약 66%에 해당한다. 그만큼 한강의 물을 가져오지 않아도 되고, 그 물을 수송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줄인 것이다. 큰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을 때는 저장조를 미리 비워두어 홍수에 대비할 수도 있다. 스타시티의 저장조 시설은 2008년 12월 국제물협회 잡지의 커버스토리를 통해 세계 최고의 시설로 소개됐다.

    누구나 관심만 있다면 스타시티처럼 빗물을 활용해 많은 이득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경기도 수원시가 그런 예인데, 수원은 본격적으로 빗물도시를 천명한 세계 최초의 도시다. 최근 수원시는 빗물을 잘 관리해 시민들에게 자부심과 경제적 이득을 유도하는 레인시티(Rain City) 구상을 발표했다. ‘물의 근원[水原]’이라는 도시명의 뜻과도 일맥상통하는 탁월한 선택이라 할 수 있겠다.

    수원시의 연간 물 사용량은 1억2000만t이다. 그리고 연 1억6000만t의 빗물이 수원시에 떨어진다. 현재는 빗물을 모두 버리고 다른 지역 물에 의존하고 있어 물 자급률이 10% 안팎에 머문다. 이에 수원시는 빗물 저장시설을 모든 공공건물과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에 설치해감으로써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면서 동시에 에너지를 절약해나갈 계획이다. 이런 빗물도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민간에게 비용 지원, 용적률 상향, 세금 감면 등의 혜택도 줄 계획이다. 또한 시내에 친환경 조경시설 등을 만들어 시민들의 삶의 질도 향상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수원시가 빗물도시를 실행하면서 얻는 이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빗물관리는 부가가치와 함께 시민 일자리를 창출한다. 빗물 거리, 빗물 정원, 빗물 마을 등을 조성한다면 국제적인 관광명소로도 발돋움할 수 있다. 빗물 수영장, 빗물 목욕탕, 빗물 이발소, 빗물 생수 등을 만들어 새로운 소득을 창출할 수도 있다. 빗물 공무원네트워크, 빗물 시민네트워크, 빗물 모으기 국제콘테스트, 빗물 영화제, 빗물산업 클러스터 등의 아이디어는 국내외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것이다. 물 산업의 한 장르로서 빗물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열악한 기후와 지형 조건을 갖고 있어 물 관리가 어렵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이런 조건 속에서도 금수강산을 유지해왔다. 앞으로 기후변화로 전 세계가 쩔쩔맬 때 ‘洞’자로 상징되는 선조들의 노하우가 그들의 생명과 재산을 구해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것이 레인시티의 비전이다.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서울대 빗물연구센터장 myhan@snu.ac.kr

    3. 강변 여과수 프로젝트 | 용수 다량 확보와 수질 개선 효과

    물에서 희망 찾기 ‘4大  프로젝트’
    ‘강변 여과’는 수변에서 일정한 거리에 우물을 설치해 물을 얻는 방식을 말한다. 여기서 얻는 물은 하천 바닥으로 스며드는 하천수와 유역에서 하천으로 흘러드는 자연지하수의 혼합체다. 양질의 여과수를 더 많이 얻기 위해 우물 주변에 인공적으로 물을 모으는 집수정을 설치하거나, 하천 바로 아래에 집수정을 설치하는 ‘하상(河床) 여과’도 넓은 의미의 강변 여과 방식이다.

    강변 여과에 대한 기록은 구약성서에 처음 등장한다. 나일강이 핏빛으로 변해 물고기가 죽고 악취로 마실 수 없게 되자 이집트인들이 강변에 우물을 파 마실 물을 얻었다고 한다. 근대까지도 헝가리에서는 다뉴브 강변에 커다란 우물을 파서 식수를 얻었다.

    강변 여과가 대규모로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반 서유럽, 특히 독일에서다. 1995년 독일은 먹는 물의 16%를 강변 여과 방식으로 얻었다. 미국은 지하수자원 고갈에 대한 염려로 90년대 중반부터 본격 개발에 나섰다. 우리나라에는 90년대 초반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을 계기로 소개됐다.

    강변 여과는 자연을 이용하는 공법이라 기후와 지질 조건 등에 따라 다양한 응용 형태를 나타낸다. 독일 평원의 토양은 빙적토다. 투수성이 클 뿐 아니라 유기물 함량이 낮아 강에서 80m 이상 떨어진 거리에 우물을 설치해도 양질의 물을 풍부하게 얻을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토양은 충적토로 투수성이 작고 유기물 함량이 높다. 강에서 먼 곳에 우물을 설치하면 산출유량도 적고 토양 중의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산소를 고갈시켜 철, 망간 등이 용출되거나 수질이 나빠진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지질 조건은 독일보다 강변 여과가 불리하다는 주장이 있다.

    강변 여과의 효율성 논란은 2007년 대선 과정에서도 뜨거운 이슈였다. 당시 강변 여과에 반대하는 측에서 근거로 내세운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 그리고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의 ‘간접취수 도입을 위한 타당성 조사 보고서’에 강변 여과가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는 것이었다.

    물에서 희망 찾기 ‘4大  프로젝트’

    지난해 6월26일 한강에 하상 여과정을 설치해 확보한 물로 통수기념식을 연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

    하지만 이 두 가지 근거에는 문제가 있다.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는 지적은 전형적인 독일식 공법을 사용한 창원시의 강변 여과수 생산단가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지질조건에 맞도록 양수정을 하천에 가깝게 설치하면 독일식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물을 확보할 수 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보고서도 충적층 두께가 3~7m로 매우 얇고 투수 계수도 작은 한강변에 독일식 강변 여과 방식을 대입했으니 경제성이 낮다고 나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한강변과 같은 지층 조건에서는 강변 여과의 변종인 하상 여과가 적당하다. 울산시 태화강의 사례에서 보듯 이 공법을 적용하면 양질의 여과수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한강 밑을 가로지르는 지하철 하저터널 공사를 할 때 깨끗하고 풍부한 지하수가 공사장으로 밀려드는 것이 그 증거다. 만약 한강변에 터널식 하상 여과 방식으로 양수시설을 설치하면 경제성은 물론 산출유량도 커 서울시 상수원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미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강변 여과 방식으로 상수원수를 확보하고 있다. 경남 창원시는 독일식 공법을 채택, 강에서 70~250m 떨어진 곳에 다수의 수직정을 설치해 하루 7만t(약 17만명분)의 상수원수를 얻고 있고, 수질에 대한 시민의 만족도가 높아 6만t 용량을 증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경남 김해시는 하루 18만t의 상수원수를 얻기 위해 대형 9기의 강변 여과정 설치공사를 진행 중이다.

    일부 지자체는 강변 여과 방식으로 유지용수를 확보했다. 서울시 서대문구는 한강에 하상 여과정을 설치해 얻은 깨끗한 물을 하루 6만t씩 홍제천으로 흘려보내 하천의 기능을 되살리고 있다. 울산시는 시내를 흐르는 태화강에서 하상 여과 방식으로 얻은 물을 건천인 척화천에 흐르게 하고 있고, 태화강 수질 개선을 위해 추가로 하상 여과시설을 건설 중이다.

    광주시는 영산강 수질 개선을 위해 강변을 따라 연속적으로 하상 여과정을 설치해 양질의 여과수를 얻은 뒤, 이를 다시 하천에 분수 형태로 돌려 넣을 계획이다. 이런 방식은 영산강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어느 하천에도 적용될 수 있다.

    우리나라 하천의 하상에는 충적층이 발달해 하상 여과와 이를 이용한 수질 개선이 가능하다. 또 우리나라 하천에는 다른 나라 하천과 달리 넓은 홍수터(홍수 때 저수로를 넘쳐흐르는 부분)가 있다. 덕분에 네덜란드식 인공함양법의 일종인 홍수터 여과를 활용할 경우 전국에서 배출되는 하수처리수를 전량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다. 물론 이 방식으로 상수원수 확보도 가능하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하천변의 완충저류조도 적절한 공학적 수단을 적용하면 물 문제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강변 여과 방식은 강 상·하류 간 물 분쟁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대구시민이 방류하는 하수가 하상 여과를 거쳐 1급수로 만들어져 금호강으로 흘려보내진다면, 그 강물이 유입되는 낙동강은 맑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대구시민은 물론 낙동강 하류에 자리한 부산, 울산 등 여러 도시민에게도 좋은 일이다.

    선진사회를 위해서는 쉽게 얻을 수 있는 맑은 물을 좇아 댐만 바라보는 태도는 버려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평상시 하천유량은 많지 않지만 여러 공법을 활용해 수질 개선에 힘쓰면 서로 다투지 않고도 충분한 물을 나눠 쓸 수 있다. 후손에게 물려줄 깨끗한 하천은 덤이다.

    김승현 영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kimsh@yu.ac.kr

    4. 해양심층수 프로젝트 | 먹는샘물에서 미용까지 활용되는 팔색조 청정자원

    물에서 희망 찾기 ‘4大  프로젝트’

    해양심층수는 먹는샘물에서 건강·미용 분야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정제된 해양심층수가 용기에 담겨 생산 라인을 이동하고 있다.

    해양심층수는 단순히 바다 깊은 곳에 존재하는 물이 아니다. 향후 자원으로 활용가치가 높은 해양 신자원이다. ‘해양심층수 개발 및 관리에 관한 법’에 따르면 ‘해양심층수’란 간조수위선(干潮水位線)으로부터 200m 이하의 바다에 존재하면서 수질의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바닷물로, 법이 규정하는 수질 기준에 적합한 것을 말한다.

    해양심층수는 최고의 자원적 특성을 갖고 있다. 태양광이 도달하지 않는 깊은 곳에 자리한 해수로 유기물, 병원균 등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연중 안정된 저온을 유지한다. 해양식물의 성장에 필수적인 영양염류가 풍부하고 미네랄 균형성도 양호한 고갈되지 않는 청정자원이다.

    해양심층수는 이런 특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분야에 활용된다. 어패류의 양식과 축양, 수산가공품, 농산물 생산 및 저장 등의 농·수산 분야, 생수, 건강음료, 주류, 장류, 두부, 김치, 젓갈류, 기능성 소금, 제과 제빵 등의 식품 분야, 화장품, 화장수, 입욕제, 의료용 소재, 해양요법(탈라소테라피) 등 건강·미용 분야까지 응용되고 있는 것. 심지어 생태형 청정촌 조성 등을 통해 관광·레저 등 고부가가치 산업과의 접목도 가능하다.

    해양심층수는 1972년 미국 하와이 자연 에너지연구소(NELHA)에서 해양 온도차를 이용한 에너지 발전 목적으로 개발이 시작됐다. 표층과 심층 간 20℃ 전후의 수온차를 이용해 표층의 온수로 암모니아, 프레온 같은 저비점 매체를 증발시킨 뒤 심층의 냉각수로 응축시켜 그 압력차로 터빈을 돌려 발전하는 식이다. 이후 해양심층수가 플랑크톤 배양과 양식 실험(굴)에서 큰 효과가 있음을 발견한 뒤 양식 분야, 농업 분야의 상업화까지 확산됐으며 기능성 소재에도 접목되고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해양심층수가 다양한 산업에 응용되고 있다. 1986년 연구가 시작된 이래 현재까지 16개소에 해양심층수 개발시설이 조성됐는데, 최초의 시설은 해양과학기술센터(JAMSTEC)가 국비 지원을 받아 조성한 고치현 해양심층수연구소의 취수시설이다. 조성된 시설 대부분은 국고보조금 사업(국고 50%, 지자체 50%)으로 추진됐으며, 16개소 취수시설 중 3개만이 민간기업이 자본을 들여 개발 및 운영을 하고 있다.

    일본의 해양심층수 자원 개발은 공익적 이용과 산업적 이용, 두 가지 방향에서 추진된다. 공익적 이용은 수산자원의 조성 및 관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산업적 이용은 먹는샘물, 음료수 등의 식품을 중심으로 건강·미용 분야 등에서 진행된다. 우리나라보다 해양심층수 개발을 늦게 시작한 대만은 먹는 샘물 시장을 기반으로 빠르게 해양심층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에서 희망 찾기 ‘4大  프로젝트’

    해양심층수로 만든 먹는샘물이 생산되는 ㈜워터비스 양양공장.

    우리나라도 해양심층수를 이용해 고부가가치 산업 창출 및 지역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2000년부터 국책 연구사업을 시작했다. 2005년에는 해양심층수연구센터가 설립됐다. 경동대 해양심층수RIS사업단을 비롯해 해양심층수학과 및 연구소, 해양심층수 특화 창업보육센터 등이 해양심층수 관련 전문인력 양성과 기술개발, 기업지원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특화산업 육성사업과 지역기업의 해양심층수 산업으로의 구조 전환 등 해양심층수 관련 R·D를 담당한다. 지금도 동해안 지역에서는 해양심층수 관련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강원도 양양군(워터비스), 경상북도 울릉군(울릉미네랄)에서는 해양심층수를 취수해 롯데칠성, 롯데제과, 진로, CJ, 풀무원, 해태, 한성 등과 여러 기업에게 먹는샘물, 주류, 화장품, 식품 등 기업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수 및 처리수를 공급하고 있다. 강원도 고성군(강원심층수), 속초시(글로벌 심층수), 동해시(해봉) 등 지자체에서도 해당 기업들이 개발사업 면허를 취득하고 개발사업 및 이용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양심층수는 개발 가능성이 높은 친환경적인 무한재생 자원이지만 관련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별 특화를 모색하는 등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 방안 수립이 필요하다. 체계적인 제도적 지원, 산·학·연·관이 연계한 지속적인 R·D가 뒤따른다면 해양심층수는 국민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고 관련 산업의 육성·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 산업의 자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종호 경동대 해양심층수학과 교수 kwcon@k1.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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